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222화 (1,221/1,826)

§ 나는 될놈이다 1222화

한 번에 레벨이 4씩이나 오르다니!

이름 : 김태현

레벨 : 214

직업 : 아키서스의 화신

HP : 216,605

MP : 166,655

힘 : 1,270

민첩 : 1,275

체력 : 1,390

지혜 : 1,410

행운 : 8,230

‘새삼스럽게 많이도 왔군.’

파그로악을 쓰러뜨리면 레벨이 폭발적으로 오를 거라고 기대는 했다.

파그로악은 드래곤 정도 되는 상대였으니까.

여기 있는 수백 명이 넘는 NPC들과 경험치를 나누고, 또 알렉세오스의 도움까지 받았는데도 레벨이 4가 오를 정도라면….

‘아쉽진 않다.’

태현은 아쉬워하진 않았다.

애초에 보스 몬스터를 혼자서 잡는다는 게 욕심이었으니까.

이제까지 운이 좋아서 몇 번 그렇게 해왔지만 원래 보스 몬스터는 혼자 잡는 게 아닌 것이다.

이런 걸로 아쉬워하지는 않….

“길마님! 경축드립니다!”

“길마님! 경축드립니다!”

이세연을 둘러싸고 환호하는 길드원들!

보아하니 이세연 레벨이 꽤 많이 오른 것 같았다.

…저건 배가 너무 아프다!

“저희도 해드릴까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태현을 보며 물었다.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기껏 잡았는데 아이템이 없군.’

[굶주린 혼돈의 대전사가 아니라 거지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맨몸뚱이었던 파그로악은 잡아도 나올 아이템이 없었다.

주는 건 경험치와 명성과 신성과 공적치 포인트와 칭호 정도뿐!

너무 약소한 보상이었다.

‘너무 약소하군.’

[너무 약소하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

양심 없는 화신과 신의 대화에 용용이는 황당해했다.

아니….

[굶주린 혼돈의 대전사를 쓰러뜨린 것으로 인해, 굶주린 혼돈의 대전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습니다!]

<굶주린 혼돈의 대전사-굶주린 혼돈 세력 퀘스트>

굶주린 혼돈은 아무나 받지 않는다. 위대한 영웅 같은 실력이 검증된 영웅만 골라 받는 것이다.

당신은 굶주린 혼돈의 대전사를 쓰러뜨림으로서 실력과 자격을 증명했다.

이제 굶주린 혼돈이 내미는 손을 받고 그 대전사가 되어라!

보상: ?, ???

“…아니. 이건 아니지.”

태현은 정색하고 퀘스트를 무시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굶주린 혼돈 쪽으로 갈아타는 건 미친 짓이지!

[내 힘을…]

태현은 무시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독을 먹을 생각은 없었다.

[굶주린 혼돈의 대전사를 쓰러뜨렸습니다!]

[굶주린 혼돈이 당신을 유혹하기 위해 힘을 빌려줍니다.]

[앞으로 아이템 제작 시에 굶주린 혼돈의 힘을 빌릴 수 있습니다. 옵션 <굶주린 혼돈>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

아니!?

굶주린 혼돈은 기기변경 서비스처럼 끈질겼다.

사디크 교단이나 다른 악신 교단은 한 번 싸우면 ‘자존심이 있지 저 새끼는 절대 안 받아!’라고 했지만, 굶주린 혼돈은 아니었던 것이다.

잘 싸우면 잘 싸울수록 탐난다!

“흠. 뭐 이건 고맙게 받겠습니다.”

[카르바노그가 왜 감사인사 하냐고 화냅니다!]

‘아니. 사람이 원래 싸울 땐 싸우더라도 예의는 잊지 말아야 하는 법이지.’

받은 게 있어서인지 태현의 태도는 한층 더 공손해져 있었다.

[그래… 후후… 나는 관대하다…]

“이제 뭐 받을 거 다 받았으니 그만 떠드시고.”

태현은 메시지창을 무시했다.

‘굶주린 혼돈 옵션은 상당히 좋았지?’

당장 <굶주린 혼돈의 검>이 물공 500에 마공 500 찍는 살벌한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용의 파멸>이나 <황제 살해자>만큼은 아니어도, 두 무기는 쉽게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안 그래도 태현은 무기를 거칠게 쓰는 타입이라, <대만불강검> 같은 무기가 필요했다.

무기를 휘두르고 던지고 폭파시키고 폭탄에 꽂아 넣고 별짓을 다 하니…!

<굶주린 혼돈의 대만불강검>이라면 충분히 강력한 업그레이드가 되리라.

[굶주린 혼돈한테 오염당할 수 있다는 걱정은 안 하냐고 카르바노그가 걱정합니다.]

‘나도 걱정했는데. 카르바노그.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지.’

[???]

‘난 행운의 신의 화신이잖아.’

일정 확률로 오염당한다지만 생각해 보니 태현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행운 높아서 어지간하면 안 걸린다!

<용의 파멸>도 쓸 때마다 드래곤이 찾아와서 공격 받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아직 한 번도 안 맞지 않았나.

[그건 그냥 드래곤한테 아키서스 소문이 좀 무섭게 나서 그런 거 아니냐고 카르바노그가…]

‘좋아. 돌아가자마자 바로 굶주린 혼돈의 대만불강검을 만들어야겠군.’

-화신이여….

“앗. 알렉세오스.”

메시지창을 확인하던 태현을 알렉세오스가 불렀다.

-나는 이제 시간이 됐다. 더 오래 있다가는 굶주린 혼돈이 내 영혼을 집어 삼킬 거다.

“알렉세오스….”

-슬퍼하지 마라. 화신.

‘아니, 슬퍼한 건 아닌데.’

가기 전에 드래곤 어떻게 키우는지, 남은 재산 없는지, 레어에는 뭐 없는지, 이것저것 물어보려고 한 거였는데….

그러나 알렉세오스가 살짝 감동 받은 것 같아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건 영원한 이별이 아니다. 나는 우리의 신이 돌보는 천계로 떠나는 것이니….

신들의 천계로 떠나면 다시 대륙에 접근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영원한 이별은 아니었다.

특히 아키서스의 화신은 신성 관련 직업이니 다시 만날 수도 있….

-…잠깐.

알렉세오스는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천계에 갔는데 아키서스의 화신과 다시 만나는 건 매우 안 좋은 상황이었다.

보통 종족 단위 계약으로 불려나왔거나 아키서스의 화신이 뭔 수단을 써서 천계로 올라온 상황 아닌가.

매우 불길하다!

-…아니다. 생각해 보니 이건 영원한 이별이다.

“아니. 천계로 떠나는 거 아냐? 드래곤의 신이 돌보는 천계 영역으로 가서 영원한 안식을 갖는 거라고 카르바노그가 그러던데?”

-아오 이 토끼 샊….

[…….]

-…영원한 이별이다. 아키서스의 화신. 나는 이만 사라진다…!

[사막의 수호자, 알렉세오스가 영원한 안식을 맞이합니다!]

[수많은 적들을 물리쳐 온 알렉세오스는 그 추종자도 많았지만 적도 많았습니다. 그 적들이 기뻐합니다!]

[아스비안 제국의 불만도가 크게 내려갑니다!]

[아스비안 제국의 치안이 크게 올라갑니다!]

[……]

‘에이.’

태현은 배가 아팠다.

이세연에게 좋은 일을 해주면 왜 이렇게 배가 아픈 걸까?

[알렉세오스의 추종자들이 당신을 추종하기 시작합니다!]

[아키서스 교단으로 새 퀘스트들이 추가됩니다!]

[앞으로 알렉세오스의 추종자들이 찾아와서 부탁을…]

‘…드래곤이 생각보다 할 일이 많은데.’

태현은 놀랐다.

드래곤이 하는 일은 건물주처럼 놀고 먹고 자다가 심심하면 나와서 기지개 좀 펴주고 드래곤 로어 좀 쓰고 다시 들어가는 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하는 일이 많잖아?

[<레드 드래곤의 알>이 꿈틀거립니다.]

[알은 깨어나기 전까지 주변의 영향을 받습니다.]

[굶주린 혼돈의 대전사를 쓰러뜨린 명예로운 행동으로 인해 <레드 드래곤의 알>이 변화를 받습니다.]

“!!!!”

태현은 깜짝 놀랐다.

아니 행동 영향을 받아?!

[카르바노그가 기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키서스 주변에 있으면 위험할 거 같은데!

“김태현. 고생했어.”

이세연이 다가오자 태현은 뒷걸음질 쳤다.

네크로맨서는 아무리 봐도 알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거 같다!

“…무슨 뜻이야?”

이세연은 태현을 노려보았다.

진심으로 상처 받은 표정!

같이 열심히 싸워 놓고 저러니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음. 그게 사정이 있는데….”

“너 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려고 이러는 거지?”

5분 후.

“…말이 되는 소리였네.”

이세연은 바로 납득했다.

드래곤 알이라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얘는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드래곤한테 알을 부탁받지?’

이세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전부터 돈 소문이 하나 있었다.

-김태현은 사실 드래곤 관련 직업이 아닐까?

데리고 다니는 펫들도 그렇고 드래곤과 엮이는 일이 많으니, 드래곤 관련 직업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었다.

전설 속의 <드래곤 나이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용의 하수인>이나 <용의 심부름꾼>, 혹은 <용의 친구> 정도만 되어도….

-아키서스 교단 교황인데 뭔 드래곤 관련 직업이야?

-드래곤 관련 직업인데 아키서스 교단 교황 직위를 맡고 있는 걸 수도 있잖아.

-오…?

-뭔 오야 미친놈아! 저게 말이 되냐?!

그런데 이번 싸움을 보니 그 소문이 다시 떠올랐다.

진짜 직업이 드래곤이랑 관련 있는 거 아냐?

파그로악과 싸우던 태현은 정말 강렬했다.

드래곤 타고 사막 아래에서 날아오른 다음 정면으로 대격돌!

고일 대로 고인 랭커들인 이세연의 길드원들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장면이었다.

‘이래서 김태현 김태현 하는구나!’

‘길마님이 스토커처럼 집착한 게 이해가….’

매번 영상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게 되니 이해가 갔다.

플레이의 차원이 다르다!

드래곤 위에서 파그로악과 육탄전을 펼치는 박진감에 전원이 압도된 것이다.

-야, 붙는 거 봤냐? 김태현은 정말 전설이다.

-김태현이 그 정도입니까?

-그냥 레벨 높고 컨트롤 잘하고 직업 좋고 아이템 좋은 놈인 줄 알았는데….

-…그건 이미 충분히 대단한 거야….

레드 드래곤을 타고 싸운 영상은 벌써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신나서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이런 걸 왜 생방송을 안 해??

-김태현 씨… 방송 계정을 만들었으면… 제발… 방송을 해주세요….

-방송 계정은 폼이 아닙니다….

팬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리플을 달고 있었다.

제발 계정 만들었으면 방송 좀 해!

오죽하면 파워 워리어 길드 계정 가서 김태현 소식을 찾아 헤매야겠냐!

모르는 사이에 뭔 처음 보는 보스 몬스터와 미친 듯한 레이드를 펼쳤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분노했다.

-팀 KL 계정에 가서 생방송 좀 해달라고 말하자!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아!

-그러면?

-다른 게임단 계정에 가서 청원하는 거야!

-그거 참 좋은 생각이구나!

-????

-아니 거긴 왜….

* * *

“음. 이 알이 문제인 게….”

태현은 고민에 잠겼다.

“뭘 했을 때 변화를 받았다는 메시지창이 뜨긴 하는데, 이게 좋은 변화인지 나쁜 변화인지 알 수가 없네.”

“명예로운 행동은 아마 좋은 변화 아닐까요?”

이다비가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이세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레드 드래곤은 오만하고 성질 더럽잖아. 만약 그 성격에 명예를 추구하는 게 높아지면 오히려 골치 아파질 수도 있을 것 같아.”

둘 다 일리가 있었다.

명예로운 성격도 정도를 넘어가면 귀찮아지는 것!

“태현 님. 이것저것 책 갖고 왔는데요.”

이다비는 책들을 꺼내 놓았다. <드래곤의 생애>, <드래곤 레어에 물려가도 살아 나오는 법>, <사기 당한 불쌍한 드래곤>, <드래곤의 특징> 같은 책들이었다.

[드래곤에 관한 정보가 추가…]

[……]

[……]

“일단 알에서 깨어 나오면 한동안은 엄청나게 약한 상태일 거에요.”

“나오자마자 브레스 쓰고 힘 잃어버린 용용이나 흑흑이처럼?”

-…….

-…….

가만히 있다가 한 대 맞은 두 드래곤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왜 우리한테…!

“아니요. 용용이나 흑흑이는 레벨만 깎인 거지, 둘 다 다 자란 드래곤이잖아요. 그런데 얘는 아예 아기 드래곤이라….”

“…잠깐. 설마.”

태현은 식겁했다.

“내가 처음부터 키워줘야 한다고?”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

태현은 즉시 쓸 수 있는 전력이 필요한 거지, 처음부터 키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경ㅁ….”

“…에 팔았다가 나중에 들키면 레드 드래곤한테 습격당할지도….”

“…….”

태현은 이다비의 말에 시무룩해졌다. 그 모습에 이세연은 놀라워했다.

생각보다 이다비 말을 잘 듣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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