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246화 (1,245/1,826)

§ 나는 될놈이다 1246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너는?”

간부는 말을 꺼낸 동료를 구박했다.

대회에 참가시킬 생각을 하랬더니 웬 심사위원이란 말인가.

게다가 일반적인 투기장 대회는 심사위원을 넣기 힘들었다.

기껏해야 심판 역할 정도인데 김태현 불러서 심판 시키면 김태현이 오겠는가?

설사 온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미쳐 날뛸 것이다.

-김태현 불러다가 국 끓여먹냐!

-무슨 뜻이냐? 김태현 불러다가 심판시켜도 될 정도로 돈 많다고?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태현의 인기는 중국에서도 절대적이었다.

물론 안티 팬들도 있긴 했다.

상대 팀으로 만나면 일단 숨이 턱 막히고 앞이 흐려지는 기분이었으니까!

-김태현 씨 이러지 맙시다 제발… 승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제발 무승부만 합시다! 저희 하위권이에요! 승점 벌어야 해요!

-전승우승 안 해도 되잖아요! 전승우승한다고 뭐 더 주는 거 없잖아요! 그냥 이미 우승 확정이잖아요!

태현 때문에 얼마나 많은 팀 팬들이 눈물을 흘려왔던가!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태현의 실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판온 최고 선수는 김태현 아니냐?

-아직 안 나온 랭커들 많다는 놈들 입을 다 꿰매버려야….

그리고 사실 김태현이 누구 한 팀만 팬 게 아니라 모두 다 평등하게 팼다.

딱히 태현 때문에 손해보거나 한 팀은 없었다.

…뭐 자기가 자멸한 팀도 있긴 한데 그건 자업자득이고….

압도적인 실력, 소규모 게임단을 직접 꾸려서 대형 팀들 사이에서 우승을 이뤄낸 신화, 거기에 화려한 전적까지.

태현은 인기가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는 선수였다.

실제로 태현은 몰랐지만 중국 쪽에서 몇 번 설문조사도 했었다.

-김태현, 판온 선수 인기조사에서 1위….

-중국의 젊은이들은 이래도 되는가? 같은 동포를 응원해야….

-김태현 좋아하는 놈들은 매국노 아니냐??

-응~ 아니야~

-게임을 잘하던가 게임을 못하면서 팬해달라고 하네. 너희가 양심이 있냐? 선수가 아니라 강도 아냐?

몇몇 극성 안티 팬들은 태현의 이름이 나오면 ‘감히 어떻게 김태현을 좋아하느냐’며 날뛰어댔지만, 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태현의 인기는 전 세계적이었고 그건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근데 그런 선수를 불러서 심판만 시키고 보내면….

“일단 너는 책임지고 사과방송 찍어야 하겠군.”

“에이 설마 그 정도까지….”

“그 정도야 멍청한 놈아. 저번에 김태현 귀화시키자고 진지하게 이야기 나왔던 거 못 봤냐?”

이것도 태현이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중국 팬들 사이에서 나왔던 이야기였다.

-김태현을 귀화시키면 되지 않나?

└너는 천재인가?

└김태현이 미쳤다고 귀화하겠냐?

└그냥 김태현이 중국인이라고 우기고 다니는 게 더 빠를듯.

└서양 놈들은 우기고 다니면 속을지도 몰라.

└X신들아 그걸 말이라고….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딨냐? 다른 스포츠 봐라. 해외 천재들 다 귀화했다고.

중국은 축구 같은 다른 스포츠에서도 적극적으로 해외 천재들을 영입해왔다.

물론 그때마다 ‘저게 중국팀이냐 해외팀이냐’ 비아냥을 샀지만, 중요한 건 결과 아닌가!

-김태현도 사람인데 조건 맞춰주면 귀화할 수도 있지.

└뭔 조건을 제안해야 하지?

└팀 내 연봉 최고로 주고, 승리 수당 최고로 주고, 베이징 시내 최고 펜트하우스 제공하자.

└거기에 별장도 얹어줘야지.

└베이징 동물원 평생 무료 입장권도 주자.

└그건 왜?

└팬더가 귀엽잖아.

└…….

└그딴 걸로 되겠냐? 통 크게 가자. 베이징 앞 도로를 ‘김태현 길’로 바꿔준다 난.

└캬. 괜찮은데? 솔깃할 듯.

└그거 받고 위에 동상까지 넣자. 아, 그리고 김태현 특별우표도.

└죽으면 국립묘지에 안장해 주는 것도 넣어주는 건 어때?

└그 정도는 받을 만하지.

└미친 새끼들….

이 사건 또한 언론에 ‘파렴치한 젊은이들’로 욕을 먹고 끝났지만, 결과적으로 태현의 인기를 증명하게 된 셈이었다.

“아니. 괜찮은 생각 같다.”

“예?? 심판으로 부르자고요??”

간부는 쑤닝이 드디어 미쳤나 싶었다.

요즘 에랑스 왕국한테 두들겨 맞고 스미스한테 두들겨 맞고 미다스 길드한테는 뒤통수 맞고 투자자들한테는 탈탈 털리더니 드디어 맛이 간 것인가?

‘하긴 맛이 가도 이상할 건 없지.’

“뭔 헛소리를 하는 거냐? 심사위원 이야기다.”

“아니… 심판은 무리 아닙니까?”

“누가 심판으로 부르자고 했냐? 김태현을 심사위원으로 쓸 수 있는 대회를 열면 되잖아.”

“…?!?!”

“그, 그건 너무… 김태현한테 맞추는 거 아닌가?”

“이미 충분히 맞추고 있는데 뭘 이제 와서 새삼….”

‘정말 새삼스럽긴 하군!’

“이런 건 어떻습니까? 요즘 맨날, 랭커 뭐시기가 나왔으면 판온 리그 다 휩쓸어버린다고 떠드는 놈들이 많은데….”

“그거 우리 길드에도 좀 있지 않나?”

“쪽팔리니까 닥쳐라…!”

사실 각종 제약을 닥치는 대로 걸고 붙는 투기장 리그와, 실제 판온 싸움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리그에 참가하지 않은 랭커들도 많았고.

그러니 팬들 사이에서 ‘아 누가 나갔으면 최강인데 ㅡㅡ’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것!

폭발적으로 성공한 첫 번째 시즌 덕분에, 두 번째 시즌에는 더욱더 많은 랭커들이 뛰어들 거라고 다들 예상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런 놈들에게 기회를 주는 거죠. 그런 놈들 말고도 선수 되고 싶어하는 놈들 많으니까 그런 놈들한테도 기회를 주는 거고.”

“…!”

이른바 선수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

“아니…!”

“왜 그러냐?”

“너무 멀쩡한 아이디어라서 놀랐습니다!”

“이 새끼가….”

간부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쑤닝은 감탄했다.

어떻게 이놈들이 이런 멀쩡한 의견을?

“그거 좋군. 게다가 목적도 좋잖아? 원석 발굴!”

“그렇죠?”

“좋아. 정식으로 제안 작성해서 김태현 쪽 에이전트한테 제안 보내봐라!”

* * *

“미쳤나?”

“돌았나?”

“정신 나갔나?”

팀 KL 멤버들은 빈센트의 보고에 격하게 반응했다.

중국에서 대회 VVIP로 와달라고 하니 좀….

당황스러운 수준이 아니라 수상쩍은 수준이었다.

“김태현. 내가 보기에 이건 함정이다! 가면 이제 여권 뺏기고 강제로 귀화해야 하는 거지.”

“그럴듯해….”

뼈 있는 농담을 하는 팀원들의 반응에 빈센트는 당황했다.

“아, 아니. 의외로 멀쩡한 제안입니다. 김태현 선수가 중국에서 가진 인기를 생각해 보면 이런 초대가 오는 게 이상하지 않죠.”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E스포츠 선수를 초대하는 건데,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충분히 할 만한 제안!

“예? 내가 중국에서 인기가 있다고요?”

태현은 뭔 소리를 하냐는 듯이 빈센트를 쳐다보았다.

판온에서 가장 많이 PK한 플레이어 국적이 아마 중국일 것 같은데…?

“…정말 뉴스를 안 보시는군요.”

“국내 뉴스도 잘 안 보는데 해외 뉴스는 더….”

옆에서 최상윤이 케인을 쿡 찌르면서 힐난했다.

“넌 맨날 네 이름 검색하는 놈이 왜 저런 건 안 봤어?”

“아, 김태현 이름은 검색해 봤자 이상한 기사들만 나온다고.”

하도 기자들이 제목에 김태현 억지로 넣으려고 하다 보니, 찾아보는 입장에서는 안 찾아보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중국에서 인기 엄청나시니, 이런 제안이 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서 보낸 제안입니까?”

“확인해 봤는데, 길드 동맹 쪽이 투자받아서 세운 회사가 주최하는 대회더군요.”

“!??!”

“함정이다! 함정이다!”

“비행기 타고 날아가면 여권 뺏기고 강제 귀화….”

“아니. 안 날아가도 됩니다.”

“예?”

“그건 좀….”

팀 KL 선수들은 당황했다.

보통 비싼 돈 줘가면서 비싼 선수를 모셔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개최식에 실제로 참가시켜서, 자리에 온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서 아닌가!

태현한테 어마어마한 돈을 주면서 불렀는데 안 와도 된다니.

비싼 돈 주고 뷔페 가서 샐러드 한 접시 먹고 나오는 것처럼 허무한 짓이었다.

“판온에서만 참석해 줘도 된다고 합니다.”

“왜 그런 제안을 합니까?”

“…저도 이건 이해가 안 가긴 하는데, 혹시 상대 쪽에서 태현 선수가 참석 안 할까 봐 그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만….”

빈센트의 말에 선수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에이 그게 말이 되냐!

“푸하하!”

“비싼 돈 주고 초대하면서 그런 걱정을 하는 놈이 어디 있담!”

“…근데 그럴듯한데??”

한바탕 웃고 나니 그럴듯했다.

날아가야 했다면 태현 성격에 정말 거절했을 가능성이 100%였으니까!

“와. 이 자식들. 정말 절박한가 보군.”

“대신 축하 영상 좀 찍고 화상으로 나오고 3D 영상으로 나올 겁니다.”

“…….”

“…….”

선수들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그렇게까지 해야 해??

김태현이 뭐라고…!

“그냥 다른 선수 구하면 안 돼? 뭐 김태현에 환장한 놈들만 모였나?”

“김태현 선수가 대체 가능한 선수는 아니죠.”

빈센트는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전트로서, 자기가 맡고 있는 선수가 뛰어나면 뿌듯할 수밖에 없었다.

“…우, 우리도 대체 불가능한 선수와 같이 뛰고 있는 선수라고.”

“추하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맙시다.”

가만히 듣고 있던 태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하는 거 보니 대회 내용이 나한테 엄청 불리한 모양인데, 뭡니까? 뭔 대회래요?”

“1vs100 아닐까?”

“김태현한테 단검 하나 주고 드래곤 잡아오는 룰일지도 몰라.”

“놀랍게도 김태현 선수가 출전하는 게 아닌, 심사위원으로 나와 달라는 부탁입니다.”

빈센트는 대회를 설명해 줬다.

뜻 있는 플레이어들을 선수로 데뷔할 수 있게 도와준다!

너무 훈훈한 목적과 컨셉에 태현은 당황했다.

‘길드 동맹 놈들이 이제 망하기 직전이니까 뭐 이미지 세탁이라도 하고 망하겠다는 뜻인가?’

쑤닝이 태현 출연으로 막대한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입장에선, ‘길드 동맹이 미쳤나?’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런 거라면 생각은 해보겠습니다만… 근데 좀 이상하네요. 국적도 정말 전 세계 누구나 참가 가능입니까?”

“예. 확인했습니다.”

태현은 의아해했다.

이렇게까지 퍼주면 진짜 뭐가 남지?

“최소한 중국 주최 대회니까 중국 플레이어만 참가 가능하게 할 줄 알았는데.”

“별생각 없이 전 세계 누구나 참가 가능! 해놓고 잊어버린 거 아냐?”

“걔네가 너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 * *

“떠나기 전에, 너하고 결정할 게 있어.”

태현의 진지한 말에, 이세연은 순간 움찔했다.

“무… 뭔데?”

“에랑스 국왕을 언제 언데드로 일으킬까?”

“…….”

정말 진지하게 할 만한 이야기긴 했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였으니까.

하지만 왜 이렇게 실망스러울까!

“…맞는 말이야. 확실히 어려운 일이지.”

국왕 시체를 언데드로 일으키는 건, 그 이세연도 겁이 나는 일이었다.

<국왕모독자> 같은 칭호 나오는 거 아냐?

아무도 해본 적 없는, 전인미답의 막 나가는 경지!

“그리고 김태현. 한 가지 더 걱정이 있어.”

“?”

“국왕 레벨이 엄청 높고 특수한 스킬들도 많을 텐데, 이러면 언데드로 부활시켰을 때 내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거든.”

“…!”

그랬다.

이세연은 플레이어들 중에 가장 뛰어난 흑마법사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NPC들과 비교하면 레벨이 낮은 편이었다.

강력한 NPC는 언데드로 일으켰을 때 통제 거부하고 멋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

“확실히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

“그래. …응? 자주??”

이세연은 당황했다.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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