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190화 (1,189/1,826)

§ 나는 될놈이다 1190화

겉모습은 무슨 요리사가 아니라 무장강도나 도적단에 가까웠다.

아니, 도적단도 아니라 거의 기사단급 겉모습!

“그… 그러시군요.”

“어느 길드에서 오셨길래 이렇게 미친 꼴로(이렇게 미친 꼴로)….”

“야. 속마음이 밖으로 나오고 있어!”

“앗, 아차.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제작 직업들은 보통 호전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사람들도 당황해서 험한 말 나오게 하는 겉모습!

“정말 공격하시는 거 아니죠?”

“아닙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태현 일행의 말에 요리사들은 간신히 안심할 수 있었다.

비싼 골드 내고 장사하는데 공격 받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철커덩, 철커덩-

“???”

“야. 저게 뭐냐?”

[<아키서스의 포장마차>가 형태를 변환시킵니다!]

[장사 모드로 전환합니다!]

옆에 걸쳐진 강철 벽이 촤라락 내려오더니 안에 설치된 거대 솥들이 드러났다.

요리사들이 열심히 불 붙이고 화덕 준비해서 요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

게다가 태현은 화염 관련해서 추가 버프를 받는 사람이었다.

화르르르륵!!

솥 밑에서 불이 미친 듯이 날뛰자 요리사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도 요리 좀 해본 사람들이었기에 저 화염 화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야! 우리도 설치하자!”

“팝콘 준비됐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몸에 두르고 있던 망토를 집어 던지고 길드 마크를 드러냈다.

그 길드 마크에 요리사들은 기겁했다.

“파워 워리어?!?!”

“미친놈들이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태현은 의아해했다.

태현이면 모를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보고 저렇게 질색할 이유가 있나?

“일부러 남 장사하는 옆에 와서 더 싼 가격으로 장사하는 놈들!”

“치사하게 더 질 좋은 재료를 써서 싸게 팔다니!”

“…?”

-??

용용이와 흑흑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그건 장사의 기본 아냐?

“너희들도 질 좋은 재료로 싸게 팔면 되잖아?”

“아, 그러면 돈이 적게 남잖아! 우리 몸값이 있는데!”

1실버만 나와도 ‘야 많이 남았다!’ 하면서 만족하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과 달리, 고렙 요리사들은 몸값이 있었다.

열심히 요리해서 1실버 벌 수는 없는 법!

그 말에 파워 워리어 요리사들은 혀를 찼다.

“쯧쯧. 저래서야….”

“요리는 진심을 전해야 하는데 저렇게 탐욕스러우면 안 되지!”

‘너희들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기본적으로 박리다매 전략을 쓰는 이들이었다.

스킬 레벨이나 실력으로는 따라갈 수 없으니, 더 좋은 재료를 써서 더 싸게 파는 방식으로 상대하는 것!

그런 식으로 상대를 몰아내고 이기려는 것이지 딱히 ‘요리는 진심!’이란 마인드를 가진 놈들은 아니었다.

그런 놈들이 요리할 때 ‘야 이 상급 돼지고기 꼭 써야 하냐? 그냥 콩 넣으면 안 돼? 콩도 고기잖아’ ‘써야 해. 옆집은 중급 돼지고기 썼다고’ 같은 대화를 하냐?

그러나 요리사들의 충격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었다.

여기 모인 요리사들 중 태현이 있다는 걸 아직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이다비. 도와줄래?”

“네!”

이다비는 토왕이를 한 손으로 잡더니 다른 손으로는 재료를 꺼내 준비하기 시작했다.

태현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다비도 스킬을 잡다하게 익힌 사람이었다.

온갖 아이템을 취급하는 상인 직업이니만큼 당연한 것!

요리, 재봉, 가죽세공, 보석세공 등 각종 스킬을 중급 이상으로 찍어 놓은 상태였다.

“뭐지? 파워 워리어의 비밀병기인가?”

“처음 보는 사람인데….”

현재 태현은 다른 일행도 없고 얼굴도 바꾼 상태였다. 이다비와 둘이 있는 상태에서는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태현 님. 그런데 얼굴 까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이 주변에서 요리 사려고 오는 사람들도 나름 이름을 따졌다.

‘아, 저 사람은 XX구나, 저 사람 요리 사야지’, ‘아니, 저 사람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 거기 팝콘 맛있지!’ 같은 식으로.

태현은 명성 하나만큼은 확실한 사람.

태현이 좋든 싫든 일단 태현이 요리를 판다면 ‘와 김태현이 요리를 한다고?? 나도 가서 먹어봐야지’ 할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흠… 그래. 그래야겠다.”

태현은 가면을 해제했다. 그 순간 주변에서 ‘헉’ 소리가 나왔다.

“김… 김태현이다!”

“뭐?! 김태현이 어디 있어?!”

싸우다가 잠시 나와서 요리 먹으러 온 플레이어가 기겁했다. 들고 있던 요리도 떨어뜨리는 걸 보니 길드 동맹 소속이 분명했다.

“저기요!”

“김태현이 우리를 다 죽이러 왔… 아니, 왜 저기 있냐?”

마차 안에 요리사 장비 들고 있는 태현을 본 길드 동맹 길드원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키서스식 고기국수>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매우 질 좋은 상급 괴수의 고기를…]

[최상급 고춧가루…]

[……]

[……]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는 길가의 돌멩이를 주워도 요리할 수 있었지만, 좋은 재료를 갖고 요리하면 더 추가 보너스가 들어갔다.

[<아키서스식 고기국수>에 화끈한 매운맛이 첨가됩니다!]

[<아키서스식 고기국수>에 얼큰함이 추가로…]

[<아키서스의 포만감> 추가 효과가…]

[<아키서스의…]

[<아키서스의 보이지 않는 손> 스킬로 인해 추가 작업이…]

척척척-

‘괜히 난이도 높고 오래 걸리는 요리 해봤자 속도만 느리다.’

태현은 요리 스킬을 올리기 위해 전략을 이미 정해 둔 상태였다.

대량조리!

고급스러운 새 레시피들을 하나둘씩 찾아가면서 올리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었지만 태현에게 맞는 방법은 아니었다.

거기에 에너지를 너무 쓸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쉬운 레시피, 이미 알려진 레시피로 대량조리를 하면 스킬 경험치가 적게 오르긴 했다.

태현은 그걸 두 가지로 해결할 생각이었다.

‘고급 재료로 엄청나게 많이 만들면 그만이지!’

이제까지 쌓아놨던 괴수 고기들!

중요 부위는 몬스터 엑기스를 만들어서 따로 치워놨지만 살코기들은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었다.

-주인이여. 무슨 고깃집을 차리려는 것인가?

-주인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뱉어내는 토왕이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데르고 교단, 사디크 교단, 살라비안 교단, 마계, 빙하, 화산 등 각종 지역에서 잡고 잡은 고기들!

[수많은 괴수들의 고기를 잘게 잘라서 섞습니다!]

[<괴수 뒷고기>가 완성됩니다!]

온갖 부위의 고기들을 닥치는 대로 섞는다.

그 다음 뼈와 고기를 사디크의 화염으로 진하게 삶아낸 다음 최고급 소금을 뿌려 육수를 만든다.

육수만 완성되면 그 뒤는 면과 고기를 사발로 퍼서 내주면 끝!

과정은 단순했지만 요리의 효과는 무시무시했다.

[<아키서스의 포만감>…]

[<아키서스의 축복>…]

[<사디크의 화염>으로 인해 사디크의…]

[……]

무시무시한 신성요리!

태현이 가진 각종 스킬들 덕분에 어마어마한 효과들이 따라 붙었다.

게다가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는 추가적인 (랜덤) 효과를 주는 요리 스킬!

[요리 스킬이 오릅니다.]

[……]

[……]

‘정말 더럽게 조금씩 오르는군!’

고급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의 스킬 레벨은 9. 경험치는 41%.

시작하기 전에 경험치가 40%이었으니, 딱 1% 오른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면 예상보다 빠른 편이다.’

원래 스킬 레벨이 고급쯤 가면 온갖 짓을 해도 1% 올리기가 힘들어졌다.

태현이 기계공학이나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워낙 특이하게 올린 거라서 그렇지….

“한 그릇 주세요.”

“진짜 김태현 맞아?”

“야. 지금 요새에서 싸울 때가 아닌 것 같은데….”

플레이어들은 수군거리면서 국수를 주문했다.

야! 영지전을 왜 하냐!

그 돈이면 차라리 뜨끈한 국수 사먹고 말지!

‘근데 국수면 너무 효과가 약하지 않나?’

‘난이도 낮은 요리라서 버프 적게 들어갈 것 같은데.’

사실 쉬러 온 김에 김태현이 보여 주문하긴 했지만, 김태현은 요리사 직업이 아니었다.

회복이나 버프를 노린다면 그냥 다른 요리사한테 받는 게 낫지 않았을까?

후르륵-

“!!”

“!!!!!”

[아키서스의…]

[사디크의…]

[……]

[……]

파아아앗!

목구멍을 강타하는 맛과 함께 눈앞을 후려갈기는 메시지 창들!

수십 개가 넘는 버프가 한 번에 들어오자 플레이어들은 당황해서 휘청거렸다.

“뭐, 뭐야?”

“미친 국수다…!”

“재료를 뭘 쓴 거야?! 재료 파악이 안 되는데?!”

옆에 있던 요리사들도 수군거렸다.

그들도 궁금해서 먹어봤다.

스킬 효과도 효과인데 대체 뭔 재료를 썼길래 재료 파악도 안 뜨냐?!

웅성웅성-

졸지에 기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던 요리사들이 전부 장사 접고 태현 앞에 서서 국수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야. 너희들 장사 안 해? 우리 요리 사가야 하는데….”

“지금 장사할 때냐? 기다려봐. 이 요리 좀 파악하고. 몇 번 먹으면 재료 파악될지도 몰라.”

“레시피 알아내야 해! 레시피!”

요리사들은 웅성거리며 서로 토론했다.

대체 뭔 재료를 어떻게 쓴 거야?

“저게 그 사디크의 화염이야? 불맛을 저걸로 낸 건가?”

“사디크는 좀 그런데 다른 방법은 없나?”

기회를 본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신나서 외쳐댔다.

“자! 국수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입 달랠 간식과 음료수 필요하신 분들! 여기 시원한 콜라 있습니다!”

“팝콘! 콜라! 기다리는 동안 싸우는 거 구경하면서 보세요!”

이야 오늘 대박 나겠다!

요리사들뿐만 아니라 다른 제작 직업들도 모여들고, 잠시 공성전을 멈추고 쉬러 온 플레이어들도 줄을 서고….

“???”

“야. 뭐야? 왜 이렇게 사람이 적어졌어?”

“…저쪽도 사람이 적어졌는데요??”

졸지에 공성전 뛰고 있던 플레이어들만 당황스럽게 됐다.

오스턴 왕국 쪽도, 에랑스 왕국 쪽도 참가하는 플레이어들이 점점 줄어들고 밥먹으러 간다!

“아니….”

“잘, 잘 된 건가?”

“이렇게 되면 공성전은 그냥 끝난 것 같긴 한데….”

이렇게 흐지부지되면 수비하는 쪽의 승리!

길드 동맹 입장에서는 황당하지만 태현의 도움을 받은 셈이었다.

“잠깐만. 여기 있던 파티장 어디갔냐?”

“국수 먹으러 갔다고….”

“이런 미친놈이! 당장 불러와!”

* * *

“스미스 님! 저기 적들이 있습니다.”

“역시 스미스 님이십니다!”

스미스의 친위대들이 흥분해서 외쳤다. 스미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대로 적들이 싸우고 있을 때 공격합시다.”

“오오…! 이것이 전술이란 건가!”

“대단해! 이런 전술이라면 아무리 많은 적들이라도 쓰러뜨릴 수 있겠어!”

태현의 광팬들이 태현이 무슨 말만 해도 다 믿을 정도로 미쳐 있듯이, 스미스 친위대도 비슷하게 미쳐 있었다.

하지만 실력은 확실했다.

길드의 랭커들과 고렙 플레이어들, <뉴욕 라이온즈>의 후보 선수들, 그리고 스미스가 끌고 다니는 기사단들까지.

길드 동맹의 전력을 정면에서 깨부수고 돌격했을 정도로 강력한 이들!

뿌우우우-

[<고대 제국의 기사 나팔>을 사용했습니다! 전원에 버프가…]

[<최상급 민첩 부여> 주문서…]

[……]

[……]

사제들이 버프를 걸어줌과 동시에 사용하는 각종 소모 아이템들.

이다비가 봤다면 ‘태현 님! 저 사람들이 돈을 허공에 버리고 있어요!’라고 비명을 질렀을 정도로 비싼 주문서들이었다.

못 잡는 보스 몬스터를 잡을 때면 모를까, 그냥 영지전 한 번 하겠다고 저런 주문서를 와장창 낭비하다니!

“앞장서겠습니다. 돌격!”

[<고대 태양의 가호>가…]

[……]

파아앗!

몰래 숨어온 스미스 친위대는 요새 바로 앞 숲에서 튀어나왔다.

계속 싸울까, 아니면 뜨끈한 국수 한 그릇 먹을까 고민하고 있던 에랑스 왕국 쪽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뭐, 뭐야? 지원인가?”

“밟아버리십시오!”

“스, 스미스잖아!? 쟤가 왜 여기 있어!”

“야! 스미스! 우리는 길드 동맹 아니야! 길드 동맹은 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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