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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39화 (1,238/1,826)

§ 나는 될놈이다 1239화

-지옥 마력의 까마귀 소환.

이세연이 스킬을 사용하자 까마귀 몇 마리가 마법진에서 나타났다.

-상급 언데드 은신.

그 까마귀가 곧바로 투명해졌다. 매우 실용적인 스킬에 태현은 부러워했다.

‘나도 저런 거 있으면 좋겠군.’

이놈의 느부캇네살 흑마법은 후계자라고 해놓고 준다는 게 쓸데없는 랜덤 흑마법이니….

태현이 이세연을 존경스럽다는 듯이 쳐다보자, 이세연은 의아해했다.

방금 한 것에서 저런 눈빛을 보여줄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가장 기초적인 콤보였는데….

‘왜 저렇게 쳐다보는 걸까?’

* * *

-제국의 간수장, 고라키 님을 찬양하라!

-제국의 간수장, 고라키 님을 찬양하라!

성 1층의 홀에는 수상쩍은 노래와 함께 데스 나이트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고라키 님의 하수인! 제국의 이름으로 죄수들을 감시한다네!

-어떤 놈들도 이 성을 빠져나갈 수는 없지!

데스 나이트들은 보통 정예가 아니었다.

언데드 몬스터 중 강력한 놈을 꼽으면 나오는 게 데스 나이트였지만, 같은 데스나이트여도 그 수준이 제각각인 것이다.

상급, 중급, 하급인 등급부터 시작해서 <재빠른>, <사악한>, <마력 넘치는> 같은 앞에 들어가는 수식어.

거기에 주인이 누군가에 따라 또 달라졌다.

느부캇네살이 부리는 데스 나이트쯤 되면 상위 개체인 둠 나이트나 어비스 나이트 정도로 강력해지는 것이다.

이세연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데스 나이트들이 엄청나게 강화되어 있어!’

[발타로르 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대 제국의 흑마법진>로 인해 데스 나이트들이 강화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이세연은 상황을 깨달았다.

이 성 자체에 고대 제국부터 내려오던 마법진이 있어서, 몬스터들이 미친 듯이 강해지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난이도의 던전!

-고라키 님! 죄수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지. 내일은 죄수가 들어올 거다!

-우리는 고라키 님의 하수인! 제국의 이름으로 죄수들을 감시한다네!

-내일은 죄수가 들어오겠지!

“…???”

이세연이 당황스러워하자 태현이 옆에서 물었다.

“왜 그래? 몬스터가 많아? 난이도가 높아?”

“아니… 여기 좀 이상해.”

성 1층, 2층, 지하, 다 확인해 봤는데 그 드넓은 감옥에 죄수 하나 없이 데스 나이트들만 우글거렸다.

얘네들이 뭘 지키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던전의 목적이 뭐지?’

“그냥 지키는 걸 좋아하는 거 아닐까?”

“…김태현. 농담 재미 없어.”

“아니, 진지하게 한 말인데.”

고대 제국 시절부터 내려오던 NPC들을 상대한 경험이 많은 태현이었다.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같이 다들 정신이 좀 나가 있다는 점이었다.

“고대 제국 시절에 성 지키라고 맡았는데, 죄수들 다 죽고 그 이후로 계속 지났으면 저럴 수 있어.”

“말… 이 되긴 하는데….”

이세연은 태현의 말에 이상하게 설득되는 것을 느꼈다.

개소리도 태현이 말하면 그 무게감이 다르기도 했고….

확실히 다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던 것이다.

“성 구조가 위에도 있지? 최상층 가봤어?”

“최상층은 아예 들어갈 수가 없게 되어 있어. 완전히 언데드 밭이라서.”

“그러면 국왕이 있다면 거기 있겠네요. 뚫을 수 있을까요?”

“너하고 내가 가진 스킬 다 쏟아붓고 하면….”

이세연은 손가락을 접으며 계산에 나섰다.

적 언데드들의 숫자부터 시작해서 강화된 레벨까지 계산해 보면….

“힘으로는 힘들 거 같은데. 파티 모집해 볼까?”

“파티라니?”

“그야 랭커들은 발타로르 성 들어왔다고 하면 다들 올 테니까?”

이세연의 말에 태현과 이다비는 경악했다.

아니…!

그런 방법이…!

“…제발 평범한 말 하는데 그렇게 놀라지 말아줄래? 놀리는 거 같단 말이야.”

“아니. 정말 감탄하고 있었어. 그런 방법이 있었군.”

“저희는 그런 방법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

랭커들을 저렇게 편하게 불러낼 수 있다니!

태현과 이다비는 협박을 해서 불러내야 하는데….

“일단 내가 <고대 제국의 은인>부터 시작해서 고대 제국의 후계자 퀘스트도 일단은 진행 중이니까 말을 걸 수는 있어.”

고대 제국 관련 퀘스트를 한 덕분에 태현은 일단 고대 제국 NPC들에게 말을 붙일 수는 있었다.

그 다음이 문제였지!

“응? 김태현 너도 그 퀘스트 받았구나?”

이세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언제부턴가 랭커들 사이에서 떠돌던 퀘스트!

-웬 미친 고대 제국 출신 죄수 놈들이 와서 괴롭힌다!

-우리보고 고대 제국 부활할 자격이 있냐 없냐 판단하겠다고….

-개또라이들이야! 조심해라. 나 퀘스트 깨는데 이 XXX들이 와서 방해하는 바람에 다 망함.

-그래도 전설 퀘스트인데 좋은 거 아닌가?

-야. 저거 쓰레기 퀘스트야. 판온 한두 번 해보냐? 등급만 높다고 속지 마.

고대 제국 출신 죄수들이 ‘네가 고대 제국을 부활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면서 괴롭히는 이상한 퀘스트!

그 퀘스트를 당해 본 랭커들은 치를 떨었다.

“…물, 물론이지. 아주 미친놈들이었어.”

“왜 말을 더듬어?”

* * *

-김태현. 무리하지 말고 이상하다 싶으면 무조건 뒤로 물러서. 파티원들이 있다는 거 잊지 말고.

-알겠어. 알겠어.

태현은 생소한 기분으로 앞으로 나갔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걱정!

보통 태현 파티에서 태현은 누군가를 걱정해 주는 입장이었다.

-케인. 너는 팔이 여섯 개인데 대체 왜 딜을 맞는 거냐? 응? 방패를 쓰라고. 방패는 폼이야?

-케인. 내가 너보다 앞에서 싸웠는데 왜 네 HP가 더 깎여 있는데? 내가 50% 이하로 깎이지 말라고 말했지? 고기 반찬 압수다.

-케인. 이번에는 왜 이렇게 잘한 거지? 너 뭐 잘못 먹었냐?

등등 이런 식으로 걱정만 해왔던 입장!

그런데 이렇게 걱정을 받는 입장이 되니 기분이 묘했다.

-이세연?

-왜?

-고맙다고.

-…….

-??

대답이 없자 태현은 의아해져서 물었다.

-이세연?

-태현 님. 이세연 씨한테 무슨 소리를 했길래 왜…?

* * *

“제국의 간수장, 고라키 님을 뵈러 왔다.”

-!!!!

-죄수다! 죄수!

-내, 내가 가둘 거야! 내 방에 가둔 다음 아주 잘 길러줄 거야.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불어주고 겨울에는 따뜻한 이불을….

-비켜! 내가 가둘 테니까!

데스 나이트들은 헉헉대며 태현을 쳐다보았다.

기나긴 시간 동안 죄수를 받지 못해 금단 증상이 일어난 기사들!

그들은 어떻게든 자기 감방에 죄수를 넣고 싶어했다.

“난 죄수가 아니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매우 높은 명성을…]

[칭호…]

[……]

[고대 제국의 귀족으로 인정받습니다!]

-에이… 죄수라고 해주시면 안 됩니까?

-어허. 말조심해.

-크윽. 왜 우리만 죄수가 없는 거야….

[카르바노그가 이렇게 죄수를 가두고 싶어 하면 그냥 골짜기로 데리고 가자고 말합니다.]

“!”

태현은 카르바노그의 의견에 놀랐다.

아니 그런 방법이?

지금은 물론 방법이 보이지 않았지만, 어떻게 해서 골짜기로 데리고 가면….

[카르바노그가 농담이었다고 말합니다. <아키서스의 대감옥> 같은 끔찍한 건축물은 만들지 말라고 말합니다.]

“!”

아니 그런 방법이?

지금은 물론….

[카르바노그가 그만하라고 정색합니다!]

‘알겠어. 알겠어.’

-따라오십시오. 고라키 님은 정오에 나와서 한 번 점검을 하시고는 위로 올라갑니다. 곧 나오시겠군요.

[고대 제국의 간수장, 파멸의 기사 고라키를 마주합니다!]

[둠 나이트의 <파멸의 오오라>로 인해 전체 능력치가…]

[둠 나이트의 <죽은 자의 기세>로 인해…]

[……]

[……]

공포 저항 빼고 나머지 전부 다 디버프 걸리는 미친 압도감!

‘이 자식 왜 여기 있어?’

스펙만 보면 이런 성에서 간수장을 할 게 아니라 무슨 대장군으로 뛰어야 할 것 같은데….

-충성! 제국의 간수장, 고라키가 충성을 바칩니다!

“앗.”

태현은 고라키의 반응에 당황했다. 그리고 1초만에 머리 회전을 끝냈다.

‘뭐야. 고대 제국 귀족이면 다 충성을 바치는 건가?’

“위로 안내해 주겠나?”

-그럴 수는 없습니다!

“…….”

순식간에 깨진 충성심!

“아니… 충성을 바친다면서….”

-이 위는 열쇠를 가진 분에게만 허락되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고라키는 공과 사가 철저한 NPC였다.

발타로르 성의 1층 이상은, <발타로르 성의 열쇠>를 가진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고대 제국 귀족이라 하더라도 입장 불가!

“그러면 그 열쇠를 가지고 오면 허락해 주는 건가?”

-그렇습니다!

“…….”

1왕자가 갖고 있겠군!

“위에 1왕자 전하가 계신가?”

-그렇습니다! 1왕자 전하를 뵈러 오신 겁니까?

“아. 아니야. 1왕자 전하를 방해하고 싶지 않군. 혹시 1왕자 전하가 누구를 데리고 오지 않았나?”

-예. 늙은 노인 한 명을 데리고 왔습니다. 죄수라고 하길래 최상층의 감옥을 내주었습니다.

“데리고 와줄 수 있나?”

-그럴 수는 없습니다.

[고라키가 거부합니다!]

[고라키는 성의 규칙에 어긋나는 명령은 절대 따르지 않습니다.]

[설득에 실패합니다.]

‘아니 뭐 이런 놈이 있나?’

태현은 살짝 자존심이 상했다.

이제까지 태현이 입을 열면 통하지 않던 NPC가 없었는데….

‘1왕자는 최상층에 있고, 어차피 얘를 따돌리고 들어가 봤자 안에는 최정예 언데드들이 득시글거리고….’

태현은 고민했다.

고라키가 거부하지 않을 명령 중에서, 어떻게든 허점을 찔러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니면 최소한 국왕이 있는 곳으로 안내라도 하던가.

“그 노인은 왜 최상층에 가둔 거지?”

-귀한 신분일수록 위에 가둡니다.

“…나는 만약 갇히게 되면 어디에 갇히게 되나?”

[명성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칭호가…]

[……]

[……]

[……]

[……]

‘아니 왜 이렇게 메시지창이 많이 나와?’

태현은 순간 긴장했다.

‘아키서스라면 징역이 아니라 사형!’ 같은 소리가 나올까 봐!

물론 고라키는 그런 상식 밖의 소리를 하지는 않았다.

-각하께서는 최상층에 갇히게 됩니다.

“그렇군. 사실 나는 범죄를 저질렀어.”

-예?

“제국 황제를 암살 시도했네.”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고라키는 황당해했다.

그랬다면 고라키가 몰랐을 리가 없는 것이다.

“암살 시도했다니까! 지금 자백을 무시하나?”

-…알겠습니다. 체포해서 데리고 가겠습니다.

* * *

[<고라키의 수갑> 스킬이 시전됩니다!]

[<고라키의 속박> 스킬이…]

[<고라키의 봉인>…]

철커덩!

최상층의 독방 중 하나에 태현을 던져 넣은 다음, 고라키는 각종 봉인 스킬들을 시전했다.

제국 간수장만 쓸 수 있는 강력한 봉인기!

어지간한 랭커들도 옴짝달싹 못 할 스킬들이었다.

하지만….

[회피에 성공합니다!]

[회피에…]

[……]

‘내가 아키서스의 화신이란 건 몰랐나 보군.’

아키서스의 화신은 사실 탈옥에 최적화 된 직업이었다.

감옥의 각종 디버프와 봉인기 대부분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발타로르의 감옥 문>을 부술 수 없습니다!]

[<발타로르의 감옥 문>을 열 수 없습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다음 장애물은 감옥 문.

고대의 망치도 버텨내는 무시무시한 내구도에 태현은 고민했다.

마법도 금지된다지만 사실 어차피 마법은 쓸 것도 없었고….

하지만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토끼 변신!

슈슈슉-

태현은 작아진 몸으로 순식간에 창살 사이를 통과했다.

[카르바노그가 자신의 권능이 가진 위대함을 이제 좀 알겠냐며 으쓱거립니다.]

‘…그, 그래.’

이 성을 만든 사람도 설마 카르바노그의 권능 때문에 문이 뚫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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