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225화
태현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이제까지 쌓은 수많은 퀘스트 날먹 경험들이 태현을 도와줬다.
바로 튀어나오는 대답!
“…해결할 방법이 있지.”
-!!
-!!!!
태현의 말에 네 영웅들은 깜짝 놀랐다.
각자 영웅들이 주장하는 시험 방식이 다른데, 이걸 해결할 방법이 있단 말인가?
과연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은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그… 그게 무엇이지?
“영웅의 힘과, 검술과, 마법과, 먹는 능력… 뭐 먹는 능력도 들어가겠지. 어쨌든 이것저것 모든 능력을 다 테스트할 수 있는 시련이 있다.”
시련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영웅의 조건!
더 강한 시련을 극복할수록 더 뛰어난 영웅인 것이다.
“바로 굶주린 혼돈이 훔쳐가서 봉인시킨 아키서스의 성물들을 찾아오는 시련이다.”
-아니…!
-아키서스의 성물을 굶주린 혼돈이 가져간 것인가?
순진무구한 영웅들은 태현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믿었다.
굶주린 혼돈이 아키서스의 성물들을 훔쳐가서 봉인했다고?
바어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굶주린 혼돈이 아키서스 성물을 언제 훔쳐갔습니까?
“고대 제국 시절에 훔쳐간 것 같은데 뭐 정확한 년도는 나중에 찾아봐야 할 거 같고… 어쨌든 그놈이 훔쳐갔다는 게 중요하지.”
-그렇긴 하죠.
-???
뱀파이어 검사, 드레칼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태현과 눈이 마주쳤다.
“뭐냐. 드레칼. 백작들 불러달라는 건가?”
-아… 아닙니다!
드레칼은 입을 다물었다.
“하여간 아키서스 성물들이 흩어져 있는 걸 보면 굶주린 혼돈이 한 짓이라고 보면 된다. 하여간 굶주린 혼돈 놈들이 온갖 흉악한 짓을 다 하곤 하지.”
-과연… 굶주린 혼돈 놈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군.
와르드펭은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그럴듯한 것!
“찾기 힘든 것도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이 방해해서지. 하지만 여기 모인 영웅들의 능력이라면 그걸 극복하고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 거다.”
-잠깐만. 교황.
와르드펭은 뭔가 이상함을 깨닫고 입을 열었다.
그 모습에 태현은 긴장했다.
들… 들켰나?
-만약 똑같이 동시에 찾아오면 어떻게 승부를 가리지?
“…아주 똑똑하군. 그럴 때면 2개 찾아온 놈이 이기겠지?”
[카르바노그가 와르드펭의 지능에 감탄합니다!]
-하지만 성물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걸 찾는 것 또한 시련이지. 내가 알려주면 정당한 시험이 안 될 테니까.”
태현 본인도 몰랐지만 슬쩍 넘겼다.
“하지만 한 가지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자이언 산맥 쪽에, 대륙으로 나온 악마 공작이 아키서스의 성물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
-악마 공작 놈이!
네 영웅들은 얼굴을 굳혔다.
악마 공작은 그들에게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악마 공작과 싸워 성물을 가지고 나올 것인가, 아니면 다른 성물을 찾아서 돌아올 것인가?
그걸 결정하는 것 또한 영웅의 능력!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각 영웅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설득에 성공합니다!]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영웅의 증명-아키서스 교단 영웅 퀘스트>
대륙의 각 곳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네 영웅들은 아키서스 교단에서 내주는 시련을 듣고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대륙에 흩어진 아키서스의 성물을 찾고 굶주린 혼돈을 물리쳐 돌아올 것이다.
과연 그들 중 누가 이길 것인지는 아키서스만이 알리라.
보상: <가장 위대한 영웅> 칭호.
[아키서스 교단의 이름으로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대륙의 다른 영웅들에게도 참가 자격이 주어집니다.]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당황했다.
아니, 여기 네놈들 영원히 찢어 놓으려고 던진 퀘스트인데 왜 다른 놈들한테도 떠??
* * *
“어? 아키서스 교단 전체 퀘스트 떴네?”
“뭔데? 칭호 퀘스트인가?”
“<가장 위대한 영웅>? 엄청 좋아 보이는데.”
아키서스 교단 플레이어들은 새 퀘스트에 웅성거렸다.
원래 교단 전체 퀘스트는 난이도 높은 대신 보상도 좋기 마련.
교단 전체로 나온 퀘스트에 설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키서스의 성물은 좀 솔깃한데. 그거 가지면 뭐 효과 있지 않을까?”
“상자 까면 100% 당첨만 된다던가….”
“!”
그건 정말 탐난다!
옆에서 고블린 제작기 돌리고 있던 플레이어들도 귀를 쫑긋거렸다.
“야. 아키서스의 성물이 그렇게 쩐다는데?”
“뭐가 어떻게 대단하길래?”
“갖고만 있으면 하급 랜덤 상자도 무슨 최상급 랜덤 상자만큼 좋은 게 나온대.”
“진, 진짜?”
골짜기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는 곳이었다.
물론 헛소문도 그만큼 빠르게 퍼졌다.
-아키서스의 성물이 그렇게 대단하다더라.
-갖고만 있으면 골드가 굴러들어오고 NPC들이 친절하게 대해주고 인생이 핀다는데?
-김태현이 잘나가는 이유가 아키서스의 성물 덕분이라던데? 갖고 있으면 뭘 해도 잘 풀린대.
-아키서스의 성물… 아키서스의 성물….
-아키서스의 성물 찾으러 갈 사람 구합니다! 파티 모집! 아키서스 교단 관련 지식 있는 탐험가 우대!
그 결과 골짜기는 욕망에 눈이 먼 사람들로 득시글거리기 시작했다.
아키서스의 성물을 갖고야 말겠다!
직업군도 다양했다. 전투 직업 제작 직업 예술 직업 모두 다 탐내는 아키서스의 성물!
태현이 이 모습을 직접 봤다면 감동했을 것이다.
아, 아키서스가 이렇게 인기 있는 날이 올 줄이야!
* * *
“구시렉. 힘은 좀 회복되어가고 있나?”
-저 요새만 없으면 훨씬 더 빨리 회복될 것이다.
악마 공작, 구시렉은 요새를 가리키며 불평했다.
온갖 신들의 힘이 담겨 있는 요새는 사막 주변으로 신성력을 뿌려댔다.
악마 공작으로서는 매우 괴로운 건축물!
“뭐 어쩔 수 없지. 참고 회복하라고.”
태현은 무시했다.
구시렉은 힘을 회복하면 일단 마계로 돌아갈 게 분명해 보였다.
다른 악마 공작과 싸울 때 힘을 빌려줘야 하지만, 그 외에는 안 빌려줘도 되는 것!
태현이었어도 일단 마계로 튀고 봤을 것이다.
어쩌다가 소환되어서 굶주린 혼돈 하수인들한테 붙잡혔는데 누가 여기 더 있고 싶겠는가.
놀라운 건 구시렉은 구시온에 대해 별로 물어보지도 않는다는 점이었다.
방임 그 자체!
‘뭐, 지금 쓸 수 있는 건 써둬야지.’
“자. 구시렉. 내가 만드는 걸 돕기나 해라.”
-나한테 이런 천한 잡일을… 아, 아니. 성수는 뿌리지 말라고 했을 텐데! 나를 제대로 대접해라! 나는 마계의 주인 중 하나인 공작이란 말이다!
“난 왕이자 교황이다. 내가 너보다 높아.”
중앙 대륙 왕국 작위를 마계 작위랑 비교하는 뻔뻔함!
그 뻔뻔함에 구시렉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뭐 이런….
[대장장이 기술을 사용합니다!]
[악마 공작, 구시렉의 피가 들어갑니다. 제작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들어갑니다. 제작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굶주린 혼돈이 당신을 유혹합니다.]
[저항에 성공합니다!]
땅, 땅, 땅, 땅-
태현은 지금 대만불강검의 업그레이드 판을 만드는 중이었다.
이쯤 되면 대충 만들어서 쓸 불안정한 강철검이 아니었다.
[<혼돈과 악마와 불의 검>을 제작합니다.]
[최고급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사디크의 화염을 갖고 있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
[……]
악마 공작, 구시렉이 주는 버프에 굶주린 혼돈이 주는 버프, 거기에 이제까지 태현이 쌓아 올린 모든 것들로 인한 추가 버프.
어떤 대장장이도 따라할 수 없는 독자적인 보너스였다.
치이이익-
질 좋은 강철들이 순식간에 접혀서 검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혼돈과 악마와 불의 검>이 완성됩니다!]
[<혼돈과 악마와 불의 검>이 완성됩니다!]
[……]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혼돈과 악마와 불의 검:
내구력 30/30, 혼돈 공격력 650.
공격 속도 150% 증가, 일정 확률로 방어 무시 데미지, 데미지 시 혼돈 오염.
스킬 ‘혼돈의 폭발’ 사용 가능.
굶주린 혼돈에게 인정받아야 착용 가능.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흉악한 힘이란 힘에는 다 심취한 대장장이가 만든 요사스러운 명검이다. 이 검의 끝은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다.
‘오…?’
태현은 다른 아이템도 확인해 봤다. 그런데 스탯이 달랐다.
혼돈과 악마와 불의 검:
내구력 30/30, 화염 공격력 650.
공격 속도 150% 증가, 일정 확률로 방어 무시 데미지, 데미지 시 추가 화염 발동.
스킬 ‘화염의 폭발’ 사용 가능.
…….
이건 화염 위주 검!
다른 하나는 악마 위주 스탯이었다.
‘재밌군. 이것저것 다 넣다 보니까 랜덤으로 결정되는 건가?’
마음 같아서는 모든 옵션이 한 검에 다 들어 있었으면 했지만, 그건 솔직히 과욕이었다.
양심 없는 소리지!
어차피 상황에 맞춰 무기를 바꿔가면 됐다.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고….
[카르바노그가 그런데 왜 신성 스탯은 없냐고 묻습니다.]
‘…사디크의 화염도 어떻게 보면 신성 쪽에 들어가고 그런 거지.’
검 만들 때 혼돈 옵션 넣고 악마 공작 힘 넣고 사디크 화염으로 만들다 보니 다른 것까지는 넣을 여력이 없었던 것!
아키서스 교단 교황이 만들었는데 검 이름에 아키서스나 행운이 없었다.
[<혼돈과 악마와 불의 검>이 완성됩니다!]
[<혼돈과 악마와 불의 검>이 완성됩니다!]
[……]
[<레드 드래곤의 알>이 꿈틀거립니다.]
[알은 깨어나기 전까지 주변의 영향을 받습니다.]
[<혼돈과 악마와 불의 검>을 제작한 것으로 인해 <레드 드래곤의 알>이 변화를 받습니다.]
[악마 공작 구시렉으로 인해 <레드 드래곤의 알>이 변화를 받습니다.]
“…너 저리 꺼지지 못해??”
-아, 아니…! 네놈이 도우라고 하지 않았나!
구시렉은 분노했다.
악마 공작이 직접 제작에 참가한 것을 영광으로 여기지는 못할망정 감히 저딴 소리를!?
* * *
“에잉. 구시렉 놈 때문에 나쁜 물 들었겠네.”
태현은 투덜거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악마 공작이 제작 버프 주는 건 정말 버릴 수 없는 옵션이었으니까.
말이 악마 공작이었지, 대륙에서 태현처럼 악마 공작을 상대해서 무사한 사람은 없었다.
다른 대장장이한테 ‘나는 아이템 제작할 때 악마 공작 불러서 버프 받는다?’라고 말하면 ‘뭔 개소리세요’ 같은 반응이 돌아올 것이다.
“음… 이다비. 판온에서 가장 물 좋고 경치 좋고 평화로운 곳이 어딜까?”
요새를 무너뜨리려는 영웅 놈들도 치웠겠다, 검도 만들었겠다, 태현은 정말 오랜만에 쉴 생각이었다.
물론 말이 휴식이었지 가서는 미뤄뒀던 스킬 작업을 할 예정이었지만….
[그건 쉬는 게 아니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그 정도면 쉬는 거지 뭐.’
드래곤 알 부화할 때까지는 최대한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것만 들려줄 생각!
“글쎄요? 관광지야 많긴 한데….”
에랑스 왕국부터 시작해서 이곳저곳 구경할 곳은 많았다.
“골짜기도 꽤 좋은 평가 많아요.”
“골짜기는 안 돼.”
태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골짜기 주인이지만 골짜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길하다!
갔다가는 안 좋은 영향 받을 것 같아서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그냥 경치 좋은 곳이라는 것도 좀 애매하지 않나요? 확실히 방향을 정해야 할 것 같은데요.”
“으음.”
맞는 말이었다.
숲, 평야, 바다, 사막, 화산, 빙하 등 온갖 지형들이 있었다.
이 중 뭐가 좋을까?
“레드 드래곤이니까 역시 사막이나 화산 쪽이 좋지 않을까?”
“하지만 약점 극복을 위해서라면 빙하가 나을지도….”
“신전도 나을지 모르겠는데. 앗. 그냥 신전 순례할까? 다른 교단 놈들 공적치 포인트도 쌓여 있는데….”
주교들이 알면 기겁할 소리였지만, 불행히도 그들은 지금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