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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42화 (1,241/1,826)

§ 나는 될놈이다 1242화

그러나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1왕자가 친절하게 결정을 대신 내려줬다.

-이 평원에 있는 모험가 놈들도 전부 죽여 버려라!

“!!”

“아, 아니 저런 나쁜 새끼가?”

랭커들은 분노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초도 고민을 안 하고 저런 명령을 내리다니!

1왕자는 여기 있는 모험가들을 살려 보낼 생각이 없었다.

태현이 외친 걸 다 듣지 않았겠는가.

[1왕자가 당신을 에랑스 왕국에서 추방합니다!]

[에랑스 왕국에 들어올 경우 페널티를 받습니다.]

[에랑스 왕국에서 추격자들이 등장합니다.]

[……]

<1왕자의 명령-에랑스 왕국 퀘스트>

사악한 1왕자는 자신의 비밀을 들은 당신을 절대로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왕국의 명령을 받은 암살자들이 당신을 쫓을 것이니, 살기 위해서는 도망쳐야 한다.

1왕자를 쓰러뜨리기 전까지 이 추적은 끝나지 않으리라!

보상: ?, ???, ????

“김태현!! 일부러 그런 거지!”

랭커 중 한 명이 분노해서 외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고의였다.

판온 1에서 했던 기억들이 생생했던 것이다.

“이걸 내가 어떻게 유도했겠냐?”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물론 성을 공개하긴 했지만 여기까진 태현이 의도하지 않았다.

“저건 김태현 잘못이 아니지.”

“맞아. 김태현이 저걸 어떻게 했겠어.”

몇몇 랭커들이 태현 편을 들었다.

판온 2에서부터 시작한, 태현에게 당한 적 없는 신진 랭커들이었다.

이들은 오히려 태현에게 호감이 있었다.

-판온 최고의 선수!

-가장 유명한 판온 랭커!

미디어에서 가장 얼굴을 많이 내밀고, 온갖 퀘스트로 판온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판온에 관심 갖게 만든 플레이어.

그게 바로 태현이었다.

-랭커라면 무릇 저래야 하지 않을까?

-맞아. 음침하게 정보 공개 안 하고 자기 강하다고 자랑이나 해서는 안 돼.

-대형 길드 만들고 사람들 괴롭히는 것도 랭커가 할 짓이 아니지.

-유명한 선수라면 판온에 책임 가지고 사람들이 판온을 좋아하게 해줘야 하지 않나?

-그래, 저렇게 김태현처럼!

젊은 신진 랭커들의 롤모델!

…태현이 들었다면 ‘뭔 미친 소리야?!’ 하면서 기겁했을 소리였다.

물론 태현 말고 판온 1에서부터 해왔던 랭커들이 충분히 기겁하고 있었다.

“야. 김태현을 믿지 말라니까?”

“이래서 뉴비들은….”

구세대 랭커들의 말에 신진 랭커들은 냉정하게 반응했다.

“뭐라는 거야?”

“질투도 적당히 해야지. 너무 추하군.”

“그런다고 자기들 값어치가 올라가는 것도 아닐 텐데. 깔깔.”

“…….”

“…….”

울컥!

랭커들은 분노했다.

저… 저 어린 놈의 새끼들이!

나이가 그렇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니었지만, 구세대 랭커들은 세대 차이를 확실하게 느꼈다.

“지금 싸울 때가 아니야! 힘을 합쳐서 같이 빠져나가야 해.”

이세연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구세대 랭커들도, 신진 랭커들도 이세연은 인정했다.

…물론 여기 성으로 부른 건 이세연이었지만 지금 랭커들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착한 경찰, 나쁜 경찰 아닌가?’

이다비는 속으로 생각했다.

태현이 나쁜 경찰 역할을 맡고 이세연이 착한 경찰 역할을 맡아서 랭커들을 착취하는….

“각자 아끼지 말고 스킬 준비해! 언데드들을 소환할 테니까 밀고 빠져나가는 거야.”

“알겠어.”

“내가 지휘하지.”

[최고급 전술 스킬을…]

[……]

[……]

[……]

“아니 저 미친놈은 왜 전술 스킬을 최고급까지 찍은 거야?”

“국왕이라 그런가?”

“대형 길드 길마도 아닌 놈이….”

길마도 보통 전술 스킬 고급 이상으로 안 찍는데, 대체 뭔 짓을 했길래 전술 스킬을 최고급으로 찍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진짜 보면 볼수록 신기한 놈!

하지만 이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방어력이 50%나 증가했군. 판온 1 때 날 두 번 죽이긴 했지만 실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공격 속도가 40%나 오르다니… 판온 1때 내 장비를 다 뺏어갔지만 실력은 인정할 수밖에….’

‘스킬 쿨타임이 절반으로 줄다니, 판온 1때….’

“저 인간들 왜 저렇게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냐?”

“몰라. 우리 일이나 하자.”

-집단 성장의 가호!

-화려한 왕의 장벽!

-위대한 축복의 서사시!

-최상급 회복의 성가!

[……]

[……]

[……]

모인 랭커들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발타로르 성은 비록 워낙 던전이 사기적이라 깨지 못했지만, 여기는 밖이었다.

드넓은 필드를 활용해서 얼마든지 싸울 수 있는 것이다.

“가자!!”

“김태현 뒤를 쫓아라!”

“김태현 이 새끼야 같이 좀 가!”

타다다닷!

랭커들은 힘을 모아 평원을 내달렸다.

-1왕자 전하의 명령이다, 놓치지 마라!

백마를 탄, 판금갑옷으로 중무장한 기사단이 그 뒤를 쫓았다.

1왕자의 명령을 따르는 왕국 기사단!

“이다비! 저건 무슨 기사단이지?”

“백합 기사단이요! 평기사단원 레벨 650, 기사단원 십인대장 레벨 700….”

“싸울 상대가 아니라는 건 잘 알겠다!”

이세연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바로 시간 끌기에 나섰다.

수천 마리가 넘는 언데드 군단이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길을 막기 시작했다.

랭커들 중 다른 마법사들도 닥치는 대로 저주와 마법을 갈겨댔다.

“앞에 막혔다. 길 뚫는다!”

“도망칠 길 만들 때까지는 모두 버텨!”

혈전이 벌어졌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왕국 골르드 검술>에 당해 내구도가…]

[……]

랭커들은 파티 플레이와 각종 스킬들로 버텼다.

기사단이 뒤에서 쫓아오기 전에 병사들을 해치우고 빠져나가겠다!

그러나 태현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기사단이 쫓아오기 전까지 다 못 뚫는다.’

심지어 1왕자 병사들도 계속 몰려들고 있었다.

주변 랭커들은 아직 쌩쌩한 데다가 워낙 이름 높은 랭커들만 있어서 아직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태현은 먼저 직감했다.

수많은 난장판을 경험해 왔기에 가능한 예감!

이 때 해야 하는 건?

[카르바노그가 <아키서스의 영혼관>이냐고 묻습니다.]

‘아니. 그건 좀.’

[카르바노그가 폭탄 재고를 전부 다 터뜨리겠냐고 묻습니다.]

‘아니. 쟤네들 워낙 단단해서 꽤 버틸 거야.’

[카르바노그가 알았다고 외칩니다! 한 명을 희생시켜 <아키서스의 제물>을 쓰려는 게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한 명 죽여서 전원 버프 거는 사기적인 스킬, <아키서스의 제물>.

랭커가 희생하면 그 효과는 정말 어마어마하긴 할 것이다.

…물론 아무도 동의 안 해주겠지만!

‘아니. <화염 용오름 소환> 쓸 생각인데.’

-화염 용오름 소환!

[MP가 전부 소모됩니다! 전부 사용된 MP는 한동안 회복되지 않습니다.]

콰아아아아아-

“!??!”

“김태현! 뭐하냐!??!”

랭커들은 기겁했다. 갑자기 김태현 앞에서 거대한 화염이 미친 듯이 솟구치기 시작한 것이다.

-캬오오!

[레드 드래곤, 불불이가 <화염 용오름 소환>을 보고 감동 받습니다!]

[불불이의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불불이가 성장합니다!]

불불이는 눈빛을 빛내며 <화염 용오름 소환>을 보았다.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기겁해서 말리려고 들었다.

“불불아! 저건 사디크 스킬이야! 저런 거에 관심 가지면 안 돼!”

[카르바노그가 차라리 카르바노그 권능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불불이는 이미 사디크의 화염에 푹 꽂힌 모양이었다.

레드 드래곤의 속성과도 잘 어울리는 사디크의 권능!

콰르르르르!

[사디크의 화염이 이 주변에 거대한 용오름을 소환합니다!]

[모든 것이 불타고 파괴됩니다! 주의하십시오!]

“정… 정말 대단하십니다!”

신진 랭커 중 한 명이 감탄하며 외쳤다.

그는 태현 옆에 와서 놀라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근접 딜러 직업인 줄 알았는데 어떻게 저런 마법을 쓸 수 있는 겁니까? 저런 마법은 지금 최상위권 마법사 플레이어도 쓸 수 없을 겁니다. 어떻게 저런 화염 회오리를 통제할 수 있는 거죠?”

“어… 통제 못 한다.”

“…???”

“네?”

신진 랭커들은 귀를 의심했다.

아니 통제 못 한다고?

그런 걸 지금 소환한 거야?

그들의 예상을 파괴하는 태현의 말에, 랭커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역시 이래야 김태현이지!”

“믿고 있었다고, 이 개자식아!”

태현에게 당한 거 많은 랭커들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저런 즉흥적인 스킬을 과감하게 써버리는 게 김태현이었으니까!

-이런 미친놈아! 왜 광산을 무너뜨리는 거냐! 이 뒷수습을 어떻게 하려고!

-뭐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겠지. 하지만 너희 길드원들도 그럴 수 있을까?

자기의 능력을 믿고 위험한 상황에 뛰어들 수 있는 과감함!

그게 바로 태현의 능력이었다.

구세대 랭커들이 놀라지 않자, 신진 랭커들은 살짝 안심하며 물었다.

“아. 안 놀라는 걸 보니 예전에 몇 번 했던 모양이군요. 어떻게 하면 됩니까?”

“미친 듯이 뛰어야지! 뛰어!”

랭커들은 재빨리 탈것을 불러낸 다음 올라탔다.

화염 회오리가 자기를 공격하지 않기만을 빌며 도망칠 수밖에 없다!

“…!!!!”

* * *

[악명이 오릅니다!]

[악명이 크게 오릅니다!]

[악명이 미친 듯이 크게 오릅니다!]

‘알겠으니까 그만 알려줘도 되는데.’

태현은 용용이를 불러내서 올라탔다.

주변이 완전히 불바다였다.

사방팔방에 화염이 넘실거려서 한 치 앞도 분간이 어려운 상황!

다행히 용오름은 반대 방향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운이 좋군.’

-캬오오.

[레드 드래곤, 불불이가 <화염 용오름 소환>을 보고 깨달음을 얻습니다.]

[불불이의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불불이가 성장합니다!]

[불불이가 <사디크의 화염탄> 스킬을 익힙니다.]

‘…운이 나쁘군.’

사디크의 화염 스킬을 익혔다고 하니까 왜 이렇게 손해 본 기분일까?

“김태현! 왼쪽으로!”

“알겠어.”

태현은 이세연이 말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뒤에서 흑흑이를 타고 있는 이다비도 바짝 따라 붙었다.

불이 워낙 거세서 비행하는 쪽도 위험한 상황!

빠르게 빠져나가야 했다.

-이놈!!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왕국의 아키서스 교단을 뿌리부터 뽑아버리겠다!

뒤에서 1왕자가 협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현은 코웃음을 쳤다.

“뿌리 뽑을 곳도 없다는 게 아키서스 교단이다! 어디서 같잖은 협박을!”

“태현 님… 말하는 쪽이 슬퍼지는 그런 반박은 좀…! 에랑스 왕국에도 은근히 신전 있어요!”

태현은 아키서스 교단을 믿었다.

어지간한 악신 교단보다 더 끈질기고 음습한 놈들!

토벌을 한다 하더라도 지하로 숨어들어가 잘 버틸 것이다.

[에랑스 왕국 아키서스 교단이 지하로 숨어들어갑니다!]

[에랑스 왕국 아키서스 교단에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

[……]

* * *

태현과 랭커들은 미친 듯이 날았다.

빠르게 오스턴 왕국을 지나 아탈리 왕국까지 도착!

“후. 살았다.”

“암살자 놈들이 주기적으로 나타나긴 하겠지만 그 정도는 어쩔 수 없지.”

“다들 고생 많았어!”

서로 훈훈한 대화를 나누는 랭커들.

신진 랭커들은 태현을 보며 말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뭔 미친 짓인가 의심했었는데, 다 계획이 있으셨던 거군요.”

“거기서 과감하게 그런 스킬을 쓸 수 있는 게 강함의 비결이겠지?”

“맞아. 거기 계속 있었다면 붙잡혔을 거야.”

다른 랭커들은 그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

지금 잘 끝나서 훈훈한 분위기라고 저런 막말을 하다니!

운이 좋아서 지금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거지, 재수 없었다면 김태현 욕하면서 로그아웃당했을 것이다.

“우리가 잘 피한 거지 이것들아! 김태현 칭찬을 해??”

“양심이 없냐?!”

랭커들은 분노해서 따졌지만, 이미 태현에게 취한 신진 랭커들은 그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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