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218화
이세연은 즉답했다.
태현의 괴식 요리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했던 것이다.
-골짜기의 명물, 괴식 요리를 먹어보러 왔습니다! 자, 제가 한 번 먹어보겠으헉크럭궭켁켁!
-끄어어억… 끄어어억….
-지옥의 심연을 섞어 놓은 듯한 맛….
<괴식 요리>는 확실히 좋은 스킬이었다.
맛을 희생하는 대신, 그만큼 능력 버프를 올리는 것이다.
성능에 목숨 거는 사람들에게는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스킬!
…하지만 그래도 맛이 너무 없었다.
‘아 한약도 먹는데 이걸 못 먹어?’ 하면서 호기롭게 나선 사람들도 ‘까불어서 죄송합니다! 까불어서 죄송합니다!’라고 할 정도의 맛!
결국 <괴식 요리>를 찾는 사람은 둘로 나뉘었다.
성능에 목숨 건 고렙 이상 플레이어들.
그리고 방송이나 벌칙에 쓰려고 사가는 플레이어들!
이세연은 둘 다 아니었다. 괴식 요리 먹을 정도로 실력에 자신감이 없지도 않았고!
“너 리치 상태 아닌 것 같은데?”
“이게 내 직업 고유 스킬이라서 그래.”
이세연은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했다.
태현은 수상쩍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이세연이 직업 스킬을 그냥 말해주다니?
“그런 걸 말해줘도 돼?”
“월드컵도 같이 나가게 될 텐데 이 정도는 말해줘야지.”
이세연은 대답에 막힘이 없었다.
그 모습에 이다비는 감탄했다.
태현 앞에서 거짓말로 버티는 사람은 처음 봤다!
하지만 태현에게는 다음 수가 있었다.
“걱정 마라. 난 언데드한테도 통하는 요리 만들 수 있으니까.”
“…말도 안 돼.”
이세연은 경악했다.
아니 세상에 그런 스킬이 있어?
…있었다.
[<아키서스의 요리:언데드>를 사용합니다!]
[……]
[……]
“…!!”
진짜 언데드를 위한 요리가 만들어지는 모습에 이세연은 눈을 깜박였다.
[<언데드를 위한 해골 수프>가 완성됩니다!]
[주변의 언데드들이 요리를 탐냅니다!]
[주변의 언데드들이 당신을 부럽게 쳐다봅니다!]
이세연을 호위하고 있는 최상급 둠 나이트들이 투구 안에서 반짝이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주인님!
혼자 드실 겁니까?
“김, 김태현. 내 언데드들이 먹고 싶어하는데….”
“걱정 마. 이세연.”
태현은 친절했다.
이세연이 여기까지 도와주러 온 것에 살짝 감동했던 것이다.
이럴 때 정도는 친절을 베풀 수 있는 법!
게다가 여기서 푸짐하게 먹고 마실수록 교단 놈들은 배고프고 목이 마를 것이다.
“그러면 나눠줘도 돼?”
“아니. 그럴 필요 없다고. 걔네들을 위한 요리는 내가 따로 만들어주지.”
[언데드들이 환호합니다!]
“하하. 녀석들. 고마워할 거 없다.”
태현은 이세연이 이끄는 언데드들과 빠르게 친목질을 했다.
느부캇네살의 흑마법 덕분이었다.
“너희들이 둠 나이트라고?”
끄덕끄덕.
데스 나이트가 오랫동안 고이고 고여서 경험치를 쌓다 보면 더 강한 존재로 진화하곤 했다.
어비스 나이트나, 둠 나이트, 나이트메어 나이트 등.
그중 하나인 둠 나이트!
이세연이 둠 나이트를 만들어서 부리고 있다는 사실에 태현은 충격을 받았다.
‘데스 나이트보다 강한 건 물론이고 스킬폭이 훨씬 넓은 걸로 아는데….’
각종 특이 스킬들을 쓸 수 있는 둠 나이트!
그러는 사이 이세연은 눈을 질끈 감고 수프를 들이켜려고 했다.
[언데드 전용 요리입니다! 먹을 경우 맛이 끔찍하게 없을 수 있습니다!]
[……]
[……]
“으으윽. 으윽. 으으윽….”
쿵! 쿵!
옆에서 둠 나이트들은 수프를 원샷하고 발을 굴렀다.
[언데드들이 대만족합니다!]
[사기가 오릅니다!]
“…고, 고마워….”
“너 우냐?”
“안, 안 우는데. 햇빛이 눈부셔서 눈물 맺힌 거거든.”
“여기 지하인데….”
* * *
-우리가 돌아왔소!
-그런 전사 놈들은 우리의 적수가 되지 못하지!
교단은 금세 지하 통로로 돌아왔다.
애초에 너무 차이 났던 싸움!
아무리 굶주린 혼돈이 강하다 하더라도 저런 몇 안 되는 전사 패거리로는 뭘 보여줄 수가 없었다.
태현은 박수쳤다.
“와! 역시 교단 대주교들! 완전히 사막을 뒤집어 놓으셨다!”
“…그건 별로 칭찬처럼 들리지 않을 것 같은데…!”
“자. 자. 목 마르지 이세연? 음료수 마셔 음료수. 언데드를 위한 음료수야. 다른 길드원들도 받아.”
“저희들은 그냥 음료수면 됩니다!”
“저희는 언데드 아닙니다!”
“맞다. 그랬지?”
잽싸게 갈아타는 길드원들을 보며 이세연은 분노했다.
길마가 지금 언데드 전용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데 감히…!
“저기….”
“?”
“여기 바꿔 드세요. 사실 언데드 아니시죠?”
이다비의 배려에 이세연은 눈물이 핑 돌았다.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 멀쩡한 양심을 가진 사람이 한 명 있다니!
“으흑흑… 고마워요.”
“아, 아니. 이런 걸로 우시면….”
“우는 거 아니거든요. 태양이 눈부셔서….”
이세연은 속으로 다짐했다.
앞으로 파워 워리어 길드를 무시하거나 길마를 무시하는 놈들 있으면 모조리 밟아버릴 거야!
졸지에 지하에서 파티가 벌어지자 뒤늦게 들어온 교단 NPC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험. 우리도 좀….
태현은 손을 내밀었다. 파이토스 교단 주교는 멋쩍어하며 그 손을 잡았다.
“?”
-악수하잔 거 아니었소?
“아니. 돈 내놓으라고.”
-…….
-…….
순식간에 싸늘해지는 분위기!
뜨거운 사막의 열기도 얼려 버리는 분위기였다.
옆에서 이세연과 길드원들은 모르는 척 먹고 마셨다.
-저기 끼어들지 마.
-물론입니다! 절대 안 끼어들 겁니다.
보기만 해도 무섭다!
파이토스 교단 주교가 분노해서 외쳤다.
-아니! 돈을 받다니! 우리 같이 혼돈에게 싸우기 위해 모인 거 아니었소??
“급할 때일수록 금전 관계 철저하게 하는 게 우리 교단에서 내려오는 원칙이라… 이건 아키서스 님께서 직접 해주신 말씀이라 어쩔 수가 없군.”
태현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급할 때면 새로 생기는 교단 원칙!
자기 신 이름 팔아가며 우겨대자 파이토스 교단 주교도 어쩔 수가 없었다.
자기네 신이 그렇게 하라는데 어쩐단 말인가.
-크윽… 금화는 지금 더 없소! 아까 다 썼단 말이오.
“!”
태현은 놀랐다.
어쩐지 더 안 산다 했더니, 골드를 다 쓴 건가?
-크흠. 사실 저희는 좀 남아 있습니다만.
의적들과 도둑들이 모인 헤넨 교단 주교가 손을 들었다.
-아깐 없다며?!?
-아니. 아깐 분명 없었는데 찾아보니 다시 나오더군요. 교황님. 우리는 친하죠?
역시 도적 출신 아니랄까 봐 상황 파악에 유능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친하지.”
-감사합니다!
헤넨 교단은 묵직한 골드 주머니와 각종 보물들을 내고 우르르 이동했다.
[아이템을…]
[아이템을…]
[오스턴 왕가에서 도난당한 보물을 발견했습니다! 퀘스트…]
[에랑스 왕가에서 도난당한 보물을 발견했습니다! 퀘스트…]
[아탈리 왕가에서 도난당한 보물을 발견했습니다!]
[퀘스트가 자동으로 완료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
태현은 황당하다는 듯이 헤넨 교단 NPC들을 쳐다보았다.
아니 이런 뻔뻔한 놈들이 장물을 바쳐…!?
‘하긴 쟤네가 뭐 수입이 있겠냐.’
수입이 도둑질이니 당연히 장물이 나오는 것!
뭐 나쁠 건 없었다. 보물은 보물이니까.
안 돌려주고 <아키서스의 예술관>에 장식하면 됐다.
지금도 <아키서스의 예술관>은 세계 곳곳에서 구해 온 예술품들로 인해 버프가 미친듯이 걸리는 곳이었다.
처음의 초라한 시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와그작 후르륵 쩝쩝!
헤넨 교단 NPC들을 가장 먼저 먹게 해준 건 좋은 선택이었다.
그들은 먹고 마시고 추가했다.
정말 맛있게도 먹는다!
‘와. 걸신 들렸나?’
도적 출신들다운 식사에, 다른 교단 성기사들은 눈이 돌아가기 직전이었다.
[헤넨 교단 NPC들이 매우 만족합니다!]
[헤넨 교단과 친밀도가…]
[헤넨 교단의 공적치 포인트가…]
[……]
[다른 교단의 성기사들이 더욱더 배고파합니다!]
[다른 교단의 사제들이…]
-외상으로 갚으면 되지 않소!
드디어 외상까지 나왔다!
옆에서 이세연의 길드원들은 상상도 하지 못한 장면에 감탄했다.
보통 교단 고위 NPC들 정도 되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굽신거리며 받아내는 입장인데….
김태현은 아예 삥을 뜯고 있지 않은가.
저게 플레이어야 깡패야?
“외상이라… 흠. 하긴. 이렇게 같이 원정을 나왔는데 안 챙겨주는 것도 좀 마음이 아프고.”
-그렇지! 그렇지!
“좋아. 그러면 데메르 교단 가장 먼저 챙겨주지.”
그러자 데메르 교단에게 시선이 쏠렸다.
질투와 원한 섞인 시선!
-앗. 저희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파이토스 교단부터 챙겨줄까….”
태현의 말에 이번에는 파이토스 교단에게 시선이 쏠렸다.
파이토스 교단 주교는 당황했다.
-왜, 왜 우릴 먼저?
“뭐야. 먹기 싫어? 먹지 마 그럼.”
-아, 아니오. 그게 아니라….
옆에서 다른 교단 주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원정 시작 전에도 파이토스 교단은 아키서스 교단 교황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소?
-아키서스 교단 교황이 파이토스의 힘을 썼다던 증언도 있었는데….
-둘이 사실 친한 거 아니야?
파이토스 교단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소문이었다.
우리가 친하긴 뭐가 친해!
하지만 여기서 따질 수도 없었다. 아직 먹고 마시지도 못했는데….
성기사들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회복을 해야 했던 것이다.
[파이토스 교단의 공적치 포인트가…]
[……]
[……]
사이 좋게 오르는 공적치 포인트.
그리고 서로 사이가 어색해진 교단 NPC들!
옆에서 보고 있던 악마 공작 구시렉이 감탄했다.
‘역시 아키서스는 아키서스구나!’
예전에 하던 솜씨가 어디 가지 않았다.
음식 한 번으로 교단들을 갈래갈래 찢어놓는 게 예술에 가까웠다.
-마계로 돌아가게 되면 혹시 이 몸의 일을 도와줄 수 있나?
<공작의 조언자-악마 공작 구시렉 퀘스트>
악마들이 매번 아키서스에게 당하고 또 속는 것은 그 욕심 때문이다.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아키서스의 능력!
여기 악마 공작 구시렉은 수많은 과거를 무시하고 당신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 도움이 그에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보상: ?, ???.
‘…무슨 놈의 퀘스트가 이러냐?’
보통 퀘스트는 좀 중립적으로 설명해 주는데, 얘는 뭔….
구시렉을 딱하게 여기는 것 같다…?
* * *
교단 NPC들이 먹고 마시는 동안, 태현은 아이템을 확인했다.
헤넨 교단에게서 받은 보물도 보물이지만 더 중요한 게 있었던 것이다.
바로 느카넷살에게서 받은 아이템들!
‘그렇게 준 아이템이니 분명 중요한 아이템이겠지.’
굶주린 혼돈의 검:
내구력 15/15, 물리 공격력 500, 마법 공격력 500.
착용 시 굶주린 혼돈에게 저주 받음.
굶주린 혼돈의 기운을 모아 만든 사악한 검이다. 드는 순간 막대한 힘을 가질 수 있지만 그 끝은 좋지 않으리라.
“!”
태현이 가진 <용의 파멸> 같은 최상급 무기보다는 약한 무기였지만, 이 무기의 사기적인 부분은 레벨 제한이나 스탯 제한이 없다는 점이었다.
초보자도 낄 수 있는 무기!
‘끼는 순간 굶주린 혼돈 쪽으로 전직하게 될 것 같은데….’
태현은 다음 아이템을 확인했다.
굶주린 혼돈의 주문서:
굶주린 혼돈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 주문서이다. 느카넷살은 이 주문서를 사용해 굶주린 혼돈을 불러내 계약했다.
(이 주문서를 사용할 시 굶주린 혼돈이 찾아옴)
“…!”
이건 이거대로 흉악한 아이템이었다.
굶주린 혼돈을 찾아오게 한다니.
정말 어지간해서는 그럴 일 없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