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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23화 (1,222/1,826)

§ 나는 될놈이다 1223화

‘예전에는 안 저랬던 것 같은데….’

예전에는 훨씬 더 쿨하고 차가웠던 것 같았는데….

저렇게 변한 걸 보니 기분이 복잡했다. 이다비가 부럽기도 하고.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야.”

“…너 드래곤 알 탐내는 거지?”

태현은 의심쩍은 눈빛으로 이세연을 쳐다보았다. 이세연은 분노해서 외쳤다.

“안 탐내거든?!”

“태현 님. 이세연 씨가 그러실 분은 아니에요.”

“그래?”

그걸 또 바로 납득하는 모습이 더 얄밉다!

[<레드 드래곤의 알>이 꿈틀거립니다.]

[알은 깨어나기 전까지 주변의 영향을 받습니다.]

[아키서스의 화신과 네크로노미콘의 후계자로 인해 <레드 드래곤의 알>이 변화를 받습니다.]

“음….”

또 한 번 알이 꿈틀대더니 메시지창이 떴다.

태현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얘 나오자마자 ‘왕위를 계승하겠습니다 아버지’ 찍는 건 아니겠지?

* * *

“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

태현은 당황한 표정으로 리무진에 탔다. 뒤에는 이세연이 이미 앉아 있었다.

“이세연. 네가 준비한 거야?”

“…내가 이런 걸 왜 준비했겠어? 아니거든.”

어처구니없는 오해에 이세연은 어이없어했다.

“협회에서 준비한 차량이야.”

“…….”

이번에는 태현이 어이없어했다.

아니 뭔….

협회 안에서 일어나는 소란은 기사로 들어서 알고 있었다.

협회장이 사무총장 멱살 잡고 싸우다가 영상 흘러나왔다던데….

“둘이 그렇게 싸웠다던데 진짜인가?”

“응. 진짜 싸웠대.”

“협회장 잘 싸우더라. 타격의 기본이 탄탄하던데.”

“그, 그래.”

태현의 분석에 이세연은 당황했다.

“이렇게 쓸데없이 대접해 주면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데 말이야.”

“걱정 안 해도 괜찮아.”

이세연은 유 회장에게 말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협회 사람들이 머리가 달렸다면 더 이상 미친 짓은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뒤집어지고 박살이 났는데….

그러나 협회는 이세연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크흠. 두 분께서 선수 선발을 맡아주시죠.”

“…….”

“…….”

태현과 이세연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눈빛으로 대화했다.

-내가 불안하다고 했잖아?

-내가 이럴 줄 어떻게 알았겠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선수한테 다른 선수 선발을 맡긴다니!

“너무… 전례가 없는 일 아닙니까? 선수 선발은 감독님 권한인데 제가 그걸 침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태현은 필요할 때면 얼마든지 정상적으로 말할 수 있었다. 이세연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한다!

그러나 협회 직원은 이미 작정했다는 듯이 유창하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김태현 선수!”

“아… 아닙니까?”

너무 당당하게 아니라고 해서 순간 태현도 흔들렸다.

내가 이상한 건가?

요즘 트렌드는 선수가 선수를 뽑나…??

쿡쿡-

이세연이 옆에서 태현의 허벅지를 찔렀다.

정신차려!

‘아차. 정신줄 놓을 뻔했군.’

“김태현 선수. 요즘은 선수들이 선수의 역할에만 고정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해외 게임단을 보면 톱 선수들은 선수 선발이나 스카우트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지요.”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조언 정도 아닌….”

“보십시오. 여기 뉴욕 라이온즈의 새 선수는 실제 선수의 추천을 받아서….”

“아니 그러니까 그건 조언….”

“심지어 어떤 게임단은 주장이 감독이자 코치를 맡고 구단주까지 겸임하고 있습니다.”

“…….”

“…….”

태현은 할 말이 없었다. 이세연도 솔직히 감탄했다.

여기서 팀 KL을?

“그 게임단 이제 감독은 따로 뒀는데….”

“어찌 되었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이제 선수들도 팀 경영에 참여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라는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이세연 선수?”

‘왜 나한테까지?’

이세연은 화살이 돌려지자 당황했다.

“좀 부담되긴 하네요. 저희가 월권행위를 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거든요.”

“걱정 마십시오. 외부로는 절대 유출하지 않겠습니다. 두 분께 조언을 들었다는 말 정도로만 나갈 겁니다.”

직원들은 필사적이었다.

태현과 이세연의 협조를 얻기 위해 간부터 쓸개까지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

유 회장이 얼마나 미쳐서 날뛰었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러면 저희 멋대로 선수 선발하고 나서 책임은 협회가 지는 겁니까?”

“예!”

“오….”

“거기서 감탄하면 안 되지!”

“아니. 순간 솔깃했어.”

태현은 이미 반쯤 넘어가 있었다.

선수 선발권을 가지게 된다니.

이건 솔직히 좀 탐난다!

“김태현. 정신 차려. 저런 일은 맡는 게 아니야. 거절해야지.”

이세연은 냉정하고 현실적인 편이었다.

이제까지 전례가 없던 일을 굳이 맡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미 충분히 선수로서도 영광스러운데 저런 일까지 해야 할까?

“이세연. 같이 해보자. 재밌을 것 같은데.”

“…!”

“그리고 남이 뽑아준 선수들하고 맞추는 것보단 우리가 우리와 맞는 선수들 고르는 게 낫지 않나?”

“보통 선수들은 자기하고 맞는 선수를 자기가 고르진 않거든?”

말은 그렇게 해도 이세연은 이미 반쯤 넘어와 있었다. 솔직히 태현의 말에 흔들린 것이다.

“그러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니 잠….”

* * *

“열 명에서 열다섯 명 정도는 뽑아놓는 게 낫겠지?”

“스무 명까지 꽉 채울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남으면 협회가 채울 테니까.”

“딜러 탱커 힐러 나눠서 뽑아야겠군.”

“기준을 뭘로 한다?”

“일단 나한테 원한 없는 놈을 골라야 팀워크가 잘 맞지 않을까?”

“그러면 선수 중 80% 정도는 못 고를 걸….”

“하긴 너도 못 뽑겠군.”

“난 원한 없거든?”

이세연은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 날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싫어하진 않지. 보면 한 대 때리고 싶긴 해도….”

“그걸 보통 싫어한다고 하지 않나?”

둘은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계획을 그려나갔다.

“일단 안정적인 딜러 하나, 불안정해도 포텐 좋은 딜러 하나, 변칙적인 딜러 하나….”

“탱커는 방어력보다 체력에 중점을 두자.”

“나도 그렇게 생각해.”

방어력이냐 체력이냐.

탱커 사이에 계속 말이 많이 나오는 의견이었다.

태현과 이세연은 체력이 방어력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각종 상황에 훨씬 더 대처하기가 쉬운 것이다.

“이건 선수들 훈련장으로 불러서 테스트 시켜봐야겠는데.”

“컨트롤 같은 건 아무래도 직접 봐야 아는 게 있으니까… 그리고 근접전 위주 직업은 네가 봐줘야 해.”

이세연의 컨트롤은 마법 쪽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런 근접전에서의 컨트롤은 태현이 봐줘야 하는 것!

“훈련장은 어디에 있는데?”

“유성 게임단 훈련장 몇 개 있어. 판온 내에… 잠깐. 이거 외부인한테 공개해도 될까? 위에 물어봐야겠는데.”

“선수들한테 협회 이름으로 오라고 한 다음 테스트 좀 봐줘야겠군. 맞다. 이세연. 나 노래 스킬 도와준다면서?”

“아. 미안. 잊고 있었어.”

잊고 있는 게 당연했다.

태현이 그동안 얼마나 다이나믹하게 돌아다녔는지 생각해 보면 노래 스킬 가르쳐 줄 시간이 없는 것도 당연한 법!

“요새도 한숨 돌렸으니 도와줄게.”

“네가 직접 가르쳐 줄 건 아니지?”

“당연하지. 노래 스킬 올릴 시간이 어디 있….”

말하려던 이세연은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태현은 노래 스킬도 올리고 있지 않은가!

“…뭐 어쨌든… 사촌 언니가 성악 전공하셨거든. 판온에서도 음유시인 쪽 전직하셔서 되게 레벨 높이 찍으셨어.”

현실 직업을 그대로 갖고 오는 사람들은 보통 판온에서도 실력이 좋았다.

아무래도 현실에서 하던 경험이 그대로 있는 것이다.

“오… 프로시구나.”

“너, 언니 앞에서는 이렇게 굴면 안 된다?”

이세연은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다. 사촌 언니는 엄격하고 냉정한 성격이었다.

태현처럼 들이받았다가는 서로 멱살 잡을 수도 있다!

“당연히 안 그러지. 나도 평소에는 예의 지켜서 행동한다고.”

“그래. 믿을게.”

말하고 난 이세연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야….

그러면 내 앞에서는 왜…?

“선수들 테스트하려면 시간 좀 걸릴 텐데, 그동안 노래 배우면서 알이나 키워봐야겠다.”

많은 걸 바라진 않았다.

그저 성격만 좀 멀쩡한 놈이 나와다오!

나오자마자 ‘세상을 불태우겠다!’ 같은 소리만 안 하면 될 것 같았다.

“서로 테스트 몇 개씩 골라놓을까?”

“그거 좋은 생각이다.”

둘은 의견을 나누고 간단하게 계획을 짰다.

각자 서로 테스트할 방법을 정하고 공유하자!

* * *

“어. 이세연. 그래. 테스트 준비하고 있어. 하나는 노드란체 지하에 있는 훈련장인데, 너도 들어봤을 거야. 순수하게 컨트롤 보기 좋은 곳이야.”

“????”

햇반 돌려서 밥 먹으려던 케인은 태현의 전화를 보고 의아해했다.

지금 이세연이라고 하지 않았냐?

“야. 방금 이세연이라고 하지 않았냐? 이세연이랑 전화하는 거 같은데?”

“이세현을 잘못 들은 거겠지. 예전 동창 중에 이세현이란 친구 있었어.”

“뭐하던 친구인데?”

“…다단계 하려다가 사라진 친구였… 그러게? 연락할 이유가 없는데?”

최상윤도 뭔가 이상하단 걸 깨달았다.

진짜 이세연인가?

“선배님이 이세연 선수와 대화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정수혁이 의아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러자 최상윤과 케인이 기가 막히다는 듯이 외쳤다.

“그걸 말이라고….”

“무슨 턱도 없는 소리를… 이런 멍청한 놈이. 이세연이 김태현을 얼마나 싫어하는 줄 알아?”

“???”

최상윤은 뭔 소리를 하냐는 듯이 케인을 쳐다보았다.

아니 그건 아닌데?

케인은 신이 나서 정수혁을 구박했다.

“넌 모르겠지만 말야, 이세연이 판온 1 때부터 원한을 갖고서….”

“아니 저도 다 압니다.”

“…그래서 말이야….”

정수혁은 케인의 말을 무시하고 최상윤에게 물었다.

“그래서, 대화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둘 다 자존심 강해서 굳이 연락 할 성격은 아닌데. 일 없으면… 아.”

생각해 보니 요즘 퀘스트도 겹치고, 판온 월드컵도 있겠다, 둘이 연락할 이유는 충분했다.

“가능은 하겠네.”

“역시 그렇지 않습니까.”

정수혁은 의기양양했다. 케인은 시무룩해졌다.

‘앗. 생각해 보니 김태현 놈 당황하는 걸 볼 수도 있겠군.’

케인은 무릎을 쳤다.

“?”

“야. 이건 기회야!”

“무슨 기회?”

“또 보나 마나 헛소리 같은데….”

“김태현을 당황하게 할 수 있는 기회! 이세연과 왜 전화했냐고 놀리는 거지!”

“…와. 얘는 정말 대단하지 않냐?”

“저도 저 멘탈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구박 받아도 불사조처럼 회복하는 저 멘탈!

“아니. 너희들은 억울하지도 않냐?!”

“케인. 음… 여기서 너만 놀림을 받았다.”

연애를 가장 구질구질하게 하다 보니 집중적으로 놀림을 받았던 것!

다른 둘은 별 상관이 없었다.

“너, 너도 연애하고 싶어했잖아!”

“저도 그랬습니다만 케인 씨 보니까 연애를 위해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건 좋지 않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

어투는 공손해도 가슴을 후벼파는 말!

“내가 그렇게 구질구질했냐…?”

“좀 많이 그랬지.”

“사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좀 쿨하게 연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전화 한 번 할 때마다 저희한테 상담 받지 마시고….”

“…….”

그러는 사이 태현이 돌아와서 앉았다. 케인은 포기하지 않고 슬쩍 물었다.

“이세연이랑 전화한 거냐?”

“어.”

“둘이 요즘 많이 친하네?”

“어. 월드컵 대비해서 선수 선발 관련으로 상의하고 있었어.”

“…!!!!!”

케인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뭐라고?

“야. 놀린다며?”

최상윤이 그렇게 말하자 케인은 기겁해서 손을 흔들었다.

“쉿! 쉿!”

“뭘 놀려?”

“얘가 너 돌아오면 놀린다고 벼르고 있던데.”

최상윤의 고발에 태현은 한심하다는 듯이 케인을 쳐다보았다.

“케인… 그 나이 먹고 아직도 그렇게 유치하게….”

“아, 아니야! 오해야! 오해라고!”

“요즘 네 연애가 잘 안 풀린다고 해서 그걸 밖으로 푸는 건 좋은 행동이 아닌 것 같다. 상대방이 바쁘다면 좀 기다려줘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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