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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16화 (1,215/1,826)

§ 나는 될놈이다 1216화

파아아앗!

태현이 들고 있는 창이 눈부신 빛을 발하며 카르바노그의 힘을 뿜어냈다.

위대한 업적을 해낸 덕분에 깨어난 창의 힘!

깨어난 카르바노그의 날카로운 창:

내구력 ∞/∞, 공격력 1.

스킬 ‘카르바노그의 발목 공격’ 사용 가능. 스킬 ‘카르바노그의 진심 저주’ 사용 가능. 스킬 ‘카르바노그의 혼동’ 사용 가능. 스킬 ‘카르바노그의 분노’ 사용 가능.

카르바노그의 인정을 받아야 착용 가능….

새로운 스킬, <카르바노그의 분노>.

태현은 확인할 시간도 없이 스킬을 사용했다. 워낙 상황이 급박해 확인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카르바노그의 분노!

[<카르바노그의 분노>가 당신을 돕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대폭 상승합니다!]

“!??!”

너무 멀쩡한 스킬에 태현이 오히려 당황했다.

아니….

이렇게 좋은 스킬을?

[카르바노그가 무슨 뜻이냐며 분노합니다!]

하지만 지금 태현의 버프보다 더 중요한 건 상대의 상태였다.

파그로악은 어떻게 되었지?

[굶주린 혼돈의 힘이 <카르바노그의 혼동>에 저항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카르바노그의 발목 공격>에 저항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카르바노그의 진심 저주>에 저항합니다!]

“!”

[!]

태현과 카르바노그 모두 놀랐다.

아무리 카르바노그가 힘을 대부분 잃어버린 약한 신이라지만, 신은 신이었다.

직접 발휘하는 권능은 필멸자가 견디기 힘든 것!

그런데 그걸 버티다니!

[카르바노그가 민망해서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카르바노그! 정신 차려!’

태현은 카르바노그를 재촉했다. 카르바노그의 도움이 없으면 싸움이 불리해지는 것이다.

-크아아아악! 감히…! 감히!

파그로악은 몸부림쳤다.

카르바노그의 신성력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파그로악은 일부분이 토끼로 변했다가 되돌아오는 식으로 몸부림쳤다.

과연 카르바노그의 힘!

-카… 카르바노그 님…!

느카넷살은 그 모습에 울컥한 목소리로 외쳤다.

카르바노그 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카르바노그 님!

[다 이해한다고 카르바노그가…]

‘어차피 안 들리거든?’

“느카넷살 님!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파그로악을 죽이고 같이 빠져나갑시다!”

태현의 말에 느카넷살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늦었다.

“?”

-굶주린 혼돈이 눈치챈 이상 이미 늦었다는 뜻이다. 난 놈과 계약을 맺었지. 빠져나갈 수 없다.

굶주린 혼돈은 치밀했다.

느카넷살이 빠져나가는 걸 두고 보지 않았다.

쿠르르르릉-

콰르릉! 콰릉!

그 말에 맞춰서 다른 차원에 있는 요새 하늘이 갈라지더니 어마어마한 힘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저 배신자를 잡아와라, 내 권속들아!]

굶주린 혼돈이 직접 내리는 메시지!

그 말을 들은 언데드 군단들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느카넷살이 있는 최상층으로 달려오는 군단!

-나는 이미 늦었다. 하지만 내게 카르바노그의 이름을 다시 알려준 너마저 굶주린 혼돈에게 잡히게 할 수는 없지!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아이템을…]

태현은 갑작스러운 선물에 의아해했다.

그러나 느카넷살은 대답하지 않고 지팡이를 굳게 잡았다.

-느부캇네살의 이름으로, 나는 싸우겠다! 반드시 너는 밖으로 돌려보내 주마. 느부캇네살답게 싸우겠다!

‘느부캇네살은 그런 놈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주 착각에 빠져 있구나.

정신을 차린 파그로악이 이를 갈며 말했다.

카르바노그의 저주 때문에 팔이 토끼로 변했다 말았다 하고 있었지만, 무시하고 싸울 생각이었다.

-네놈에게 그럴 기회가 있을 것 같으냐? 네놈하고 그 옆의 카르바노그의 화신하고 같이 죽여주마.

-어디 한번 해봐라!

[느카넷살이 <근원의 암흑>을 사용합니다!]

[느카넷살이 <영혼 소모>를 사용합니다!]

[느카넷살이 <느부캇네살의 근원>을 사용합니다!]

[느카넷살이 <영혼의 문지기>를…]

[……]

콰아아아아아!

작정한 느카넷살은 여기서 같이 죽겠다는 마음으로 미친 듯이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 위력에 파그로악은 경악했다.

-몸이 터져 죽겠다는 거냐? 미친놈 같으니!

-지옥 마력 번개!

파직! 파지직!

파그로악은 이를 갈며 방어했다. 그 순간 팔이 토끼로 변해 방패를 떨어뜨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하하! 이게 카르바노그 님의 힘이다!

-이딴 잔재주가 먹힐 거 같으냐!?

아무리 두들겨 패도 파그로악은 금세 힘을 회복했다.

느카넷살이 어마어마한 마력을 손에 쥐고 대마법을 퍼부어도, 파그로악은 굳건히 버텼다.

시간을 끌면 느카넷살이 알아서 무너질 거라고 믿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각종 스킬을 써서 버티고 있었지만 굶주린 혼돈에게 버림받은 느카넷살은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사방에서 언데드 군단들이 달려오고 있지 않은가.

‘젠장. 혼자서는 무린데.’

태현은 이를 갈며 폭탄을 꺼내 사방으로 던져댔다.

콰콰콰캉! 콰콰콰쾅!

하늘에서 날아오는 언데드 군단들이 그 폭발에 쉭쉭거리며 정지했다.

[<신성한 최상급 강화 은 파편 폭탄>에…]

[<신성한…]

아껴놨던 최상급 폭탄들을 닥치는 대로 쓰는 태현!

그러는데도 시간 벌이밖에 되지 않았다.

-어서 빠져나가라! 빠져나가서 카르바노그 님의 가르침을 널리 퍼뜨려라!

느카넷살은 장렬하게 외쳤다.

[카르바노그가 빨리 도망치자고 외칩니다!]

‘카르바노그…!’

가장 마음 아플 카르바노그까지 재촉하자, 태현은 더 이상 버티는 것을 포기했다.

여기서 언데드 군단들에게 발을 잡혀봤자 의미가 없었다.

물량에 녹아내릴 뿐!

‘악마 공작 데리고 튄다!’

쾅쾅쾅쾅!

“!”

요새 밑에서 데스 나이트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태현은 혀를 찼다. 대만불강검이 번쩍이며 빛을 발했다.

-치명타 폭발! 아키서스의 두 번째 공격! 사디크의 화염! 냉기의 저주!

화르르륵!

통로에 사디크의 화염을 닥치는 대로 뿌리고 냉기까지 사용하자, 언데드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놈은 왜 사디크의 화염을 쓰지?

-아키서스의 돌격!

태현은 그 틈을 타 언데드들 사이를 뚫고 아래로 내려왔다.

구시렉이 갇혀 있는 결계 주변에는 비교적 한산했다.

모든 언데드 군단들이 요새로 몰려들고 있는 탓이었다.

-크아아악! 크악! 이 봉인을 풀어라!

“구시렉, 구해주러 왔다!”

-오오오…! 오오오오!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풀어다오!

철커덕, 철커덕-

태현은 닥치는 대로 결계를 파괴했다. 고대의 망치를 휘둘러 결계를 유지하는 마법석들을 부쉈다.

-지금 뭐하는 거냐?

“…!”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태현은 고개를 돌렸다.

흑마법사들이 태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태현은 대답 대신 바로 공격을 준비했다.

가장 가까운 놈에게 치명타 폭발 넣은 다음 나머지는….

-젊은 놈이 기특해서 믿고 있었는데…!

-감히 굶주린 혼돈을 배신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언데드 괴수들이 태현에게 달려들었다.

태현은 바로 폭탄을 쥐었다.

-최상급 영혼 지배!

“???”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흑마법사들이 괴수에게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흑마법사들은 괴수를 붙잡아서 부리더니 태현을 보며 외쳤다.

-보기 싫다! 썩 꺼져 버려라!

-요새 밖으로 나가는 통로는 저기에 있다! 문이 열렸으니 나가서 돌아오지 마라!

“…감사합니다!”

-흥흥. 어디서 저런 놈이….

흑마법사들의 배신을 눈치챈 굶주린 혼돈이 강하게 질책했다.

[뭐하는 짓이냐, 하찮은 놈들아!]

-아. 보기 싫어서 내쫓는데 왜 난리요?

-그리고 우리 주인은 저 느카넷살이지 파그로악 같이 무식하고 못 배운 전사 놈이 아니라 이 말이외다.

[죽고 싶은 것이냐?]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안 들리는데….

흑마법사들은 아예 대놓고 무시하고 요새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파그로악의 등짝에 마법을 후려갈겼다.

-크아아아악!

-어이쿠, 손이 미끄러져서!

[용서하지 않겠다!]

느카넷살은 흑마법사들이 도와주러 온 걸 보자 당황했다.

-아니. 평소에 그렇게 불평하던….

-쉿. 마음 다 이해합니다.

-감사해할 거 없습니다.

-딱히 감사하진 않….

-느카넷살 놈, 아니 님! 이렇게 된 이상 힘을 모읍시다!

-뭘 어떻게?

-아니 왜 이렇게 멍청해?

-너, 너 이놈. 감히….

-같이 죽게 생겼는데 감히고 뭐고 있어? 띨띨하게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마력을 폭파시켜서 여길 통째로 날려 버리는 거다! 굶주린 혼돈의 배 속에 들어가는 것보단 낫겠지!

-…자네 아키서스 교단 소속이었나?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군.

-예전에 아키서스 교단 놈들이 하는 걸 본 적이 있지.

-언제? 제국 황궁 지하를 날려 버렸을 때인가?

-아니. 그거 말고.

-아. 파이토스 교단의 신전을 날려 버렸을 때겠군. 그 사건 유명했지.

-아니. 그것도 아닌데.

-지금 그게 중요하냐?! 마력이나 모으지 못해!?!

-늙으니까 기억력이 안 좋아져서….

[흑마법사들이 <영혼의 희생>을 사용합니다!]

[흑마법사들이 <마력 대폭발>을…]

[……]

[……]

[그만두지 못할까, 이 잡놈들!]

굶주린 혼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흑마법사들은 거침없이 마법을 사용했다.

굶주린 혼돈에게 잡혀갈 거라면 차라리 같이 죽자!

꽈르릉, 꽈릉, 꽈르릉!

마력이 미친 듯이 모이더니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사악한 흑마법의 요새>가 무너집니다!]

[다른 차원의 공간이 폭발할 경우 차원에서 실종될 수 있습니다! 빨리 탈출하십시오!]

[……]

[……]

[……]

뒤에서 들리는 메시지창에 태현은 더 이상 확인하는 것을 포기했다.

구경했다가는 태현까지 이상한 곳에 날아갈 수도 있는 것!

“구시렉! 뭐하냐! 뛰어! 왜 이렇게 느려! 덩치는 산만 한 놈이!”

-너도, 고문 받다, 뛰어봐라, 이, 빌어먹을, 필멸자, 놈아!

[요새가 무너집니다!]

[언데드 군단이 차원 속으로 사라집니다!]

[……]

[……]

[혼돈의 군세 중 하나를 처치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보스 몬스터를 잡지도, 직접 죽이지도 않았는데 레벨이 3이나 오르다니!

그만큼 <사악한 흑마법의 요새>와 언데드 군단이 위협적이었다는 뜻이었다.

[카르바노그가 엉엉 웁니다.]

‘…카르바노그. 울지 마라. 차원 어딘가로 날아가서 살아 있을 수도 있으니까.’

[카르바노그가 그 말에 고개를 듭니다. 분명 그랬을 거라고 말합니다.]

카르바노그 교단의 신도들은 예전부터 질긴 목숨줄로 유명했던 것이다.

분명 어딘가에 살아 있을 거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놈들이었는데….’

태현도 아쉬웠다.

느카넷살도 그렇고 흑마법사들도 그렇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 굶주린 혼돈의 훼방 때문에 사라진 것이다.

용서하지 않겠다!

‘앗. 잠깐. 알렉세오스 저주 푸는 방법 들었어야 했는데.’

악마 공작 구시렉에게만 집중하다보니 알렉세오스에게 걸린 저주를 푸는 방법을 물어보지 못한 것이다.

“김태현!”

저 멀리서 이세연이 특이한 조합의 일행을 이끌고 달려왔다.

언데드 군단과 길드원들, 그리고 교단 NPC들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야기하자면 정말 긴데….”

태현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다.

어디서부터 설명하지?

“…잠깐. 저거 악마 아냐?”

태현 옆에 있는 더럽게 덩치 큰 악마를 보고 이세연은 당황했다.

아무리 봐도 악마처럼 생겼는데?

게다가 저렇게 덩치가 크고, 살벌한 외모를 갖고 있다는 건, 분명 네임드일 것이고….

설마?

“설마…?”

“얘는 구시락이란 하급 악마야.”

태현은 재빨리 말했다.

구시렉은 어이없다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이 필멸자 놈이 악마 공작 알기를 뭘로 아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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