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191화 (1,190/1,826)

§ 나는 될놈이다 1191화

에랑스 왕국 플레이어들의 외침에도 스미스는 멈추지 않았다.

대답도 듣지 않고 친위대들을 이끌고 공격!

오스턴 왕국을 노리는 스미스 입장에서는 에랑스 왕국 플레이어들이나 길드 동맹이나 똑같은 적이었던 것이다.

“으아악! 스미스! 난 네 팬이야! 네 사인도 받은 적 있어!”

“미안하게 됐습니다!”

[<태양의 참격>을 사용…]

[주변에 추가 데미지가…]

입으로는 공손하게 사과하면서, 말 위에서 검을 휘두르며 공격하는 스미스!

“저 새끼 저거 사이코패스 아냐?!”

“스미스가 미쳤다!”

방심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그대로 쓸려 나갔다.

스미스 친위대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고렙 이상 플레이어들이 한 마음 한뜻으로 뭉치자 그 파괴력은 상상 이상!

에랑스 왕국 쪽에도 랭커 몇 명 있었는데 파티 공격에 ‘엇’ 하는 사이 끝나버렸다.

“뭐… 뭐야? 스미스 놈이 나타났어?”

“스미스 놈이 에랑스 왕국 공격하고 있어요! 와, 우리 진짜 운 좋지 않습니까?”

“야 이 멍청한….”

“예?”

“스미스 놈이 쟤네 다 잡으면 어딜 오겠냐!”

그 대답을 스미스가 해줬다. 성문 밖을 얼추 끝낸 스미스 친위대는 그대로 요새 성문을 뚫어버리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막아! 들어오면 끝장난다!”

“이미 들어왔어요!”

“파티장님! 성문 뚫렸습니다!”

“파티장님!! 요새 안 관문도 뚫렸어요!”

“후퇴해! 후퇴!”

* * *

“음?”

정신없이 요리하던 태현은 멈칫했다.

요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처럼 시끄러웠던 것이다.

“빨리 주세요! 빨리!!”

“배고파요!!”

“너희 세 번째 왔잖아. 포만감은 예전에 찼을 텐데.”

“…….”

시끄럽게 소리치던 플레이어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

“뭔가 이상한데….”

“태현 님! 스미스가 공격 들어왔대요!”

“뭐? 스미스가?”

태현은 놀랐다.

오스턴 왕국을 공격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여기는 전선이랑 먼데. 돌아서 뒤부터 공격한 건가? 영리하군.’

태현은 감탄했다.

스미스가 자기 전술 보고 배웠다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아니… 아니… 에랑스 왕국 플레이어들을 공격하고 있다는데요?”

이다비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다비도 아직 예전의 스미스가 기억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정정당당하고 호구 같던 스미스!

그런 스미스가 길드 동맹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을 무차별 공격하다니?

“잘 생각했네. 오스턴 왕국 먹으려면 에랑스 왕국하고도 싸워야 해. 괜히 못 먹고 나중에 다시 싸우기보다는 처음부터 점령해 놓는 게 좋지.”

“벌써 요새 공략 끝냈다는데요?”

“…진짜?”

태현도 살짝 당황했다.

스미스가 강하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길드 동맹 싸움 때도 봤었지만….

이렇게 빠른 시간에?

순간 태현의 머릿속을 무언가 스치고 지나갔다.

“파워 워리어! 짐 싸라!”

“?!?”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기겁했다.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데!?

그러나 그들의 몸은 1초의 낭비도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순식간에 솥의 불을 끄고 물을 뿌린 다음 가방에 넣고 식재료까지 알뜰살뜰하게 챙기는 이들!

“울… 울면서 짐을 싸고 있잖아?!”

“미친놈들인가?!”

보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경악했다. 하지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진지했다.

머리는 태현의 말은 들으라고 외쳤기에 따랐지만, 가슴은 울고 있는 것!

“으흑흑… 으흑… 어째서….”

“대체 왜… 크흑흑….”

“태현 님. 왜 짐을 싸라고 하신 거죠?”

“스미스가 이쪽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니까. 가루다 전사들, 고대 제국 이탈자들. 전투 준비해라! 여기 있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부터 후퇴시킨다. 마차 중심으로 애들 보호해! 이다비. 너도 먼저 빠지는 게 좋겠다.”

“!”

숨도 쉬지 않고 지시를 내리는 태현의 모습에 이다비는 당황했다.

스미스가 이쪽으로 온다고?

하지만 그녀도 산전수전 다 겪은 파워 워리어의 길마. 바로 태현의 말뜻을 이해했다.

“이해했어요! 바로 이탈할게요.”

“스미스나 다른 놈들이 그렇게 집요하게 쫓아오지는 않겠지만 오스턴 왕국은 확실히 벗어나는 게 좋을 거야.”

태현은 빠져나갈 자신이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휘말려서 죽으면 손해가 컸다.

“태현 님… 저희를 위해서…!”

“흑흑! 이번에 번 골드 태현 님에게 바치겠습니다…!”

“저도 이번에 얻은 <낡은 사슬갑옷>이랑 <썩은 나무몽둥이>….”

“아니. 됐거든. 빨리 준비나 해.”

빠르게 준비를 마친 태현 일행.

그동안 옆에서 웅성거리며 보고 있던 사람들은 슬슬 상황 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스, 스미스가 진짜 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우린 전투 직업도 아니잖아!”

“근데 김태현이 틀린 소리 할 사람도 아니지 않아요?”

“…!”

그랬다.

다른 사람이나 케인이 했다면 ‘뭔 개소리야? 우리를 왜 공격해?’라고 반응했겠지만 지금 말을 꺼낸 건 태현이었다.

판온에서 무슨 말을 해도 ‘그래도 김태현이라면…?’ 하고 솔깃할 수밖에 없는 플레이어!

“김태현! 우리도 도와줘!”

“파워 워리어 길드원이냐?”

“뭐? 아니. 난 <엔타르> 길드원….”

“파워 워리어 길드원 지키기도 정신없으니까 헛소리하지 말고 비켜라.”

냉정 그 자체!

다른 유명 랭커가 이랬다면 ‘와 인성 너무한 거 아니냐?’라는 반응이 나왔겠지만, 태현은 이미 그런 수준을 뛰어넘어 있었다.

-김태현이 거절했다면 네가 잘못했네!

-네가 무리한 부탁을 했으니까 네 잘못이야!

태현은 이제 어지간해서는 무너지지 않는 인기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돈, 돈 낼게!”

“지금 상황이 돈으로 될 거 같냐? 김태현! 희귀한 아이템….”

“비켜! 내가 먼저 같이 낄 거야!”

공포가 퍼져 나가고 아수라장이 됐다.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비전투 직업!

물론 호위를 위해 전투 직업도 꽤 와있었지만, 제대로 된 싸움이 벌어지면 그냥 녹아내릴 것이다.

“파워 워리어! 파워 워리어에 가입하겠습니다!”

“!”

“아니?!”

“저런 영리한 놈!”

마차 주변에서 튈 준비 마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감탄했다.

저런 영리한 놈 같으니!

과연 그 말에는 태현도 어쩔 수 없었는지 멈칫했다.

“…그래. 그러면 마차 옆에 붙어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꼭… 파워 워리어에 가입해야 합니까? 골드로는….”

“우우우우! 어디서 공짜로 먹으려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 파워 워리어에 가입해라!”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신나게 야유했다.

이번 기회에 레벨 높은 요리사 좀 많이 챙기자!

* * *

“스미스. 그런데 저기 있는 플레이어들까지 다 잡아야 할 필요가 있어?”

“인기 신경 쓰이는데….”

제작 직업들까지 공격해야 한다는 점에서, <화이트 나이트> 길드원들 사이에서 불평이 나왔다.

태현처럼 절대적인 팬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스미스처럼 잘 쌓아 놓은 이미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약한 플레이어들 공격하다 보면 이미지 가는 건 한순간이었다.

“스미스. 너도 이미지 망가질 수 있다고.”

“이미지는….”

“?”

“신경 안 씁니다!”

“…아, 아니. 프로 선수가 그래도 돼?”

프로 선수의 개념을 뒤집는 참신한 발언!

“저는 판온 1을 보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얽매이지 않는 사람은 강하다는 것을!”

“대체 뭘 봤…?”

김태현 영상이라도 봤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얽매이지 않으면 안 되지!

보는 눈이 몇 개인데…!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은 길드 동맹 쪽과 친하거나 적어도 관련이 있는 플레이어들입니다. 그게 아니면 에랑스 왕국 쪽 길드 플레이어들이고. 지금 잡는 게 낫습니다.”

길드 동맹도 무릎을 칠 강경한 전략!

“…쟤 진짜 요즘 좀 미친 거 같아. 눈빛 봤냐? 싸이코의 눈빛이라니까.”

“진짜.”

“뭘 봐야지 저렇게 사람이 훼까닥하지?”

화이트 나이트 소속 길마 몇 명이 수군거리는 사이, 친위대들이 박수를 쳤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스미스 님이 옳으십니다! 어차피 적이 될 놈들. 제대로 위엄을 보여줘야 합니다!”

“갑시다! 플레이어들을 쫓읍시다!”

스미스의 말이 떨어지자 친위대 플레이어들은 우르르 요새 밖을 빠져나와 추격에 나섰다.

<화이트 나이트> 길드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저놈들 월급도 안 받으면서 저렇게 노예 짓을….”

“스미스가 사람이 착하긴 해. 너랑 달리.”

“…지금 시비 거는 거냐? 이 자식이 안 그래도 기분 나빠 죽겠는데…!”

“아, 어쨌든 잘 나가잖아!”

* * *

태현은 최후방에서 고대 제국 이탈자들 몇 명과 대기하고 있었다.

[폭탄을 설치 완료했…]

[폭탄을 설치 완료했…]

“용용아. 흑흑아. 긴장 좀 하는 게 좋겠다.”

-알고 있다. 주인이여!

이제까지 했던 싸움 중 쉬운 건 하나도 없었다. 두 드래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법을 난사할 준비를 했다.

툭-

콰콰콰콰콰콰쾅!

[폭탄이 폭발…]

[폭탄이 폭발…]

[폭탄이…]

스미스와 친위대가 달려오면서 길에 설치된 폭탄을 건드리자, 굉음과 함께 주변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어지간한 마법사들 광역기 뺨치는 위력!

-고대 제국 백기사의 영역!

[<고대 제국 백기사의 영역>이 펼쳐집니다!]

“!”

스미스는 이제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스킬을 사용했다.

일정 시간 동안 범위 안에 있는 파티원들의 HP가 1% 미만으로 내려가지 않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직업 스킬!

사실상 스킬 쓰는 동안 죽지 않게 만들어주는 스킬이었다.

보자마자 스킬의 특성을 확인한 태현은 한숨을 쉬었다.

아 진짜 성기사 놈들!

‘상관없다. 애초에 목적은 전멸도 아니었고.’

스미스를 필두로 해서 랭커들이 모여 있는데 폭탄 하나로 다 잡을 생각은 없었다.

그건 너무 양심 없는 생각이었지!

태현이 노린 건 분리였다.

“놈들 흩어졌다! 용용이, 흑흑이, 골골이, 공격 들어가! 공공이! 디버프 들어가!”

태현의 신수들이 화려하게 움직이며 공격했다.

목표는 친위대를 이리저리 찢어 놓는 것.

아무리 태현이라도 저 친위대를 혼자서 다 상대할 순 없었다.

아다만티움 갑옷이 어지간한 저주를 다 튕겨낸다지만 맞다 보면 HP는 깎이게 되어 있었으니까.

-아키서스의 주사위, 아키서스의 돌격, 치명타 폭발!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막대한 데미지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선공을 넣은 것은 태현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스미스를 찾아낸 다음 정확하게 치명타를 넣은 것!

폭풍처럼 공격이 날아들며 스미스의 HP를 깎아댔다.

“크윽!”

스미스는 신음하며 방패를 들었다.

-고대 제국의 영원불멸한 힘! 진정한 태양의 시간!

스미스도 만만찮은 사기 스킬들로 받아쳤다.

받는 데미지를 1%로 만드는 스킬에, 쿨타임 없이 체력 마력 회복해주는 스킬까지.

상황을 압도하고 이끌어가고 있는 건 태현이었지만 스미스는 바위처럼 버티고서 흔들리지 않았다.

퍼퍼퍼퍼퍽!

-칼날 폭파!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 냉기의 저주, 사디크의 화염, 아키서스의 저주!

태현은 딜 스킬을 욱여넣으며 갖고 있는 디버프 스킬을 걸어댔다.

상대가 데미지를 덜 받으며 버티는 시간에 디버프를 걸어놔야 했다.

[치명타가…]

[방패에 공격이 막힙…]

[치명타가…]

[방패에 공격이…]

“!”

태현은 놀랐다.

이제까지 보통 평타로 맞붙으면 상대는 태현의 컨트롤을 당해내지 못하고 그대로 녹아내렸는데….

스미스가 두 번에 한 번 정도 막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직업이나 레벨, 스킬이 아닌 컨트롤이라니!

‘내 공격을 읽고 있나? 아니….’

순간 태현은 사베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김태현 선수. 이건 소문입니다만, 대형 게임단에서 김태현 선수의 움직임을 따와서 인공지능 훈련 봇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어, 뭐하러 그런 짓을 합니까?

-김태현 선수의 컨트롤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그때는 ‘대회 선수가 몇 명인데 나 한 명 패턴 외우는 짓을 왜 하겠어’라고 넘겼었는데….

지금 스미스가 막아내는 걸 보니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아니 그딴 짓을 한다고?’

세계 최고의 선수를 공략하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런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태현은 갑자기 의욕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