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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09화 (1,208/1,826)

§ 나는 될놈이다 1209화

“걱정되어서 그렇습니다. 저희 사정도 좀 이해해 주십시오. 태현 씨를 도우려고 붙었는데, 만약 태현 씨가 로그아웃이라도 당하면 길마님께서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어… 잘 했다?”

“…….”

“…….”

이세연 길드원들은 정색했다.

“길마님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맞아요! 그런 소리 안 하세요!”

“그, 그렇군. 미안.”

‘눈에 콩깍지가 꼈나?’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세연 성격에 아무리 봐도 태현이 로그아웃당하면 웃음 참느라 입술 꽉 깨물고 ‘이야~ 안 됐네~’ 할 거 같은데….

하지만 원래 숭배하는 사람 눈에는 단점이 안 보이기 마련이었다.

이다비 눈에 태현이 정의롭고 착한 플레이어로 보이듯이….

이세연 길드원들 눈에는 이세연이 그렇게 보이는 것!

“날 걱정해 주는 건 고마운데, 괜찮아.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변장해서 잠입하는 건 많이 해봤다.”

“하지만 뭐든지 첫 번째가 있는 법 아닙니까? 굶주린 혼돈 관련 퀘스트는 이제까지의 퀘스트보다 더 난이도가 높고, 뭐가 나올지 모르는 놈들입니다. 정보도 거의 없는데 만약 잘못되시면….”

‘얘네들 은근히 끈질기군.’

태현은 살짝 감탄했다.

끈기는 좋은 플레이어의 자질이었다.

남들이 뭐라고 구박해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가 믿는 걸 우선시하는 끈기!

케인이었다면 ‘어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고 쉭 넘겼을 것이다.

“날 좀 믿어라. 그리고 굶주린 혼돈에 대해 모르는 것도 아니니까. 지금 놈들이 어떻게 싸우는지는 대충 파악한 상태다.”

“아니 대충 파악하고 가시면….”

길드원들은 기겁했다.

뭔 놈의 방식이 저렇게 거칠어?

난이도 높은 퀘스트일수록 철저한 준비와 확실한 계획으로 깨야 하는 게 정석이었다.

그러나 태현은 달랐다.

어느 정도 정보가 모이면 바로 뛰어들어서 임기응변으로 해결한다!

본인의 컨트롤과 스킬들에 자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부르셔야 합니다.”

“너무 혼자서만 해결하려고 하시면 안 됩니다.”

“알겠어. 알겠어.”

이렇게 걱정 받는 것도 또 처음이었기에 태현은 신선함을 느꼈다.

‘우리 파티 애들은 절대 걱정 안 해주는데….’

-어, 가냐? 잘 갔다 와.

-이번에는 또 누구 잡고 올 건데?

* * *

[<굶주린 혼돈의 기운>을 사용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힘을 불러옵니다!]

[굶주린 혼돈의 수하로 변장합니다!]

쿠르르릉!

혼돈의 기운 아이템들을 사용하자, 어마어마한 힘이 쏟아지더니 태현을 감쌌다.

[종족이 일시적으로 변합니다!]

[HP가 크게 증가…]

[MP가 크게 증가…]

[스킬 쿨타임이…]

[……]

[……]

“오오….”

HP, MP 대폭 증가부터 시작해 모든 스탯이 대폭 뻥튀기되자, 태현은 감탄했다.

이것이 혼돈의 힘!

‘넘어가는 것도 이해가 가는군.’

굶주린 혼돈처럼 수상쩍은 존재에게 빠지는 게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굶주린 혼돈은 쉽고 빠르게 힘을 줬다.

너무 좋은데?

[카르바노그가 정신 차리라고 외칩니다!]

‘난 괜찮다니까. 카르바노그. 내가 남의 힘 한두 번 써보니?’

[…반박할 수가 없다고 카르바노그가 외칩니다!]

확실히 그랬다.

남의 힘 갈취 전문가, 아키서스!

굶주린 혼돈이라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굶주린 혼돈의 기운이 당신을 오염시킵니다!]

[오염도가 높아질수록 굶주린 혼돈에게 가까워집니다.]

[굶주린 혼돈에게 가까워질수록 영혼을…]

[……]

[신성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신성 권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권능 포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사디크…]

[파이토스…]

[……]

[……]

[굶주린 혼돈의 기운에 오염당하지 않습니다!]

“!”

태현은 놀랐다.

오염까지 안 당하나?

‘좋은데?’

이제까지 교단 권능들을 닥치는 대로 모아 온 보람이 있었다. 그 업적들이 태현을 지켜 준 것이다.

[허기가 차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갈증이 차는 속도가 느려집…]

태현은 사막 위로 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변장을 했으니 이제 적당한 놈들을 찾아야 했다.

‘좀 작작 잡을 거 그랬나?’

하도 선발대를 잡아댔더니 이제 놈들의 숫자가 대폭 줄어 든 상태였다.

태현은 <신의 예지> 스킬을 켰다. MP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상태여서 부담이 한결 덜했다.

[굶주린 혼돈의 흑마법사를 발견했습니다!]

[굶주린 혼돈의 흑마법사를 조심하십시오! 사악한…]

“!”

발견에 성공한 태현은 몸가짐을 가다듬었다.

들키면 안 됐다. 적들을 꼬드겨서 본진을 찾아내야 했다.

‘카르바노그. 내 모습이 괜찮나?’

[충분히 미친놈… 아니, 굶주린 혼돈의 세력 같다고 말합니다!]

온몸에서 혼돈이 시커멓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니, 누가 봐도 굶주린 혼돈의 수하였다.

“이봐! 이봐!”

-!

걸어오던 흑마법사들은 멈칫했다. 그들은 태현의 모습을 보더니 안심했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굶주린 혼돈의 힘으로 변장을…]

[……]

[적들을 속이는 데 성공합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뭐야, 왜 너 혼자 있냐?

“웬 미친놈이 우리를 공격했어! 나만 혼자 살아남았다고!”

-아. 그 미친놈 말하는 거군. 카르바노그의 미친놈.

-이데르고의 미친놈이라던데?

흑마법사들은 자기들끼리 수군댔다. 태현의 소문이 꽤나 돈 모양이었다.

하긴 그럴 법도 했다.

사막 밑에 대기하고 있다가 지나가면 튀어나와서 잡고 사라지니, 소문이 안 돌 수가 없는 것이다.

-이데르고 같은 잡신 놈이 어디서 감히….

-카르바노그도 마찬가지 아닌가.

-카르바노그는 귀엽기나 하지. 내 인간 시절 취미가 토끼 기르기였네.

-그딴 건 관심 없고, 적들 위치나 찾아내라고.

굶주린 혼돈의 흑마법사들은 옛날 인간이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수군거렸다.

-좋다. 너를 우리의 일행으로 받아주지. 너는 뭐하던 놈이었나?

“?”

[카르바노그가 직업을 묻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수하들은 원래 이름을 잊고, 갖고 있던 직업만으로 스스로를 불렀다.

원래 이름은 굶주린 혼돈에게 먹힌 것!

“어… 나는… 그… 음유시인이지.”

-음유시인이라고?

-흠. 굶주린 혼돈께서는 별의별 놈들을 다 끌어모으시는군. 하긴 그러니까 져서 도망쳤겠지.

흑마법사들은 태현을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음유시인이라니. 딱 봐도 약해 보이지 않은가.

[카르바노그가 왜 많고 많은 직업 중에 음유시인을 골랐냐고 묻습니다.]

‘능력 테스트할 때 노래 스킬 올리려고.’

[…….]

야 이 미친…!

지금 이 상황에?!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 햇빛을 뚫고 어떻게 움직이시는 겁니까? 다른 분들은 비를 내리게 하거나 어두울 때 움직이시던데.”

-하하. 우리는 지금 살아 있는 상태가 아니니까. 허기가 지지도 않고 목이 마르지도 않지.

“리치이신 겁니까?”

-아니. 이 비약을 써서 일시적으로 변했지.

[<혼돈과 죽음의 마법약>을 발견했습니다.]

[마법 스킬이 조금 오릅니다.]

[마법 스킬이 낮아 안에 담긴 것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합…]

“저, 저도 좀 주실 수 있습니까? 이 햇빛이 워낙 괴로워서….”

-하긴 음유시인이 견디기는 힘들긴 하겠군.

-그래도 그냥 줄 수는 없지. 노래를 불러봐라.

흑마법사들은 태현을 보며 말했다.

굶주린 혼돈의 수하로 이리저리 심부름만 하고 있는 그들이었다.

이럴 때 즐기지 않으면 언제 즐기겠는가!

<노래를 들려주세요-굶주린 혼돈 흑마법사 퀘스트>

대부분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굶주린 혼돈의 수하들이지만, 옛 시절에 대한 기억은 조금씩 남아 있기 마련.

그들은 그때의 추억을 살려 당신에게 노래를 요청했다. 그들이 만족할 만한 노래를 불러준다면 <혼돈과 죽음의 마법약>을 받을 수 있으리라.

보상: 굶주린 혼돈 내 평판, 혼돈과 죽음의 마법약, ?, ??.

‘으음.’

막상 기회가 오자 태현은 멈칫했다.

그냥 대장장이나 요리사 같은 거 할 거 그랬나?

‘아니. 그래도 노래 스킬을 우선적으로 올려야 해.’

편한 자리라면 이것저것 불러보면서 실패와 성공을 반복했을 테지만, 지금은 실패하면 퀘스트가 깨졌다.

과연 이 흑마법사들은 뭘 좋아할까?

“혹시 느부캇네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느부캇네살은 위대한 흑마법사셨지.

-암. 고대 제국 놈들의 비열한 수법에 돌아가셨지만….

흑마법사들은 고대 제국 시절 때부터 살아 왔던 이들이었는지, 느부캇네살에 대해 매우 흡족하게 반응했다.

“그러면 혹시 에랑스 왕국은….”

“아탈리 왕국은….”

“사디크는….”

“아키서스는….”

-그런 재수 없는 이름 말하지 말라고. 재수 없어지니까.

“…….”

왜 아키서스만 갖고 그러냐!

[느부캇네살 쪽 흑마법사면 고대 제국 시절 아키서스 교단한테 토벌당했을 테니 당연한 반응이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하긴, 그것도 그렇겠군.’

그리고 다른 교단의 토벌과 달리, 아키서스 교단의 토벌은 유난히 좀 빡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남들은 토벌대 끌고 와서 정공법을 시도한다면, 아키서스 교단은 몰래 찾아와서 물에 독 풀고 이간질하고 변장해서 들어갔을 것 같….

[굶주린 혼돈의 흑마법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습니다!]

[노래에 추가 보너스를…]

[……]

‘저번에 만든 <느부캇네살 토벌>은 안 되겠군.’

태현은 저번에 만든 노래의 가사를 바꿨다.

<느부캇네살의 후계자>로!

[노래, 느부캇네살의 후계자를 만들었습니다!]

[느부캇네살의 후계자가 누구겠냐고 말하는, 노골적인 아첨의 노래입니다!]

[노래가 언데드들에게 추가 보너스를…]

[……]

[……]

[노래가 새롭지 않기에 보상이 줄어듭니다.]

[매우 강력한 상대에게 노래를 성공적으로…]

‘쯧.’

돌려쓰기는 노래 스킬도 냉정하게 판단했다.

스킬이 많이 오르고 싶으면 더 참신하고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라!

‘그럴 자신 없으니 그냥 멜로디에 가사만 바꿔가면서 써야지.’

-이 노래는….

-정말 감동적이군! 그래. 우리가 느부캇네살의 후계자지!

-맞아, 맞아!

흑마법사들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하며 기뻐했다.

우리가 바로 느부캇네살의 후계자!

“아닙니다.”

-뭐라?

“제 생각에… 여러분들은 느부캇네살 님을 넘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최고급 화술 스킬을…]

[……]

[흑마법사들의 친밀도가 크게 오릅니다!]

-그런 기특한 말을…!

-역시 음유시인이다! 뭘 좀 아는군! 이리 오게!

[<혼돈과 죽음의 마법약>을 얻었습니다!]

혼돈과 죽음의 마법약:

혼돈의 힘으로 만들어 진 죽음의 마법약이다. 복용 시 모든 종류의 데미지와 디버프가 크게 감소한다.

(굶주린 혼돈의 힘을 불러낼 경우 저주받을 수 있음)

‘사기적인데?’

몸을 죽은 것처럼 만들어 각종 데미지와 디버프를 줄여 버리는 마법약!

굶주린 혼돈의 힘으로 만든 만큼 그 효과는 강력했다.

물론 저주와 오염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굶주린 혼돈 쪽은 대체로 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군.’

태현은 생각해 봤다.

처음에 <아키서스의 화신>이 아니라 <굶주린 혼돈의 앞잡이> 같은 걸로 전직했으면….

[…….]

-그래! 우리는 느부캇네살보다 더 위대하지. 왜냐하면 우리는 느부캇네살이 하지 못한 걸 하려고 하고 있으니까!

“그게 뭡니까?”

-바로 드래곤을 손에 넣고 부리는 일이지.

“…!”

태현은 놀랐다. 드래곤을?

“본 드래곤 같은 언데드라면 느부캇네살도….”

-그런 허접한 언데드 말고!

본 드래곤을 허접하다고 말하다니. 수많은 네크로맨서들이 듣는다면 분노했을 폭언이었다.

어마어마하게 강한 언데드 몬스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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