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235화
-콰라다면 저주와 고통의 신이지?
-응. 그렇다고 나오는… 아니. 잠깐. 넌 어떻게 아냐?
태현은 당황했다.
태현이야 카르바노그가 알려줬다지만 이세연은 알 방법이 없었을 텐데?
‘아. 이세연이 혹시 콰라다의 신도였나?’
하긴 저주와 고통이라면 네크로맨서에 어울리는….
매우 실례되는 생각을 하는 태현이었지만 이세연은 눈치채지 못했다.
-예전에 콰라다 잠깐 유행한 적 있었어.
-…언제?? 처음 듣는데?
-아. 랭커들 사이에서만 잠깐 돌았던 이야기였으니까 게시판에는 공개 안 됐을걸.
-…….
태현은 할 말을 잃었다.
사실 랭커 놈들 태현만 빼고 다들 친한 건가?
‘왠지 랭커들 단톡방이 있으면 날 욕하고 있을 것 같군.’
물론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전 세계 랭커들이 수천 명이 넘는데 이들이 다 친하겠는가.
각자 따로따로 노는 게 랭커들!
…태현이 유난히 랭커 친구가 없는 건 사실이긴 했지만….
-알다시피 랭커들 사이에서는 영웅 직업이나 전설 직업으로 전직하려는 시도가 많잖아?
-물론이지.
처음 듣는 이야기였지만 태현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그럼!
나도 알고 있었지!
-아무래도 전설 직업으로 전직하는 게 경쟁에서 유리하고, 또 명성에도 도움이 되니까….
초창기에는 몇 명 없던 전설 직업이었지만, 지금은 꽤 숫자가 늘었다.
판온 분석가들에 따르면 십수 명, 밝히지 않은 사람까지 따지면 스무 명 안팎은 되지 않을까 싶은 상황.
그만큼 랭커들이 가진 전설 직업에 대한 열망은 대단했던 것이다.
랭커들도 경쟁 치열한 시대.
이제 돋보이려면 뭐라도 해야 했다.
전설 직업을 얻어야 돋보일 수 있다!
-누구였더라? 그때 콰라다 교단 비밀신전이 퀘스트 도중에 발견되어서, 랭커들이 전설 직업 얻어 보겠다고 파티 짜서 들어갔다고 했었어.
악신 교단이 모두 다 대륙 정복을 꿈꾸는 건 아니었다.
그냥 조용히 구석에서 오순도순 살아가는 악신 교단도 있는 법!
콰라다 교단도 그중 하나였다.
-그래서 전직했대?
-글쎄? 파티 짜서 들어갔다는 소문만 들었는데….
‘별 도움이 안 되는군.’
콰라다 교단 관련 플레이어들 있으면 뭐라도 좀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어차피 몰랐어도 부딪혀가면서 알아볼 생각이었다.
이제까지 다 그렇게 깨지 않았던가!
“3왕자님. 관상을 보니, 어떤 신과 계약을 하신 모양입니다.”
-쿠오오…(어떻게 알았지?)
“눈빛이 탁하고 온몸이 갑옷으로 뒤덮인 걸 보니, 콰라다 신과 계약한 게 분명하군요!”
-쿠오오!
3왕자는 깜짝 놀랐다.
마치 신들린 것처럼 그의 증상을 맞춰내는 태현!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3왕자가 당신의 말에 놀랍니다!]
[3왕자의 친밀도가 크게 증가합니다!]
[3왕자 세력 내 당신의 평판이…]
[3왕자의 가신들이 당신을 질투합니다!]
[3왕자의…]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이세연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태현에게 말했다.
이세연이 보기에 태현의 방식은 너무….
막 나갔다.
이러다가 한 번 삐끗하는 순간 여기에서 싸움이 벌어질 수 있었다.
‘사방에 3왕자 쪽 NPC들이 가득한데….’
이세연은 긴장했다.
만약 싸움이 벌어지면 어떻게든 언데드들 소환해서 주변 막은 다음 이다비를 지키면서 밖으로 후퇴해야….
김태현?
김태현이야 알아서 나오겠지!
그러나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왕자님, 콰라다 신과 계약한 것에 만족하십니까?”
왕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콰라다 신은 저주와 고통의 신.
계약하면 강력한 힘을 주었지만, 동시에 저주와 고통을 주었다.
믿는 사람에게도 잔혹한 악신인 것이다.
<콰라다 신의 저주를 해결하라-에랑스 왕국 왕실 퀘스트>
에랑스 왕국의 3왕자, 데이비드는 왕실의 보물창고에서 콰라다의 성물을 꺼내 계약했다.
그 결과 강력한 힘을 얻었지만 데이비드는 콰라다의 저주를 받아 끊임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데이비드가 겪고 있는 저주를 풀어낼 방법을 찾아라!
그렇게 한다면 데이비드는 당신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할 것이다.
보상: ?, ???, ???
“으음….”
태현은 퀘스트가 뜨는 것을 보고 망설였다.
원래 계획은 ‘콰라다 신 별로 아니냐?’ 하면서 사이를 이간질하고 신뢰를 얻을 생각이었는데….
저주를 풀어달라니!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방법 있어?
-아니. 그냥 받기만 할 거야.
-…….
생각해 보니까 3왕자 퀘스트를 꼭 깨줘야 할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3왕자는 1, 2왕자와 함께 태현을 견제한 놈 아닌가!
미운 놈 떡 하나 더 줄 필요는 없었다. 그냥 퀘스트만 받고 무시하면 됐다.
‘어차피 국왕 위치 찾으러 온 거니까, 적당히 신뢰만 얻고 빠져나가면 그만이지.’
-쿠오오오!
그러나 3왕자는 꽤나 감동받은 모양이었다.
주변에 소리를 치며 가신들을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쿠오. 쿠오오….
무슨 소리인지는 몰라도 뜻은 확실히 전달이 됐다.
태현을 본받으라고 하는 소리!
그 말에 가신들은 태현을 노려보았다.
[라울 백작이 당신을 경계합니다!]
[브로동 백작이 당신을…]
[……]
‘아니 이런 젠장.’
적당히 신뢰 얻은 다음 국왕 어디 있는지 캐물으려고 했는데….
3왕자 빼고 가신들 전부가 태현을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쿠오(겸손하기까지!)
“…….”
* * *
소란이 진정되고 나서야 태현은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그런데 3왕자님. 국왕 폐하가 혹시 어디 계신지 아십니까?”
-!
3왕자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정색했다.
아무리 신뢰가 가더라도 대답해 줄 수 없는 질문이 있는 것이다.
3왕자가 의심하는 것 같자 태현은 바로 말을 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국왕 폐하께서 가지신 보물 중에….”
태현은 이다비에게 물었다.
-에랑스 왕국 국왕이 갖고 있는 보물 중에 유명한 게 뭐가 있었지?
-왕홀 유명하죠? 에랑스 왕실 왕홀.
“…에랑스 왕실 왕홀이 있어야 저주를 풀 수 있어서 말입니다….”
-쿠오오(그게 진짜냐?)
3왕자는 태현의 말에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랑스 왕실 왕홀은 국왕 폐하만이 갖고 있는 보물.
“예! 그게 있어야 풀 수 있습니다. 그게 없다면 절대로 저주를 풀 수 없으니, 협력해 주셔야 합니다!”
태현은 강하게 말했다.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사기꾼도 저런 사기꾼이 없었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저런 거짓말을…!
-쿠오오(그건 곤란한데…)
3왕자가 곤란해하는 이유가 있었다.
국왕 폐하가 병으로 쓰러지고 난 뒤, 4왕자를 뺀 나머지 왕자들은 서로 약속했다.
-아버지는 냅두고 우리끼리 해먹자!
쓰러진 국왕 폐하는 아무도 찾아오지 못하는 곳에 잘 가두고, 왕자들은 서로 알아서 해먹기로 했다.
아마 에랑스 왕실 왕홀은 1왕자가 가져가서 잘 써먹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1왕자 전하께서 가져가셨습니까?”
3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쿠오오(그게 필요하다면 가서 찾아오겠다.)
“아니 뭐… 예. 그러시죠.”
태현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자 당황했다.
국왕을 찾아야 하는데 1왕자한테 가게 생긴 것이다.
‘아니, 국왕은 대체 어디다 숨긴 거지? 1왕자한테 물어봐야 하나?’
* * *
-천공의 무한한 힘!
-영원한 축복의 세계!
“대단합니다! 프랑스 국가대표팀!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흥분한 캐스터의 외침에 관중들도 똑같이 화답했다.
프랑스 국가대표팀으로 뽑힌 판온 플레이어들이 예상외로 강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지금 프랑스 국가대표팀은 투기장에서 연습 경기를 하고 있었다.
상대는 무려 판온 리그 1부 팀인 청두 베어즈!
둘 다 막강한 팀이니 서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프랑스 국가대표팀이 청두 베어즈를 압살해 버린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최고다! 최고!”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연습 경기라서 그런 건가?”
“아니, 2군 선수들도 아니고 1군 선수들로 구성됐는데….”
판온 리그의 첫 번째 시즌은 많은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었다.
특히 팀 KL의 전승우승이 그랬다.
어떻게 해서 전승우승을 할 수 있었는가?
그 결과 몇몇 사람들이 깨달은 것이다.
-그냥 레벨 높고, PVP 좀 잘하는 걸로 유명한 선수들로만 팀을 채운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강하긴 하겠지만 그걸로는 팀 KL 같은 상위권 팀을 이길 수 없다.
-중요한 건 스킬이다! 레벨 좀 낮고, 덜 유명하더라도 사기적인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를 찾아서 모아야 한다!
-스킬들을 합치면 더더욱 사기적인 효과가 가능하니….
이제까지 선수들은 레벨 높은 랭커들 중에서 뽑히는 게 보통이었다.
따지고 보면 당연했다. 유명한 만큼 실력도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었고, PVP 경험도 많고….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레벨이 좀 부족하고, 랭커 순위에서 낮더라도 스킬을 우선시했다.
특이한 직업, 사기적인 스킬들로 한 판을 따내보겠다는 생각!
사람들이 모르는 스킬이 연속적으로 펼쳐지면 한 판은 그냥 따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프랑스 국가대표팀도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 그 결과가 드러났다.
<천공의 무한한 힘> 버프와 <영원한 축복의 세계> 스킬이 맞아떨어지자 청두 베어즈가 그냥 박살이 난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보두앙 선수! 물론 연습경기입니다만, 이번 승리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가진 <천공의 무한한 힘> 스킬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두앙은 이번에 새로 하늘섬이 열리고 나서, 가루다 왕국의 직업으로 전직한 플레이어였다.
영웅 직업, <가루다 왕국 만인장>!
남들보다 빠르게 나선 보람이 있었다. 청두 베어지는 <천공의 무한한 힘> 스킬에 그대로 말려 버렸으니까.
“그렇군요. 확실히 그 스킬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런 스킬이 있다면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겠는데요?”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팀들도 강한 걸 알고 있기에 방심은 하지 않을 겁니다.”
“특별히 경계하는 상대라도 있나요?”
“한국 대표팀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특히 거기 선수들은….”
“아. 그렇죠. 한국 선수들은 무시무시하니까요.”
예전과 달리 한국이 그렇게 E스포츠로 강하지는 않았지만, 판온 이후로는 또 이야기가 달라졌다.
판온 리그를 씹어 먹은 태현이나 이세연이 한국 소속인 것이다.
솔직히 둘만 있어도 충분히 무서웠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김태현 선수나 이세연 선수 경기는 몇백 번 넘게 돌려봤습니다. 반드시 빈틈을 노리겠습니다!”
강한 상대였지만, 보두앙은 세워 놓은 계획이 있었다.
‘케인 선수를 노리겠어!’
김태현의 미친 폭딜 콤보는 케인이 다른 이들의 시선을 끌어줄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탱커 주제에 언제 자폭할지 모르는 케인은 위험한 변수였던 것이다.
보두앙은 케인을 확실히 묶어서 초반에 처리한 다음 싸울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한 스킬까지 다 준비한 상태!
* * *
“케인은 예비 선수로 올려야겠군.”
“그래도 괜찮겠어?”
“좋은 탱커들이 너무 많은데 어쩌겠어. 솔직히 예비로 올리는 것도 약간 눈치 보이는데.”
“뭘 그런 걸 눈치를 봐? 네가 고르고 싶으면 고르는 거지.”
이세연은 어울리지 않는 태현의 말에 황당해했다. 태현이 눈치를 본다니.
“하긴 그렇지?”
이세연의 말 덕분에 태현은 마음을 정했다.
케인은 예비로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