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202화 (1,201/1,826)

§ 나는 될놈이다 1202화

[사막의 지하로 들어옵니다!]

[<사막의 열기>가 약해집니다.]

[움직인 탓에 포만도가 빠르게 떨어집니다!]

[공복이 심해집니다!]

[갈증이…]

‘!’

역시 길드원들의 경고는 틀리지 않았다.

땅을 파기 위해 열심히 움직인 대가로 바로 닥쳐온 공복과 갈증!

그러나 태현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토왕이의 입에 손을 뻗었다.

-궬궷뎃!

“어허. 토왕아. 가만히 있어.”

[<유리병에 밀봉된 차가운 포도주스>를 꺼냅니다!]

[<유리병에 밀봉된 차가운…]

[……]

태현은 이슬이 금방 맺힐 정도로 차가운 음료들을 꺼냈다.

사막에 온다고 했을 때부터 미리 만들어서 준비해 놓은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구력을 위한 쓰디쓴 정수>를 꺼냅니다!]

[<지구력을 위한 쓰디쓴 정수>를 꺼냅니다!]

저런 차가운 과일 음료들은 맛을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이었다.

태현이나 케인이야 사막에서 혼자 한약 먹으면서 버텨도 됐지만, 이다비는 못 견딜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진짜는 역시 이것!

‘주기적으로 먹으면 사막에서도 버틸 수 있겠지.’

동시에 태현은 빵들을 꺼냈다.

버프는 음료로 받을 생각이었고, 빵은 그냥 포만감 올리기 위한 용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맛없는 빵은 아니었다.

태현이 요리 스킬 올리면서 미친 듯이 구워댄 빵이었던 것이다.

재료는 물론이고 실력, 행운까지 겸비된 빵!

[<촉촉함이 남아 있는 하얀 빵>을 꺼냅니다!]

[<먹으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신기한 빵>을…]

[……]

[……]

태현이 허기와 갈증을 채우기 위해 먹고 마시는 사이, 밖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줄줄이 내려왔다.

아직 지하는 좁았지만 그래도 한 사람씩 버티고 있을 만한 공간은 됐다.

“어? 이거 어떻게 갖고 오신 겁니까?”

“다 방법이 있지. 자. 너희들도 받아라.”

태현이 빵과 포도 주스를 나눠주자 파워 워리어 탐험가들은 울컥했다.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감동!

“…왜 이래?”

“으… 으헝헝… 먹을 걸 나눠주는 사람은 없었는데….”

“너희들 너무 게임에 몰입한 거 아니니?”

태현의 말에도 파워 워리어 탐험가들은 엉엉 울었다.

사막에서 오래 플레이 한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감동!

여기서는 절대 음식을 나눠주는 일이 없는 것이다.

“태현 님이… 끄흑. 여기서 안 있어보셔서… 크흑. 그래요.”

뒤늦게 들어온 이세연의 길드원들은 눈물바다가 된 안을 보고 당황해했다.

뭐지?

김태현이 또 김태현했나?

그러나 분위기는 매우 훈훈했다. 이세연의 길드원들은 빵과 포도주스를 마시는 안의 모습에 당황했다.

“아… 아키서스 교단의 특수한 의식 같은 건가?”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지 않나요?”

누가 보면 종교의식인 줄 알겠다!

태현을 가운데에 두고 엉엉 우는 플레이어들이라니.

* * *

“지하에서 상태부터 확인해 보자.”

“페널티가 훨씬 덜합니다!”

“공복이나 갈증도 훨씬 덜하고….”

“지하로만 들어오면 느리긴 느려도 해볼 만하겠는데요? 여기서 계속 가만히 버티다가, 밖에 비 오거나 어두워지면 나가죠.”

“??”

태현은 당황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자고? 움직여야지.”

“어… 그렇지만 지금 여기까지 들어오신 것만으로도 갖고 있는 음식 다 드시지 않았나요?”

“페널티가 덜해도 움직이면 바로 HP 감소할 텐데 가만히 버티셔야죠.”

이세연의 길드원들은 착각하고 있었다.

태현이 과감하게 음식을 다 사용해서 이 지하 통로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물론 아니었다. 태현이 단지 그거 하나를 노리고 무모한 짓을 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이 지하에서 계속 움직이기 위해 길을 만든 것!

“그런데 여기도 밤은 있나?”

“네. 근데 엄청 가끔 와요.”

“비는 그보다 훨씬 더 적게 오고….”

‘아. 그렇군.’

태현은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보통 ‘이걸 어떻게 깨!’라는 소리가 나오는 맵이나 던전도, 잘 보다 보면 공략할 약점이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었다.

태현이 초일류로 불리는 건 그런 부분들을 잘 찾아내고 끈질기게 달라붙었기 때문!

다른 플레이어들이 ‘안 해!’라고 하거나 ‘저건 레벨 높아지고 나서 해야 해’라고 할 때 태현은 ‘뭐 까짓거 한번 해보죠’ 하면서 덤벼들었던 것이다.

아마 여기도….

‘밤이나 비 올 때 왔다 갔다 하면서 공략하란 거였구나.’

[카르바노그가 보통 그걸 먼저 생각하지 않냐고 묻습니다.]

사막이 쨍쨍하면 어두울 때나 비 올 때를 기다려야지 어떤 사람이 땅부터 파고 본단 말인가.

물론 여기는 그런 날이 엄청나게 희박하긴 하지만…!

“갖고 온 음식은 많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태현은 토왕이를 들고 탈탈 털어댔다. 토왕이는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빵을 뱉어냈다.

“토… 토끼가 음식을 뱉는다?!”

판온을 오래 한 사람도 처음 보는 진풍경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뭐 저런 토끼가 있어?

“HP도 덜 깎일 테고, 배고프고 갈증 생기면 음식 줄 테니까. 지하에 통로 더 만들자.”

“예! 알겠습니다!”

이세연의 길드원들은 힘차게 대답했다.

처음에 태현과 같이 움직일 때에는 ‘과연 같이 움직여도 될까?’, ‘김태현한테 죽는 거 아닐까?’ 하는 의문만이 가득했다.

김태현이 언데드 군단 괴롭히면서 화풀이하는 모습을 봤을 때에는 그 의심이 더욱더 커졌고!

그러나 같이 플레이를 하면서 그런 의심은 슬슬 녹아내리고, 믿음직스러운 마음이 생겨났다.

역시 김태현이다!

‘김태현이 성격은 무섭고 사악해도 플레이는 믿음직해 확실히.’

‘김태현이 얼굴은 무섭고….’

‘…….’

‘…….’

태현은 왠지 모를 찜찜함을 느꼈다. 케인이 궁시렁댈 때 느껴지던 감각이었다.

‘이 자식들 나 욕하나?’

* * *

지하로 내려온 플레이어들은 지하 통로를 확장시키기 위해 열심히 장비를 휘둘렀다.

“언데드들도 시켜야겠군.”

“네? 위험합니다!”

‘얘네들은 왜 내가 뭘 하려고만 하면 말리려고 하냐?’

이런 패기 없는 녀석들 같으니!

이세연하고 같이 다니면서 배운 게 하나도 없단 말인가?

‘이세연하고 같이 다녔으면 음모, 협잡질, 계략 3종 세트 정도는 익히고 자유자재로 다뤄야지 대체 뭘 배운 거지?’

길드원들이 들었다면 울컥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 위험하단 거지?”

“언데드들은 세밀한 행동 잘 못 합니다.”

“저희 길마님도 따로 키운 정예 아니면 특별한 행동은 안 시켜요.”

“아. 그런 건가.”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언데드들은 이성을 잃은 탓에 세밀한 행동을 어려워했다.

곡괭이를 휘둘러 벽을 뚫고 통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자칫하다가 천장을 때려 무너뜨릴 수도 있는 일!

“근데 괜찮아.”

“…….”

“…그, 그러시다면야.”

그 모습에서 태현은 다시 한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말리려고 하면서 하겠다고 하면 또 얌전하게 말을 잘 들어!

‘정말 이세연 길드 애들도 꽤 특이하군….’

-얘네도 파워 워리어처럼 특이한 것 같아. 이다비.

-태현 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심한 말….

이다비는 경악했다.

아무리 비교해도 그렇지 전원 랭커 이상인 이세연 길드원들이랑 파워 워리어를?

-우리는 명예로운 전사들이다! 우리를 모욕할 크아악! 크악! 으아아악!

[언데드 군단을 설득 성공합니다!]

[언데드들이 작업을 시작합니다!]

[공포 스탯이 최고의…]

[……]

“…….”

“…….”

보고 있던 길드원들은 경악했다.

아니, 저게 뭔 미친 언데드 소환술??

-야. 저게 대체 뭔 마법이야?

-마법 맞아? 마법 아닌 것 같은데?

-설마 힘으로 협박해서 데리고 다니는 거 아니지?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예전에 탈주했지.

무심코 던진 말들 중 정답에 가까운 말이 있었지만, 길드원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저 많은 언데드 군단을 협박해서 데리고 다닌다는 게 말이 되나!

게다가 그들은 다른 점에 놀라고 있었다.

“언데드들이 작업을 하고 있어!”

“채굴도 하잖아…?!”

언데드들이 멀쩡하게 곡괭이를 휘두르고 있다!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그 뒤에서 태현이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는 게 좀, 아니, 아주 많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저건 못 본 척하고 일단.’

‘김태현이 대체 언데드를 어떻게 부리는 거지? 언데드 강화 스킬인가?’

‘언데드 이성을 되찾게 만드는 스킬은 아주 희귀한 스킬일 텐데.’

흑마법사 스킬들 중에 그런 스킬들이 있었다.

언데드를 아주 많이 강화시켜서 생전의 기억과 이성을 되찾게 만드는 스킬!

그런 스킬을 김태현이 갖고 있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김태현이….

[언데드들이 통로를 성공적으로 연결합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화술 스킬이…]

[전술 스킬이…]

[……]

태현은 흐뭇해했다.

이 지하 덕분에 스킬 작업이 수월해지고 있었다.

“참. 언데드들을 위해 요리를 만들어줘야겠군.”

“…?”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아니. 분명 ‘요리’라고 했어.”

길드원들은 점점 아득함을 느꼈다.

언데드들한테 채찍질하는 것까지는 뭐 스킬이라고 치자.

그런데 대체 요리는 왜…!?

-아키서스의 요리:언데드!

태현은 모래를 뭉쳐서 요리를 만들어주려다가, 그래도 조금의 성의를 보여주기 위해 빵을 꺼냈다.

열심히 일하는데 모래를 집어서 음식을 만들어주면 맛과는 별개로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

태현은 빵을 갈아서 고기와 섞은 다음 요리 스킬로 빚어냈다.

아키서스의 요리 스킬과 언데드 특화 스킬이 합쳐지자 언데드용 빵이 완성!

‘오. 제법 괜찮게 됐군.’

그러나 언데드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우리는 이런 누추한 음식 같은 건 먹지 않는다.

-우리가 얼마나 귀한 신분인지 모르는 모양이군.

“…흠. 그렇구나.”

태현은 빵으로 만든 요리는 옆으로 치운 다음 모래를 다시 집었다.

-모래는 왜…?

옆에서 골골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놈들은 그렇게 맞고서도 아직까지 상황 파악이 안 되나?

‘역시 데스 나이트가 아니라서 지능이 부족한 게 분명해.’

-크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캬아아아악! 먹겠습니다! 모래빵을 주십시오!

[명성이 오릅니다!]

[화술…]

[칭호, <악명 높은 감독관>을…]

건설 지휘 시 추가 보너스를 받는 칭호까지 나올 정도!

[언데드들이 <영혼의 모래 빵>에 매우 만족합니다!]

[언데드들이 영혼을 적시는 뛰어난 맛에 감동합니다!]

그러나 두들겨 맞고 억지로 먹은 것에 비해, 요리의 맛은 놀라웠다.

아니…?

맛있잖아?!

-분, 분명 모래를 뭉쳐서 만들었는데?

-요리를 바꿔치기한 건가?

-…왜 그런 짓을?

-그건 나도 모르지….

[언데드들의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자. 배부르게 먹었으면 다시 일에 들어간다! 내가 하나 하면 곡괭이를 치고 둘 하면 곡괭이를 든다! 멈추지 마!”

미친 듯이 언데드들을 재촉해서 통로를 팍팍 뚫고 나가는 태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경외감과 두려움이 반반 섞인 눈으로 그 뒷모습을 쳐다볼 뿐이었다.

‘길마님이 김태현 미쳤다고 했을 때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었어야 했는데…!’

‘김태현 저거 판온 1 때보다 상태가 더 심각해진 거 아닌가?’

‘저러다가 저기에 우리가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태현의 예전 행적을 아는 길드원들에게, 지금 저 언데드들의 무한노동은 남 일 같지가 않았다.

여차하면 저기로 들어갈 수도 있다!

“열심히… 열심히 하자!”

“여기서 더 열심히 하면 열 올라서 쓰러진다고!”

“저기 끼는 것보단 낫지!”

[<아키서스의 지하 통로>가 완성되었습니다!]

[이는 아무도 해낸 적 없는 위대한 업적입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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