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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201화 (1,200/1,826)

§ 나는 될놈이다 1201화

‘뭐 도망치려고 하면 잡으면 그만이지.’

태현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지휘에 페널티 좀 받아도 상관없었다.

전술 스킬이 무려 최고급인 것이다.

이 정도면 눈 감고 귀 막고 지휘해도 다른 플레이어들이 하는 것보다 나았다.

플레이어들 중에서 전술 스킬을 이렇게까지 올린 사람은 없다!

다른 부하들을 데리고 가면 좋겠지만, 저 밑의 사막은 페널티가 너무 컸다.

더위, 갈증, 배고픔 등등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너무 많았다.

평소 판온에서는 전혀 신경 안 써도 되는 것들이 닥쳐오는 것이다.

차라리 언데드를 데리고 가는 게 나았다.

‘이다비 정도만 챙겨줄 수 있겠지. 그보다 더 숫자 많아지면 너무 골치 아파지고….’

* * *

태현이 언데드 군단을 괴롭히면서 지배를 얻어내는 동안, 이세연의 길드원들은 수군거리면서 태현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게 김태현 맞지?”

“그런 것 같습니다.”

“…근데 왜 저러고 있냐?”

분명 이세연이 소환한 언데드들이 맞는데, 왜 언데드들을 괴롭히고 있지?

화풀이인가?

“화풀이를 하려면 길마님이 김태현한테 해야지 왜 김태현이 해요?”

“그것도 그렇긴 해.”

1등한 건 김태현이지 이세연이 아니었다. 화풀이는 이세연이 해야지!

“어쨌든 가서 말 걸어보자.”

“그러죠.”

“…….”

“…….”

“왜 안 가?”

“…그러는 선배는 왜 안 갑니까?”

“…….”

무거운 침묵!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먼저 가기 싫다!’

‘김태현 솔직히 무섭다고…!’

소수정예인 이세연의 길드원들은 대부분 판온 1 때부터 해왔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보통 판온 1 때부터 해온 플레이어들은 태현을 두려워하거나 존경하거나 둘 다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세연의 길드원들도 마찬가지!

태현이 언데드들 상대로 신성 스킬 써대고 있는 모습이 마치 은은하게 하는 협박 같이 느껴졌다.

“그래도 가야지….”

다들 하나둘씩 포기한 표정으로 걸어갔다.

뒷모습만 보면 무슨 보스 몬스터 잡으러 가는 공격대 같았다.

“흠흠. 김태현 씨?”

“?”

태현은 고개를 돌렸다. 이세연의 길드원들이 뒤에서 다소곳한 태도로 기다리고 있었다.

‘뭐지?’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처럼 딱딱하게 긴장한 모습에 태현은 의아해했다.

얘네 왜 이래?

“아 예. 만나서 반갑고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사막 돌면서 이것저것 같이 하게 될 텐데.”

의외로 멀쩡한 태현의 말에 길드원들은 다시 한번 놀랐다.

아니!?

김태현이 멀쩡한 말을 하잖아!

잘 부탁한대!

“저, 저희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은 잊고 같이 잘 해봐요!”

“저희가 김태현 씨 욕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게 꼭 진심이라기보다는 경쟁자여서 어쩔 수 없이…!”

“???”

듣고 있던 태현은 멈칫했다.

“제 욕 했다고요?”

“…….”

길드원들은 눈치 없이 말을 꺼낸 동료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말을 꺼낸 사람은 바로 탈출 버튼을 눌렀다.

[로그아웃을…]

오죽 무서웠으면 로그아웃을 했을까!

길드원들은 이해했지만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그냥 물어본 건데 왜 로그아웃을….”

* * *

어찌 되었든 요새로 속속들이 사람들이 모이는 동안 선발대로 사막을 둘러 볼 파티가 구성이 됐다.

태현과 이세연의 길드원들, 그리고 언데드 군단!

“지금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사막에 길이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길부터 찾거나 만들어야 해요.”

“길 확보. 다음?”

“그리고 마을이 없어요. 작게라도 마을이 있어야 휴식할 수가 있는데….”

“마을 건설. 다음?”

“마실 곳도 없고요.”

“먹을 곳도 없고….”

“더워서 음식 빠르게 상하고….”

“지나가면 체력 떨어지고 지구력 떨어지고….”

“금속 갑옷 못 써요 사실상. 페널티가 몇 배라서.”

먼저 들어갔던 플레이어들 입에서는 수십 가지 넘는 문제점들이 나왔다.

극한지역!

보아하니 길드원들은 아예 사막 대비용 장비를 맞춰 입고 있었다.

금속 갑옷이 아닌 천, 가죽 갑옷.

무기도 정말 싸울 때가 아니면 금속 무기를 안 뽑고….

그 말을 들은 태현도 이다비와 함께 아다만티움 갑옷을 벗었다.

지속적으로 HP가 계속 깎이는 수준이라면 차라리 벗는 게 나았다.

여기서 방어구가 없어졌을 때 가장 피해를 덜 보는 게 태현이었다.

애초에 방어로 버티는 게 아니라 회피력으로 버티는 사람이었으니까.

이다비도 원래 아다만티움 갑옷 입기 전에는 상인/사제답게 천 위주 장비를 입었던 사람!

“이 정도면 됐겠지?”

“위에 햇빛 덜 들어오게 덮을 옷 몇 개는 더 준비하셔야 할 것 같은데….”

“망토도 더 올리시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드원들은 걱정스러워했다.

그만큼 사막이 빡셌던 것!

“잠깐 이동하고 쉬고, 잠깐 이동하고 쉬고 그래야….”

“알겠어. 알겠어. 일단 직접 경험해 보면서 대처할 테니까 진정하라고.”

태현은 길드원들을 진정시켰다.

이러다가는 출발하기도 전에 지치겠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안 오나?”

“예? 아니. 안 오겠죠…?”

“어떤 미친놈이 사막까지 오겠습니까?”

길드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길드원들이야 이세연에 대한 충성심으로 나섰지만, 다른 고렙 플레이어들은 그러지 않았다.

이 근처에서 사냥을 하면 됐지 미쳤다고 사막으로 내려가겠는가.

“앗. 혹시 김태현이란 이름으로 랭커들을 끌어모으려는 생각이었습니까?”

“오…! 괜찮은데? 그거?”

길드원들은 감탄했다.

그런 방법이!

그러나 태현은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있었다.

“아니. 그런 생각 안 했는데.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내가 말 몇 마디 한다고 오겠냐.”

‘올 것 같은데….’

‘충분히 올 거 같은데.’

“그리고 여기가 난이도 낮은 곳도 아닌데 멋대로 끌어들이면 안 되지. 제대로 설명을 해도 모자랄 판에. 부르더라도 각오가 된 사람들만 부를 생각이야.”

“아니… 그런 사람이 없지 않나요?”

“흠.”

태현은 잠시 망설였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 애들이 이 근처에서 계속 꼬라박고 있다는데 데리고 가도 되나?”

“…….”

“…마, 마음대로 하시죠…?”

길드원들은 속으로 ‘대체 왜?’ 싶었지만 조용히 삼켰다.

김태현이 한다고 했으니까!

‘무슨 뜻이 있거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한테 약점을 잡혔거나….’

‘어쨌든 무서우니까 입 다물고 있자구.’

* * *

파워 워리어 길드 탐험가들은 생각보다 더 기상천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 음… 개성 넘치는군요.”

“경험 많고 노련해 보이는….”

보다 못한 이다비가 대신 말해줬다.

“그냥 편하게 말하셔도 괜찮거든요.”

그들은 특이하게 생긴 가죽옷을 두르고 다른 손에는 나무 곡괭이를 들고 있었다.

그 외의 장비는 하나도 걸치지 않은 상태!

‘거지 같은데.’

‘게임 아이템 다 팔고 접었다가 막 복귀한 사람 같은데….’

“저희를 부르셨습니까!”

“어… 부르긴 했는데.”

태현도 살짝 말문이 막혔는지 당황했다.

“왜 그러고 있는지 물어봐도 되나?”

“아, 이거 말입니까? 저희가 찾아낸 붉은사막도마뱀 가죽인데, 이 가죽이 사막에서 버티는 데에는 최고입니다. 주변 열기 흡수해서 훨씬 시원합니다.”

“이 곡괭이는 백철나무로 만든 곡괭이인데 어지간한 금속 곡괭이보다 내구도 높아서 좋죠.”

“무기는 안 드나? 가방은?”

“사막에서 몬스터 만나면 피해야지 왜 싸웁니까? 그리고 가방은 들어봤자 페널티 커서 안 듭니다.”

사막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가방에 음식과 물을 가득 채워서 들어가곤 했다.

그러나 파워 워리어 탐험가들은 오랜 시도 끝에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짐이 적어야 한다!

사막에서는 짐이 조금만 있어도 바로 페널티가 와르르 붙었다.

[짐이 무겁습니다! 지구력이 더 빠르게…]

[음식이 빠르게 상합…]

[물이…]

물과 음식들을 아무리 많이 챙겨봤자 사막에서는 빠르게 맛이 갔다.

차라리 다 버리고 가는 게 나았다.

이세연 길드원들은 당황해서 물었다.

“그러면 뭘 먹고 버팁니까?”

“최대한 배부르게 먹고 들어가서 버텨야죠.”

“그리고 사막에도 먹을 거 가끔 있어요. 땅 파다 보면 뭐 좀 나오고 그래요.”

“맞다. 모래에 물 좀 뭉쳐 먹으면 포만감 차고 그럽니다. 물론 좀 다치긴 하는데 그건 감안해야….”

“…….”

“…….”

이세연 길드원들은 경악했다.

뭐 이런 미친놈들이 있어!?

체면 있는 플레이어들은 절대 하지 못할 광기의 플레이였다.

아무리 게임이라도 그렇지 흙을 먹으면서 버틴다니.

태현은 흥미롭게 듣다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런데 왜 붉은사막도마뱀 가죽옷만 두르고 있지? 밑에 다른 천 장비를 안 입는 이유가 있나?”

“아….”

“그게….”

“이 장비 맞추려고 다른 장비는 다 팔았습니다.”

당당!

이다비는 창피해서 시선을 피했다.

* * *

[<살아 있는 자들은 오지 못하는 사막>에 입장했습니다!]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휘감습니다!]

[사막을 나가기 전까지 <사막의 열기> 상태가 유지됩니다.]

[빠르게 움직일 경우 체력이 소모…]

[빠르게 움직일 경우 지구력이 소모…]

[……]

수십 개가 넘는 메시지창이 입장을 환영했다.

대충 다 비슷한 소리였다.

-여기는 매우 덥고 힘든 곳이고, 빠르게 움직이면 더더욱 덥고 힘든 곳이다!

“?”

“뭘 하실 생각입니까?”

태현이 움직이지 않고 멈추자 길드원들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땅을 파서 지하로 들어갈 생각인데….”

“안 됩니다! 위험합니다!”

길드원들은 기겁해서 외쳤다.

처음 들어오는 사람들은 자주 그런 생각을 했다.

-야, 이렇게 위가 뜨거우면 땅 파고 아래로 들어간 다음 버티면 되는 거 아냐?

그게 함정이었다.

땅을 파는 순간 미친 듯이 체력과 지구력이 소모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디버프에 걸리는 것이다.

파기도 전에 쓰러진다!

태현은 이 사막이 처음이라 얼마나 체력을 빨리 앗아가는지 모르고 있었다.

“흠. 일단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멈춰본다. <냉기의 저주>, <화염 재생>….”

태현은 냉기의 저주를 사용했다. 데미지 좀 받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감안해도 됐다.

그리고 나서는 사디크의 권능인 화염 재생까지!

타오르는 열기를 흡수해 회복해 보겠다는 속셈이었다.

팍팍팍팍!

“저희도 돕겠습니다!”

파워 워리어 탐험가들이 곡괭이를 들고 달려들었다.

그들도 곡괭이를 들고 있긴 했지만 땅을 파는 데에 쓰지는 않았었다.

밖에 나와 있는 광석이나 바위를 캘 때 쓰기 위한 물건!

그러나 태현이 하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냉기 마법은 여기서 별 소용이 없….”

[강력한 냉기가 퍼집니다! 데미지를 입습니다.]

[<사막의 열기>가 약해집니다.]

“???”

아니…?

길드원들은 못 봤지만, 지금 태현은 <화염 재생>으로 오히려 회복을 하고 있었다.

[<화염 재생>으로 인해 <사막의 열기>가 HP를 회복시킵니다!]

“언데드들. 서로 붙어서 탑 좀 만들어봐.”

-??

언데드들은 당황해하면서도 태현이 하라는 대로 했다.

가장 숫자가 많은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따닥거리며 붙자, 순식간에 탑이 만들어졌다.

해골탑!

겉모습은 좀 그랬지만 뜨거운 햇빛은 막아줄 수 있었다.

언데드들을 저렇게 쓰는 모습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아니…!

어느새 태현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게 내려가 있었다.

놀랍게도 쓰러지거나 HP가 먼저 다 닳지도 않았다.

“내려와라! 길 다 만들었다!”

“…!!!”

길드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저게 김태현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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