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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193화 (1,192/1,826)

§ 나는 될놈이다 1193화

‘속아 넘어갔잖아요….’

이다비는 속으로 생각했지만 말로 꺼내진 않았다.

이럴 땐 따뜻한 시선으로 대해주는 게 국룰!

“그래서 뭘 하면 되는데?”

“후. 내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사실 내가 <냉기 요리>를 고급까지 찍은….”

“흥. 도와줄 수도 있다고.”

태도는 퉁명스러워도 목소리는 의욕 넘치게 바뀌는 요리사들!

“나 마차 만드는 동안 어디 갈지 지도 좀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에랑스 왕국은 좀 위험해 보이고.”

매번 태현이 길을 막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도망치게 해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지금 다시 에랑스 왕국 가자고 하면 아무리 태현이라도 요리사들이 먼저 도망칠 가능성이 컸다.

경험치가 잘 오르더라도 다른 곳을 찾는 게 나은 것!

“그러면 아스비안 제국이지.”

“아스비안 제국이 낫지 않나?”

“아스비안 제국이 좀….”

“???”

태현은 바로 대답이 나오자 의아해했다.

“왜 아스비안 제국이지?”

꼭 에랑스 왕국 말더라도 지금 인기 좋은 사냥터는 대륙 곳곳에 있었다.

왜 굳이?

“일단 아스비안 제국에 플레이어들이 많이 몰린 것도 있고….”

“거기에 사냥터가 워낙 넓다 보니까 돌아다니면서 요리하기 좋아. 한 곳에서 장사 다 하고 나면 다른 곳 가도 되고.”

“게다가 아스비안 제국은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 숫자가 되게 적거든. 대부분 전투 직업이야.”

아스비안 제국이 열리고 나서, 그쪽으로 간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전투 직업이었다.

새 던전, 새 사냥터, 새 레벨 업을 위한 여행!

이세연이나 이세연 길드원들이 이런저런 힘을 쓰며 제작 직업들도 부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제작 직업들은 안전한 중앙 대륙 왕국들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너희는 왜 여기서 하고 있었지?”

“아스비안 제국 너무 멀다구.”

“맞아. 맞아. 게다가 거기 시설도 좀 없는 게 많아서 불편해. 길드에 가서 퀘스트 받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재료 부족이 커. 거기 대부분이 사막이라 식재료가 너무 적다니까.”

요리사 플레이어들이 굳이 이용료 내고 에랑스 왕국에서 일하던 이유가 있었다.

아스비안 제국은 굳이 가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김태현 네가 가자고 하면 가야겠지 뭐….”

“흥. 착각하지 말라고. 원래 좀 가보고 싶기도 했으니까.”

“그, 그래. 고맙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뭔진 모르겠지만 요리사들이 저렇게 협조적으로 나오니 걱정 하나는 줄어든 셈이었다.

‘흠. 그러고 보니 알렉세오스도 한 번 만나야겠군.’

아스비안 제국 지하에서 잠들어 있는 죽은 용, 알렉세오스.

태현은 알렉세오스를 만나면 생색낼 일이 아주 많았다.

태현이 뭘 했는가?

느부캇네살과 우이포아틀이라는 두 거물 NPC를 끝장내지 않았던가!

거기에 블랙 드래곤 학카리아스까지 쓰러뜨렸고, 대륙에 나온 악마 공작들과 목숨 걸고 다퉜다.

이 정도면 알렉세오스에게 위협이 가는 적들이란 적들은 다 쓰러뜨렸다고 봐야 했다.

평화를 원하는 죽은 용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준 셈.

‘그러고 보니 알렉세오스를 왜 안 찾아갔더라?’

[알렉세오스가 걸어준 권능 뺏길까봐 안 찾아갔었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아. 그거였군.’

알렉세오스의 권능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만남을 피해왔었던 것!

정작 그 권능들은 일정 시간 되니까 알아서 사라졌었다.

‘에잉. 안 만나면 유지될 줄 알았는데.’

[카르바노그가 양심 없는 소리 하지 말자고 말합니다.]

어쨌든 잃을 것도 없어진 지금, 알렉세오스를 만나서 생색 좀 내도 될 것 같았다.

* * *

뚝딱뚝딱 작업을 끝내고, 각종 식재료를 더 긁어모은 다음, 태현은 함대를 불렀다.

아예 함대를 부르는 스케일에 플레이어들은 감탄했다.

이게 국왕 자리를 가진 플레이어구나!

[해적 선장 잭이…]

“어? 방금 해적 선장이라고 하지 않았냐?”

“뭔 소리야? 잘못 봤겠지. 여기 왕국 깃발이 이렇게 걸려 있는데.”

눈 좋은 플레이어 한 명은 스쳐 지나간 메시지창에 의아해했다.

해적 선장이 왜?

그러나 다시 봐도 아탈리 왕국 함대는 멀쩡하게 깃발을 달고 있었다.

해적과는 거리가 먼 이들!

“출발한다!”

배가 빠르게 항구를 떠나자 이다비는 새삼스럽게 중얼거렸다.

“바다 위에서 이렇게 평화롭게 이동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확실히 그건 그렇지.”

태현은 반박할 수 없었다.

배만 타면 대륙 어디로 날아가거나 다른 이상한 차원으로 간다거나 악마를 만난다거나 괴수를 만난다거나….

‘괜히 공격받는 거 아냐?’

이다비가 말하자 괜히 신경이 쓰였다.

말이 씨가 된다는데!

“괜히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티가 났나?”

“네. 그리고 솔직히 걱정한다고 해서 공격할 놈들이 안 공격하진 않잖아요.”

묘하게 해탈한 듯한 이다비의 말!

태현과 같이 다니면서 온갖 네임드 적들이 덤벼오는 것에 이미 익숙해진 상태였다.

‘살짝 미안해지는데….’

태현이야 사방팔방에 어그로를 끌고 다녔다지만 이다비는 무슨 죄가 있어서….

아니, 파워 워리어 길마니까 완전히 죄가 없지는 또 않겠지만….

“흠. 그러면 지금 날 공격할 수 있는 놈들 정리해 볼까?”

-주인이여.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말도 안 되는 짓….

용용이를 무시하고 태현은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데르고 교단이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중앙 대륙 신경 쓰기도 바쁘지 않을까요? 게다가 신전에서 그런 꼴까지 당했는데요.”

“하긴 그것도 그래. 걔네 덤벼오면 성물 조각 꺼내서 협박해야지.”

“역시 태현 님… 아키서스로 물들여 버린다고 협박하시죠.”

부숴버린다는 협박보다 한 수 위!

태현은 감탄했다.

역시 파워 워리어 길마는 뭐가 달라도 좀 달라!

“이데르고 교단 말고는 뭐… 하늘섬 애들?”

“하늘섬은 지금 오스턴 왕국 상대하느라 바쁘니까 괜찮을 것 같은데요. 에랑스 왕국도 그렇고.”

“아. 에랑스 왕국이 스미스 좀 괴롭혀줬으면 좋겠는데….”

태현은 슬슬 길드 동맹보다 스미스를 더 걱정하기 시작했다.

분명 규모로만 보면 길드 동맹이나 미다스 길드가 스미스네 연합보다 더 강력했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길드원, 계속 쏟아지는 투자, 이제까지 굴리면서 만든 영지 시설과 NPC들….

하지만 한 번 부딪혀 보니 알 수 있었다. 스미스네 길드 연합도 꽤나 강력했다.

무엇보다 단합이 잘 되어 있었고, 장비를 보니 <뉴욕 라이온즈>뿐만 아니라 각종 미국계 투자를 다 받는 모양이었다.

돈만 많으면 급격하게 성장 가능한 것이 판온. 차이가 곧 좁혀질 수도 있었다.

중국 쪽 투자를 받는 길드 동맹, 미국 쪽 투자를 받는 화이트 나이트….

점점 판온도 돈 없고 인맥 없는 놈은 불리해지는 게임이 되어가고 있었다.

“씁쓸하네.”

“네? 뭐가요?”

“예전에도 돈 많은 놈이 유리하긴 했지만 요즘은 점점 심해지는 거 같아서….”

“태현 님이 이기면 되죠.”

“…그러게? 좋은 말이네. 이다비. 고마워.”

태현은 살짝 감동했다.

하긴 태현이 이기면 그 자체로 상대들한테 하는 선언이 됐다.

게임은 그냥 하는 거지, 뭔 사업에 기업화냐!

“그리고 빙결공 푸르네우스도 있지 않나요?”

“아. 걔. 분명 위협적인 적이긴 한데 자꾸 존재감이 없어서 깜박하게 된다니까.”

“길드 동맹 랭커들처럼요.”

“그치?”

객관적으로 보면 강한 놈들이긴 한데, 왠지 덤빈다고 해도 별로 무섭지 않은 적들!

이런 방심은 위험해서 원래 하면 안 되는 것이었지만, 이들에게는 마력이 있었다.

만만하게 보이는 마력!

[카르바노그가 그것도 재주라고 말합니다. 화신도 그런 재주를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걸 어디서 배우냐?’

[아키서스의 노예한테서 배울 수 있다고…]

‘…….’

* * *

-주인님. 진정하십시오!

-주인님! 화를 푸십시오!

빙결공 푸르네우스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추운 산맥 한가운데 안으로 들어가 분을 식히고 있었다.

원래라면 마계의 괴수, 레비아탄을 대륙으로 보내고 본인도 나서서 필멸자들을 쓸어버려야 했다.

그런데 계획이 시작부터 꼬였다.

레비아탄은 만족해서 마계로 가버리고, 웬 이데르고라는 잡신을 모시는 교단 놈들이 악마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든 것이다.

더 화가 나는 건 그놈들이 생각보다 강했다는 것!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놈의 수법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놈들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안 그래도 상성인 신성력을 다루는데 무슨 화신이라도 있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힘을 계속 쏘아내자 푸르네우스는 포기하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마계에서 대륙으로 나오는 바람에 힘을 많이 잃어버린 상태였던 것이다.

푸르네우스는 멀리 도망쳐 저 동쪽에 있는 드넓은 산맥으로 향했다. 힘을 회복시키기 위해서였다.

[빙결공의 산맥이 만들어집니다!]

[……]

[……]

하늘을 찌를 듯이 높게 솟은 산봉우리 몇 개가 악마 공작에게 점령당하자 바뀌기 시작했다.

매서운 추위가 푸르네우스의 힘을 회복시키고, 힘을 회복한 푸르네우스는 정령을 불러내서 군대의 숫자를 늘려 나갔다.

-이데르고! 듣도 보도 못한 잡신 주제에 감히…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맞습니다, 푸르네우스 님! 아키서스 놈을 갈아 마시기 전에 이데르고라는 놈을 따르는 필멸자들부터 얼려 죽이시지요!

“…야. 이거 뭐냐??”

등산을 사랑하는 플레이어, 이중섭은 당황해서 속삭였다.

퇴직한 아저씨들의 길드 <가늘고 길게>는 한 달에 한 번씩 등산으로 회식을 하는 좋은 습관이 있었다.

유회장도 보고서 ‘이런 좋은 습관이라니 자네들 길드에 참 사람들 많이도 오겠군’ 하고 감탄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오늘은 이 산맥을 오르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는데….

[<빙결공의 산맥>을 발견했습니다!]

[대륙에 악마 공작이 나타났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파멸의 징조입니다! 빨리 돌아가서 이 사실을 각 교단에 알려야 합니다!]

[……]

[……]

[……]

생각지도 못한 정보 획득!

아저씨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이 정보를 어떻게 써야 하지?

“헉. 저거 아이스 와이번 아냐?”

“…지금 저거 잡다가 들키면 우리 다 죽는 거 알지??”

* * *

놀랍게도 항해하는 동안 공격을 받지 않았다.

“사실 공격 받을 줄 알았는데요….”

이다비가 중얼거렸지만 태현은 못 들은 척했다.

‘많이 발전했군.’

아스비안 제국 항구를 본 태현은 감탄했다.

누가 중앙 대륙에서 플레이어들 최대한 끌어오는 곳 아니랄까 봐 항구 쪽에 투자가 어마어마했다.

배 수십 척은 들어오고도 남겠다!

“사람들이 꽤 많네요.”

배 내리는 곳에서는 수백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우글거리며 놀고 있었다.

좌판 깔고 장사하는 사람부터 파티 구한다고 소리치고 있는 사람들까지.

‘그런데 왜 여기서 하고 있지? 광장이 더 낫지 않나?’

그 답은 곧 나왔다.

“제작 직업 대장장이 빼고 전부 우대! 전부 우대! 우리 <신기루> 길드로 오세요!”

“제작 직업, 예술 직업 다 구합니다! 요리사 우대!”

“은 망치 제작 퀘스트 같이 할 세공사 구해요! 세공사 내렸으면 제발 말 좀…!”

“만든 지 일주일 안 넘은 요리 삽니다! 맛있어야 함! 이상한 괴식 요리나 맛없는 보리빵 같은 거 꺼내면 죽여 버린다!”

“배에 계신 분들 중 요리사가 있으면 손을 들어 주십시오! 아무 짓도 안 합니다! 그저 요리만 좀 해주시면 됩니다!”

“맛있는 요리가 먹고 싶어요! 언데드 놈들은 지들이 무슨 여우와 두루미도 아니고 자꾸 이상한 뼈다귀만 내와요!”

“…….”

선착장 앞에 몰린 플레이어들은 다 굶주려 있었던 것이다.

새로 온 플레이어들은 우리가 원하는 사람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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