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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36화 (1,235/1,826)

§ 나는 될놈이다 1236화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

“뭐가?”

“같은 팀인데 예비로 돌리면….”

“괜찮아.”

이세연은 태현이 상처를 받았을까 봐 걱정했다.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국가대표팀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멤버를 뽑아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팀워크가 깨지기라도 하면….

-야. 너 예비로 뽑혔다.

-뭐!? 진짜!? 네, 네가 밀어줘서 뽑힌 거냐??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물… 물론이지! 절대 안 해! 열심히 벤치 덥히고 있을게! 벤치 뜨겁가 만들어 놓는다 내가!

-그래. 열심히 하고. 남는 시간에 놀지 마라. 감독님한테 다 듣고 있다.

-뚜, 뚜, 뚜, 뚜….

-입으로 전화 끊어진 소리 내지 말고.

-…응….

“…….”

옆에서 듣고 있던 이세연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상처 안 받았구나…!

“아니. 상처 받았지만 상처 안 받은 척하는 걸 수도 있….”

“케인이 그렇게 섬세한 성격은 아니라니까.”

* * *

“신난다!! 뽑혔다!!!”

“뭐? 진짜??”

“말도 안 됩니다!”

최상윤과 정수혁은 황당해했다.

최상윤은 자기가 뽑히지 않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국대팀 딜러 자리는 정말로 경쟁이 치열했으니까.

최상윤은 상위권 랭커이긴 했지만, 특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안정적이고 정석적인 딜러가 그의 장점인 것이다.

어느 파티든 들어갈 수 있는 실력은 됐지만 국대팀에는 그런 것보다는 좀 더 강력한 게 필요했다.

남들에게는 없는 무언가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애초에 국대팀은 들어가서 못하면 욕 더럽게 먹을 텐데 굳이….’

그렇기에 최상윤은 별 관심이 없었다.

정수혁도 마찬가지였다.

리그에서야 태현이 미친 듯이 커버를 해줬다지만, 월드컵에서까지 그걸 바랄 수는 없었다.

애초에 정수혁의 마법은 너무 운빨이 심한 것이다.

둘은 별 관심이 없었는데….

아니 케인이 뽑혔다고?

‘말도 안 돼.’

‘뭔가 이상합니다.’

“너 혹시 김태현한테 단식시위했냐? 안 뽑아주면 앞으로 밥 안 먹겠다고….”

“케인 씨. 너무 추한 거 아닙니까?”

“아니거든?! 날 대체 뭘로 보는 거야!”

케인은 울컥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김태현한테 그런 협박을 했다고 의심하다니.

“후보로 뽑힌 거야. 예비 선수로.”

“아….”

“아니. 아…가 아니지. 예비로 어떻게 뽑힌 건지 의심해 봐야 하지 않냐?”

“앗. 그것도 그렇습니다.”

“폭탄용으로 넣은 거 아냐?”

“하긴 폭탄 할 만한 사람이 케인 씨 말고는 없으니….”

둘은 수군거리며 납득했다.

확실히 변수 창출용으로 한 명 정도는 그럴듯하다!

“그런데 케인, 후보로 뽑혔는데 안 아쉽냐?”

“전혀?”

케인은 오히려 기쁜 표정이었다.

“난 후보라서 더 좋은데?”

“…이유 묻기가 무섭긴 한데 대체 왜?”

“잘 생각해 봐. 만약 내가 주전이면 한 번 실수할 경우 욕을 엄청나게 먹을 거 아냐.”

“그렇겠지.”

‘잘하면 되지 않나?’

잘할 생각보다 실수했을 때 생각부터 먼저 하는 게 참 케인다웠다.

“하지만 후보라면 그런 책임에서 좀 더 자유롭겠지.”

“…….”

“…….”

이런 못나고 그릇 작은 놈…!

“게다가 국대팀에 뽑혔다는 명예는 있는 거잖아! 후보도 일단 국대팀이니까!”

“넌 정말… 후보에 어울리는 놈이야.”

“케인 씨는 정말 주전이 아니라 주전자가 어울리시는….”

* * *

태현과 이세연은 힐러의 자리를 이다비에게 주기로 마음먹었다.

이다비한테는 아직 말하지 않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고대 제국의 노래>가 너무 사기야.

-<고대 제국의 노래>를 버릴 수는 없어.

보조 딜러에 류태수 넣고, 태현, 이세연 들어가고, 이다비까지 넣으면….

이제 남은 건 탱커 자리였다.

물론 주전 탱커는 여럿 뽑을 수 있었다.

실제로 딜러도 <큰도끼전사> 같은 파워 워리어 출신 랭커를 추가로 뽑지 않았던가.

하지만 태현과 이세연은 베스트 멤버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최상의 전력일 때의 다섯 명에 해당하는 구성!

그러려면 정말 괜찮은 탱커가 필요했다.

-레벨 어차피 볼 필요 없어. 고정관념에 속지 마.

-맞아. 레벨 100 미만이어도 상관 없지.

-…아, 아니. 그건 좀.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닐까? 밖의 시선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직업과 스킬만 보자. 우리가 쓸 수 있는 스킬.

그 결과 뽑힌 것은 정말 의외의 인물이었다.

“…직업 <파이토스의 다섯 번째 성기사>. 레벨 204.”

“레벨은 204밖에 안 되지만 스킬이 상당히 좋아.”

<파이토스의 다섯 번째 성기사>는 무려 전설 직업!

“나 근데 얘 들어본 적 없는데?”

“너야 뭐… 별로 안 중요하면 그냥 관심을 끄니까… 너 전설 직업 나하고 스미스 말고는 모르지 않아?”

이세연의 질문에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싸울 때가 되면 이다비한테 물어서 들으면 들었지, 굳이 물어보지는 않는 것이다.

“어쨌든 스킬 이야기로 돌아와서, <파이토스의 신성한 활력> 스킬이 상당히 좋아.”

이세연이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었다.

<파이토스의 신성한 활력>은 무려 파티원의 신성 스킬 쿨타임을 초기화시켜주는 사기적인 버프 스킬이었던 것이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파이토스 주제에 그런 스킬을 갖고 있다니 놀라울 정도야.”

“…그, 그렇구나…?”

파이토스 교단은 상당히 강한 교단인데…?

어찌 되었든 <파이토스의 신성한 활력>은 태현과 연계도 가능했고 힐러들과도 연계가 가능했다.

단순히 탱킹뿐만이 아니라 다른 팀원들까지 도와주는 탱커!

이런 탱커가 필요했던 것이다.

“<파이토스의 성스러운 강철>은 저주나 마법을 자기 몸으로 받아내는 스킬이고… 레벨 좀 낮더라도 충분히 뽑아야 한다고 본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레벨 높고 유명한 랭커를 뽑길 원했다.

그게 안정적이고, 그게 무난했으니까!

하지만 태현과 이세연은 그런 거에 휘둘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객관적인 데이터만을 봐야 했다.

“좋아. 들어오세요.”

탕!

문을 열고 처음 보는 얼굴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류다영입니다.”

“류다영?”

“류태수 동생이야.”

“아. 그렇군.”

전혀 티를 내지 않은 평범한 옷차림에, 차가운 눈매를 하고 있는데도 주변의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누가 봤다면 연예인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정말 예쁜 사람이네.’

이다비는 그렇게 생각하며 류다영을 쳐다보았다.

“이야기는 들었겠죠? 이번 대표팀 탱커로 류다영 선수를 생각하고 있어요.”

“…….”

“기분이 어떠세요?”

“…좋아요.”

‘기분이 별로인 것 같은데?’

‘괜히 뽑았나?’

둘은 당황했다.

차가운 표정을 보니 괜히 뽑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태현 님. 류다영 선수는 원래 성격이 저래요. 말 없고 차가운 걸로 유명하거든요.”

“그래? 어떻게 알았어?”

“류다영 선수는 되게 인기 좋은 플레이어거든요. 개인 방송으로 순위권에 들어요.”

“오… 파워 워리어보다 잘 나가나?”

“네. 파워 워리어보다 잘 나갈 때도 있어서… 이번 기회에 친해질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다비는 생각지도 못한 섭외 기회에 눈빛을 빛냈다.

평소에 차가운 성격 탓에 다른 사람들과 잘 파티를 하지 않은 류다영이었다.

이번 기회에 친해지면…!

이세연이 곤란하다는 듯이 태현에게 말했다.

“그래도 말 안 할 수는 없잖아. 뭐라도 말을 걸어봐.”

“내가?”

“화술 스킬은 네가 더 높잖아.”

“…이세연… 현실이랑 게임을 착각하면….”

“농담한 거거든!?”

이세연은 헛기침을 한 다음 말했다.

“류다영 선수. 이번 대표팀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목표나 마음가짐 같은 게 있나요?”

그러자 류다영은 태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

이다비와 이세연은 순간적으로 정색했다.

“…김태현 선수는 아니에요.”

“아. 그렇군요.”

“그거 말해주려고 굳이 가리켜야 했나?”

“…오빠가 이상한 소리 많이 해서 사과를 하고 싶었어요.”

“아.”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류태수는 좀….

사람이 과한 면이 있었다.

류다영은 이세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제 목표는 이세연 선수예요.”

“…응?”

이세연은 당황했다.

나?

태현은 이세연을 쳐다보며 알았다는 듯이 외쳤다.

“알았다. 이세연. 판온 1에서 류다영 선수를 죽인 적이 있구나?”

“안 그랬거든!?”

누구를 누구 취급하는 거야!?

이세연은 발끈했다.

류다영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뜻이 아니에요. 언젠가 이세연 선수를 넘어 더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아….”

“아하.”

“굳이 그래야 하나? 그냥 자신의 길을 가면….”

마지막은 태현의 말이었지만 모두가 못 들은 척 무시했다.

이세연은 류다영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이는 어리지만 그래도 당당한 패기가 있어서 보기 좋았다.

그런 도전이라면 받아주는 게 당연!

“얼마든지 기다리고 있겠어. 한 번 올라와 봐.”

“…기다리고 계시죠.”

류다영은 이세연이 그렇게 말해줄 줄은 몰랐는지 짧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획 돌아서서 나갔다.

탕-

“아니. 왜 나가는데?”

태현은 당황해서 말했다.

지금 대표 이야기하려고 불렀는데….

그걸 알았는지 1분 후에 류다영이 다시 들어왔다.

차가웠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살짝 민망해하는 것 같았다.

‘모르는 척 하자.’

‘모르는 척 해주죠.’

* * *

“그런데 주장한테 저렇게 적의를 품어도 되는 건가?”

태현은 갑자기 생각이 나서 물었다.

‘네가 그런 소리를 하면 안 되지….’

이세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시선을 보냈다.

수틀리면 예의고 뭐고 집어 던지고 들이박는 게 너면서 뭐라는 거야!

“…저는 마음가짐을 말했을 뿐인데요.”

“주장을 저렇게 견제하려고 하면 팀워크에 안 좋다고. 생각해 보니 예전에 도동수한테 당한 게 있었지.”

태현은 예전 생각이 난다는 듯이 말했다.

도동수 놈이 원한 품고 트롤링해서 얼마나 귀찮았던가!

만약 이세연한테 그런 짓을 한다면 미리 차단을 해놔야 했다.

“…제가 그런 짓 한다는 게 아닌데….”

류다영은 매우 억울한 눈빛으로 말했다.

자존심 때문에 표정은 유지하고 있었지만 금세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물, 물론 널 믿지. 오해하지 마. 김태현이 날 걱정해 줘서 그래.”

“둘이 사귀는 건 알지만… 그래도 팀을 이끌 때는 사심 없이 해주셨으면….”

“너 쫓겨나고 싶니? 예의 갖춰서 말해.”

“…!?”

* * *

-힘이… 힘이 끓어오른다… 크핫핫!

“저거 괜찮은 거 맞나?”

“이제 와서 물러설 수도 없잖아.”

랭커들은 수군거렸다.

그들은 왕국 공적치 포인트를 전부 써서 1왕자 진영에 참가한 랭커들이었다.

이번 전쟁에서 그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고 본 것!

그런데 멀리서 본 1왕자의 상태가 영 이상했다.

아무리 봐도 뭔가 이상한 약을 마시거나, 타락해 버린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제 와서 물러나기에는 너무 투자를 많이 했다.

어떻게든 본전을 뽑아야 한다!

“넌 어떻게 생각하냐, 크로포드?”

“나? 나야… 지금 물러나기는 좀 애매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었지.”

화염 마법사 랭커, 크로포드의 말에 다른 랭커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랭커에게 중요한 건 정의냐 악이냐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경험치!

-혼돈이여… 굶주린 혼돈이여…!

“…저거 굶주린 혼돈이라고 외치지 않았나?”

“못 들은 척 하자. 일단은.”

“뭐라도 좀 건지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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