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241화 (1,240/1,826)

§ 나는 될놈이다 1241화

11행시 하게 된 랭커를 제외한 다른 랭커들은 불타는 눈빛으로 발타로르 성을 쳐다보았다.

내가 간다, 발타로르 성!

‘대체 안에 뭐가 있을까?’

‘공개 안 된 에랑스 왕국… 검이 좋겠는데. 레벨 제한 400 정도 걸리는….’

‘아무래도 갑옷이… 마법 방어 붙은 걸로.’

‘강력한 스킬책이었으면 좋겠군.’

각자 원하는 걸 떠올리며 랭커들은 앞으로 내달렸다.

20명이 넉넉해 보였지만 아니었다.

이세연의 글을 보고 올 랭커들 숫자 생각해 보면 매우 좁은 자리!

한시라도 빨리 들어가서 자리 잡아야 했다.

끼이이익-

안에서 열리는 문을 통과한 랭커들은 후다닥 들어갔다.

[에랑스 왕국 1왕자의 성, 발타로르 성에 입장합니다!]

“오오….”

“그런데 1왕자 성에 멋대로 들어가도 되나?”

“친밀도 좀 깎이면 그만이지.”

“하긴.”

랭커들은 1왕자를 그닥 두려워하지 않았다.

1왕자한테 밉보여봤자 에랑스 왕국 출입금지, 혹은 현상금 정도였는데….

여기 올 수준의 랭커들이면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괜찮은데?”

“안녕하십니까, 구독자 여러분. 오늘 랭커 XX의 방송에 와주셔서….”

“저놈 바로 방송부터 켜는 거 봐라.”

랭커들은 각자 주변을 둘러보며 떠들었다.

발타로르 성의 입구는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통로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거대한 원형 감옥이 나오고 살벌한 언데드들이 ‘와 죄수다!’ 하면서 외치고 다녔지만….

“다 왔어?”

“이세연. 저기 저 두 놈은 늦게 온 놈이니까 스무 명에 넣지 마.”

랭커 한 명이 잽싸게 고자질했다.

20명 밖으로 온 둘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치사한 새끼 같으니!

“이… 이세연. 우리까지만 끼워줘.”

“알겠어.”

“?”

“???”

이세연이 허락하자 다들 당황했다.

어?

왜 허락해 주지?

보통 ‘내가 왜? 미쳤어?’ 같은 소리를 하는 게 이세연인데?

“자. 여기 있는 놈들 파티 했지?”

이세연은 확인을 끝내자 문을 열었다.

[발타로르 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대 제국의 흑마법진>로 인해 데스 나이트들이 강화되어 있습니다!]

“오오…!”

“언데드 던전인가. 좋아.”

“장비 바꿨다. 한번 해보자고.”

“탱커들 앞으로! 사제들 버프 부탁한다!”

“준비되면 딜 넣을 테니까 신호 줘!”

랭커들은 방금 만났는데도 능숙하게 합을 맞췄다.

파티 플레이를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라 가능한 솜씨!

이런 기본적인 파티 플레이는 눈 감고도 할 수 있었다.

“야. 데스 나이트들 상당히 세 보이는데?”

“흥. 세봤자 몬스터지.”

랭커 중 한 명이 코웃음을 쳤다.

여기 모인 랭커들은 한 명 한 명이 이름이 쟁쟁한, 나름 상위권 랭커들이었다.

그런 놈들이 파티를 짰다!

게다가 이세연도 있었다.

아무리 이 던전이 강하다 하더라도 밀릴 것 같지는 않았다.

바로 깨고 성 안의 비밀을 탐색하리라!

“돌격! 돌격!!”

-거대 지진의 습격!

-불타는 사자의 검!

-영원한 빛의 순환!

콰콰콰콰콰쾅!

섬광과 화염이 번쩍이고 성 안이 울리기 시작했다.

랭커들이 작정하고 공격을 하자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그러나….

[<고대 제국의 흑마법진>의 힘이 데스 나이트들을 보호합니다!]

[치명타가 실패합니다!]

[<발타로르 성의 저주>가 데스 나이트들을 강화시킵니다!]

[<고대 제국의 경보>가 울립니다! 데스나이트들의 스탯이 증가합니다!]

[<고대 제국의…]

[……]

순식간에 미친 듯이 뜨는 메시지창.

이 순간 랭커들의 본능이 경고를 울리기 시작했다.

뭔가….

뭔가 잘못 건드린 것 같다!

현재 플레이어들의 수준으로 건드릴 수 없는 던전에 발을 디뎠을 때 느끼는 감각!

-습격자다!! 습격자다!!

-죄수를 빼내려는 습격자가 성에 들어왔다!!

-감히 죄수를 빼내려고 하다니!!! 천벌을 받을 놈들!!!

데스 나이트들은 울부짖었다.

-고라키 님! 고라키 님!

-무슨 일이냐!

-습격자입니다! 죄수를 빼돌리려는 습격자!

-아니 감히!

고라키는 바로 검을 뽑고 달리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죄수가 한 명, 아니 두 명밖에 없긴 했지만….

“막아! 심상치 않다!”

“공격 넣어!”

수십 가지 마법이 순식간에 날아들어 고라키를 집중적으로 때렸다.

랭커들도 고라키가 이 간수들의 대장이란 걸 깨달은 것이다.

[<최상급 화염 투창>이 통하지 않습니다!]

[<프라이저의 오색 화살>이 통하지 않…]

[<상급 마나 충격파>가 통하지…]

[……]

그러나 고라키는 모든 공격을 튕겨내고 돌진했다. 탱커들은 직감적으로 일이 꼬였다는 걸 느꼈다.

콰당탕탕!

[고대 제국의 간수장, 파멸의 기사 고라키가 <고대 제국 기사의 돌진>을 사용합니다!]

[둠 나이트의 <파멸의 오오라>로 인해 전체 능력치가…]

[둠 나이트의 <죽은 자의 기세>로 인해…]

“망했다! 뒤로 빠져!”

“공격대 다 죽겠다!! 후퇴해!”

랭커들은 그 쌓은 경험만큼이나 상황 판단이 빨랐다.

설마 아무리 강한 던전이라도 1층도 못 뚫고 바로 튕겨 나올 줄은 몰랐지만, 지금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상 무조건 빠져야 했다.

“튀어! 튀어!”

“뒤로 물러서!!”

“근데 이세연 어디 갔냐?”

* * *

“그런데 이세연 씨. 도와주시는 건 감사한데 이렇게 도와주셔도 괜찮나요?”

이다비는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랭커들이 나중에 속은 걸 알게 되면 이세연한테 화를 낼 수도 있을 텐데….

“상관없죠. 어차피 눈치 못 챌 거고… 눈치채더라도 자기들 잘못인데. 전 거짓말 한 거 없어요.”

이세연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그냥 발타로르 성이 열렸다고 말했을 뿐!

랭커쯤 됐으면 던전을 깰 때 자기가 책임을 져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랭커의 자격이 없었다.

‘와. 말하는 게 태현 님이랑 똑같…?’

이다비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태현이 앞에서 달려왔다.

“헉, 헉….”

등에는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을 한 시체가 업혀 있었다.

“…….”

“…….”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세연과 이다비는 아찔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범죄자 같아!

“이다비! 토왕이 꺼내!”

“네!”

태현은 에랑스 국왕의 시신을 토왕이 안에 집어넣었다.

토왕이는 ‘이제 하다 하다 이런 것까지 집어넣냐’고 눈빛으로 비난했다.

아주 갈 데까지 가는구나!

“됐다. 빠져나가자. 나 스킬 있는 대로 다 써서 쿨타임 좀 가져야 해. 저주도 많이 맞았고….”

1층에서 그렇게 어그로를 끌었는데도 성 안을 빠져나오는 건 정말 힘들었다.

게다가 태현은 에랑스 국왕 시신까지 들고 나와야 하는 상황.

몇 배로 힘든 난이도였다.

태현이 <아키서스의 화신>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

‘후. 권능 스킬 닥치는 대로 써서 빠져나왔네.’

* * *

“비켜라!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아니, 귀족님 어떻게 나오신 겁니까!

-지금 탈옥한 죄수한테 님을 붙이면 어떡하나! 막아!

“<아키서스의 저주>!”

-세상에! 저 귀족, 아키서스 신도였어!

-그것도 수준이 매우 높다! 모두 주의해! 아키서스 신도다! 모두에게 알려!

-빌어먹을! 어떻게 감옥에서 빠져나왔나 했더니…!

데스 나이트들은 이를 갈았다.

고대 제국 출신인 그들은 아키서스 교단에 대해 아주 잘 알았다.

아키서스 교단이라면 감옥에서 빠져나가도 이상할 게 없다!

-발을 묶어! 고라키 님이 올 때까지!

-저주를 날리겠습니다!

“나 아키서스 교단 아니다!”

-어? 아니라는데요?

-헛소리에 속지 마!

‘젠장.’

고대 제국 간수들은 아키서스 교단 상대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평타 대신 무조건 명중하는 스킬 위주 날려서 발 묶기!

[<고대 제국 간수의 사슬>이 이동 속도를…]

[……]

[……]

-아키서스의 주사위, 아키서스의 돌격!

-이 빌어먹을 아키서스 교단은 법적으로 금지해야 해!

-입구를 막아! 못 지나가게 해!

“…봐라! 여기 죄수가 있다!”

길이 막히자 태현은 이미 죽은 국왕의 목에 칼을 겨누고 인질극을 펼쳤다.

“안전히 모셔야 할 죄수가 다친다면 너희들의 책임이다!”

-…아니!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명예롭게 행동하십시오!

“시끄럽다! 아키서스 교단에 명예는 무슨!”

-…….

-…….

데스 나이트 간수들은 할 말을 잃었다.

하긴 그건 그래!

“비켜라! 비키지 않는다면 베겠다!”

-크으윽!

[설득에 성공…]

[……]

* * *

권능 스킬은 물론이고 인질극까지 펼쳐야 했으니….

[저주의 후유증으로 인해 이동 속도가 내려갑…]

“가만히 있어 봐. <고대 저주 해제>.”

이세연은 지팡이를 휘두르더니 마법을 사용했다.

네크로맨서는 회복 스킬이 거의 없지만 저주는 예외였다.

워낙 저주 관련 스킬이 많다 보니 저런 스킬도 있는 것!

[저주가 사라집니다.]

“오오… 그 스킬 어디서 배울 수 있어?”

“직업 스킬이니까 꿈 깨. 움직이자.”

1층은 난장판이 된 상황.

태현 일행은 그 사이를 뚫고 빠져나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위에서 끔찍한 울부짖음 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무슨 소리야, 김태현?”

“1왕자가 상황 깨달은 거지.”

“상황 깨달았다고 저렇게 미친놈처럼 소리를 질러?”

“그야 내가 국왕 데리고 간다고 써놨거든. 쫓아오면 국왕의 목숨은 없다고 말해놨어.”

“…!”

태현은 침대 위에 친절하게 남겨 놨다.

에랑스 국왕은 아탈리 국왕이자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인 내가 모셔가서 잘 보살피고 있겠다고!

1왕자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계획 자체가 망가지는 것이다.

-잡아!! 절대 도망치지 못하게 해!

“튀어!”

태현 일행은 바로 탈것부터 불러냈다. 일단 무조건 태현의 왕국 쪽으로 튀어야 했다.

1왕자의 친위대를 상대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던 것이다.

“이세연! 우리가 너무 늦은 건 아니지??”

“…….”

상황 파악 못하고 뒤늦게 온 랭커들이 해맑게 말했다.

“앗. 김태현이잖아?”

“김태현도 발타로르 성 던전 파티에 끼나?”

“나쁠 거 없지. 솔직히 김태현 정도면 서너 사람 몫은 할 거 아냐.”

“이세연! 우리도 파티에….”

1왕자는 성벽 위의 첨탑에 올라가더니, 굶주린 혼돈의 힘을 빌려 외쳤다.

-들어라! 내 부하들아! 저 파렴치한 놈을 당장 잡아라! 저놈이 감히….

외치려던 1왕자가 멈칫했다.

태현이 국왕을 데리고 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자기가 한 일도 드러난다!

태현이 국왕을 데리고 있었으니, 국왕이 만약 1왕자가 한 일을 말하기라도 한다면….

-…감히… 감히….

“감히 뭘? 왜 말을 못하냐?”

태현은 상황을 깨닫고 1왕자를 비웃었다.

생각해 보니 1왕자가 지금 매우 아쉬운 입장!

“들어라! 모든 에랑스 왕국의 귀족들과 기사들아! 1왕자는 사악한 굶주린 혼돈과 계약하고 그 힘을 빌려 왕국을 지배하려고 한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평원 전체에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

[……]

근처에 있던 1왕자의 군세들과, 태현을 따라왔던 베스고 백작의 기사들도 멍하니 있다가 듣고 퍼뜩 놀랐다.

아니 저게 뭔 소리야?

“나는 놈의 성에 들어가서 그 음모를 발견했다! 놈은 지금 그걸 보고 날 죽이려고 하는 거다!”

-저놈을 잡아 죽여! 명령이다!

-왕자 전하, 저희는 성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저희의 맹세는 이 성을 지키는 겁니다.

고라키는 정색하고 선을 그었다.

아무리 열쇠 있어도 시킬 수 있는 건 딱 정해져 있는 것이다.

1왕자는 분노하며 바깥의 부하들을 불렀다.

-저놈을 잡아!! 명령이다!

“…상황이….”

“미쳐 돌아가는 것 같은데….”

랭커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 쪽에 끼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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