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208화 (1,207/1,826)

§ 나는 될놈이다 1208화

“만날 일도 없는데 어떻게 압니까? 그보다 아버지께서는 어떻게 아신 겁니까?”

“난 몇 번 이야기 나온 거 들어서 기사 봤지.”

“?”

“그, 협회장이… 크흠.”

김태산은 유 회장의 눈치를 봤다. 협회장과 친한 사이라면 욕하는 게 좀 그랬던 것이다.

“나 저 작자와 안 친하니 편하게 말해도 되네. 그리고 우리 그룹 직원도 아닐세!”

“아. 그렇습니까?”

“방금 해고한 거 아니죠?”

“아니, 협회장이면 유성 그룹 사람은 아니지. 어쨌든 어디서 봤냐면, 무리한 대회 일정이랑 선수 혹사랑 기부금 논란이랑 특정 게임단 편애….”

“…….”

태현은 놀라워하며 들었다.

와, 정말 많이도 해먹었군!

‘이세연한테 들은 건 새 발의 피였잖아?’

“됐네. 그만 이야기해도 되네. 어쨌든 그런 작자였고, 그래서 오늘 내가 불러서 질책했네.”

“이야. 잘하셨습니다.”

“…내가 자네 아들도 앉으라고 한 건 자네 아들도 엮인 이야기라서 그런 걸세. 대표 선발 관련해서 부정이 있었으니.”

김태산은 극도로 분노했다.

감히…?

“아니 감히… 제 아들이 대표에 뽑히려면 돈이라도 내라고 한 겁니까?”

“그 정도로 미치진 않았고. 뽑아서 행사 내보내고 자기들 옹호하게 하는 인터뷰 정도였지.”

“아.”

김태산은 방금 분노한 것의 절반 정도로 분노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약했던 것이다.

“그건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출전거부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야! 국대는 나가야지!”

김태산이 더 놀랐다.

아니 국대를 출전거부를?!

“아버지 어차피 저희 팀 경기도 안 보시면서 뭘….”

“자네 안 보나? 혹시 유성 게임단 보나?”

유 회장은 살짝 기대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김태산이 혹시 아들보다 우정을?

“아버지 <토론토 메이플베어즈> 경기 챙겨보십니다.”

“…2부 리그 팀이잖나….”

“아, 아니. 거기 경기 재밌습니다. 어르신.”

“왜 근처에 1부 리그 팀이 둘이나 있는데…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어쨌든 출전거부할 필요는 없네. 내가 다 바로 잡을 테니까.”

“앗. 어르신께서 고르시는 거면 저 못 나가는 거 아닙니까?”

“…….”

유 회장은 태현을 노려보았다. 이 자식이 못하는 말이 없어…!

“제대로 된 감독 뽑아서 제대로 된 기준으로 팀 만들게 할 거다. 그리고 네녀석은 다른 걸 신경 써야 하지 않느냐?”

“?”

“뭐야… 룰 바뀐다는 말 못 들었나?”

“아. 룰이요? 룰이야 뭐 매년 조금씩 달라지는데.”

태현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룰이야 유행에 맞춰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투기장 리그가 끝났으니 거기에 맞춰 월드컵 룰도 좀 달라지리라.

“정확히는 못 들었나 보군. 지금 공개되진 않았지만 거의 될 거 같은 변경이 두 개 있다.”

유 회장은 손가락을 짚어가며 말했다.

하나는 장비와 아이템 제한.

장비는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투기장 전용 장비만 착용해야 하고, 들고 가는 아이템 개수에도 제한이 걸렸다.

“어? 그걸 진짜 한다고요? 게임단들 쪽에서 반발 안 합니까?”

“반발이야 했지만 애초에 인공지능이 판단을 내린 건데 뭐 어쩌겠느냐. 그리고….”

유 회장은 태현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규칙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태현인 것 같았다.

원래는 ‘아이템 금지보다는 아이템 허용이 더 견제가 가능하다, 다양한 즐거움을 위해 아이템은 최대한 허용되는 게 좋다’라고 판단을 내려왔던 AI.

그러나 최근까지 본 결과 AI는 결론을 바꿨다.

-지금 상황을 보니 아이템 허용으로는 안 되겠다. 차라리 제한 걸자!

“와. 다들 비싸게 아이템 준비하고 했을 텐데.”

“몇몇 게임단은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할 거다. 안 그래도 장비 가격 때문에 점점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으니까.”

초대형 게임단은 막대한 자본을 써서 어마어마한 장비를 만들고 있었다.

진짜 장비 하나에 빌딩 하나가 오간다는 게 농담이 아니었다.

자본으로 밀리는 게임단은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흠. 맞는 말씀입니다. 아이템은 확실히 한 번 밀리면 좀 따라가기 힘든 게 있죠.”

태현은 생각을 점검했다.

아다만티움 갑옷이 안 되면….

‘서로 위태위태하겠군.’

태현도 저주나 각종 명중률 100% 공격에 취약해지는 대신, 상대도 태현의 딜에 취약해졌다.

훨씬 더 살벌해지는 한 방 싸움이 될 것 같았다.

‘아니… 원래 아다만티움 갑옷 입고 있던 사람은 별로 없었으니까 나만 손해인가?’

계산하던 태현은 자기가 레벨 200이 넘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 그러고 보니 나 레벨 버프도 못 받겠군.’

남들이 다 레벨 200 넘기고 300 넘기려고 할 때 혼자 200도 못 찍어서 버프 받던 태현이었다.

이제 레벨 200을 넘었으니 스탯 버프가 아니라 디버프를 받을 것!

‘아다만티움 갑옷에, 레벨 디버프에… 으음. 한결 더 어려워지긴 하겠군.’

태현은 냉정하게 정리했다.

몇 가지 악조건이 생겨났지만 태현은 좌절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런 걸로 좌절할 사람도 아니었고.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의욕을 불태우는 게 태현!

“그런데 두 개라면서요? 다른 하나는 뭡니까?”

“선수 밴.”

“…예??”

태현은 귀를 의심했다. 그 놀란 표정에 유 회장은 갑자기 뿌듯해졌다.

저놈도 놀랄 때가 있긴 하구나!

“아니 뭔…?”

선수 밴이라니.

선수 한 명을 골라서 못 내보내게 하면….

‘무조건 나만 못 나가지 않나!?’

아무리 태현이라도 나가야 이기지, 안 나가고 이길 수는 없었다.

상대도 신나서 태현만 밴을 때릴 것이다.

“그렇게까지 걱정할 거 없다. 한 경기에서, 한 번 밴하면 나머지 라운드에서는 밴 할 수 없는 규칙이니까.”

한 번 밴 당한 선수는 다른 라운드에는 밴 할 수 없었다.

한 경기는 3전 2승제. 3판 중에 한 판만 못 나간다는 뜻이었다.

“국가대표 팀이면 후보 선수들도 많을 테니 가능한 룰이겠지. 그리고 안 그러면 계속 보이는 선수들만 보일 테고.”

“이거 리그까지 들어오면 좀 치명적일 거 같습니다만….”

무엇보다 팀 KL은 후보 선수가 없었다.

다른 게임단들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적게는 두셋, 많게는 대여섯의 즉전감을 준비해 놓는 것이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2군 3군 등 연습생까지 키우는데….

‘새삼스럽게 참 아슬아슬하게 운영했다는 생각이 들어.’

선수 중 한 명만 로그아웃했어도 아슬아슬했을 것이다. 새삼 운이 좋았다.

“리그는 나중 일이니 잘 모르겠지만, 일단 월드컵은 다음과 같은 룰로 진행될 것 같군.”

태현은 간단히 계산해 봤다.

3판 중 한 판 못 나가도 이론상 남은 두 판에서 활약하면 이길 수 있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당황스러웠지만, 아이템 제한보다는 더 나은 룰이긴 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민 좀 해봐야겠군요.”

“흥. 알아서 잘 해봐라.”

옆에서 김태산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말하시면서 챙겨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자네는 그걸 꼭 입 밖으로 말해야 하나?”

* * *

-판온협회, 협회장 사퇴… 충격!

-‘제 불찰로 인해 협회에….’

-협회 안에서 사무총장과 협회장이 난투를 벌였다는 소문이….

-협회장은 왜 사무총장에게 폭력을 휘둘렀나?

-협회 전면 개편… 협회장, 사무총장 사퇴….

충격적인 뉴스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협회장, 사무총장 등 윗선들이 전원 자진 사퇴하는 식으로 마무리가되었다.

-선수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굳이 공개할 필요 없는 일은 공개하지 않도록 하게.

물론 각 게임단 입장에서는 매우 황당한 발표였다.

기껏 기부금부터 시작해서 각종 뇌물과 아부로 간신히 국대 라인업에 자기 선수들 박아놨는데 뭔 사퇴야!?

-협회장님! 미쳤습니까?? 왜 사퇴하십니까? 약 먹으셨습니까???

-협회장 없다.

-너, 너 누구야?

-유성수다.

-유성수가 누구야??

-유성 그룹 회장이다.

-뭔 장난을… 어… 음… 정말 회장님…?

펄펄 뛰며 협회장에게 연락하던 사람들은 유 회장이 대신 받자 기겁했다.

게임단 팀장 정도의 자리로는 도저히 버텨낼 수 없는 후광!

-앞으로도 그렇게 운영하게. 응?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눈에 뭐가 씌었는지….

-내가 KG 그룹 회장하고 절친한 사인데, 이걸 말하려다 말았네.

-감… 감사합니다!

게임단을 지원해 주는 모기업은 문제가 생기는 걸 가장 싫어했다.

문제가 생기고 논란이 일어나면 ‘뭐? 돈만 나가면서 문제를 일으켜? 잘라버려!’가 나와도 놀랍지 않은 것이다.

하물며 그 문제가, 회장의 절친한 친구가 직접 ‘흠흠 너희 게임단 좀 추잡하더군’이라고 말해주는 수준이라면….

전원 해고 업적 달성 가능!

-앞으로는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수들을 위해! 판온 파이팅!

항의하려던 다른 게임단들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항의 시도→깨달음→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동시에 생각했다.

‘아니 회장이 왜 게임단 운영에 관심을 가져!?’

그 나이에 무슨…!?

협회가 싹 물갈이되자, 판온 팬들은 기대에 찬 반응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와, 협회 싹 갈려나간 거 진짜냐? 좀 기대해 봐도 좋은 거냐?

-제발 일정 좀 개같이 짜지 마! 하루에 경기 세 번 뛰는 게 말이 되는 거냐?

-야. 관둬. 다 똑같지. 새로 올 놈들도 똑같을 걸. 거기서 거기야.

-아냐. 이번에는 뭔가 좀 다를 거야.

-됐고 국대 라인업이나 빨리 발표해 줬으면 좋겠다. 김태현 들어가겠지?

-김태현, 이세연은 들어갈 거 같고… 김철수 들어가지 않겠냐?

-확실히 힐러는 김철수지.

-안정 그 자체.

-근데 따지고 보니까 유성 게임단이나 팀 KL에서 많이 나오긴 한다.

-그야 둘 성적이 가장 좋으니….

-아냐. 발표 보니까 2부나 3부 리그 선수들 중에서도 잠재력 있으면 뽑는다더라.

-진짜? 새로운 얼굴 기대해 봐도 되나?

-김태현보다 더 막나가는 선수 한 명 나오면 좋겠다.

-그건 좀….

* * *

[굶주린 혼돈이 사라집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현재 악명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신성 스탯이…]

[최고급 화술 스킬을…]

[……]

[……]

[<굶주린 혼돈의 기운>을 사용하여 굶주린 혼돈의 수하로 변장할 수 있습니다!]

“!”

사막을 돌며 사냥하던 도중 뜬 메시지창!

변장 가능하다는 말에 태현은 반색했다.

아니 이런 기회가?

[카르바노그가 그런 거에 좋아하지 말라고 투덜댑니다.]

카르바노그 입장에서는 <굶주린 혼돈의 기운> 같은 수상쩍은 아이템을 사용해 힘을 빌리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카르바노그는 신이라서 이해를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군.’

이런 계략도 필요한 법인데 이해해 주지 않다니!

“…미친 짓 아닙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좀…!”

그러나 카르바노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아니 변장할 게 없어서 굶주린 혼돈의 수하로 변장을?!

“왜? 좋은 방법이지 않나?”

“들키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실 겁니까? 위험합니다! 잘못 붙잡히면 그냥 로그아웃당하시는데….”

“그러니까 안 들켜야지.”

기본적으로 사고방식이 다르다!

태현의 말에 길드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옆에서 파워 워리어 사람들은 감탄했다.

“과연…!”

“안 들키면 되지! 확실히 논리적이야.”

“…….”

우리가 이상한 건가?

우리가 이상한 건가?!

이세연 길드원들은 머리를 감싸 안고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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