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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195화 (1,194/1,826)

§ 나는 될놈이다 1195화

“김… 김태현!”

김현아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그녀의 언니인 이세연의 적수이자 그녀가 싫어하는 판온 플레이어 중 하나!

그런 태현이 여기 있다니. 너무 뜬금없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 그쪽이 요리한 거였어?”

“요리사들 데리고 요리 좀 했지.”

김현아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플레이어들이 모두 행복한 표정으로 드러누워서 느긋하게 쉬고 있었다.

평소 항구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모습!

‘요리를? 왜 한 거지? 함정? 독을 탔나? 뭐야? 언니 불러야 하나? 이런 사소한 일에?’

김현아가 수십 가지 넘는 생각을 하면서 고민하는 것 같자, 태현은 혀를 쯧쯧 차며 말했다.

“넌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별 의도 없이 요리 스킬 올리려고 한 거다. 여기 요리사들도 키워줄 겸.”

발끈!

태현의 말에 요리사 플레이어들은 발끈했다.

두 번 키워주면 사람 죽겠다!

배부르게 먹은 플레이어들과 달리, 요리사 플레이어들은 다른 의미로 옆에 뻗어 있었다.

‘독 탄 건 아니겠지…?’

김현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주변에 다 뻗어 있는 게 무슨 수면독이라도 쓴 것처럼….

“어쨌든 이 도시는 네 소유인 것 같은데… 지나가도 되나?”

“지, 지나가도 상관없… 잠깐!”

김현아는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이세연 퀘스트를 위해 태현이 필요했던 것이다.

여기 이렇게 아스비안 제국에 온 게 갑자기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래! 언니의 퀘스트를 위해서 온 거야!’

“잠… 잠깐 기다려봐!”

김현아는 달려가서 태현의 팔을 붙잡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누워서 수군거렸다.

-뭐하는 짓이지? 염장질인가?

-김태현 팬이었나 봐. 안 그런 줄 알았는데.

-김태현 팬이어도 저렇게 노골적으로 들이대나? 와. 영주라고 겁이 없나 봐. 김태현 팬들이 엄청 욕할 텐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다들 죽고 싶어??!”

김현아는 분노해서 칼을 뽑아 들었다.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라 도망…치지는 못했다. 배가 너무 불러서 움직임에 페널티가 있었던 것이다.

대신 그들은 입을 다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화내는 거 보니 찔리는 게 있는 게 아닐까?’

‘그럴듯한데?’

주변에 있던 사람들 눈에는 김현아가 당당하게 들이대는 모습으로 보였다.

물론 김현아가 알면 뒷목 잡을 일이었다.

엮는 것도 정도가 있지 감히 누구랑 누구를…!

“뭐지? 지금 칼 휘두르려고 그러는 건가?”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다른 사람의 팔을 붙잡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 사람의 팔을 봉인하고 무기를 휘두르기 위해서!

[카르바노그가 꼭 그런 것만 있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합…]

“그, 그게 아니라요… 지금 요리 스킬 찍는 거라면 도와줄 수 있다, 이거에요.”

원하는 게 있어서인지 김현아의 말투는 한결 공손해져 있었다.

“도와준다고?”

“그래요.”

“…왜??”

“…….”

김현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도와준다고 해도 의심한다니!

속고만 살았냐?

옆에 있던 사람들은 그걸 또 오해했다.

-까인 거지?

-지금 김태현이 거절한 것 같은데….

-와. 김현아 솔직히 예쁘지 않냐?

-에이, 김태현이 아깝지.

-…그렇게 따지면 김태현이 안 아까운 상대가 있긴 한가?

김현아는 고개를 돌린 다음 눈에 불을 켰다.

“더 떠들면 PK해버린다!”

‘이세연이 동생을 잘 가르치는군.’

효과적으로 사람 입을 다물게 하는 방법에 태현은 살짝 감탄했다.

“그쪽은 손님이고, 언니랑 손도 잡았고… 여기서 손을 잡았다는 건 동맹을 맺었다는 거지 이상한 뜻이 아니니까!”

김현아는 다른 사람들이 오해할까봐 으르렁댔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게 더 수상쩍어 보였다.

‘열애설이 사실이었나?’

‘하긴 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진 않지…?’

“어쨌든 손님인데 안 도와줄 수는 없으니…까요?”

‘흠.’

태현은 김현아보다 몇 수는 위였다.

김현아가 아무리 사악한 계략을 꾸민다 하더라도 태현을 따라올 수는 없는 법!

태현은 김현아의 말에서 이미 속마음을 대충 다 눈치 깐 상태였다.

‘이세연이 내 도움 필요한 퀘스트가 있나? 아키서스 교단이 필요한 퀘스트거나 하겠군.’

상대가 하기 싫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저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

‘어차피 도움 받은 다음에 안 도와줘도 상관없잖아?’

김현아가 ‘이거 하는 대신 그쪽도 도와줘요!’라고 말하는 것도 아닌데, 태현이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그냥 잘 이용해 먹으면 그뿐!

김현아는 아직 태현을 잘 몰랐다. 이런 얕은 수작으로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 * *

김현아는 확실하게 도와줬다.

영주 권한으로 광장 독점 사용부터 시작해서, 주변을 지나가는 플레이어들을 전부 들리게 만든 것이다.

“요리를 몇 배로 더 많이 팔 수 있죠. 어때, 도움이 많이 됐죠?”

“…근데 이러면 플레이어들이 불만 안 가지나?”

“?? 이 정도는 뭘 해도 가지죠?”

태현이 지나치게 플레이어들을 풀어주는 것이었지, 보통 이 정도는 했다.

이 정도도 못하면 비싼 골드 들여가며 영지 운영하는 이유가 없는 것!

‘어쨌든 나쁘지 않군.’

중앙 광장에 원하는 대로 좌판 설치하고 요리 올려 놓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고 사는 구조.

태현은 이다비랑 수군거렸다.

“영주가 저러면 사람들 불만 쌓이지 않을까?”

“힘으로 찍어 누르려는 거 아닐까요?”

“과연… 길드 동맹 보면서 이상한 것만 배웠나 보군.”

“…난 그런 짓 안 하거든요!?”

어떻게든 존대를 하려고 해도 빡치게 만드는 태현의 재주!

게다가 옆에 이다비가 있으니 둘이 2배로 빡치게 만들었다.

“이 정도는 영주 권한으로 할 수도 있다고 했잖아요!”

“알겠어. 알겠어. 요리를 좀 올려놔야겠군.”

태현은 만든 요리들 중 유통기한이 오래 가는 특수 효과가 붙은 요리들을 찾았다.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 스킬 덕분에, 태현이 만든 요리에는 온갖 랜덤 옵션들이 붙었다.

그중 하나가 <오래 가도 상하지 않는> 같은 옵션들!

“아. 찾았다. 이런 것들 위주로 파는 게 낫겠지? 올려놓고 기다려야 할 테니까.”

“유통기한 긴 게 좋죠. 그런데….”

이다비는 속으로 생각했다.

오래 가도 상하지 않는 푸딩 같은 요리는 대체 어떻게 만든 거야?

물론 랜덤 효과 중 하나겠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무슨 첨가제라도 넣었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 시켜서 좌판 지켜주겠지?”

“…알겠어요.”

“그리고 사막 좀 지나야 하는데 주변에서 공격 안 받게 신분증 아이템 좀 내주지.”

“…….”

[<아스비안 제국의 통행 증표>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아 좀 작작 해요!”

“…고맙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아, 아니. 그건 몰랐….”

“사실 농담이었고, 이세연 뭐하냐고 물으려고 했지. 무슨 퀘스트 중이야?”

“그걸 제가 말할 거 같아요?”

“뭐든 간에 그렇게 숨길 것까진 아닌 것 같은데…. 뭐 됐다. 보아하니 아스비안 제국에서 퀘스트 깨고 있는 것 같은데, 소식 들려오겠지.”

‘읏.’

김현아는 아픈 곳을 찔린 기분이었다.

실제로 이세연은 지금 각 네임드 NPC들을 모아 오기 위해 이것저것 하고 있었으니까.

곧 소문이 돌아도 이상할 게 없었다.

“제가 잘 대접해 준 거 잊지 마세요.”

“아. 알겠다니까. 당연하지.”

‘돌아오면 슬쩍 퀘스트 권유해 봐야지.’

‘돌아오면 쟤 안 만나고 빠져나가야겠군.’

* * *

[<죽은 용의 지하동굴>을 발견했습니다!]

오랜만에 도착한 알렉세오스의 거처.

한 번 들어가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찾을 수도 없는 입구였다.

‘그런데 용아병이 안 보이네?’

보통 침입자가 근처에 오면 알렉세오스가 부리는 용아병들이 나와서 맞이해 줘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게 보이지 않았다.

뭐지?

‘굳이 안 내보내도 된다 이건가?’

팟!

[<죽은 용의 안식처>에 입장했습니다!]

태현은 이다비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알렉세오스를 직접 보고 물어보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

“!!!!”

[유령 용 알렉세오스를 마주했습니다.]

[마법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흑마법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현재 마법 스킬 레벨이 낮아 알렉세오스에게 걸린 마법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현재 흑마법 스킬 레벨이 낮아…]

예전에도 마주본 적 있는 알렉세오스였지만, 이번에도 똑같이 마법 스킬이 올랐다.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데도 오를 정도로 강력한 마법!

그러나 지금 그런 게 중요하진 않았다. 태현과 이다비는 다른 이유로 놀라고 있었던 것이다.

“알렉세오스 님. 몸이…!”

죽음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리치로 만든 드래곤 리치, 알렉세오스.

육체가 볼품없긴 해도 분명히 있었고, 누가 드래곤 시체 아니랄까 봐 크고 강했다.

그런데 지금 알렉세오스의 몸은 완전히 유령 상태로 변해 있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오랜만이다. 아키서스의 화신이여. 저번에는 왜 들리지 않았나?

“대륙의 평화를 위해 제가 희생해야 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 아니. 잠깐. 아키서스의 화신이 그럴 리가 없지 않나.

유령 용이 되었다고 해서 이성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아키서스의 화신이 그러는 건 좀 이상하지!

‘쳇.’

[카르바노그가 저 드래곤은 쓸데없이 눈치가 좋아서 얄밉다고 말합니다!]

“아니, 알렉세오스 님! 제가 대륙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우이포아틀을 누가 쓰러뜨렸습니까? 죽음에서 돌아온 느부캇네살은? 레드 드래곤만 보면 모욕하는 사악한 블랙 드래곤 학카리아스는?”

[최고급 화술 스킬을…]

[……]

치사하게 칭호와 업적으로 밀어붙이는 태현!

알렉세오스는 입이 열 개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태현이 그만큼 고생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내가 실언을 했다. 미안하게 됐다.

“말로만 사과하지 마시고 뭐라도 좀 주시죠. 가호 떨어졌는데 가호 좀 다시….”

태현은 알렉세오스의 가호를 탐냈다.

어지간한 신성 스킬보다 더 사기적인 게 알렉세오스의 가호!

그 스킬 하나만으로도 여기까지 온 보람은 충분했다.

-…지금 나는 대부분의 힘을 잃어버려서 그런 가호를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

태현은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 뭐라고?

-저거 거짓말하는 건 아니겠지?

-거짓말 같지는 않아요. 태현 님.

-힘 대부분 잃었으면 이 레어 털어도 되나? 나름 드래곤 레어인데.

-하지만 뒷감당이 좀 위험하지 않나요? 아예 죽지도 않았는데.

-그러면 완전히 죽이고 털라는 건가?

-…그,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요.

둘이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 알렉세오스는 잠시 기다렸다.

그래도 태현이 묻지 않자, 알렉세오스는 자기가 알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 궁금하겠지. 이해하네. 나처럼 위대한 드래곤이 왜 힘을 잃어버렸는지.

“아니 별로 안 궁….”

-성물함에 내 영혼을 묶어서 나 스스로를 리치로 만들었거늘, 갑자기 그 연결이 약해지고 있다. 내 힘이 점점 흩어지고 있는 거다.

“그렇군요. 앞으로 리치가 될 때에 참고하겠습니다.”

태현의 시큰둥한 태도에도 알렉세오스는 알아서 계속 말했다.

-아키서스의 화신만큼 이런 일에 믿음직스러운 존재도 드문 법. 내 부탁할 테니, 내 연결을 회복시킬 방법을 갖고 와다오.

“으으음….”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해낼 경우 나 알렉세오스의 진심 어린 보답을….

알렉세오스는 몰랐다.

태현이 지금 할까, 말까로 고민하는 게 아니라….

레어를 털까 말까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털지 말아야지. 확실히 이다비 말대로 다 죽은 애도 아니고….’

-내 말 듣고 있나?

“예? 아. 예.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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