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188화
“블러핑 아닐까?”
“응?”
“못 만들었지만 만들었다고 허세를 떠는 거 아냐?”
이세연은 그렇게 추측했다.
그런 추측도 일리가 있긴 했다.
왜냐하면 유성 게임단도 지금 못 만들고 있었으니까!
뉴욕 라이온즈가 명문이라고 하지만 유성 게임단도 ‘회장님이 미쳤어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자를 받고 있었다.
그런 유성 게임단이 못 만들었는데 뉴욕 라이온즈가 먼저 만들었다는 건 믿기 힘들었다.
“그 정도로 치졸한가?”
“치졸이라니. 전략이거든?”
“그 소리 했다가 욕먹었던 거 같은데….”
아픈 곳을 찔린 이세연이 태현을 노려보았다.
“갑옷 못 만들었는데 만들었다고 거짓말을 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잖아.”
“음….”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사실 아다만티움 갑옷은 판온에서도 좋지만, 리그에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했다.
판온에서야 부하들도 부릴 수 있고 동료들도 동원 가능한 데다가, 레벨 차이도 있었지만….
리그는 그런 상황이 다 사라지는 데다가 레벨 차이도 거의 좁혀지는 것이다.
아이템의 유무가 크다!
그런 만큼 리그에 대비해서 각종 PVP 아이템을 준비하는 건 당연히 이해가 갔다. 아다만티움 갑옷은 그 핵심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상대할 때 조심하겠지. 몇 경기 정도는 벌 수 있을걸.”
“이럴 거면 그냥 초기 대회처럼 아이템 다 금지시키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네가 우승 한 번 더 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리그는 긴장감이 있어야 했다.
판온 같은 경우는 규칙 하나를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게임의 양상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에 규칙 변경은 매우 신중하게, 판온 측이 가진 온갖 AI를 동원해서 이뤄졌다.
그리고 솔직히 태현은 너프 대상 1순위였다.
첫 시즌에 무패우승이라니!
원래라면 바로 아이템 금지 공지가 떠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지 않은 이유는 아마….
‘막는 것보다 안 막는 게 더 견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서겠지?’
판온 쪽 AI가 판단을 내린 것이다.
-아이템 금지보다는 아이템 허용이 더 견제가 가능하다!
맞는 말이었다. 이세연도 솔직히 장비나 아이템 다 금지시킨다고 견제가 가능할 것 같진 않았다.
차라리 태현을 카운터 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 게 더 나았다.
‘시즌 중에는 시간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니까.’
물리 데미지 감소, 치명타 데미지 감소, 주변에 저주 오오라 발동….
아, 이건 아다만티움 때문에 무리겠고… 뭐든 간에 찾으면 나왔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머리를 합치고 공략하다 보면 어떻게든 카운터가 나오리라!
‘눈빛 살벌한 거 보니 나 잡을 생각 하고 있군.’
이세연을 보며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살벌한 눈빛 좀 봐!
* * *
뉴욕 라이온즈는 어떻게 아다만티움 갑옷을 만들었는가?
정답은 간단했다.
될 때까지!
“…장난하시는 겁니까?”
“아니. 진지하네.”
자리에 모인 해머맨, 루카스, 제너럴갓태현, 나디르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모두 다 유명한 대장장이 랭커였다.
장비 하나 만들면 사람들이 와서 눈물 흘리고 받아가는 그런 수준의 대장장이!
당연히 초대받고 왔을 때는 ‘흠, 나한테 뭔가 부탁하려는 모양이군.’하고 왔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은 정말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여기 모인 대장장이분들이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아다만티움 갑옷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
“…….”
여기서부터 자존심이 상하긴 했지만 랭커들은 참았다.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까!
게다가 그들은 각자 이미 실패한 전적이 있었다. 그 실패 때문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끙. 아무리 혼자 만드는 게 실패했다지만 이렇게 여럿이서 같이 만들어야 한다니. 자존심 상하는데.”
“누군 뭐 안 상하는 줄 아냐?”
“하하하. 여러분. 모두 진정하십시오. 싸우실 필요 없습니다.”
제너럴갓태현이 웃으면서 모두를 말렸다. 그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들 모두 다 쓰레기인데 뭘 그런 걸로 다투십니까.”
“이 새끼가?!”
“역시 닉네임부터 수상쩍었어, 저거!”
웃으면서 독설을 퍼붓는 제너럴갓태현의 모습에 다른 대장장이들이 울컥했다.
감히 우리 실력을 모욕해?
“대장장이면서 아다만티움 갑옷 하나 못 만들고 뒤처진 게 누구신데 왜 추하게 화를? 자기혐오??”
“이 자식! 넌 뭐 달라?”
“자기도 못 만들어서 제안받아 온 거 아냐?”
“아. 전 다릅니다.”
“???”
“여러분들 비웃어주려고….”
“저 자식 끌어내!”
뉴욕 라이온즈 사람들이 들어와 제너럴갓태현을 끌어냈다. 제너럴갓태현은 나갈 때까지 ‘너희들이 만드는 아다만티움 갑옷에는 저주 걸린다!’며 놀려댔다.
덕분에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크흠. 죄송합니다. 제너럴갓태현 씨가 저렇게 이상한 사람일 줄은 몰랐습니다.”
“닉네임보고 그걸 모를 수가 있나?”
“닉네임부터 이상한 놈인데….”
“크흠.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여러분들은 각자 아다만티움 갑옷을 만드는 데 실패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차라리 힘을 합치셨으면 합니다.”
“우리 자존심이….”
“평소 드리던 돈의 세 배를 드리겠습니다.”
“…란 바로 더 좋은 아이템을 만드는 것에 있지. 그러기 위해서는 협력도 좀 할 수 있고.”
“음. 맞는 말이군.”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돈이 최고야!
“하지만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 우리가 실패한 건 일단 아다만티움 양이 부족하기도 하고, 아다만티움을 다룰 대장간이 없어서야.”
여러 대장장이 랭커들이 힘을 합치면 보너스야 받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아다만티움은 저희가 확보했습니다.”
“최소한 열몇 번은 넘게 시도해야 하나 나올까 말까인데 그 정도로 확보했다고? 게다가 아다만티움은 다루는 데 실패하면 날아가서 복구도 안 되는데?”
“예 그만큼 확보했습니다.”
“…어떻게?”
“다 샀죠.”
대장장이들은 경악했다.
와….
대형 게임단 놈들 진짜 돈 많구나!
개인이랑은 차원이 다른 규모였던 것이다.
“대장간은? 김태현은 좀 특별한 대장간을 사용한 것 같던데.”
“저희도 특별한 대장간을 준비했습니다.”
“?”
뉴욕 라이온즈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태초의 불 같은 걸 구할 수 없다면 그냥 대장간의 크기를 키워버리자!
대장간의 크기를 키우면 자연스럽게 불도 세지고 화력도 올라가니까.
그 결과 하늘섬에 큼지막한 마을 하나 만큼의 대장간이 지어졌다.
아다만티움 갑옷을 만들고 말겠다는 광기!
“…….”
“…….”
“나 처음으로 좀 무서워지는데….”
대장장이들은 처음에는 질색했지만 곧 받아들였다.
“그래. 이것도 기회는 기회.”
“한 번 만들면 계속 만들 수 있겠지!”
“물리 데미지 감소, 치명타 데미지 감소 같은 옵션들 위주로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너무 노골적으로 김태현만 견제하는 거 아냐? 다른 선수들은 견제 안 해?”
“솔직히 김태현 선수 말고는 굳이 그렇게까지….”
* * *
뉴욕 라이온즈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곧 게임단 공식 영상으로 발표가 올라왔다.
아다만티움 갑옷을 입고 있는 스미스!
“으윽. 끔찍하군.”
태현은 질색했다.
탱커 놈들 좀 적당히 하자!
“근데 탱커가 안 입으면 누가 입어?”
“조용히 해.”
“…….”
더 끔찍한 건 이제 다른 놈들도 하나둘씩 만들 거라는 점이었다. 다른 게임단들도 바보가 아니니 어떻게든 방법을 따라하겠지.
“판온에 방어구 혁명이 부나… 하긴. 오를 때가 됐다.”
레벨 300의 벽도 깨졌고, 랭커들이 하나 둘씩 오르고 있는 지금, 방어구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제 아다만티움 섞인 방어구의 시대!
“야. 다음 시즌 괜찮을까?”
“뭐… 너희들이 잘 해야지. 난 저번 시즌에 잘 했잖아.”
태현의 말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말은 맞는 말인데…!
부담된다!
“우리가 다른 1부 팀 선수들만큼 할 수 있나?”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선배님이 맨날 다 앞장서서 죽이지 않았습니까.”
“저번처럼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을 테니 진짜 힘싸움 해야 하지 않을까?”
“맞다. 태현아. 그래서 너 노래 스킬은 어떻게 됐냐?”
“아, 그거.”
마법, 요리, 노래를 최고급으로 찍어야 하는 상황.
마법이나 요리는 어떻게든 된다지만 노래는 정말…
“이세연이 도와준다던데? 음유시인 소개해준대.”
“뭐?”
“함정 아냐?”
“일부러 방해할지도…”
빠르게 나오는 반응!
팀원들의 냉정한 평가에 태현도 살짝 당황했다.
“아니… 지수야. 그래도 이세연이 저런 걸로 방해할 사람은 아니지 않니?”
그나마 여기서 이세연과 친한 건 유지수였다.
그러나 유지수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방해할… 수도 있을 것 같….”
“…….”
남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가능!
태현은 한숨을 푹 쉬고 말했다.
“이세연이 물론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고 그럴 것 같은 사람이긴 하지만…”
“?”
“???”
욕을 하는 거야 편을 드는 거야?
일행은 당황해서 태현을 쳐다보았다.
“지금 스미스가 잘나가고 있는데, 손을 잡은 상태인 날 먼저 공격하지는 않을 거야. …아마.”
“아마.”
“아마… 음… 아. 젠장. 노래 스킬 배워야 하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나도 불안해지잖아! 이다비. 부탁한 건 준비됐어?”
“아, 요리요? 네. 말 꺼냈더니 다들 눈물 흘리며 기뻐하던데요.”
요리 스킬 올리려면 요리를 엄청나게 많이 해야 했다. 특히 태현처럼 고급 요리까지 찍은 상태라면.
요리에서 중요한 건 다양한 재료를 여러 상황에서 요리하는 것.
그래야 스킬 경험치가 좀 더 많이 올랐다.
…그래서 태현은 파워 워리어 길드 요리사들을 불렀다.
대륙 돌면서 요리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
영지전 터지면 영지전 근처에 가서 팝콘을 굽고 악마 소환되면 거기 근처 가서 솜사탕을 파는 치밀한 이들이었다.
거기에 끼어서 요리를 한다면 스킬이 꽤 잘 오르리라.
-김… 김태현이 온다고?
-속지 마! 길마님이 우리를 속이려는 게 분명해! 모두 정신줄 꽉 붙잡아!
-길마님! 저희는 돈이 없습니다! 저번에 다 식재료 샀어요! 저희를 속이셔도 내줄 돈이 없다, 이 말입니다!
-김태현 선수가 올 리가 없어!
-아하! 동명이인이구나!
-그런… 그런 방법이! 길마님! 너무한 거 아닙니까!
물론 불신으로 똘똘 뭉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쉽게 믿지 않았다.
-…지금 말한 애들은 전부 탈락. 자. 다른 요리사들 중에 태현 님하고 같이 요리하고 싶은 사람?
-!
-아, 아니. 길마님. 저희가 안 한다는 게 아니라… 진짜 동명이인 아니죠?
-김대현이나 김태형 아니죠?
속기는 싫지만 안 믿기에는 너무 유혹적이다!
길드원들은 울먹이면서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제발…
제발 진실을 알려주세요!
* * *
“김태현이다!!!”
“김태현이야! 김태현!!!”
“내가 뭐라고 했냐! 아직 세상에는 따뜻한 진심이 살아 있다고 하지 않았냐!”
“길마님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야!”
길드원들은 서로 얼싸안고 울었다. 다 큰 사람들이 뚝뚝 눈물을 흘리자 이다비는 창피해서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마음 같아서는 ‘내 길드원 아니에요!’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
“흑흑… 앞으로는 뭐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길드 채팅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결국 안 믿고 참가하지 않은 길드원들은 억울해서 죽을 지경!
“앞으로 잘 부탁하지. 어디부터 갈 건가?”
“예?”
“어디부터 갈 거냐고….”
“지, 지금 너무 떨려서 말이 잘 안 들리는데….”
“…….”
태현은 ‘얘네들을 부른 게 잘한 일이었을까?’하고 고민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