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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44화 (1,243/1,826)

§ 나는 될놈이다 1244화

물론 랭커들 입장에서는 황당한 퀘스트였다.

레벨 낮을 때나 저런 퀘스트 하지, 레벨 높아지고 나서 누가 저런 퀘스트를 한단 말인가!

“이번 기회에 국경에 천리장성 박아버려야겠어.”

“…….”

옆에서 듣고 있던 이세연은 경악했다.

그런 사악한 계획을?!

지금도 아탈리 왕국 국경 근처에는 요새가 제법 많았다.

중앙 왕국에서 가장 요새 많은 곳 중 하나!

그래서 초보자 플레이어들의 질문이 종종 올라오곤 했다.

-아탈리 왕국 국경 쪽에 요새가 이상하게 많은 거 같은데 왜 그렇게 많나요?

└김태현이 적이 많아서요….

└에이 농담하지 마시구요. 김태현 적 많은 거랑 뭔 상관이에요. 이걸 다 김태현이 지은 것도 아니고.

└그거 다 김태현이 지은 거예요.

└김태현이 혼자서 이걸 어떻게 다 지어요?

└김태현이 다른 사람들 시켜서 지었어요.

└…….

요새 지대에 박힌 슬픈 추억!

태현은 이 요새를 연결시켜서 더 강력한 방벽을 만들려고 했다.

“김태현. 과연 이 방법이 좋은 방법일까?”

이세연은 고민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적이 많으면 생활습관을 바꾸거나 다른 쪽으로 피할 생각을 해야지, 이렇게 무식하게 때려 박으면….

다 지을 수 있기나 할까?

“다 못 지어도 상관없어. 노래 스킬하고 마법 스킬 올릴 거라서.”

“…!”

아니 그런 생각을!

[건축을 위한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 스킬이 오릅니다.]

[추가 버프가…]

“김태현 저거는 언제 노래 스킬을 익혔대?”

“그러게?”

바위 들고 나르던 랭커들은 의아해했다.

쟤 언제 노래 스킬도 익혔지?

“설마 노래 스킬 올리려고 이거 시키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태현은 랭커들의 의욕을 올려주기 위해 외쳤다.

“이 요새 지을 때 공적치 포인트 많이 쌓은 플레이어한테 전투 우선권 준다! 에랑스 왕국하고 가장 먼저 싸우게 해줄게!”

“…!”

* * *

건축만 하는 쓰레기 퀘스트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은 계속 찾아왔다.

태현이 이제까지 해왔던 퀘스트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였다.

물론 이세연이 보기에는 이해불가의 현장이었다.

대체 왜…?

“에랑스 왕국하고 곧 싸우겠지?”

“그럼. 김태현인데. 김태현이 누구하고 안 싸우는 거 본 적 있냐?”

“하긴 지금은 건축만 하지만 곧 피 튀기게 싸울 거야.”

“경험치랑 아이템도 많이 들어오겠지?”

일반 플레이어들이 많이 찾아오는 건 이해가 갔다.

원래 일반 플레이어들은 꼭 좋은 퀘스트만 찾아가지 않았다.

재밌는 퀘스트!

최근에 화제가 되는 퀘스트!

그런 면에서 태현은 언제나 확실했었으니까.

하지만 랭커들은 대체 왜 찾아오는 거야?

“진짜 랭커 XX가 있다고?”

“그렇다니까. 걔도 하고 있는 거 보면 뭔가 있겠지. 걔가 아무 생각도 없이 하고 있겠냐?”

“…….”

이세연은 속으로 한탄했다.

의심 좀 하고 플레이를 해…!

“랭커들은 확실히 차원이 달라.”

“맞아요. 괜히 랭커가 아니에요.”

태현과 이다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랭커들의 실력은 대단했다.

무거운 자재들도 쉭쉭 들고 나르는 힘 스탯!

아무리 많이 움직여도 지치지 않는 지구력 스탯!

게다가 각종 스킬들로 추가 작업까지!

[위대한 건축을 시도합니다!]

[<아키서스의 천리장성>이 아탈리 왕국 국경에서 건설이 시작됩니다!]

[이는 위대한 업적으로, 완성될 경우 교단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

<아키서스의 천리장성-아키서스 교단 퀘스트>

아키서스 교단은….

‘아니?’

태현은 당황했다.

그냥 국경 요새 지대를 좀 더 철통 같이 만들려고 했을 뿐이었는데….

이런 게 나오다니!

‘교단 퀘스트가 흔치 않은데, 특이하군.’

아키서스 교단 단위로 퀘스트가 나오는 일은 별로 없었다.

태현은 ‘교단에 별로 가진 게 없어서 퀘스트가 안 나오는 거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었지만….

어쨌든 이렇게 나온다면 더 깨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좋아. 가능한 모든 걸 동원해서 건축에 들어가겠어!”

“이제까지는 전부 동원한 게 아니었어?”

태현의 명령이 떨어지자, 골짜기에서 수많은 NPC들이 뛰어나왔다.

각종 대장장이들부터 시작해서 요리사들까지!

이미 골짜기를 지옥 같은 요새로 만든 경험이 있는 대장장이 NPC들이었다.

새로 만드는 장벽에 온갖 창의적인 발상을 넣으려고 했다.

“여기에는 동상 여러 개를 세워 놓읍시다.”

“무슨 효과가 있는 건가?”

“안에 폭탄을 채워 넣어서 성벽이 함락될 경우 같이 날려 버릴 수 있습니다.”

“…….”

이런 과격한 아이디어는 채택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꽤나 쓸 만한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

특히 예전과 달리 다양한 직업이 많아졌다는 게 컸다.

“성벽에 마법 문자를 새기겠습니다. 공격을 받을 경우 마법 장벽이 펼쳐져서 적들을 막을 겁니다.”

“혹시 실패할 경우 폭발하나?”

“예? 아닙니다.”

“마법 장벽을 펼칠 때마다 주변의 플레이어들 목숨을 뺏어가나?”

“그런 미친 대가가 필요할 리 없잖습니까?”

덕분에 놀랍게도 멀쩡한 아이디어들이 더 많이 나왔다.

[요새 건설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공적치 포인트가 오릅니다!]

처음에는 단순 잡일로 시작했지만 이렇게 보상이 주어지자 플레이어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각종 스킬들을 동원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

<아키서스의 천리장성>은 정말 빠른 속도로 완성되어가기 시작했다.

기존에 요새들이 있다 하더라도 믿을 수 없는 속도였다.

이렇게 말 한 마디로 국적불명의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하나로 모아 지휘할 수 있는 건 태현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쌓은 퀘스트 업적들이 헛되지 않았던 것이다.

* * *

-아탈리 왕국, 대공사 시작… <아키서스의 천리장성> 건축물은 언제 완성될 것인가?

-건축은 좋지만 시기가 좋지 않아… 무리수일 듯.

-곧 월드컵도 있는데 가능한가? 실패 가능성이 더 높아 보여….

-판온 전문가, ‘90% 확률로 도중에 멈추게 될 것’.

-중앙 대륙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워 힘들듯.

태현의 일거수일투족은 언제나 좋은 뉴스거리였다.

판온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관심을 가지는 소재!

제목에 ‘김태현’만 넣으면 조회수가 몇 배로 뛴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런 태현이 새로운 대건축물을 건설하다는 소식은 모두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어라? 그게 되나?’ 싶어 회의적이었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닌 것!

에랑스 왕국도 혼란스럽고 오스턴 왕국도 혼란스러운데, 싸울 사람들을 모집해야지 저렇게 느긋하게 건설을 해서야 되겠는가.

그러나 태현이 사람을 불러 모으는 능력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랭커들부터 시작해서 초보자까지 닥치는 대로 긁어 모으는, 아키서스의 피리 부는 사나이!

미친 속도로 건설이 진행되고 모인 사람들의 숫자도 예상을 뛰어넘자 반응도 즉각 바뀌었다.

-아탈리 왕국 대건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실패 예측… 김태현의 실수로 끝날 듯.

-아키서스의 천리장성. 생각보다 진척 빨라… 졌지만 잘 싸웠다가 될 것인가?

-역시 김태현! 모두 예측한 실패를 뒤엎다!

-<아키서스의 천리장성> 건설 과정을 되짚어보다… 다른 길드들과 전혀 다른 진행 과정!

[노래 스킬이 오릅니다!]

[고급 노래 스킬이 최고급 노래 스킬로 변합니다.]

“!!!!”

요새가 완성되기도 전에, 태현의 노래 스킬이 최고급을 찍었다.

그만큼 미친 듯이 불렀던 것이다.

처음에는 ‘와! 김태현이 옆에서 노래까지 불러주다니 황송합니다!’ 하던 플레이어들도 ‘김태현 씨… 노래도 좋지만 제발 노래 좀 다른 걸로 바꿔주시면 안 될까요?’라며 반응할 정도였다.

태현의 노래 스킬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태현이 똑같은 노래만 미친 듯이 불렀기 때문이었다.

-요즘 아탈리 왕국에서 건축 퀘스트 하는데, 김태현이 노래 불러줘서 괴로워요.

└뭐지? 자기 자랑임?

└그게 뭐가 괴로워? 나랑 바꿔!

└누군 못 들어서 아쉬운데 저런 배부른 소리를….

게시판에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화를 냈지만, 사실 저건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그만큼 태현의 노래가 중독성 있었던 것이다.

-김태현이 뭐 미친 악마의 노래를 만든 거 같은데.

-게임 밖으로 나왔는데도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서 괴로워!

-얼마나 중독성 있길래?

벌써부터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키서스 노동요>로 불리고 있는 노래!

태현은 익숙한 코드와 후렴구를 넣은 뒤 새로 노래를 만들기보다는 노동으로 때웠다.

예술적 재능이 없다는 걸 잘 알았기에 물량으로 밀어붙이려 한 것이다.

그 결과는 사람들의 중독!

[카르바노그가 제발 노래 좀 바꿔달라고 괴로워합니다!]

[최고급 노래 스킬을 찍었습니다. 최고급 노래 스킬이 아키서스의 노래로 변합니다.]

“?”

[?]

태현은 카르바노그를 노려보았다. 딱히 카르바노그 때문은 아니었지만….

[자기 때문이 아니라고 카르바노그가 급히 변명합니다!]

맞는 말이었다. 딱히 카르바노그 때문은 아니었다.

[잊혀진 스킬, <아키서스의 노래>를 부활시켰습니다.]

[교단의 능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

[……]

분명 히든 퀘스트였고, 기뻐해야 할 일이었지만….

‘뭔가… 뭔가 매우 불길한데.’

태현은 이제까지 학습한 결과로 아키서스 교단의 패턴을 잘 알고 있었다.

하나 스킬을 열심히 키워 놓으면→너 열심히 했구나! 그래, 그 스킬 내놓고 아키서스 스킬 가져가렴!

같은 식으로 엿을 먹이는 것이다.

안 그래도 마법 스킬도 <느부캇네살의 흑마법>으로 바뀐 탓에 몇 배로 힘든데….

[그건 아키서스 때문이 아니지 않냐고 카르바노그가…]

‘조용히 해. 카르바노그.’

[카르바노그가 슬퍼합니다.]

<아키서스의 노래>

아키서스를 믿었던 위대한 영웅들을 불러내어 그 힘을 빌립니다! 아키서스를 찬미하라!

“…?”

[?]

어라?

생각보다 되게 좋아 보이는데?

태현은 당황했다.

정말 좋은 스킬인가?

‘아니. 잠깐.’

태현은 제정신을 차렸다.

생각해 보니 ‘아키서스를 믿었던 위대한 영웅들’이라는 게 함정이었다.

아키서스를 믿었던 놈들이 정말 제대로 된 놈들일까?

“김태현. 큰일났어.”

“?”

이세연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말을 걸자 태현은 긴장했다.

이세연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분명 심각한 일이리라!

“무슨 일인데?”

“대표팀 선수들이 찾아왔어.”

“…그게 왜 큰일?”

* * *

“저희도 왔습니다.”

“…?!?”

류태수와 류다영이 찾아오자 이세연은 당황했다.

“왜?”

“…대회를 앞두고 호흡을 맞춰야 하지 않나요.”

류다영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는 주장님을 돕고 싶어서 왔습니다.”

“너는 김태현이랑 같이 퀘스트 깨고 싶어서 온 거 아니까 사기치지 마.”

이세연의 말에 류태수는 시선을 피했다.

‘확실히 기특하긴 한데….’

각자 자기 퀘스트가 있는데도 시간을 내서 오다니. 그만큼 열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류태수 저놈은 좀 또라이니까 제외하더라도….

“그리고 주장님도 김태현 선수와 호흡을 맞추고 있지 않습니까. 저희만 안 할 수는 없지요.”

“어… 어? 그, 그러네.”

“?”

“??”

류태수와 류다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뭔가 반응이….

“그러고 보니 이세연 선수. 무슨 퀘스트를 깨고 계신지 여쭤 봐도 될까요.”

“왜… 왜? 왜??”

“아마 김태현 선수와 같이 깨는 걸 보니 고대 제국 관련 퀘스트 같은데, 괜찮으면 저도 참가해도 되나 싶어서요.”

이세연은 류다영의 말에 안심했다.

괜히 이상한 걱정을 한 것이다.

“고대 제국 관련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긴 해.”

“역시… 그것 말고는 같이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흠. 난 김태현 선수와 친해서라고 생각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오빠. 이세연 선수가 그런 짓을 할 리 없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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