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227화 (1,226/1,826)

§ 나는 될놈이다 1227화

사막에서 같이 퀘스트를 하면서 쓸데없는 소리까지 해버린 길드원들!

이세연은 당황하며 작게 속삭였다.

“…어쨌든 언니 앞에서 내가 욕했다는 말 하면 안 돼. 언니는 그런 거 모른단 말이야.”

“그렇군.”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특정 사람 앞에서는 예의를 차리게 되는 그런 게 있었다.

김태산도 정윤희 여사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가 되는 것처럼….

이세연에게는 저 사촌언니가 그런 것이겠지.

“그래. 저분 앞에서는 착하고 성실한 이세연이 되고 싶다는 거지?”

“…그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비슷해.”

“좋아. 협조해 주지.”

태현이 선선히 수락하자 이세연은 기뻐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기는 했지만 요즘 태현은 이세연에게 꽤나 협조적인 편이었다.

예전 판온 1 끝날 때와 판온 2 초창기를 생각해 보면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변화!

생각해 보니 이것도 다 길드 동맹 같은 대형 길드들 덕분이었다.

길드 동맹이나 각종 대형 길드들이 날뛰는 덕분에 태현이나 이세연 같은 솔로 플레이어들이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평소에는 돈밖에 모르고 게임 재미없게 만드는 놈들이라고 싫어했지만, 이세연은 새삼스럽게 고마워졌다.

앞으로 욕할 때는 조금 덜 욕해야지!

태현은 헛기침을 하고서 남설연 앞에서 입을 열었다.

“이세연 선수는 언제나 성실하고 능력이 있어서 타의 모범이 되는 훌륭한 선수입니다.”

“와… 세연이가 시켰나요?”

“…!”

* * *

짓궂은 질문을 던지긴 했지만, 남설연은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이었다.

압도적으로 강한 ‘착한 사람’ 오오라에 태현은 긴장했다.

예전부터 태현은 이런 착한 사람한테 약했던 것이다.

‘이세연 사촌 언니라고 해서 이세연 같은 사람일 줄 알았는데.’

“태현 님. 저 밑에 능력 버프 아이템 있던데 좀 사올게요.”

“이다비.”

“네?”

“날 두고 가지 마…!”

“…네???”

이다비는 처음 듣는 태현의 약한 말에 당황했다.

“아니… 여기 보스 몬스터 나오는 던전도 아닌데요?”

“난 저런 사람 상대하는 게 영 어렵다고.”

“아까는 엄청 잘 이야기하셨잖아요?”

“그거야 미리 준비한 말을 한 거니까 그렇지.”

“아니… 네… 뭐… 옆에 있을게요.”

이다비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태현이 해달라니 그냥 옆에 있기로 했다.

노래 버프 아이템이 꼭 중요한 것도 아니고….

‘착한 사람인데 왜 저렇게 긴장하시지?’

“자. 일단 노래 스킬은 기본적으로 현실에서 발성하는 법을 알면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어요. 김태현 선수는 굳이 배울 필요 없을 것 같고. 이다비 선수만 간단하게 연습해 볼게요.”

“감, 감사합니다.”

“물론 컨트롤만 있어서는 안 되겠죠. 스킬도 필요해요. 두 분이 음유시인이 아니니까 아마 노래 관련 스킬은 거의 없을 거예요. 이 탑에서 몇 개 배울 수 있을 텐데….”

남설연은 배우기 쉽고, 쓸 만한 노래 스킬들을 알려주었다.

<현명한 자의 협주곡>이나 <마력 충전의 야상곡> 같은 노래 스킬들!

“그런데 음유시인도 스타일이 있어서 거기에 맞는 스킬을 배워야 하는데, 두 분은… 신성한 성가 쪽이 어울리겠네요.”

둘 다 아키서스 교단 관련 직업!

당연히 성스러운 노래가 어울릴 수밖에 없었다.

“자. 여기 아이템 받으세요. 신성 관련 악보들인데 사용하면 스킬들 배울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이런 걸 그냥 받다니….”

“세연이 친구인데 뭘요. 그리고 신성 관련 악보들은 별로 인기 없어요.”

“…….”

“…….”

음유시인들은 성가(聖歌) 쪽으로 잘 가지 않았다.

성가 쪽으로 갈 거면 사제나 성기사 하면 됐지 굳이 음유시인 쪽으로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부분 음유시인들은 자기 취향의 노래에 맞춰서 가거나, 아니면 인기 있는 스킬 위주로 갔다.

<현명한 자의 협주곡> 같은 스킬들이 대표적으로 인기 있는 스킬!

MP 관련 버프를 주니 마법사들이 매우 좋아했다.

‘여기서도 아키서스는 별로 인기가 없군.’

[아이템을…]

[아이템을…]

[스킬, <성스러운 무곡(舞曲)>을 익힙니다.]

[현재 신성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아키서스의 화신입니다.]

[노래 스킬이 고급입니다.]

[……]

[<성스러운 무곡>이 <아키서스의 무곡>으로 변합니다!]

[노래 스킬이 오릅니다!]

[스킬, <찬란한 빛의 환상곡(幻想曲)>을 익힙니다.]

[현재 신성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아키서스의 화신입니다.]

[노래 스킬이 고급입니다.]

[……]

[<찬란한 빛의 환상곡이 <아키서스의 환상곡>으로 변합니다!]

파아아아앗!

악보 아이템을 사용하자마자 발사되는 눈부신 빛!

[아키서스 교단에 <아키서스의 무곡>과 <아키서스의 환상곡>이 추가됩니다.]

[아키서스 교단 직업에 <아키서스 성가 사제>와 <아키서스의 음유시인>이 추가됩니다.]

[앞으로 플레이어들이 두 직업으로 전직이 가능합니다.]

[……]

[교단에 잊혀졌던 스킬이 추가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교단의 명성이…]

[신성이…]

“!”

갑자기 나오는 메시지창들의 연속에, 태현은 당황했다.

노래 스킬을 익히는 와중에서 잊혀졌던 교단의 스킬들을 발굴해낸 것이다.

‘아니. 퀘스트가 이런 의도였나?’

태현은 그제야 퀘스트의 의도가 짐작이 갔다.

몇 가지 스킬을 골라서 최고급까지 찍어라!

이 황당무계한 퀘스트의 뒤에는 교단의 사라진 스킬들을 회수하라는 뜻이 있었던 것이다.

아키서스 교단은 한 번 망한 덕분에 대부분의 스킬들과 직업들이 사라진 상태.

관련 성가도 그중 하나였다.

‘…잠깐. 그러면 요리 스킬도 그냥 무식하게 요리를 올리라는 게 아니라 어디 가서 배웠어야 하는 거였나?’

태현은 깨달았다.

아…!

요리 스킬 그렇게 무식하게 힘으로 올리는 게 아니라, 어디 돌면서 비전 요리 스킬 가진 NPC한테 이것저것 배워가면서 흩어진 스킬들의 흔적을 찾았어야 하는 거였구나…!

[카르바노그가 뭐든 간에 결과만 좋으면 되지 않냐고 말합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는 찾았고, 최고급까지 찍었다.

…관련 스킬들은 전부 다 내팽개치고 달려오긴 했지만!

‘솔직히 퀘스트가 이상한 거지.’

태현은 투덜댔다.

솔직히 다짜고짜 랜덤 스킬 3개 고른 다음 최고급까지 찍으라고 하면 ‘후 드디어 교단이 미쳐 돌아가는구나’라고 생각하지, 어느 누가 ‘교단의 퀘스트에는 깊은 뜻이 있겠지?’라고 생각하겠는가.

‘마법 스킬은 좀 이것저것 뒤져가봐면서 해야 하나….’

그러면 갈락파드를 만나는 게 답인데, 사실 태현도 갈락파드는 자주 만나고 싶지 않았다.

갈락파드는 좀 많이 미친놈 같았으니까!

사람이 유능하긴 한데….

“와. 원래 김태현 선수는 스킬 하나 얻으면 저렇게 새로 추가 스킬 얻고 그러니?”

“…언니. 그건 쟤가 좀 특이한 거야….”

이세연은 남설연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애썼다.

보통 일반적으로 저러지는 않는다!

“좋아. 이다비. 스킬 연습하자. 레벨 올려야지.”

“네. 다른 악보도 찾아와볼게요. 교단에 스킬 추가해야 하니까요.”

“바로 시작하자!”

태현과 이다비는 한 10초 정도 기뻐하고는 바로 스킬 연습에 들어갔다.

스킬 반복으로 레벨 올리는 작업!

이세연은 멍하니 그걸 지켜봤다.

전투 직업 입장에서는 저런 반복 작업은 참 심심한 일이었다.

던전을 돌거나 몬스터와 싸우면 모를까 저런 반복은 참….

“너도 배우렴.”

“…네? 저 네크로맨서인데요?”

“뭐 어때. 노래는 즐거우려고 하는 건데.”

“아니….”

이세연은 당황했다.

김태현이야 취향 이상하니까 온갖 잡스킬을 다 익힌다지만 이세연은 그러지 않았다.

효율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

하지만 남설연은 단호했다.

“자. 따라 해보렴.”

“아니… 네….”

열심히 연습하던 태현과 이다비는 멈칫했다.

어라? 이세연이 노래 연습하네?

“저거 잠깐 구경하고 할까?”

“그럴까요?”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구경하는 둘!

이세연은 김태현 뒤통수를 한 대 때리고 싶었다.

열심히 스킬 연습하기나 할 것이지 왜 멈추는 거야…!

* * *

이세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불러냈다!

“와. 잘 부르는데?”

“그러게요. 잘 부르네요.”

‘남의 속도 모르고….’

둘 앞에서 망신당하기 싫어서 안간힘을 짜내 부른 노래!

덕분에 꽤 호평을 받았다. 태현과 이다비는 아무 생각 없이 박수를 치며 신기해했다.

“이세연 씨는 노래도 잘 부르네요. 못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사람이 좀 치사할 정도네.”

“태현 님이 그런 소리를 하시면 좀….”

“?!”

둘의 시답잖은 대화에 이세연은 진땀을 닦아내며 털썩 앉았다.

보스 몬스터를 잡은 것처럼 피곤하다!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라-에랑스 왕국 왕실 음유시인의 탑 퀘스트>

풋내기 음유시인들은 언제나 노래를 따라 부르지만, 뛰어난 음유시인은 직접 노래를 만드는 법.

동료 사제와 흑마법사의 힘을 빌려 새로운 노래 다섯 곡을 작곡하라.

탑의 음유시인들이 그 곡의 결과를 평가해 줄 것이다.

보상: ?, ???

“어. 이런 퀘스트 떴는데 이거 무슨 퀘스트인가요?”

“와. 이게 떴나요? 잘 됐네요. 랜덤으로 뜨는 퀘스트인데, 노래 잘 부르거나 재능 있으면 종종 나오곤 해요.”

남설연은 매우 기뻐했다.

돌발 퀘스트였지만 제대로 해낼 경우 그 보상이 매우 좋은 퀘스트였던 것이다.

“보상이 뭐 나옵니까?”

“아마 스킬 담긴 악보 아이템이 나오지 않을까요? 랜덤이긴 한데 잘 만들수록 좋은 악보 나올 것 같네요.”

“오오…!”

태현은 감동했다.

‘응?’

“근데 셋이서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셋이 파티 상태라 그런가 보네요. 그러면 같이 만들어야죠.”

“어… 혼자도 지금 힘듭니다만. 이거 곡도 꽤 잘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태현은 사실 작곡에 그렇게까지 큰 재능이 있진 않았다.

기본적이고 대중적인 머니 코드 위주로 멜로디 짜고, 가사로 승부를 보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온갖 업적과 칭호가 있었기에 가사는 넘쳐났다.

하지만 음유시인 NPC들 평가 받고 그래야 하는데 돌려막기 할 수는 없었다.

이것저것 좀 궁리를 하긴 해야 하는데….

이다비랑 이세연은 딱히 음유시인도 아니지 않나?

“네. 그렇지요.”

“그런데 저희 셋 다 노래는 못 만드는…?”

“더더욱 열심히 해야겠네요.”

아…!

그런 비결이…!

[카르바노그가 감탄합니다!]

* * *

태현은 정말로 열심히 했다.

딱히 다른 방법이 없을 때는 그 방법으로 밀어붙이는 게 태현!

졸지에 이세연과 이다비는 도와주러 왔다가 같이 노래 스킬 연습하게 됐다.

“가사는 대중적이고 셋 다 공감 갈 수 있는 걸로 하자.”

“어떤?”

“오스턴 왕국이 망한 이유 같은 거?”

[노래 스킬이 오릅니다!]

[……]

[<레드 드래곤의 알>이 꿈틀거립니다.]

[알은 깨어나기 전까지 주변의 영향을 받습니다.]

[에랑스 왕국 왕실 음유시인의 탑의 영향을 받습니다.]

[아키서스의 화신이 부른 노래의…]

[아키서스 황금죽음상인사제가 부른…]

[네크로노미콘의 후계자가 부른…]

빠지직, 빠직-

“?”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리에 태현은 깜짝 놀랐다.

“잠깐! 스톱! 알 깨진다!”

“뭐?! 내가 노래 불러서 깨지는 거야?!”

이세연은 당황해서 물었다.

둘은 신성 속성인데 나 혼자 흑마법사라 그런 건가?

물론 아니었다. 그냥 깨질 때가 되어서 깨지는 것이었다.

파직!

-?

아기 레드 드래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장 가까이 있는 태현은 밖에서부터 그렇고 확실히 보호자처럼 느껴졌다.

근데 다른 둘은 누구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