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229화 (1,228/1,826)

§ 나는 될놈이다 1229화

전(前) 음유시인 마스터이자 현재 음유시인 마스터의 할아버지인 비소디르!

그 신분을 들은 태현은 살짝 기대감을 가졌다.

‘앗. 혹시 작곡이 괜찮았나?’

“실로….”

“?”

“형편없는 노래였다…!”

“…….”

“…….”

태현과 이세연은 동시에 정색했다.

아니 이 양반이?

“당신 여기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 저 밑의 왕국….”

“여기 이 사람은 저 먼 제국 황제….”

태현과 이세연은 분노해서 서로의 작위를 들먹이며 찍어누르려고 했다.

어떻게 지은 노래인데!

남설연이 기겁해서 말렸다.

“음유시인 탑에서는 그러면 안 돼요!”

권위나 작위 같은 게 통하지 않는 곳이 바로 이 탑 안이었다.

괜히 작위로 찍어누르려고 했다가는 역효과!

“그러면 칼은 됩니까?”

“언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저는 작위가 아니라 마법으로 싸울 테니까요.”

이미 나이도 많아 보이는데 언데드가 되기 최적의 인재!

태현과 이세연이 이렇게 분노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셋이 열심히 만든 노래를 깐 탓이었다.

혼자서 만든 거였다면 별 상관하지 않았을 테지만, 다른 사람의 노력이 들어간 걸 까이자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자식 오늘 죽인다!

“두 분 다 제발 진정하세요 좀!”

이다비가 급히 둘을 말렸다. 태현이 비소디르를 노려보며 말했다.

“저 인간 분명 파이토스 교단 출신이….”

비소디르는 자기가 방금 죽은 다음 언데드 될 뻔했다는 걸 모르는 채 천천히 말을 이었다.

“셋이 같이 만든 노래라면 셋이 힘을 합해야 하는데, 그런 협동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흠. 그렇군. 어디 한번 일대일로 붙어보자 늙은이.”

“야. 이다비 씨가 열심히 협력한 노래인데 협동심이 없다고? 너 이리 따라 나와.”

둘의 분노는 더욱 타올랐다.

[비소디르는 귀가 먹어서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알아듣지 못합니다.]

[화술 스킬이 통하지 않습니다.]

“…….”

태현은 경악했다.

아니 이런 강한 상대가!

지 편할 때만 듣고 나머지는 귀를 막아 버린다니, 실로 치사한 늙은이였다.

[카르바노그가 아키서스의 적수가 나타났다며 경악합니다!]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뭐….’

“하지만 훌륭한 노래기도 하다.”

멈칫-

태현과 이세연이 무기를 휘두르려다가 멈칫했다.

“셋의 협동심이 전혀 없는데도 이렇게 위대한 노래를 만들다니. 마치 이 업적을 직접 보고 온 것처럼 생생하다!”

‘그야 직접 겪은 거니까….’

“음유시인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없이 이런 위대한 노래를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결정했다.”

차르륵-

비소디르는 상자를 열더니 낡은 양피지를 꺼냈다.

“이 고대의 노래를 셋에게 선물하겠다. 이 노래에 담긴 협동심의 뜻을 이해하도록 하라!”

[비소디르가 <고대 제국의 노래>를 선물합니다!]

[스킬, <고대 제국의 노래>를 얻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고대 제국에 관한 지식이 크게 오릅니다!]

[현재 고대 제국에 대한 지식이 높습니다. <고대 제국의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직업 <아키서스의 화신>입니다. <고대 제국의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

[……]

노래 스킬, <고대 제국의 노래>!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고대 제국을 묘사하는 강력한 노래 스킬이었다.

이 노래를 100% 제대로 부르기 위해서는 고대 제국과 관련된 직업이어야 하고, 또 고대 제국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고대 제국과 관련된 칭호도 있어야 하고….

“다 있네?”

“다 있는데요?”

“나도 다 있어.”

…하지만 셋은 다 갖고 있었다.

고대 제국 전문가 수준!

<고대 제국의 노래>

고대 제국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노래다. 혼자서는 부를 수 없고 같이 나눠 받은 둘과 함께 불러야만 부를 수 있다.

‘합창곡이군.’

셋이서 같이 불러야만 발동하는 노래!

협동심 협동심 노래를 부르더니 이 노래를 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별 희한한 걸 다 보겠네. 이런 게 협동심에 도움이 되겠어?”

“맞는 말이야. 김태현. 협동심은 오랫동안 같이 파티 플레이를 하거나 훈련을 통해서 키워야지 이런 노래를 한다고 키워지는 게 아닌데 말이야. 막말로 이걸 안 쓰면 그만이잖아.”

“그렇다니까. 진짜 음유시인들은….”

투덜투덜대는 태현과 이세연!

옆에서 남설연은 한심하다는 듯이 둘을 쳐다보았다.

둘이 왜 친한가 했더니 참 성격이….

“저, 그냥 한 번 좀 써보면 안 될까요?”

“애초에 저 인간 왜 마스터도 아닌데….”

“아 그냥 한 번 좀 쓰자고요!”

이다비는 화를 내며 둘을 구박했다. 태현과 이세연은 당황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미… 미안….

-고대 제국의 노래!

[<고대 제국의 노래>를 사용했습니다.]

[<고대 제국의 노래> 버프가 적용됩니다.]

[노래가 끝나기 전까지 모든 데미지가 무효화됩니다.]

“…….”

“…….”

태현과 이세연은 할 말을 잃고 입을 뻐끔거렸다.

방….

방금 메시지창이 뭐라고 나온 거지?

[<고대 제국의 노래>가 멈춥니다. 스킬이 취소됩니다.]

파앗!

<고대 제국의 노래>는 스킬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셋의 호흡이 반 박자만 틀려도 바로 스킬 취소 뜨고 끝나버리는 스킬!

그러나 지금 태현과 이세연은 그런 난이도에 놀라워하지 않았다.

무적기라니!

일정 시간 무적 되는 스킬만큼 판온에서 귀한 스킬은 없었다.

스미스가 왜 바퀴벌… 아니, 최상위권 랭커 중 하나겠는가.

본인 실력이나 레벨도 있지만 직업 <고대 제국의 백기사>가 무적기 관련 스킬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랭커들 중에서도 무적기는 드물고 귀한 취급을 받았다.

판온 리그에서도 무적기 가진 선수는 매우 상대하기 까다로웠고.

-김태현! 네놈이 날 잡으러 올 걸 예상하고 있었다! 날 어떻게 잡을 셈이지?

-흠. 다른 놈들부터 먼저 잡아야겠군.

-야! 야! 가지 마! 날 상대하란 말이다!

…사실 그렇게까지 까다로웠던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렇게 귀한 스킬이 그냥 노래 몇 번 만들었다고 탁 나오다니.

태현은 갑자기 비소디르가 현자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비소디르 님. 협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비소디르 님. 역시 음유시인 마스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됐어요.”

이다비와 남설연은 동시에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아이고 진짜 이 두 인간…!

비소디르는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노래를 완벽하게 마스터했을 때, 내게 다시 찾아오게.”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고대 제국의 노래-음유시인 퀘스트>

전설적인 음유시인인 당신은 고대 제국의 노래를 찾을 자격을 얻었다.

고대 제국의 첫 번째 노래를 완벽하게 마스터해 그 계승자에게 인정을 받아라!

보상: ?, ???

퀘스트 등급: 전설

“…?”

“???”

“아, 아니. 이건 음유시인 직업 퀘스트 같은데….”

태현과 이세연, 이다비 모두 당황했다.

그것도 전설 등급인거 보니 꽤나 중요한 직업 퀘스트 같은데….

이게 왜 여기서 나와?

“…하지만 그 말은 즉 퀘스트 깨면 두 번째 노래도 준다는 것 아닌가?”

태현의 말에 이세연은 눈빛을 빛냈다.

“이 스킬, 스킬 쿨타임은 긴 편인데 무적기면 당연한 거고… 무엇보다 MP 소모가 적다는 게 정말 사기적이야.”

다른 무적기보다 사기적인 건 그 적은 양의 MP 소모였다.

매번 MP 계산해가며 스킬을 써야 하는 랭커들한테 이 강점은 매우 컸다.

하지만 다른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스킬 컨트롤!

스킬을 유지하는 동안 계속 호흡을 맞춰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이다.

셋 모두 조금의 박자도 틀리면 안 되는 거였으니 어마어마한 난이도였다.

게다가 싸우는 와중에는 더 정신이 없을 텐데….

“연습하면 되겠지?”

“연습하면 되지.”

그러나 태현과 이세연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둘은 난이도 높은 퀘스트 닥쳐온다고 조금도 겁먹지 않는 랭커들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이다비만 불안해했다.

‘진짜 괜찮은 거 맞을까…?’

* * *

태현이 밖으로 나오자, 악마 공작 구시렉이 기다리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화신. 내 힘이 마계의 문을 열만큼 회복되었다.

“아니 벌써 가게?”

-…….

구시렉은 태현을 노려보았다.

검 만들 때 피까지 뽑아갔으면서 더 악착 같이 뭐라도 뜯어가려는 모습이 정말로 무서웠던 것이다.

저것이 아키서스인가?

저러다가는 좀 있으면 악마의 뿔도 잘라갈 것 같았다.

-굶주린 혼돈에게서 이 구시렉을 구해준 은혜. 잊지 않겠다.

“널 데리고 다니면서 구시락으로 변장시켜준 것, 다른 교단 앞에서 숨겨준 것, 비싼 성수 먹여준 것, 이런 은혜도 잊으면 안 되지.”

[성수는 은혜가 아닌 것 같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이거나 받아라.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자격이 부족합니다.]

[아이템의 성능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악마 공작 구시렉의 저주 받은 하프:

(성능을 볼 수 없음)

(성능을 볼 수 없음)

사용 시 마계의 악마 공작 구시렉을 소환함.

구시렉을 불러낼 수 있는 아이템!

보아하니 아이템 자체의 성능도 좋아 보였지만, 태현이 쓰기에는 각종 조건이 부족했다.

아예 옵션이 안 뜰 정도였으니….

“그런데 안 어울리게 무슨 하프냐?”

-무슨 소리냐. 이 구시렉의 주무기가 바로 지옥의 힘이 담긴 노래인데.

구시렉은 음공을 다루는 악마 공작이었다.

한 번 입을 열고 외치면 수많은 악마들을 쓰러뜨리는 강력한 힘을 가진 악마!

“…아니 이 자식이 내가 노래 스킬 익힐 때 그걸 가만히 입 다물고 지켜봤단 말이야??”

-캬오오!

태현이 구시렉의 멱살을 잡자 불불이도 뛰어들어 구시렉의 어깨를 깨물었다.

[불불이가 악마 공작의 피를 마십니다!]

[불불이의 힘이 크게 오릅니다!]

“불불아! 그거 먹으면 안 된다! 더러운 거야!”

태현은 다급하게 불불이를 떼어냈다. 그리고 구시렉을 욕했다.

“뭐하는 거냐, 구시렉! 칠칠맞게 피나 뺏기고!”

-이… 이놈이… 내가 힘이 다 회복 안 됐다는 걸 알면서….

구시렉은 어이가 없었다. 마계로 돌아가기 위해 힘 대부분을 쓰고 있는 악마한테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캬오.

“아니. 저걸 더 먹고 싶다고? 안 된다. 불불아. 저건 더러운 거야.”

-캬오오….

“그렇게 애처로운 눈빛을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젠장. 알겠어.”

태현은 한숨을 쉬며 구시렉을 쳐다보았다.

“야. 피 더 뽑고 가라.”

-…뭐라고???

* * *

[악마 공작, 구시렉이 마계로 돌아갑니다!]

[마계에 새로운 전쟁이 시작됩니다.]

[전쟁에 참가할 경우 아키서스의 이름이 마계에…]

‘난 아무것도 못 봤다.’

태현은 못 본 척했다.

지금은 대륙 퀘스트에 집중하고 싶어!

“태현 님! 태현 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무슨 일이지?”

“도랑고 놈 있잖습니까!”

도랑고.

베스고 백작의 서자이자, 태현이 이데르고 교단의 성소에서 구출한 귀족.

영 시원찮은 놈이어서 파워 워리어 길드 요리사들에게 맡겨 놓고 잊고 있었던 놈이었다.

이데르고 교단에게 원한을 샀다지만 솔직히 이데르고 교단이 태현을 쫓으면 쫓았지 도랑고를 쫓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와서 외치다니.

“설마 이데르고 교단이 도랑고를 공격했냐??”

“예? 무슨 소리십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무슨 일이지?”

“도랑고 관련 퀘스트가 떴습니다!”

“베스고 백작하고 화해시키는 거? 그거 쓰레기 퀘스트인데.”

“아니요! 베스고 백작이 쓰러져서 자리 이어 받아야 한다고 퀘스트가 떴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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