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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10화 (1,209/1,826)

§ 나는 될놈이다 1210화

그러나 이 흑마법사들이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진짜 드래곤을 부릴 것이다!

“…!”

본 드래곤이 아니라 진짜 드래곤을?

본 드래곤은 확실히 진짜 드래곤이 갖고 있는 힘을 대부분 잃어버린 드래곤이었다.

언령도 못 쓰고 각종 마법도 못 쓰고 육체적인 힘이나 방어력도 엄청나게 약해졌고….

뼈만 남은 드래곤을 일으켜 세운 수준 아닌가.

그래도 강하다는 게 놀라운 점이었지만, 역시 진짜 드래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드래곤을 부릴 수가 있나?’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아키서스 정도 아니면 드래곤한테 사기치기 힘들다고…]

-…….

“…!”

태현은 그 말을 듣고 경악했다.

이미 선례가 있던 것이다.

골드 드래곤 종족에게 다가가서 사기를 친 아키서스!

‘드래곤도 부릴 수 있긴 하겠군!’

-주인이여….

용용이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사기가 아니라 우리는 서로 합의에 따라서 계약을….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태현은 용용이를 위로했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긴 했다.

한쪽이 좀 일방적으로 이득을 보긴 했지만 뭐….

서로 합의에 따라서 계약한 거긴 하니까…!

[카르바노그가 부정적으로 말합니다. 아키서스는 그래도 나름 선한 신이었고 드래곤들의 호감을 샀다고 말합니다.]

‘나름을 굳이 넣어야 해?’

카르바노그의 말이 맞았다.

아키서스는 일단은 선신이었고, 수많은 악신들과 맞서 싸운 전적이 있었다.

물론 선신들과도 싸운 적이 있긴 했지만 그건 드래곤들한테 알 바 아니었다.

어쨌든 드래곤들한테 아키서스는 나름 믿을 만한 신이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굶주린 혼돈은 신용불량을 떠나 신용파탄 수준!

어떤 드래곤도 굶주린 혼돈과 대화나 협상을 하진 않을 것이다. 어지간히 절박하지 않고서야.

“어… 어떻게 부리실 겁니까?”

태현은 감격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그런 방법이 있다면….

[바로 파괴해야 한다고 카르바노그가…]

‘빼돌려야지!’

[…말하려고 했는데…]

‘응? 아니. 내가 갖고 있으면 안 되나?’

[마음대로 하라고 카르바노그가 포기합니다.]

일단 내가 갖고 보자!

세상 흉악한 방법은 다 수집하려고 하는 아키서스였기에 카르바노그는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태현의 말에 흑마법사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그건….

“그건?”

-…지금부터 생각해야 하지.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정색했다.

아니, 이런 케인 같은 새끼들이…?

‘굶주린 혼돈이 생각보다 허접한 놈이었나?’

지금 수하들 하는 꼴을 보니 케인보다 딱히 더 대단한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권능이나 레벨, 그 힘은 대단하긴 했지만 중요한 건 머리 아니겠는가.

태현의 경멸 서린 눈빛을 눈치챘는지 흑마법사들이 급히 변명했다.

-물론 아무 생각이 없다는 건 아니다!

-당연히 어느 정도 계획은 있지! 하지만 세부적인 건 지금부터 생각해야 한다, 이 말이야!

“아. 그러셨군요.”

태현은 살짝 평가를 올렸다.

그래도 계획은 있었구나!

흑마법사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말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되네. 굶주린 혼돈 밑에서 일하는 자들 중에서도 우리 흑마법사들만 알고 있는 일이거든.

“…여러분들은 정말 유능한 인재시군요!”

-하하. 우리가 좀 그렇지.

[카르바노그가 저것들 완전 개빡대ㄱ…]

‘쉿.’

태현의 말을 이해 못 한 흑마법사들은 그들의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아스비안 제국에 드래곤 리치가 하나 있다더군.

“…!”

태현은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그들이 말하는 드래곤은 하나밖에 없었다.

드래곤 리치 알렉세오스!

-그냥 드래곤은 아무리 우리가 강력한 흑마법사라고 해도 지배하기 힘들다. 하지만 리치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흑마법으로 육체를 묶은 드래곤이라면 충분히 우리가 간섭할 수 있음이야!

멀쩡히 살아 있는 드래곤과 달리, 영혼 자체를 흑마법으로 묶어버린 드래곤 리치는 간섭이 가능했다.

“하지만 드래곤이잖습니까? 드래곤이 이성을 유지한 채 리치가 됐으니 더 강해졌을 것 같은데….”

-아, 거 그렇게 부정적이면 되나? 왜 젊은 친구가 그래?

-자네는 우리만큼 오래 살지도 않았을 텐데 그 못된 태도 좀 고치게.

“…….”

[흑마법사들의 친밀도가 아주 살짝 내려갑니다!]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고대 제국 출신 꼰대들이…?

-물론 드래곤 리치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지. 하지만 훨씬 더 할 만한 상대고….

-무엇보다 느카넷살 님이 이미 놈의 성물함에 강력한 저주를 걸었지. 놈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서서히 말라 죽어가겠지.

-놈도 우리에게 무릎을 굽히게 될 것이야.

‘뭐야. 생각보다 괜찮잖아?’

태현은 놀랐다.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은 계획이었던 것이다. 상대는 케인 같은 놈들이 아니었다.

알렉세오스는 지금 드래곤 리치 상태가 아닌, 유령 상태가 되어 있었다.

자신의 영혼을 가둬둔 성물함과 연결이 약해진 탓!

알고 보니 저들의 저주 때문이었다. 드래곤의 성물함에 저주를 걸다니. 정말 대단한 마법 능력이었다.

‘최고급 중후반은 될 것 같은데… 느카넷살이 누구지?’

[왠지 모르게 느부캇네살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느카넷살 님은 누구십니까?”

-우리 흑마법사들을 이끄시는 분이시지.

-굶주린 혼돈의 총애를 받으시는 분이시자….

-고대 제국 시절부터….

[굶주린 혼돈의 노예, 느카넷살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고대 제국 시절부터 강력한 흑마법사였던 느카넷살은 더욱 더 강한 마법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굶주린 혼돈에게 바쳤습니다.]

[……]

[……]

‘흠. 노예 들어가는 거 보면 별로 안 셀 것 같은데.’

[그건 편견이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그런데 혹시 느부캇네살 님과 관련이 있으십니까?”

-눈썰미가 좋군. 당연히 그렇지.

고대 제국 시절부터 오던 흑마법사라고 하기에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였다.

느부캇네살의 후계자, 혹은 아들!

-느카넷살 님은 느부캇네살 님의 사돈의 팔촌이셨지.

“…….”

태현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그건….

남… 남 아닌가?

“어… 그… 그게 다입니까?”

-그게 다라니! 얼마나 두 분이 친밀하셨는데!

‘느부캇네살은 자기 빼고 다 죽이려고 했던 미친놈 아니었나?’

느부캇네살이 딱히 친구가 있을 성격은 아니었다.

-게다가 느부캇네살 님의 부관도 잠시 하셨다고!

“그렇군요. 정말 친하신 게 분명합니다.”

-그렇지. 암.

관계는 우스꽝스러웠지만, 고대 제국 시절부터 내려오는 흑마법사는 결코 얕볼 수 없었다.

심지어 굶주린 혼돈에게서 힘을 빌리고 있었으니….

“한 번 뵙게 해주십시오!”

-뭐? 안 된다.

-포기해라.

“어째서입니까?”

-느카넷살 님은 오만하고 위대하신 분이라, 하찮은 존재를 만나주시지 않는다.

-너는 흑마법사도 아니고 음유시인 아니냐. 포기해라. 그게 너한테 좋을 거다.

[흑마법사들이 당신을 걱정해 줍니다!]

[친밀도가 오릅니다.]

이런 배려를!

물론 별로 도움 되는 배려는 아니었다. 태현은 강하게 말했다.

“사실 저는 흑마법사였습니다.”

-에이….

-그렇게 안 보이는데.

-넌 노래가 어울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노래에 집중하게. 언젠가 뛰어난 음유시인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노래에 대한 칭찬을 받았습니다!]

[노래 스킬이…]

[……]

“음유시인이 되기 전에는 흑마법을 익혔단 말입니다.”

-그래? 정말로?

<흑마법의 시험-굶주린 혼돈의 흑마법사 시험 퀘스트>

오만하고 위대한 느카넷살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만한 자격이 있는 흑마법사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자리에 있는 굶주린 혼돈의 흑마법사들 앞에서, 당신이 가진 흑마법을 보여주어라!

보상: ?, ???, ???

바로 퀘스트가 떴다. 태현은 안심했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흑마법이다!

다른 마법은 다 날아갔지만, 태현은 느부캇네살의 흑마법은 갖고 있었던 것이다.

“좋습니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태현은 자리를 잡고 마법을 준비했다.

-고대 제국의 언데드 소환!

[고대 제국의 언데드를 소환합니다!]

[소환되는 언데드는 랜덤으로 결정됩니다.]

[고대 제국의 거대폭탄쥐를 소환하는 데 성공합니다.]

쿠르릉-

모래 속에 파묻혀 있던, 거대한 폭탄처럼 생긴 햄스터가 튀어나왔다.

꼬리는 폭탄의 심지 같고 몸통은 폭탄 같은 흉악한 생김새!

‘…저거 뭐하는 몬스터냐?’

[화나면 자폭하는 고대 제국 시절 몬스터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해줍니다!]

‘그, 그래.’

[고대 제국의 거대폭탄쥐가 MP를 빠르게 소모시킵니다!]

[최고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지휘에 보너스를, MP 소모에 보너스를…]

[고급 흑마법 스킬로 인해 페널티를…]

[……]

‘으윽.’

온갖 칭호와 스킬로 보너스를 받아도 MP가 소모되는 속도가 범상치 않았다. 폭탄쥐는 MP를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태현 같은 플레이어는 역시 이런 식의 언데드 소환이 어울리지 않았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당신을 회복시킵니다!]

[높은 행운으로 인해 당신에게 마나 회복의 힘이 내려옵니다!]

[MP가 전부 회복됩니다!]

‘…!’

태현은 놀랐다.

이런… 이런 힘이라니!

‘와. 굶주린 혼돈 정말 너무 퍼주는군.’

카르바노그는 옆에서 땅을 탕탕 쳤다.

제발 정신 차려!

물론 카르바노그의 걱정과 달리, 태현은 상대가 많이 퍼준다고 해서 다른 통신사… 아니, 다른 신에게 넘어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일단 일반적인 신은 전직 자체가 불가능하고 굶주린 혼돈은….

‘아키서스보다 더 수상쩍지 솔직히.’

-대단해! 고대 제국의 언데드를 소환할 줄 안다니!

-요즘 흑마법사 놈들은 버릇이 없어서 옛날 주문을 익히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보기 드물게 예의 바른 친구군!

-심지어 이건 느부캇네살 님이 직접 만든 흑마법 아닌가? 그런 흑마법을 아직까지 익히고 있다니. 보기 드물게 대단한 젊은이야!

[굶주린 혼돈의 흑마법사들이 당신의 마법에 매우 만족해합니다!]

[친밀도가 크게 오릅니다!]

[칭호, <예의 바른 젊은 흑마법사>를…]

[……]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고대 제국 시절부터 내려오던 흑마법사들에게, 느부캇네살의 적통을 이은 마법을 구사하는 태현은 기특함 그 자체였다.

요즘 세상에 이런 젊은이가!

-가세! 내 직접 느카넷살 님에게 말씀드리겠네.

-자네에게 굶주린 혼돈님이 내려주신 혼돈의 파편을 더 먹이고 싶군!

“…저는 아직 괜찮습니다!”

* * *

“김… 김태현 씨가 납치당한다!”

멀리서 보고 있던 이세연의 길드원들은 화들짝 놀랐다.

태현이 가서 이것저것 시도하더니 갑자기 그들과 함께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뭐? 납치라니…”

“저것 봐! 끌려가잖아!”

“막 붙잡고 있는데? 못 도망가게 하려고 그러는 게 분명해!”

길드원들은 패닉에 빠졌다. 그들은 이세연에게 급하게 연락했다.

-길마님! 길마님! 김태현이 큰일 났어요!

-뭐? 김태현이 큰일을 저지른 게 아니라 김태현에게 큰일이 났어?

-네!

-말이 안 되는… 무슨 일인데?

그러는 사이 이다비는 당황해서 그들을 말리려고 했다.

“아니, 아직 상황 확인도 안 됐잖아요. 진정하세요 다들.”

“어떻게 진정합니까! 김태현 씨가 끌려갔는데!”

“피도 눈물도 없어! 너무해!”

“아니 그게 아니라….”

이다비는 비난에 당황했다.

그런가?!

내가 피도 눈물도 없는 건가!?

‘이 정도는 되게 평범한 수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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