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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13화 (1,212/1,826)

§ 나는 될놈이다 1213화

카르바노그는 태현의 가차 없는 평가에 어이없어했다.

악마들이 멍청하고 근성 없어 보이는 건 네가….

‘부관이니까 악마 공작에게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느카넷살 님!”

-오. 그래. 부관. 뭘 하고 싶나?

[느카넷살이 당신에게 임무를 맡기려고 합니다!]

[어떤 임무를 해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난이도가 쉬울수록 성공 확률은 높아지지만 평가는 약해집니다.]

[……]

[……]

태현 앞에 여러 퀘스트가 떴다.

<데스 나이트 훈련…>

<죽음의 영역 확대…>

<굶주린 혼돈의 부하 늘리기…>

<……>

<……>

각종 언데드 훈련부터 시작해서 죽음의 영역을 늘리거나 굶주린 혼돈의 부하를 더 만드는 퀘스트들!

그러나 태현이 노리는 건 이런 평범한 퀘스트들이 아니었다.

“저는 악마 공작을 굴복시키고 싶습니다!”

-!

-과연…! 패기 넘치는군!

흑마법사들이 뒤에서 감탄했다. 느카넷살은 저 작자들을 쫓아내야 하나 고민했다.

옆에서 추임새 넣는 게 영 거슬렸던 것이다.

“느카넷살 님! 저는 예전부터 악마 놈들이 대륙에서 까불고 다니는 게 매우 거슬렸습니다! 이런 놈들에게 흑마법의 따끔한 힘을 보여주는 것이 흑마법사의 역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언데드나 악마를 붙잡아서 부리는 건 예전부터 흑마법사가 잘 하는 일이었다.

얼마나 더 강한 놈을 붙잡아 부리느냐가 바로 능력의 증명!

하지만 느카넷살은 악마 공작을 굴복시키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현재 세력 내에서 평판이 낮습니다!]

[현재 세력 내에서 공적치 포인트가 낮습니다!]

[퀘스트를 받지 못합니다!]

바로 부관 자리를 받긴 했지만, 악마 공작 봉인에 끼기에는 평판과 공적치 포인트가 낮았던 것!

‘이런.’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한시라도 빨리 악마 공작에게 접촉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막히다니.

‘퀘스트 몇 개 깨야 하나? 다 너무 오래 걸릴 거 같은데.’

무엇보다 여기 있는 퀘스트들은 깰 때마다 굶주린 혼돈 세력을 강화시켜주는 것이었다.

악마 공작한테 접촉하려고 깨다가 적 도와주는 일만 할 수 있었다.

-느카넷살 님,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재능 넘치는 젊은이인데!

-역시 사람이 나이 먹으면 변한다고….

-젊은 사람한테 기회 안 주는 거 봐. 자기도 젊었을 때 안 서러웠나.

흑마법사들의 외침에 느카넷살은 짜증을 폭발시켰다.

-저리 꺼지지 못해!? 이 제국의 망령 같은 놈들이!

-같이 늙어가는 입장에 이러지 마십시오. 느카넷살 님.

-흥흥.

흑마법사들은 투덜거리며 물러섰다.

느카넷살을 숭배하긴 하지만, 고대 제국 시절부터 살아온 흑마법사들은 그 성격이 보통이 아니었다.

은근히 할 말은 다 한다!

‘역시 설득해야 한다.’

태현은 느카넷살은 좀 더 구워삶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어떻게?

‘화술은 이미 충분히 썼고… 일단 노래랑 음식이라도 해봐야 하나?’

[<아키서스의 요리:언데드>을 사용합니다!]

[언데드에게 추가 보너스를…]

다행히 태현에게는 언데드 특화 요리 스킬이 있었다.

미식 없는 언데드도 맛을 느끼게 하는 영혼의 요리!

토왕이를 두고 온 탓에 재료는 없었지만 원래 태현은 흙으로도 요리를 만들 수 있었다.

[카르바노그가 느카넷살 안 보이는 곳에서 요리하자고 조언합니다.]

‘하긴 그것도 그래.’

아무리 여기 있는 흑마법사들이 대부분 다 예전에 죽은 리치라고 해도, 길바닥 흙을 썼다는 걸 알면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달달한 영혼의 진흙파이>가 완성됩니다!]

[……]

[……]

놀랍게도 따끈따끈한 파이가 완성되었다. 이름을 가리면 어느 누구도 진흙으로 만들었다고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가득한 곳에서 요리를 시도했습니다! 요리에 굶주린 혼돈의 힘이 깃듭니다!]

[<달달한 영혼의 진흙파이>가 <달달한 혼돈의 진흙파이>로 변합니다!]

[……]

‘흠. 맛이 하나 더 들어갔군.’

[별로 신경 안 쓸 거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오히려 더 좋아하면 좋아했지…]

말하던 카르바노그가 멈칫하더니 한 가지 조언을 했다.

[파이 위에 토끼 모양을 새겨달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왜? 기분 나쁘라고?’

[…….]

카르바노그는 오랜만에 삐졌다. 태현은 당황해서 해명했다.

‘아니. 잘 생각해 봐. 상대가 카르바노그 신전에 다녔다지만 그건 까마득한 옛날의 일이잖아. 게다가 지금은 굶주린 혼돈의 부하가 되어 있고. 그런 놈한테 예전에 믿던 신을 보여줘봤자 불쾌하기만 하지 않겠어?’

[카르바노그가 납득합니다. 하지만 한 번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너 지금 네 신자라서 그러는 거지?’

태현은 그렇게 말했지만, 순순히 파이 위에 토끼 모양을 새겨 넣었다.

솔직히 이게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았고….

카르바노그가 짠하기도 했던 것이다.

“느카넷살 님. 여기 파이를 구워왔습니다!”

따끈따끈하고 달콤한 맛을 내는 진흙파이가 앞에 나오자, 느카넷살은 어이없다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부관. 언데드가 요리를 안 먹는다는 걸 모를 리는 없을 것이고. 나를 능멸하는… 아니. 냄새가 좋군!

[<아키서스의 요리:언데드>로 인해 추가 효과를…]

[……]

[느카넷살이 만족합니다!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느카넷살은 말도 안 되는 요리 솜씨에 감탄했다.

언데드가 되고 나서 처음 느껴보는 즐거움!

-부관. 재주가 많군. 역시 느부캇네살 님의 후손답다. 나도 느부캇네살 님과 친했지.

[카르바노그가 개소리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쉿.’

“느부캇네살 님은 어떤 분이셨습니까?”

-어, 그러니까, 풍채가 좋고, 기골이 장대하고, 성격 원만하시고, 인기 있고, 모두가 존경하시고… 하여튼 그랬지.

‘와. 정말 느부캇네살 안 만나본 티가 팍팍 나는군.’

부활한 느부캇네살과 맞닥뜨려 본 태현 입장에서는 황당한 소리였다.

‘살아 있는 놈들 모두 죽여서 내 부하로 삼겠다 크헷헷’ 하던 놈이 뭐가 성격이 원만하고 인기가 있어?

하지만 지금은 느카넷살에게 맞춰야 할 때였다.

“과연 느카넷살 님과 닮으셨군요!”

[최고급 화술 스킬을…]

[친밀도가…]

[……]

-무, 무슨 소리를. 흥.

‘이 자식 생각보다 쉽겠는데.’

태현은 느카넷살이 생각보다 만만하다는 걸 느꼈다.

물론 레벨이나 그 능력은 어마어마했지만, 알맹이는 조금….

케인 같다!

-어쨌든 잘 먹겠다. 흠… 엇.

느카넷살은 파이 위에 새겨진 토끼 모양을 보더니 멈칫했다.

“왜 그러십니까?”

-이 토끼는 뭐지?

“그냥 밖에서 유행하길래 새겨봤습니다.”

-으음. 저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라.

느카넷살은 갑자기 태현을 밖으로 쫓아냈다. 그 모습에 태현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뭐야. 실패했나?’

토끼 모양 하나 가지고 크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왜 저러지?

[느카넷살이 토끼 모양에 감동합니다!]

[요리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

[친밀도가…]

“???????”

가끔 NPC의 취향을 정확히 맞춰서 요리해 주면, 몇 배의 효과를 발휘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카르바노그가 역시 한 번 신자는 영원한 신자라고…]

‘아니,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흑마법사에, 굶주린 혼돈으로 갈아탄 놈이라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널….’

-카르바노그 님…! 크흑흑!

“…….”

태현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카르바노그 교단 의외로 대단하잖아?!

* * *

“느카넷살 님! 카르바노그 신앙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사디크 신앙이나 아키서스 신앙에 비하면 매우 건전한 신앙이지요!”

쾅!

태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간에 상대방이 카르바노그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이걸 이용해야 한다!

-뭐… 뭐야! 나가 있으라고 하지 않았나!

느카넷살은 신경질을 냈다.

감히 부관 놈이 어디서!

“카르바노그를 믿고 계시는 거잖습니까!”

-내가 무슨! 나는 그런 하찮은 신 따위는 안 믿는다! 감히 그런 소리를 했다가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야!

[저 새끼가 누구 앞에서 막말이냐고 카르바노그가 발끈…]

“카르바노그 교단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대륙에서도 의외로 많은 놈들이 믿고 있단 말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교단이 사라진 지가 언젠데! 비밀 신전들도 다 사라진 지 오래다!

“아닙니다! 게다가 전 카르바노그 님의 성물도 직접 얻어 대화도 해봤습니다!”

태현은 증거를 보여주기로 했다.

카르바노그의 권능!

토끼로 변신할 수 있는 그 권능에 느카넷살은 깜짝 놀랐다.

-너는 왜 흑마법사 놈이 카르바노그를 믿는 거냐?

예리한 질문!

태현은 은근슬쩍 말을 돌렸다.

“느카넷살 님께서도 믿지 않으십니까!”

-아니… 나는 더 이상 카르바노그 님을 믿지 않는다. 나는 굶주린 혼돈의 수하야!

“우리가 이렇게 만난 건 카르바노그 님의 인도가 분명합니다! 왜 굶주린 혼돈을 따르는 겁니까!”

-그야 굶주린 혼돈은 어마어마한 힘을 내려줬지만 카르바노그 님께서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으니까….

“…….”

[거기서 말문이 막히면 어떡하냐고 카르바노그가 화냅니다!]

‘하지만 맞는 말인데.’

사실로 두들겨 맞은 태현은 반박하지 못했다.

저건 사실이잖아!

굶주린 혼돈은 가입만 해도 온갖 힘과 권능을 푸짐하게 주는데 카르바노그는 기껏해야….

뭐 토끼 관련해서 좀 보너스 주나?

태현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굶주린 혼돈께서 강력한 건 인정합니다. 그 내려주는 힘이 정말 대단하긴 하지만 그 힘에 대가가 없겠습니까?”

-크윽….

“하지만 카르바노그 님께서는 아무 대가 없이 우리를 사랑해 주지 않으셨습니까?”

-에이! 듣기 싫다! 나가라!

[느카넷살이 흔들립니다!]

[더 이상 대화할 수 없습니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느카넷살의 친밀도가 오릅니다.]

[……]

느카넷살은 태현을 쫓아냈다.

하지만 메시지창으로 알 수 있었다.

충분히 의미가 있는 대화였다는 것을!

‘이런 말도 안 되는 설득이 통할 줄은 몰랐는데.’

설마 피도 눈물도 없는, 굶주린 혼돈의 수하인 흑마법사한테 예전 신앙이 먹힐 줄이야!

[카르바노그가 그게 바로 자신이라며 우쭐해합니다.]

‘그래. 너 대단하다 카르바노그.’

태현은 만약 느카넷살이 아키서스 교단 신도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음….

‘바로 무시했을 것 같은데….’

조금도 신뢰가 느껴지지 않는 삭막함!

* * *

“느카넷살 님!”

-듣기 싫다!

“느카넷살 님!!”

-듣기 싫다니까!

“느카넷살 님!!!!”

-누가 저놈 좀 데리고 가라!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게 하고 날 좀 내버려 두라고 해!

느카넷살은 평소의 카리스마는 어디로 갔는지, 태현에게는 쩔쩔맸다.

원래라면 기어오르는 아랫사람은 가차 없이 처형했을 테지만, 태현은 카르바노그의 신자.

느카넷살에게 남은 일말의 양심이 건드리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허허. 젊은 친구의 패기가 역시….

-좋은 혈통이라 뭔가 다릅니다.

흑마법사들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느부캇네살 후손이라더니 역시 대단한데?

[악마 공작, 구시렉에 대한 접근 허락을 얻습니다!]

[……]

‘앗. 일단 구시렉한테 가봐야겠군.’

[카르바노그가 느카넷살 설득 좀 더 해달라고 말합니다!]

‘카르바노그. 일단 지금은 내버려 둬야 해. 설득은 치고 빠져야 한단 말이지.’

[아무리 봐도 악마 공작이 탐나서 빠지는 거 같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탐욕으로 반짝이는 눈동자!

아무리 봐도 악마 공작을 손에 넣고 싶어서 저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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