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198화 (1,197/1,826)

§ 나는 될놈이다 1198화

이럴 때면 꼭 떠오르는 불길한 예언!

그때는 그냥 틀렸다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지금 보니….

‘죽은 용이 부활하는 그림 근처가 장난 아니게 난장판이었던 것 같은데.’

* * *

“헤넨 교단 놈들이 오고 있습니다.”

“흥. 급에 맞지도 않는 놈들을 무슨….”

“그만두십시오. 우리 모두 힘을 합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몬스터 웨이브에, 이데르고 교단의 난동까지.

대륙의 위기는 선신 교단들을 서로 뭉치게 만들었다.

…아키서스 교단 빼고!

어쨌든 선신 교단들은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이제까지 푸대접하던 헤넨 교단도 부를 정도로.

“이런 먼 사막까지 와서 이게 무슨 일인지….”

“그래도 신전을 열 수 있게 해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각 교단에서 성기사들을 끌고 이 요새로 온 이유는 바로 이세연 때문이었다.

공적치 포인트부터 시작해서 각종 보상을 닥치는 대로 제안해서 어떻게든 끌고 온 것!

덕분에 교단의 쟁쟁한 성기사단들이 모두 요새로 오고 있었다.

“이 근처에는 언데드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느부캇네살 놈이 쓰러진 곳이니 당연한 거 아니겠소.”

“그때 여기 요새가 발휘하던 힘을 생각해 보면….”

“흥. 그래 봤자 아키서스 교단이지.”

“아키서스 교단은 이제 무시할 수 없지 않습니까? 대륙에서 아키서스 교단을 빼면….”

“아키서스 교단이 한 일이 있으니 그건 인정해 줘야….”

“아무리 그래도 아키서스 교단은…!”

교단 NPC들은 자기들끼리 투닥거렸다.

아키서스 교단은 상대하면 안 되는 놈들이다 vs 아키서스 교단 세력 보면 이미 메이저 교단 중 하나다!

“헤넨 교단 놈들이 도둑질이나 하지 않게 조심해야… 헉.”

“?”

“저, 저기 왜 아키서스 교단 교황이 있는 거요?”

“?!?”

주교의 말에 다른 교단 NPC들은 고개를 내밀었다. 헤넨 교단 일행에 태현이 끼어서 즐겁게 오고 있었다.

실로 끔찍한 조합!

교단 NPC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악신 교단에 가까운 이들이 서로 만나서 뭉쳤으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었다.

* * *

-<베이징 파이터즈> 1부 리그 잔류 성공!

-기적의 승강전… <베이징 파이터즈>의 무지막지한 뒷심.

-선수 A, 익명 인터뷰… ‘솔직히 운빨 아니냐’….

-타팀 팬들 <베이징 파이터즈>의 활약 기대한다고 밝혀….

“말도 안 돼!”

“메이플베어즈가 올라왔어야 했는데…!”

케인과 최상윤은 기사를 보며 한탄했다.

토론토 메이플베어즈가 1부로 올라오지 못하다니!

마치 자기들 일이라도 된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케인. 이 <베이징 파이터즈> 관련 익명 인터뷰 네가 한 거 아니지?”

“아, 아, 아닌데.”

“흠. 그래. 판온은 잘 하고 있고?”

“잘 하고 있지! 물론! 암!”

‘과하게 강조하는 거 보니까 좀 수상쩍은데….’

태현의 의심과 달리, 케인은 정말로 잘 하고 있었다.

새 감독이 옆에 따라붙으면서 계속 쪼아대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옆에서 쪼아대면 잘하는 게 바로 케인!

-김태현 선수. 판온 월드컵도 이제 슬슬 생각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태현은 사베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시즌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으니 이제 다음은 판온 월드컵의 차례!

어떤 식으로 선발될지, 누가 감독을 맡을지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어떤 식이든, 누가 감독이든 간에 태현은 무조건 뽑힌다!

미치지 않고서야 태현을 팀에 안 넣을 리가 없었다. 혼자서 리그를 거의 씹어 먹은 수준인데 거의….

‘흠. 확실히 미리 각오는 해놔야지.’

다행히 리그보다는 훨씬 더 마음이 편했다.

태현이 감독, 코치, 분석 등을 다 해야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사실 리그가 너무 비정상적으로 빡셌던 거였다. 보통 선수들은 게임에만 집중했다.

‘그나저나 케인은 뽑히려나?’

케인은 괜찮은 탱커였지만, 전 세계 기준으로 보면 좀 애매했다.

너무 전술이 팀 KL에 특화된 것이다.

케인보다 더 탄탄하고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탱커 플레이어들도 몇 명 있는 이상, 안심할 수는 없었다.

‘설마 못 뽑혔다고 울지는 않겠지…?’

* * *

“미다스 길드. 뭐하는 거냐! 길드원들을 더 보내라!”

“우리는 최선을 다해 보냈다! 너희야말로 뭐하는 거냐! 이 인원으로 뭘 하자고!”

길드 동맹과 미다스 길드는 날 선 말들을 주고받았다.

스미스가 미친놈처럼 날뛰자, 불구대천의 원수 같던 두 길드도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손을 잡는다고 바로 친해지는 건 아니었다.

태현이 봤다면 ‘너희는 어떻게 달라지는 게 없니?’라며 한탄했을 광경!

스미스는 태현처럼 온갖 기괴한 계략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우직하게 덤벼 들어왔다.

여력을 남기거나 하지 않고 길드원들 총동원해서 일직선으로 돌격!

원래 실력 있는 사람의 정공법만큼 무서운 게 없었다.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스미스 친위대는 공포 그 자체였다.

-약한 요새는 그냥 버려라! 성으로 들어가!

-성벽 더 올려! 스미스 놈들이 오지 못하게 막아!

-최소 세 겹 이상으로 쌓아 올려야 한다! 안 그러면 그냥 뚫린다!

에랑스 왕국은 물론이고 스미스와 화이트 나이트까지 예상외로 날뛰자, 길드 동맹은 버티기로 들어갔다.

다른 길드였다면 그냥 무너져내렸을 것이다.

그러나 길드 동맹은 아니었다.

-참고 기다려라! 이 폭풍은 언젠가 지나간다!

-김태현을 생각해 봐라. 김태현 놈도 결국에는 우리를 쓰러뜨리지 못했다!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건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그러다 진짜 죽으면 어떡하시려고…?

태현을 상대해 온 길드 동맹 길드원들의 멘탈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단단해져 있었다.

요새 몇 개, 마을 몇 개 날아가고 박살 나도 흔들리지 않는다!

-후후. 도시나 성이 통째로 날아가는 것보단 낫지….

-랭커들이 전멸하는 것보단 견딜 만해. 후후후….

-미친놈들아! 그딴 걸로 경쟁하지 마!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넓은 왕국에 흩어져 있다가 각개격파 당하느니, 그냥 줄 건 주고 중요한 도시와 성을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자기 살을 내주는 결정이었고 아무나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었다.

실제로 미다스 길드는 그걸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영토 다 지키는 것보다는 줄 건 주고 모으는 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영지를 버리자고!? 영지가 장난이냐? 지금 영지 없어서 허덕이는 길드가 몇 개인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 스미스 놈 기세가 무섭다고. 거의 0.5 김태현 수준으로 무서워.

-누가 길드 동맹 출신 아니랄까 봐 겁부터 먹고 보는군.

-뭐 이 자식아? 누구는 험한 말 못 해서 안 하는 줄 아나?

-하. 무식하게 덤비는 기사 놈들은 마법으로 박살 낼 수 있다. 제대로 기회만 잡으면 끝장을 내주지.

-길드 동맹 놈들한테 빨리 인원이나 보내라고 합시다. 숫자가 너무 부족해요.

미다스 길드는 어떻게든 괘씸한 스미스를 혼내주려고 했다.

온갖 NPC들을 불러 모으는 건 물론이고 길드 동맹 쪽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미 버티기로 마음먹은 길드 동맹의 지원은 시원찮았다.

물론 싸우기로 결정했어도 지원을 잘 해주진 않았을 것이다. 뭐가 예뻐서 그러겠는가.

-단장님! 폭탄 재고가 떨어졌습니다.

-…젠장! 그놈의 폭탄은 진짜! 경매장에 잘 올라오지도 않고… 빨리 가서 사와!

공성전은 아이템을 어마어마하게 소모했다.

화살, 포션, 주문서, 폭탄 등등.

다른 아이템들은 워낙 많이 만들어지니 물량을 구할 수 있었지만, 폭탄은 쓸 만한 게 잘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쓸 만한 걸 만드는 놈들은 약간 좀 맛이 간 놈들!

* * *

요새 주변의 플레이어들은 레벨 200은 넘기는 고렙 플레이어들이었다.

워낙 언데드들이 많이 나오니, 그 이하 레벨로는 얼씬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들 표정이 우울해 보이는데.”

“아마 못 먹고 못 마셔서 그런 거 아닐까 싶은데요.”

이다비의 추측은 정확했다.

아스비안 제국 항구에서 있던 플레이어들도 못 먹고 굶주렸는데, 사막 한복판 요새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하나는 언데드 몬스터를 닥치는 대로 잡아 레벨 업을 하려는 플레이어들.

‘장비를 대(對) 언데드로 맞췄군.’

사제나 성기사들 여럿 데리고, 은이나 축복 받은 무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이들!

딱 봐도 언데드를 노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커다란 배낭들을 챙기고 지도를 보는 플레이어들.

저 멀리 사막으로 들어가 쓸 만한 걸 찾아내려는 이들이었다.

그야말로 목숨 걸고 들어가는 것!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께서 여기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

태현은 깜짝 놀랐다.

익숙한 문양을 달고 있는 교단 NPC들이 나타난 것이다.

파이토스 교단, 데메르 교단, 타이란 교단, 아흐줄락 교단….

주교급 NPC들도 왔는지 규모가 제법이었다. 교단 주교쯤 되면 레벨 500, 600은 넘기기 마련. 사제 직업으로 500, 600을 넘기면 그야말로 막강했다.

“대륙의 평화를 위해 왔는데.”

“역시….”

“훌륭하십니다.”

헤넨 교단과 데메르 교단은 태현의 말에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다른 교단 NPC들은 띠꺼운 표정을 지었다.

‘과연?’

‘아키서스 교단이 과연 그런 의도로?’

여기 있는 이들은 막대한 공적치 포인트와 함께 각종 약속을 받고 온 이들.

같이 싸우더라도 끝나고 나면 경쟁자가 될 상황이었다.

한 교단이 잘 나가면 다른 교단은 상대적으로 밀리기 마련!

‘뭐야. 이렇게 모일 정도라니. 무슨 일이지?’

태현도 일이 돌아가는 방향을 슬슬 눈치채고 있었다.

이렇게 여러 교단이 모일 정도라면 퀘스트 규모도 장난 아닐 텐데?

느부캇네살이 다시 부활하는 것도 아닐 테고….

[카르바노그가 끔찍한 농담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태현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만만해 보이는 사제 NPC 한 명을 붙잡았다.

그리고 화술 스킬을 사용했다.

“파이토스 교단은 뭘 약속 받고 여기 온 거지?”

“여… 여기로 올 적들을 잘 막아내면 교단을 지원해 주겠다고….”

“!”

처음에는 뭔가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아스비안 제국 황제는 지금 이세연이었다.

이세연이 약속을 해줬다고?

‘와. 생각해 보니 이세연은 그런 게 되겠군.’

부러운데?

태현은 아키서스 교단 주인이라서 그런 게 불가능했다. 자기 살을 깎아먹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러나 이세연은 ‘너희 교단 활동 지원해 줄 테니까 도와줘라!’ 이런 제안이 가능했다.

혹시 몰라서 다른 교단에게 물어보니 비슷한 대답이 들어왔다. 다들 약속을 받고 온 모양이었다.

“흠.”

“교황 성하. 대륙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고생하시는 건 알고 있지만 이번은 저번과 다릅니다. 성하께서 주도하실 수 없다 이 말입니다.”

“맞습니다. 순서를 지켜주십시오.”

고민하고 있는 사이 노골적으로 견제가 들어왔다.

만약 여기서 태현이 끼어들어 공적치 포인트를 팍팍 올려 버리면 다른 교단들은 닭 쫓던 개 꼴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태현은 이미 전적이 너무 화려했다.

대륙 구하기 전문가!

그런 플레이어가 여기 와 있으니 교단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태현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상대방들이 이렇게 불안해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파이토스 교단. 들어보니까 타이란 교단 애들은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안 받았던데. 쟤네가 특별 대우 받는 거 아냐?”

[최고급 화술 스킬을…]

[이간질…]

[……]

[……]

정답은 바로 이간질이었다.

굳이 오해를 풀 이유가 무엇 있겠는가.

자기들끼리 싸우면 태현을 견제할 여유가 없어지겠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