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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38화 (1,237/1,826)

§ 나는 될놈이다 1238화

“도랑고가 아니라면 인정할 수 있지.”

“도랑고 놈이 그럴 리가 없어서 좀 수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가신들 사이의 친밀도가 크게 오릅니다!]

[……]

[……]

사기치다 걸렸는데도 다들 기뻐하는 특이한 현상!

이세연은 슬슬 이 현상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으음. 이게 김태현의 플레이….’

“안 놀라시네요?”

“후. 이 정도야 뭐… 별로 놀랍지 않아서요.”

이세연의 허세에 이다비는 존경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그녀는 태현과 같이 다니면서 익숙해지기까지 훨씬 더 오래 걸렸던 것이다.

최상위권 랭커는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난 아직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아서 기사들을 지휘하기 힘드네. 자네가 대신 지휘해 주게.”

[친밀도가 매우 높습니다.]

[명성이 매우 높습니다.]

[……]

[베스고 백작이 당신에게 지휘권을 넘깁니다!]

[베스고 백작 기사단을 지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요새 함락-에랑스 왕국 전쟁 퀘스트>

베스고 백작은 사악한 오스턴 왕국의 전사들이 꾸민 계략에 빠져 크게 부상을 입었다.

부활초로 인해 회복하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돌아다니지는 못하는 수준.

그러나 백작을 구하기 위해 온, 영웅의 얼굴을 갖고 있는 당신이 이 자리에 있다!

베스고 백작은 진실된 영웅의 얼굴과 영혼을 가진 당신이라면 기사들을 지휘해 요새를 함락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백작의 기사를 지휘해 요새 다섯 개를 함락시켜라!

보상: ?, ???, 에랑스 왕국 상급 귀족의 증표.

베스고 백작이 태현을 보고 ‘너무 영웅답다!’라고 착각하는 건 당연했다.

명성과 신성 스탯이 어마어마하게 높았으니까!

이세연도 태현의 명성 스탯을 따라오지는 못할 수준이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 처음 만났으면서….’

이세연은 베스고 백작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변장이 걸렸으면 화를 내야지 왜 부하들을 넘기는 건데?

-에랑스 왕국 상급 귀족의 증표가 뭐지?

-신분증 같은 거예요. 왕자들이나 그런 사람들 만날 수 있는.

-아. 귀족 신분증… 이거 갖고 있으면 다른 귀족인 척할 수 있겠다. 그치?

-…….

-…….

바로 사용법이 튀어나오는 태현의 말에 둘은 침묵했다.

정말 1초도 안 걸렸어!

“그런데 백작님. 지금 3왕자님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

“왜? 멀쩡하시기만 한데.”

“…?”

셋은 당황했다.

아니… 멀쩡하다고?

‘갑옷을 못 벗고 있는데 뭐가 멀쩡하다는 거지?’

‘멀쩡하다의 정의가 다른 거 아니야?’

“아니, 3왕자님께서 성격이 좀 난폭해지고 거칠어지지 않으셨습니까?”

“그게 다 영웅이 되는 과정인 거지.”

“아….”

태현은 그제야 베스고 백작과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예전에 3왕자에 대해서 했던 대화!

-뭐 굳이 따지자면 성격이 오만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존중하지 않으시고 가끔 눈이 뒤집히시면 몇몇 하찮은 놈의 목을 날릴 때도 있긴 하지만 그걸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이런 3왕자였으니 저주 받은 갑옷 입고서 성질 더러워졌다고 해서 더 이상해지진 않는 것이다.

게다가 베스고 백작은 ‘영웅은 원래 사람 좀 터뜨리면서 호탕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NPC.

“흠. 확실히 3왕자님은 멀쩡한 게 아니라 좀 더 영웅다워지셨습니다.”

“역시 자네라면 알아볼 줄 알았네.”

-거기서 동의를 하면 어떡해!?

이세연은 당황해서 태현을 불렀다.

설득해도 모자랄 상황에 기름을 붓다니!

-아니. 보니까 설득 될 사람이 아닌 거 같아서.

“안 그래도 3왕자님 밑에서 일하게 됐는데, 충성을 다해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역시!”

베스고 백작은 태현의 말에 감동했다.

어디서 이런 영웅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단 말인가?

최근 대륙에는 혼란스러운 일들이 많았다.

악마들이 들끓고, 악신 교단은 일어나고, 웬 듣도 보도 못한 모험가 놈들이 자기가 왕이라고 우겨대고….

하지만 이런 영웅을 보니 희망이 생겼다.

“그래. 자네라면 요새도 필요 없지.”

[퀘스트가 변화합니다!]

[<요새 함락> 퀘스트가 <베알 성 함락> 퀘스트로 변합니다!]

베알 성.

국경지대의 유명한 성 중 하나!

길드 동맹도, 미다스도 원하고 있기에 정말 서로의 피로 물든 성이었는데….

-지금 베알 성 상황이 어떻지?

-저번에 몇 번 공략이 실패하고 나서 한동안 조용한 상태에요. 현재는 길드 동맹이 점령한 상태고요.

하도 서로 뺏고 뺏기다 보니 주인이 누군지도 헷갈렸다.

지금 주인은 길드 동맹.

그리고 길드 동맹은 절대 뺏길 수 없다는 듯이 길드원들을 밀어 넣고 있었다.

이다비가 주는 영상을 본 태현은 혀를 내둘렀다.

‘와. 쑤닝 놈. 작정을 했구나.’

랭커가 열 명도 넘고 길드원들이 수백, 아니 수천은 되어 보이는데….

거기에 NPC들까지 추가하면?

아무리 태현이라도 함락 불가능!

-…김태현. 너 혼자서 공격하는 게 아니라, 왕국군도 있잖아.

-아. 그랬지.

무의식적으로 혼자서 공격할 계획을 세운 태현!

확실히 살벌한 에랑스 왕국 기사들과 병사들의 지원이 있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달라질지 몰랐다.

-태현 님. 여기 지하에 흑마법사들이 악마 소환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맞아.

악마 공작, 아다드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소환 마법진!

그 마법진으로 인해 마계의 악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이다.

베알 성은 정말 마경 중의 마경이었다.

설명을 다 들은 이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은 퀘스트네.

난이도 높은 퀘스트는 랭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퀘스트였다.

이 퀘스트를 보면 길드 동맹 플레이어들부터 시작해서 악마들까지 다 잡을 수 있었다.

경험치를 올리기 너무 좋다!

-김태현. 이 퀘스트는 해야 하지 않아?

-…난 이런 퀘스트로 만족하지 않는다!

-?!?

태현의 말에 이세연은 깜짝 놀랐다.

이…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이 정도 퀘스트면 충분히 할 만하지 않아? 경험치도 그렇고 꽤 나올 것 같은….

-확실히 이런 퀘스트는 아쉽긴 하겠네요.

-?!?!

두 배로 충격!

이세연이 충격에 어질어질해하는 사이, 태현은 베스고 백작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 중요한 건 이런 하찮은 퀘스트가 아닌 국왕 위치 확인!

“그런데 백작님. 혹시 국왕 폐하가 어디 계신지 아십니까? 병에 걸리셨다는데 제가 뵙고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자네….”

베스고 백작은 태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태현은 들켰나 싶어 긴장했다.

“나를 치료한 것도 모자라 국왕 폐하까지 치료하려는 건가? 정말 감동적이군!”

“…….”

이세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의심 좀 해라!

표정을 보니 태현이 보증 좀 서달라고 해도 1초 고민하고 설 것 같은 친밀도였다.

대체 태현하고 무슨 사이길래 저렇게 철석같이 믿어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현재 친밀도가 매우 높습니다.]

[에랑스 왕국의 비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3왕자가 대답해 주지 않은 것과 달리, 베스고 백작은 태현을 매우 신뢰했다.

그는 호탕하게 입을 열었다.

“이건 나도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절대로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되네.”

“물론입니다. 백작님. 저희끼리만의 비밀로 지키겠습니다.”

[카르바노그가 베스고 백작을 참 안쓰러워합니다.]

사람이 레벨 700, 800 넘는 마검사면 뭐한단 말인가.

저렇게 뇌까지 근육으로 가득 차서야….

“사실 1왕자 전하께서 모시고 있다는 말을 얼핏 듣긴 했네.”

“!”

[에랑스 왕국 지도가 추가됩니다!]

[현재 1왕자의 위치가…]

[……]

[……]

“1왕자 전하께서는 마음이 약하고 사람이 좀 우유부단해서 폐하를 모시고 있는 거겠지.”

“?”

태현은 순간 백작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모시고 있으면 좋은 거지 왜 욕을…?

“그렇군요. 어쨌든 백작님. 부하들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제가 공을 세우고 오겠습니다.”

“자네만 믿고 있겠네!”

* * *

-모험가님. 왜 이쪽으로 가는 겁니까?

“베알 성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답이 있다. 날 믿고 따라와라.”

[최고급 전술 스킬을…]

[최고급 화술…]

[……]

[기사들이 당신의 말을 믿고 따릅니다!]

[기사들의 신뢰도가 아주 조금 하락합니다.]

뻔히 보이는 베알 성을 내버려 두고 갑자기 다른 곳으로 쭉쭉 올라가는 태현의 지휘에, 베스고 백작의 기사들은 당황스러워했다.

-왜 이쪽으로 가는 거지?

-여기에 뭔가 있나?

-그래도 베스고 백작님께서 믿고 맡긴 모험가인데….

“김태현. 이거 뒷수습 가능하겠어…?”

이세연은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국왕만 찾으면 수습 가능해.”

이세연은 ‘못 찾으면?’이라고 물어보려다가 말았다.

별 의미가 없는 질문이었기 때문이었다.

“베스고 백작의 이름으로 1왕자 전하를 뵈러 왔다!”

“엇, 그, 그렇군요! 이리로 오십시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1왕자의 시종도 베스고 백작의 이름을 대자 금세 납득하고 물러섰다.

순식간에 도개교가 내려오고 성문의 문이 열렸다.

끼이이이익-

[에랑스 왕국 1왕자의 성, 발타로르 성에 입장합니다!]

[플레이어 중에 처음으로 발타로르 성에 입장했습니다. 칭호, <발타로르 성의 입성자>를 얻습니다.]

[명성이…]

[……]

[……]

“?”

태현은 멈칫했다.

에랑스 왕국은 무슨 새로운 대륙이 아닌, 플레이어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왕국.

…근데 플레이어 중에 처음으로 입장했다고?

-여기 발타로르 성이었어?!

-죄, 죄송해요! 먼저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이세연과 이다비는 이미 알아차렸는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발타로르 성이 뭐길래?

-에랑스 왕국에서 아직 플레이어들이 한 번도 못 들어간 성들 중 하나야.

에랑스 왕국은 넓었고 아직 플레이어들이 들어가지 못한 지역이나 던전들도 꽤 있었다.

발타로르 성도 그중 하나였다.

아직 어떤 플레이어들도 입장 허가를 얻지 못한 성!

-대체 어떤 성이길래 이렇게 못 들어가게 하는 걸까?

-겉모습은 무슨 감옥처럼 칙칙한데….

-내가 <발타로르 성 역사서> 찾아서 읽어봤는데, 예전부터 귀족들 가두는 감옥 같은 성이었다더라. 안에는 원한 섞인 언데드들이 가득하대.

-오. 레벨 업하기 좋겠는데.

-그뿐만이 아니라 귀족들이 가진 보물들까지 있다는 거야.

-오오…!

-근데 그런 던전이 아무 경비도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 뭔가 있지 않을까?

-그러게. 문지기 역할하는 보스 몬스터가 있지 않을까?

…아직 입장한 플레이어가 아무도 없기에 추측만 무성했다.

그런데 이렇게 들어오게 되다니.

‘대체 얘는….’

이세연은 이마에 손을 댔다.

무슨 전설 퀘스트나 미공개 지역을 이렇게 숨 쉬듯이 들어가는 거야!

“1왕자가 왜 이런 곳에 머무르는 걸까요? 밖에 자기 군대들도 있는데?”

“굶주린 혼돈과도 계약했고 아마 찔리는 게 많아서 아닐까 싶은데.”

1왕자 세력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은 저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1왕자는 성 안에 있다니.

아무리 봐도 뭔가 수상쩍었다.

“…그보다 성 안의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어. 내가 언데드를 소환해서 보내볼게.”

“앗. 그런 방법이….”

“정말 좋은 생각인데?”

이다비와 태현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세연은 그런 것도 되는구나!

진심으로 감탄하는 둘의 태도에 이세연은 황당하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정찰하려고 했었는데?”

“변장한 다음 가서 말 걸….”

“지금 언데드 보낸다?”

“네. 그러세요.”

태현은 살짝 아쉬워했다.

이 방법도 나름 괜찮은 방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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