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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189화 (1,188/1,826)

§ 나는 될놈이다 1189화

옆에 인질로 잡혀 있던 베스고 백작의 아들이 당황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지금 왕국에 남은 이데르고 교단을 토벌해야 하지 않…습니까?”

“신의 뜻은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지.”

“?”

“마법, 요리, 노래 스킬을 익히는 게 이데르고 교단을 토벌하는 길이 될 수도….”

“…….”

태현의 말에 베스고 백작의 아들은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뭔 개소리야??

세상에는 적들을 방심시키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요리와 노래는 아니었다.

그게 이데르고 교단 토벌이랑 무슨 상관인데!

말하던 태현은 문득 자기가 왜 베스고 백작 아들을 설득해야 하나 싶었다.

‘생각해 보니 이놈을 내가 달랠 필요가 없지 않나?’

구해줬고, 딱히 나쁜 짓 한 적 없고(화염 채찍을 휘두르긴 했지만), 베스고 백작한테도 잘 해줬고….

“뭐 이해하기 힘들면 어쩔 수 없지. 잘 가라.”

“어, 엇?”

“뭘 당황해? 네 집으로 돌아가라고. 퀘스트 보상은 나중에 가서 받을 테니 잘 준비해 놓고.”

“아니… 잠시만. 이데르고 교단이 절 또 노릴 텐데요….”

“알아서 잘 해봐. 왜 나한테 그래? 그보다 베스고 백작 있잖아. 베스고 백작한테 부탁하라고.”

태현의 말에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베스고 백작 모습을 보니 옆에 붙어만 있어도 안전할 거 같다!

“어….”

“?”

태현은 의아해했다.

이놈 왜 말을 못하지?

“설마 베스고 백작 아들이라는 게 가짜였나?”

“아닙니다! 사람을 뭘로 보고 그런 소리를!”

“그럼 뭔데?”

“그… 제가 서자이기도 하고, 이것저것 사고를… 좀….”

옆에서 케인이 손바닥을 치며 외쳤다.

“아. 그거 알아! 나도 사고치고 나면 김태현 보기 싫어서 숙소에 좀 늦게 들어오고 그러는데!”

“…그랬었냐?”

“앗. 아니. 그게.”

<베스고 백작의 서자-베스고 백작 퀘스트>

베스고 백작의 서자, 도랑고는 유명한 사고뭉치였다.

가문의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라는 검술, 마법은 안 익히고 방탕하게 놀기만 해댄….

…….

이런 그를 베스고 백작과 화해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화해시켜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보상: ?, ???, ???

“쓰레기 퀘스트군.”

“쓰레기 퀘스트네요.”

퀘스트 중에서도 난이도는 쓸데없이 높은 주제에 보상은 별거 없는 놈들이 있었다.

초보자들은 ‘와 뭔가 숨겨진 게 있지 않을까?’ 했지만 고수들은 속지 않았다.

그런 걸 믿으면 <아키서스의 노예> 같은 걸로 강제전직당하는 수가 있는 것이다.

“이데르고 교단에게 당할지도 모르는데 영웅이라면 저를 지켜줘야 하지 않습니까?”

“이 자식 말하는 거 봐. 뭐 맡겨놨냐? 영웅이 자원봉사자인 줄 알아?”

태현의 말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도랑고를 구박하기 시작했다.

“맞아, 이 자식아! 태현 님이 얼마나 바쁘신데!”

“태현 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포장마차 이끌고 다니셔야 하신다! 대륙은 다른 놈한테 구하라고 해!”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의 얼굴 두께는 태현이 감탄할 정도였다.

이데르고 교단이 대륙을 멸망시킨다 하더라도 그 옆에서 팝콘 팔고 있을 놈들 같으니!

[최고급 화술 스킬을…]

[……]

[……]

[도랑고가 자신의 상황을 완전히 이해합니다!]

“…목숨만 살려주십쇼!”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태현의 발목을 붙잡는 도랑고!

이다비가 옆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키서스 교단 NPC 아니에요?”

* * *

“좋다. 언젠가 비싸게 몸값… 아니, 사례를 받을 수도 있을 테니까.”

태현은 도랑고가 따라다니는 것을 허락했다.

베스고 백작과 화해시키는 건 난이도가 높아 보였지만, 따라다니게 하는 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까.

[친밀도가…]

[베스고 백작가의 공적치 포인트가…]

[……]

‘그보다 이 녀석… 자기보다 내가 더 이데르고 교단한테 원한 많이 샀다는 걸 모르나?’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도랑고 본인도 인질로서의 가치가 대단하긴 했지만, 태현만큼 원한을 사진 않았을 것이다.

이데르고 교단 입장에서는 도랑고 100명을 준다고 하더라도 태현과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

“그래서 파워 워리어 요리사들. 어디부터 돌 거지?”

“후후. 태현 님.”

그사이 마음을 추스르고 진정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최대한 품위 넘치게 입을 열었다.

“요즘 가장 핫한 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글쎄… 하늘섬이나, 프리카 대륙도 중앙 대륙보다는 덜 소란스러워서 인기 좋아졌고, 이세연네 아스비안 제국도 마찬가지로 좋고… 내가 말하기도 뭐하지만 아탈리 왕국도 나름 인기 좋은데.”

“후후후. 아닙니다.”

“?”

아니야?

보통 인기 많은 곳은 플레이어들이 사냥에 집중하기 좋고, 쉴 곳이 많고, 덤으로 이것저것 즐길 게 많은 곳 아닌가?

“바로 오스턴 왕국입니다.”

“…거기는 지금 제일 위험한 곳이지 않나?”

“그 위험 속에 바로 돈이 있는 겁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뜨겁게 외쳤다.

<특제 방어력 포션>이나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를 뜨거운 고깃국>이 가장 비싸게 팔리는 곳이 어디일까?

평화로운 유람선 위?

아니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바로 옆!

‘말은 되는데….’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보통 그런 곳에서 장사하는 애들은 길드 소속이거나, 전투 직업 랭커들한테 보호받는 요리사들 아냐?”

파워 워리어 전투력은 그렇게 강하지 않을 텐데?

“후후후. 태현 님.”

“말할 때마다 꼭 앞에 후후를 붙여야 해?”

“…태현 님. 저희도 많이 강해졌습니다. 랭커들도 여럿 있구요!”

“어… 그거 허위광고 아니었어?”

허위광고인 줄 알았는데!

그러나 아니었다.

파워 워리어도 나름 전투부대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전력이 탄탄해진 것이다.

게다가 파워 워리어에는 태현이 만든 단검단과 저격단이 있었다. 일반적인 전투력과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랭커들도 벌벌 떨게 만드는 위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계공학 대장장이들도 저희 일을 꽤나 도와주거든요.”

“그… 그렇군.”

알고 싶지 않은 친분 관계!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전쟁터에서 장사하는 동안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옆에서 폭탄을 쟁여놓고 같이 장사를 하곤 했다.

요리가 잘 팔리듯이 폭탄도 잘 팔린다!

“안 팔리면 직접 써서 스킬 레벨도 올리고 그러지요.”

“…그, 그래.”

안 보이는 곳에서 그런 걸 하고 있었다니….

“어쨌든 스킬 레벨 올리기 좋다니 알겠다. 준비하도록 하지.”

“식재료 필요하신 거 있으면 말해주십시오!”

“아니. 식재료 준비하려는 게 아니다.”

“?”

촤르륵-

태현은 토왕이 안에서 갖고 다니던 기계공학 재료들을 촥 늘어놓았다.

[새로운 아이템을 만듭니다!]

[<강철 포장마차>를 제작합니다!]

[최고급 기계공학…]

[……]

[……]

[……]

“매번 좌판 놓고 하면 시간 걸리고 번거롭겠지. 효율을 올리는 게 좋을 거야.”

“과연…!”

“요리 스킬에도 버프가 들어가고, 싸울 때도 도움이 되겠군요!”

“그런데 너희는 왜 이런 거 안 만들었지? 기계공학 대장장이들하고 같이 다녔을 텐데.”

태현이 무슨 인공지능 강철마차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마차를 개조해 솥 넣을 공간 넣고 방어도 좀 올리는 식이었다.

물론 태현이 만드는 것보다는 약하겠지만 난이도가 높은 아이템은 아닌 것!

“폭탄 말고는 안 만든대서….”

“…그, 그래.”

태현은 괜히 물어봤다고 생각하며 작업을 개시했다.

“맞다. 나 스킬 작업하는 동안 너희들은 퀘스트 깨기 힘들 텐데, 너희들도 각자 알아서 레벨 업 좀 하고 있어.”

“!”

“!!!”

“휴….”

“휴? 설마 휴가라고 하려고 한 거 아니지?”

“아닙니다! 선배님! 아닙니다!”

일행들은 눈빛을 반짝였다.

이건 기회였다!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오겠는가.

“선배! 저는 미뤄뒀던 타이럼 사냥꾼 퀘스트가 있어요. 물 좋고 공기 좋은 산 속에 있는 몬스터를 잡는 퀘스트인데 이번 기회에 해내고 싶어요!”

“저런. 그런 거라면 진작 말하지 그랬어. …잠깐만. 지수야. 너 타이럼 사냥꾼들이 내주는 퀘스트는 무시하지 않았….”

휴가다!

일행은 신나서 흩어졌다. 상인 직업이라 태현 장사하는 걸 도와도 되는 이다비만 남아 물었다.

“저렇게 내버려 둬도 되나요?”

“이제 자기들이 좀 알아서 할 때도 됐지.”

“…?!”

아니?!

태현 님이 이런 소리를?

“사실 감독님 붙여놨어. 케인은 감독님이 따라다닐 거야.”

“과연…!”

* * *

[<아키서스의 포장마차>가 완성되었습니다!]

[뛰어난 기능미를 가진 이 강철의 마차는 행운의 힘이 서린 걸작입니다!]

[이 마차에서 요리되는 음식에 추가 보너스…]

[이 마차에서 판매되는 음식에 추가 보너스…]

[이 마차 근처에 아키서스의 축복…]

[……]

“오오오…!”

“이, 이거 더 만들 수는 없습니까?”

“이거 만들어봤자 난이도 너무 낮아서 기계공학이 안 오르는데… 생각해 보마.”

태현의 말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좋아 죽으려 들었다.

벌써부터 저 포장마차를 대량으로 끌고 다니는 모습이 생각되었던 것이다.

장사하자!

“식재료는 다 챙겼지? 좋아. 오스턴 왕국으로 가자!”

태현은 포장마차를 가운데에 두고 일행을 출발시켰다.

아무래도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만으로는 좀 걱정이 되다 보니, 영지에서 놀고 있던 가루다 전사들과 고대 제국 이탈자 기사들도 불렀다.

이럴 때 부려먹지 않으면 또 언제 부려먹겠는가!

[현재 영지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죽을 경우…]

[……]

[……]

[……]

“와. 장난 아니군.”

멀리서 요새를 두고 에랑스 왕국군과 오스턴 왕국군이 미친 듯이 싸우고 있었다.

용병 NPC들도 닥치는 대로 고용했는지 사방에서 스킬이 터지고 마법이 날아들고 장난이 아니었다.

-돌격! 돌격! 성벽을 넘어라!

-야! 이러다 전멸하겠다! 뒤로 빠져! 일단 물러서자!

요새에서도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졌지만, 꼭 그 근처에서만 싸우는 건 아니었다.

싸우다가 HP 좀 깎이면 뒤로 물러서서 회복하고, 싸우다가 디버프 많이 맞거나 장비 내구도 떨어지면 뒤로 물러서서 수리하고 축복 좀 받고….

그 뒤에도 의외로 활발했던 것이다.

“야! 요리 왜 이렇게 오래 걸려! 빨리 완성해야 해!”

“지금 하고 있습니다!”

“길드 동맹한테 허가받으려고 골드 얼마나 쓴지 알지? 본전 뽑아야 해!”

근처에는 요리사 길드 몇 개가 먼저 와 있었다.

길드 동맹한테 골드 내고서 이 근처에서 장사 허락을 받은 길드들!

그 대신 길드 동맹은 이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이들이 에랑스 왕국 쪽 플레이어들한테 장사를 하더라도.

비싼 사용료를 냈으니 양쪽에게 대량으로 요리를 팔아서 본전을 뽑고야 말겠다!

“고기가 부족합니다! 맛이 부족하다고 떠요!”

“아, 그냥 팔아! 어차피 사람들 바빠서 몰라! 야채로 대신해! HP 회복 효과 있지? 그거면 됐어!”

열심히 싸우는 플레이어들이 들으면 멱살 잡을 소리를 하는 요리사들!

그런 그들 뒤로 정체불명의 무리가 나타났다.

위풍당당한 강철포장마차를 둘러싼 이들!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가루다 전사들과, 기사처럼 중무장한 고대 제국 이탈자들 때문에 몇 배로 더 수상쩍었다.

“으아악! 기습! 기습이야!”

“저, 저희 허락 받았습니다! 저희 요리사예요!”

평화롭게 장사하던 플레이어들은 그 모습에 깜짝 놀라서 벌벌 떨었다.

“우리는….”

“우리는?”

“에랑스 왕국? 오스턴 왕국? 그도 아니면 다른…?”

다들 긴장해서 그 뒷말을 기다렸다.

“…여기서 장사하러 온 요리사다.”

“…….”

“…….”

뭔 저렇게 중무장을 하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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