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186화
이데르고도 할 말이 없긴 했다.
이제까지 교단 신도들이 한 번도 조각을 뺏긴 적이 없긴 했지만….
지금 이렇게 남의 손에 들어가 있지 않은가!
“이걸 다 합치면 이데르고가 부활하는 건가? 생각해 보니 좋은 시스템 같기도 하고….”
아키서스도 그랬다면 좀 편했겠다!
[카르바노그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랬다가는 대륙의 모든 교단들이 아키서스 조각 찾아서 부수려고 했을 거라고 말합니다.]
‘…….’
말을 조금 더 상냥하게 좀…..
[이데르고가 각종 저주를 당신에게…]
태현은 이데르고의 조각이 뿜어내는 저주는 무시했다.
어차피 이데르고 본인도 아니라 본인의 쪼개진 파편 중 하나라서 태현에게 데미지를 주지도 못했다.
그냥 쓸 만한 아이템일 뿐!
‘카르바노그. 내가 이걸 쓸 수 있을까?’
태현은 아직도 그 광경이 생생했다.
저번에 마계의 괴수, 레비아탄이 나타났을 때 악마 공작과 맞서 싸우던 이데르고 교단 놈들!
처음에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 인원으로 공작한테 덤비다니 미쳤나?’ 했는데, 의외로 교단은 공작을 밀어붙였다.
단순히 상성 문제가 아니었다. 이데르고 교단 NPC들이 갖고 있던 아이템.
‘그때는 성물인 줄 알았는데, 그게 바로 이데르고의 조각이었군.’
[카르바노그가 이데르고 교단처럼 능숙하게 쓰지는 못하더라도, 사용할 수는 있다고 말합니다.]
이데르고 교단이야 이데르고 권능을 사용할 때 증폭할 수 있었지만, 태현은 그냥 사용밖에 할 수 없었다.
물론 사용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카르바노그도 몰랐다.
아키서스의 역병 폭풍이라도 부나?
<화신의 성장-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당신은 봉인된 이데르고의 조각을 찾아 손에 넣었다.
이는 사악한 악신에게 굴하지 않고 그들을 토벌하겠다는 의지의 뜻!
“?”
[?]
-?
…그 의지를 보여준 당신은 아키서스의 화신으로서 자격이 충분하다.
아키서스 앞에 기도를 올려라!
보상: ?, ???
태현은 순순히 기도를 했다.
그러자 메시지창과 함께, 아키서스의 문양이 새겨진 벽이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
[아키서스가 남겨 놓은 힘이 당신에게 스며듭니다!]
[<신성 권능> 스킬이 강화됩니다!]
[……]
[……]
[모든 아키서스의 권능 스킬이 강화됩니다!]
“!”
태현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모든 아키서스의 권능 스킬이 강화되다니.
여기까지 고생하면서 온 보람이 있었던 것이다.
[화신이 성장합니다!]
[아키서스의 빛이 당신을 다음으로 인도합니다.]
<화신의 성장-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당신은 아키서스가 남긴 힘을 얻어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었다.
아키서스는 세상 모든 것에 행운을 가져오는 강력한 신.
한 가지 스킬만 갖고 있으면 화신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다섯 개 이상 스킬을 중급 이상으로….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아키서스의 화신 퀘스트는 다른 직업과 달리 특이했다.
한두 가지 스킬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스킬을 다 키우라고 권장하는 퀘스트!
물론 태현은 퀘스트가 나오자마자 클리어했다.
초급 이상은 너무 쉬웠다.
지금 태현이 고급 이상 찍은 스킬만 따져도 검술, 마법, 은신, 요리, 채광, 화술, 조련술, 기계공학, 대장장이 기술, 전술….
‘와. 새삼 미치광이처럼 캐릭터를 키웠군.’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화신의 성장-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열 개 이상 스킬을 중급 이상으로….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너무 많이 퍼주는 거 아냐?’
태현이 당황할 정도로 퍼주는 퀘스트창.
사실 퍼준다기보다는, 이제까지 태현이 밀린 퀘스트 보상을 한 번에 받는 것에 가까웠다.
태현이 이제까지 아키서스 교단 퀘스트 보상을 너무 못 받은 편이었던 것!
남들은 퀘스트가 수십 개 나오는 동안 태현은 아키서스 교단 퀘스트가 잘 안 나와서 자기 혼자 성물 찾으러 다니고 해야 했던 것이다.
‘…그렇군. 레벨이 너무 낮아서….’
태현은 깨달았다.
원래 아키서스 화신 중에 태현처럼 레벨 낮은 놈이 없었구나!
태현이 레벨 200을 너무 늦게 찍은 바람에 스탯이나 스킬은 비정상적으로 높아졌고, 덕분에 200 넘어서 올려야 할 스킬들을 이미 다 찍어버린 상태였던 것이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화신의 성장-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정말로 대단하다!
열 개 이상 스킬을 고급 이상으로….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한 번에 2업. 태현은 이제까지 스킬 키운 보람을 느꼈다.
케인이 옆에서 ‘꼭 그렇게까지 잡다하게 키워야 해?’ 같은 소리를 할 때마다 한 대씩 뒤통수를 때려가며 키우던 보람!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까지!
이제까지 못 챙겨줬던 걸 다 챙겨주려는 것일까!?
아키서스 화신의 지팡이:
내구력 500/500, 물리 공격력 100, 마법 공격력 100.
조련술 스킬에 보너스. 추가 효과 발동.
스킬 ‘아키서스 화신의 조련’ 상시 발동.
착용 시 직업 <아키서스의 화신> 필요.
아키서스는 어리석은 양 떼들을 몰고 가는 현명한 양치기 같은 신이다. 그는 이 지팡이로 양 떼들을 후려갈기며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
“어….”
태현은 멈칫했다.
화신의 아이템이라 엄청나게 기대했는데 사실 좀 당황스럽긴 했다.
태현의 주력은 어디까지나 검술, 기계공학, 거기에 화신 권능 정도였지 조련술은 아니었으니까.
이번에 새로 익히긴 했는데….
‘랜덤으로 주나?’
일단 받아서 나쁠 건 없고, 조련술 관련이라면 확실히 좋은 아이템이긴 했는데….
쓸 일이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잠깐. 그보다 이대로 계속 뜨면 설마….’
<화신의 성장-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아키서스의 화신으로서, 열 개 이상의 스킬을 고급 이상으로 찍은 것은 당신이 처음이다.
아키서스의 뜻과 별개로 이 길을 실제로 걷는 자는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
퀘스트창이 약간 놀리는 기분이었다.
이제까지 있던 교황이나 다른 화신들도 태현처럼 저렇게 열심히 스킬 작업을 하지는 않았던 것!
사실 그게 맞았다.
교황이면 신성력 올리고 교단 애들 관리해야지 이런 잡다한 스킬까지 다 언제 올린단 말인가.
그러나 태현이 가는 길이 맞았다.
조금 많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옳았던 길!
‘안 돼!’
그러나 그런 보람에도 불구하고 태현은 불길해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킬 중급 이상 열 개→고급 이상 열 개→그 다음은?
‘최고급 열 개는 큰일 난다!’
아무리 태현이라도 지금 할 게 많은 상황에서 최고급 열 개 찍으라는 건 무리였다.
검술, 화술, 기계공학, 대장장이 기술, 전술 스킬만 최고급이니 나머지 다섯 개를 최고급으로 올려야 하는….
‘아니 생각해 보니 의외로 최고급이 또 많긴 하군.’
의외로 나열해 보니 또 할 만한 것 같기도 한데?
나머지도 다 고급이고 스킬 레벨 5 넘긴 것도 여럿이니….
[카르바노그가 제정신 차리라고 외칩니다!]
다행히 퀘스트는 그렇게 가혹하지 않았다.
…이제 당신은 무작위 스킬 세 개를 최고급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까지의 도전을 전부 다 성공했던 당신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보상: ?, ???
‘어, 무작위면 그냥 내가 골라도 되나?’
물론 아니었다.
[무작위로 스킬이 골라집니다!]
[마법 스킬을 최고급으로 만드십시오!]
[요리 스킬을 최고급으로 만드십시오!]
‘오오…!’
두 개는 운이 좋았다.
둘 다 고급 찍은 스킬!
물론 여기서 최고급을 찍는 건 힘든 일이긴 했지만, 처음부터 최고급을 찍는 것보다는 쉬운 일이었다.
이제 한 개만 멀쩡하게 뜨면 된다!
제발!
제발!
[노래 스킬을 최고급으로 만드십시오!]
“…….”
[…….]
태현과 카르바노그가 동시에 절망했다.
뭔 미친 뜬금없는 스킬이…!
* * *
“저기 선수들이다!”
“오오오오…!”
모여 있던 팬들은 선수들의 등장에 감탄했다.
그냥 걷기만 해도 뒤에서 후광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물론 선수들 뒤에 후광 같은 건 없었다. 팬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을 뿐.
하지만 후광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금 걸어오는 선수들은 이번 시즌에서 대단한 성적들을 기록한 선수들.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수들 아닌가!
-팀 KL, 유성 게임단… E스포츠계에 돌아온 한류 열풍….
-다시 되찾은 왕좌, 한국 게임단들의 싹쓸이.
-전통의 영광을 되찾다!
예전과 달리 한국 팀들은 한동안 맥을 추지 못했었다.
미국이나 중국 쪽 게임단이 막대한 자본을 투자받는 동안 딱히 지원을 받지 못했으니 차이가 나는 것도 당연했다.
오죽하면 한국 선수들도 해외 팀으로 들어가려고 했을까.
판온 리그가 시작했을 때에도 다들 미국이나 중국 팀들의 대활약을 예상했지만….
예상을 깨고 대활약한 건 한국 팀이었다.
“하아….”
“후우….”
“?”
“?”
이세연과 태현은 한숨을 쉬다가 서로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
“그러는 너는?”
“…나, 나는 요즘 모든 일이 너무 잘 되어서 고민 없는데.”
말하고 나서 이세연은 아차 싶었다.
태현을 꼬드길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이런 실수를!
“부럽군. 하긴 아스비안 제국은 멀리 떨어져 있으니 요즘 가장 속이 편하겠어.”
태현은 이세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스비안 제국은 요즘 난리에서 가장 평화로운 곳이었다.
중앙 대륙이 아니니 속이 편할 수밖에 없는 것!
“아탈리 왕국은 이데르고 교단에 몬스터까지 해서 정신이 없는데… 게다가 위에서는 또 난리가 나고 있고.”
“아. 길드전? 어떻게 될 것 같아?”
“길드 동맹이 막겠지. 설마 그 인원을 데리고 그걸 못 막겠어.”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태현도, 이세연도 동의했다.
길드 동맹이 개호구긴 해도 그만한 땅에 그만한 인원 데리고 방어도 못하면 진짜 게임 접어야지!
“그러면 아탈리 왕국 운영 때문에 고민인 거야?”
“아. 아탈리 왕국은 나름 괜찮아. 이제 안정궤도에 올랐고.”
남부 쪽은 태현과 친한 플레이어들한테 팔아 치웠고, 북부 쪽은 직접 정복했고, 나머지는 어찌어찌 알아서 운영하고 있고….
들어오는 대로 족족 나가고 있었지만, 문제 안 생기는 게 어딘가.
태현은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면 왜?”
“노래를 배워야 해서….”
“…….”
이세연은 멈칫했다.
“…복면X왕 나가?”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판온 이야기거든?”
“아. 아아… 아아아!”
이세연은 살짝 민망해졌다.
하긴 김태현이 그런 방송에 나갈 이유가 없지!
“…아니 잠깐만. 왜 판온에서 노래를 배워?”
태현이 스킬을 이것저것 익히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노래는 정말….
예상 밖!
제작 스킬을 넘어서 이제 예술 스킬까지 키우려는 건가?
‘너 레벨 업 안 하니?’
이세연은 희한한 사람 보는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남들은 지금 레벨 300 넘으려고, 아니면 넘기고서도 400 도달하려고 전력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김태현은 노래 스킬 배우려고 고민 중이라니.
누가 보면 판온 최상위권 랭커가 아니라 즐겜하는 사람인 줄 알겠다!
“판온 노래도 다른 스킬처럼 기본 테크닉 있으면 편할걸.”
그래도 이세연은 조언을 해줬다. 음유시인 같은 직업들이 쓰는 스킬, 노래.
판온은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몸을 움직이는 게임이었다. 당연히 실제 사람의 능력이 반영됐다.
검 좀 휘둘러 본 사람이 검술 스킬을 더 잘 다루는 건 당연한 일!
“노래 잘 해?”
“흠… 잘 모르겠군. 그렇게 많이 안 불러봐서.”
“…불러봐! 불러봐!”
“너 좀 신난 거 같다?”
“아, 아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