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233화 (1,232/1,826)

§ 나는 될놈이다 1233화

-실패죠, 이건.

-맞아. 실패지.

이다비와 태현은 투덜거렸다.

퀘스트를 깨야 만나게 해준다니 이건 정말 사기야!

-…….

이세연은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자기만 이상한 사람 되는 기분이었던 것이다.

-…그, 그러네. 확실히 실패라고 할 수 있겠어….

크읏!

‘내가 왜…!’

말하고 나니 드는 자괴감!

-그치?

-그렇죠?

그러나 태현과 이다비는 화색이 되어 이세연을 반겼다.

역시 이세연이야!

이해해 줄줄 알았어!

‘…현아라도 불러야 하나…?’

이세연은 갑자기 외로워졌다.

* * *

<최상급 새하얀 부활초를 수집하라-베스고 백작 퀘스트>

백작이 쓰러졌는데 돌아온 도랑고의 모습에 백작의 가신들은 매우 놀라워하고 있다.

이는 하늘이 뒤집히고 땅이 솟구치고 태양이 반대쪽에서 뜨는 정도의 일!

‘…….’

[…….]

아니, 그 정도야?

대체 이 자식은…?

…그러나 가신들의 원망과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

그들의 의심을 풀기 위해서는 최상급의 새하얀 부활초를 갖고 와야 한다.

백작의 부상에 도움이 되는 부활초를 갖고 오지 않는다면 만날 수 없으리라!

보상:?, ???

“최상급 새하얀 부활초라… 이다비. 어디에서 나오지?”

“잠시만요…. 경매장에 없네요? 물량이 적거나 꽤 특수한 아이템인 것 같은데요.”

이다비는 이곳저곳에 묻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흐로 평원에서 나온다네요. 그런데 워낙 적게 채취되어서 물량이 안 풀리나 봐요.”

“가서 부탁하면 구할 수 있겠네. 움직이자.”

이세연은 탈것을 부르며 말했다.

이런 재료를 구하는 능력도 플레이어의 능력이었다.

최상위권 랭커인 이세연도 당연히 이런 데에 익숙했다.

어떨 때는 사냥을, 어떨 때는 협상을, 어떨 때는 매수를….

당연히 자신감이 넘쳤다.

“오. 이세연. 잘 아는 곳이야?”

“아니. 이름만 들어본 곳이지만 재료 수집 퀘스트 같은 건 정말 많이 해봤으니까. …너도 많이 해봤잖아?”

“나는 보통 내가 직접 모으거나….”

“뺏으셨죠?”

“그렇지.”

사이 좋게 말하는 태현과 이다비의 모습에 이세연은 깨달았다.

‘맞아, 얘네 플레이 이상하게 하는 애들이었지…!’

비정상적 플레이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둘!

이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마침 이 기회에 내가 보여주겠어.”

“뭘?”

“완벽한 퀘스트 해결을.”

“오오….”

“이세연 씨…!”

태현과 이다비는 이세연의 자신감에 감탄했다.

저렇게 말하는 거 보니 이세연은 정말 뭐가 있나 봐!

* * *

“최상급 새하얀 부활초를 구하려고 하는데….”

“지금 누구 놀려?! 꺼져!!”

“…….”

이세연은 꺼졌다.

뒤에 둘이 있었으니 체면을 유지해야 했던 것이다.

“저기요, 최상급 새하얀 부활초를 구하려고 하는데요….”

“지금 누구 놀리십니까? 저리 가세요!”

“…….”

“이세연 씨! 진정하세요!”

이세연이 지팡이를 꽉 쥐자 이다비가 당황해서 말리려고 들어갔다.

이 주변을 초토화시키려고 하고 있어!

“이상한데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 반응들이….”

“맞아. 이세연.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이다비와 태현은 이세연을 달래기 위해 애썼다. 이세연은 정말 분했는지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나… 진짜 이런 거 잘하는데….”

“알아. 알아. 당연히 알지.”

태현은 이세연을 달랬다.

살다 보면 퀘스트 깨다가 이렇게 체면 구기는 일도 있는 법.

이렇게 분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내가 물어봐야지.”

“네가 물어본다고 뭐가 달라져?”

태현은 방금 이세연한테 짜증 낸 플레이어한테 다가갔다.

그리고 물었다.

잠시 후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왔다.

“최상급 새하얀 부활초는 구하기 힘들다는군.”

“…너한테는 제대로 대답해 줬어?!”

“아. 난 질문을 좀 다르게 했어.”

-야. 지금부터 내가 묻는 대답에 제대로 대답 안 하면 이 폭탄은 터진다. 최상급 새하얀 부활초는 왜 못 구한다는 거냐?

“…….”

협박이잖아!

“협박도 질문에 들어가지 않나? 그리고 가끔 협박도 해야지.”

“맞아요.”

“넌 협박만 하는 거 같은데… 어쨌든 고마워.”

오흐로 평원은 부활초가 자라기 좋은 평원이었다. 부활초를 구하려는 플레이어들은 씨앗을 마을에서 사가지고 온 다음 심고 기다렸다.

…문제는 이 부활초가 더럽게 안 나온다는 점이었다.

[날씨가 더워졌습니다. 부활초가 죽습니다.]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부활초가 죽습니다.]

[날씨가 미묘합니다. 부활초가…]

“아니 XX 날씨가 미묘한데 왜 죽어!?!?”

그렇게 애써서 키워놓는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었다.

[하급 빨강 부활초가 피어납니다!]

[하급 파랑 부활초가…]

[……]

[……]

대부분이 하급, 정말 운 좋으면 중급….

게다가 색깔 맞추기도 힘들었다.

-허허. 모험가여…. <붉은 생명의 비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급 빨강 부활초가 필요하네.

-아니!! 분홍색 부활초도 잘 보면 빨간색 돌잖아요! 이걸로 해줘요!

-허허허… 안 되네….

등급 좋게 뽑기도 힘든데 색깔도 맞춰야 한다면?

정답은 될 때까지 기르고 뽑는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를 깨러 온 플레이어들은 수없이 씨앗을 사고, 심고, 피우고, 절망하고, 게임 접는다고 소리치고, 엉엉 울었다.

“앗. 태현 님. 여기 어쩐지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

“골짜기 비슷한데요?”

“…….”

“…….”

태현과 이세연은 침묵했다.

“아, 아니. 그 정도는 아니지. 골짜기 이제 꽤 분위기 괜찮다고.”

확실히 태현의 말도 맞았다.

골짜기는 의외로 잘되는 사람도 많았던 것이다.

각종 아키서스 버프를 받아가며 온갖 복권을 긁어대니, 잘 나오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그에 비해 여기 평원은 거의 반쯤 시체들 수준이었다.

플레이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갖 방법을 찾아 헤맸다.

“새벽 4시에 심으면 잘 핀다더라.”

“그 정보 어디서 들었어?”

“파워 워리어 길드 게시판. 이건 너만 알고 있어라.”

“오오… 나도 나만 아는 꿀팁 준다. 이 붉은 포션을 부으면 빨간색 부활초가 필 확률이 올라간대.”

물론 이렇게 미친 방법만 있는 건 아니었다.

“농사 스킬 고급 찍으신 분 구합니다! 농사 스킬 고급 찍으신 분 구합니다!”

“아키서스 교단 소속 플레이어 구합니다! 아키서스 교단 관련 직업, 아키서스 교단 NPC 인맥 있으신 분 비싸게 구합니다!!”

놀랍게도 아키서스 교단 관련이 여기서는 매우 인기가 좋았다.

이상한 미신이 아닌 가장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

“저 아키서스 교단 소속입니다.”

“오오오오!! 오오오오!”

“저희 파티! 저희 파티로 와주세요!”

“저리 꺼지지 못해!? 우리 파티로 데리고 갈 거야!”

“제, 제발 우리 파티로 와주십시오!”

“…내가 헛것을 보고 있나?”

태현은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초창기 아키서스 교단 플레이어는 정말 태현에 대한 팬심이 없다면 하기 힘든 플레이였다.

아니면 강제로 끌려왔거나….

오죽하면 이런 글들이 게시판에 돌아다녔을까!

[필드에서 아키서스 교단 플레이어 보면 멋있어 보이려나?]

:일부러 초보자 세트 입고 간 다음에 사람들이 비웃으면 아키서스 교단 특제 갑옷 꺼내서 딱 입는 거임. 그러면 사람들이 ‘와 미쳤다 아키서스 교단이야’ ‘이 사람 뭐 하는 사람인데 아키서스 교단인데 말하지 않고 있었지?’라고 반응하겠지?

└아니, 이 미친 사람 또 왔네.

└아저씨 꿈은 혼자만 꾸세요 좀.

└아키서스 교단 보고 미쳤다고 말하는 건 좀 다른 의미일 듯.

그러나 이제 아키서스 교단은 정말 규모가 커졌다.

아키서스 교단 소속이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생길 정도로!

“어이. 비켜.”

“뭐… 뭐?! 내가 아키서스 교단 소속인 걸 모르고 하는 소리냐!”

“나도 아키서스 교단 소속이거든. 넌 무슨 등급이냐?”

“브… 브론즈.”

“난 실버다. 애송이 녀석.”

“실… 실버!”

“아키서스 교단 등급이 실버려면 공적치 포인트가 대체…!”

옆에서 보고 있던 태현이 중얼거렸다.

“실버면 기껏해야 천 점 정도 아니었나?”

저 등급은 예전에 태현이 아키서스 교단 초창기에 만든 등급이었다.

사람이 워낙 적어서 브론즈, 실버,다이아 등으로 나눈 다음에 공적치 포인트에 따라 등급을 준 것이다.

기분 좋으라고!

그 당시 실질적인 효과는 별로 없었었다. 그때는 NPC들도 거의 없고 교단 재산도 거의 없었어서….

그러나 만들어둔 제도였기 때문에 계속 굴러는 가고 있었다. 태현은 몰랐지만.

‘실버 등급은 별로 대단한 등급이 아니었을 텐데?’

그 말이 떠들던 파티에 들린 모양이었다.

그들은 벌컥 화를 냈다.

여기 귀한(?) 아키서스 교단 플레이어들이 듣고 화를 낼까 봐 먼저 화를 낸 것이다.

“잘 모르면서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맞습니다! 말씀 조심하십시오. 아무리 질투가 나도 그렇지! 아키서스 교단이 그렇게 만만해 보입니까!”

“…하하. 내가 실수했군.”

태현이 웃자 이세연은 깜짝 놀랐다.

‘쟤네들 죽는 거 아니야?’

판온 1때 태현이 날뛰던 모습이 생각난 것이다.

-여기가 너희 자리라고? 묫자리를 뜻하는 것인가??

그러나 태현은 정말로 온화했다.

아키서스 교단을 저렇게 띄워주다니 뿌듯했던 것이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저 실버 등급이 왜 대단한 건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흥. 잘 들으세요. 아키서스 교단은 가입하면 일단 아이언 등급에서 시작합니다.”

“브론즈… 아니고?”

“아, 이 사람. 진짜 아무것도 모르네! 그러면서 뭘 아는 척이야!”

“그, 그렇군.”

아키서스 교단 교황이 구박받는 희귀한 모습에 이세연은 웃음이 나오는 걸 참아야 했다.

-이다비 씨. 이거 찍고 있어요?

-네. 나중에 드릴게요.

너무 재밌다!

태현은 당황해서 이다비에게 물었다.

-가입하면 브론즈 아니었어?

-그야 그건 못 나갈 때 이야기고, 잘 나가니까 등급 늘리고 포인트도 달라졌죠…?

-아…!

“가입하면 아이언부터 시작해서, 브론즈가 되려면 무려 공적치 포인트 천 점을 쌓아야 합니다.”

“실버는 그러면 이천 점 정도?”

태현의 질문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이 초보자 좀 봐!”

“진짜 순진하네!”

“자자. 다들 이해해 줍시다. 뉴비일 때 다들 그랬잖아요.”

아키서스 교단 실버 등급인 플레이어는 관대하게 사람들을 말렸다.

역시 실버 등급답게 통이 크고 사람이 관대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이봐요. 실버 등급을 찍기 위해서는 무려 만 점을 찍어야 합니다.”

“만… 만 점이나?”

“하하. 놀랍겠지요. 물론 하루 이틀에 쌓이는 포인트가 아닙니다. 저는 골짜기에서 수많은 퀘스트를 깨면서 차곡차곡 이 포인트를 쌓았지요. 그거 아십니까? 전 펠마스 님과도 친합니다.”

“펠… 펠마스 님하고!”

“정말 대단하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 태현은 표정 관리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

“제 공로의 대가로 펠마스 님께서 이 조그만 동상을 주셨습니다.”

“아무 효과도 없어 보이는데요?”

“하하. 그 안에 숨겨진 효과를 찾아내는 게 퀘스트 시작 조건이겠지요. 저는 지금도 찾고 있습니다.”

‘아니….’

태현은 속으로 펠마스를 욕했다.

아니, 이 자식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 신도를 속여??

“여러분. 다투지 마십시오! 저는 모두 다 같이 도와드리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아키서스 교단 만세! 아키서스 교단 만세!”

“저기 초보자분도 같이 오시죠. 도와드리겠습니다.”

“어… 음… 아니….”

“자자! 사양하실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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