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183화 (1,182/1,826)

§ 나는 될놈이다 1183화

“아닙니다. 케인 선수가 어떤 뜻으로 말한 건지 압니다. 감사합니다.”

“그, 그렇죠? 그쵸? 이 자식들이 나만 나쁜 놈으로 몰고….”

“사실 베이징 파이터즈 운영진들이 나빴던 거지 선수들이 뭐 그리 잘못했습니까.”

“근데 그놈들 중 몇 놈은 운영진하고 손잡고 감독님 까는 인터뷰 하지 않았어요? 아주 나쁜 새끼들 아닌가?”

“…….”

퍽퍽퍽!

케인의 등짝 위로 무수한 스매싱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말은 맞는 말!

사베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그건 그렇죠. 아주 나쁜 놈들입니다.”

“거… 거봐! 그렇다잖아! 그만 때려 좀!”

사베트는 케인이 어떤 사람인지 깨달았다.

아, 이 선수는 좀… 많이 경솔하구나!

‘그렇군. 김태현 선수가 왜 걱정한지 알겠다.’

사베트는 케인의 1차 목표를 정했다.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하게 하기!

아주 간단하고 단순해 보였지만 원래 훈련이란 건 이런 기초적인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는 것이었다.

사소한 버릇들을 고쳐 나가다 보면 어느새 실력이 향상되어 있는 것!

슥삭슥삭-

“감독님 뭐 메모하고 계시냐?”

“훈련 메뉴 아냐?”

“허. 성실하시네. 믿음직하다.”

* * *

[<지하 신전의 경계>를 찾았습니다!]

다행히 그림에 나와 있는 장소는 미리반 시 근처였다.

…묘지긴 했지만.

[<미리반 시 묘지>에 입장했습니다.]

[공포…]

[저항에 성공합니다!]

[신성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하급 언데드들이 나타나지 못합니다!]

태현과 케인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도시 관광을 하고 있던 일행들이 돌아왔다.

한 손에는 간식거리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장식품을 들고 있는 모습이, 오랜만에 휴가를 제대로 즐긴 것 같은 모습!

케인은 울컥했다.

“내가 고생하는 동안 너희들은 놀았냐?!”

“어허. 무슨 말씀을.”

“도시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평소라면 이런 휴가는 생각지도 못했다.

일단 판온 접속하는 순간부터 태현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빡세게 굴렸던 것이다.

이런 남는 시간을 놓치지 않고 쓰는 것이야말로 팀 KL!

“…대단한 듯이 이야기했지만 생각해 보니 그냥 땡땡이 친 거 아닌가?”

“쉿. 지수야. 그런 말 하지 마.”

이다비는 태현에게 의아한 점을 물었다.

“태현 님. 플레이어 몇 명이 익숙한 가명을 찾던데… 태현 님 맞죠?”

“아. 그거. 아예 없는 가명 썼다가는 오해받을 수 있어서.”

이미 있는 사람이라면 의심이 덜하겠지만, 처음 들어보는 플레이어가 베스고 백작한테 그렇게 대접을 받는다면 사람들은 의심부터 할 것이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새 플레이어도 있다지만 보통 그런 건 가명일 때가 많은 법!

“그거 때문에 도시에서 싸우던데요….”

“뭐? 왜?”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찾으려고 하고, 여긴 에랑스 왕국인 데다가 전쟁까지 걸렸으니까 역으로 길드원들 잡으려는 플레이어들도 있고 해서요.”

덕분에 평화로운 미리반 시에서는 오랜만에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병사들을 이끌고 제압해야 할 베스고 백작은 왕자가 있는 곳으로 떠나버려서 나타나지 않았으니 더더욱 치열해졌다.

[카르바노그가 화신이 가는 곳은 왠지 모르게 사고가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근거 없는 음해는 하지 말자.’

미리반 시에서 싸움이 일어났다지만 그게 태현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태현은 당당하게 묘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태현아. 신전 찾는 퀘스트 아니냐?”

“그렇지.”

“…선배. 보통 신전이 묘지에 있는 경우는 없지 않나요?”

[카르바노그가 예리하다고 감탄합니다!]

확실히 유지수의 말이 맞았다.

특수한 신전이 아니고서야 굳이 묘지에 신전을 두는 교단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키서스 교단이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하지만 그런 일행들도 아키서스 교단이라는 말에는 반박하지 못했다.

그래!

아키서스 교단이라면 묘지에 신전을 둬도 이상할 게 없어 보여!

태현은 <신의 예지>로 길을 찾았다. 길은 묘지 한가운데를 가리키고 있었다.

‘역시 지하 신전인가? 신전 같아 보이는 건 안 보이는데….’

덜컥-

땅을 밟자 소리와 함께 지하로 가는 문이 열렸다.

[숨겨진 지하 신전을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

“헉!”

“진짜 찾았어요?”

반신반의하고 있던 일행들도 진짜 길이 나오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안에 있던 이들도 깜짝 놀랐다.

[이데르고 교단 사제들이 경악합니다!]

“…사디크의 화염!!”

“으아악! 뭐야?!”

태현 일행은 바로 무기부터 뽑아 들었다.

편안하게 안심하고 있다가 이게 무슨 날벼락!

물론 더 놀란 건 이데르고 교단 사제들이었다.

도시 지하에서 조용히 음모를 꾸미고 있었는데 웬 미친놈들이 여기로 온 것이다.

-어떻게 알아낸 거냐! 이 짜증 나는 놈들!

-이데르고 님의 보물을 지켜라!

-절대로 들여보내지… 크악!

“안으로 들어가자!”

사제들의 대사에서 태현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아, 이놈들 그냥 음모를 꾸미는 게 아니구나!

뭔가 좋은 걸 갖고 있구나!

상대가 사디크 교단이든 이데르고 교단이든 뭔가 좋은 걸 갖고 있으면 일단 뺏고 보는 게 태현이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이데르고의 역병 장막이…]

“사디크의 화염! 사디크의 화염!”

화르륵!

강력한 신성력이 담긴 화염은 이데르고의 마법을 찢어발기며 통로를 날려 버렸다.

“잠깐. 김태현. 불을 지르면 우리는 어떻게 들어가지?”

“참고 들어가!”

“…….”

일행은 참고 들어갔다.

하라면 해야지 뭐!

[아다만티움 갑옷이 화염 데미지를…]

[……]

그나마 비싼 갑옷 아니었으면 버티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데르고 교단 역병 성물 신전을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

[……]

계단을 내려오자 나오는 드넓은 공간.

묘지 지하에 이런 넓은 신전이 있을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침입자! 침입자다!

-막아!

태현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그렇군. 이데르고 교단 놈들이 아키서스 교단 신전을 뺏어서 쓰고 있었던 거야!”

-무슨 개소리냐! 이 신전 건물은 원래 우리의 것… 크악!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케인! 들어가! 지원한다. 용용이, 흑흑이! 마법 난사 들어가!”

태현은 바로 진형을 명령하고 옆을 내달려 적의 뒤를 노렸다.

이데르고 교단 성기사들은 진형 사이로 파고드는 태현을 노렸지만, 공격 전부가 다 실패했다.

[회피에 성공…]

[회피에 성공…]

-반격의 원!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

[……]

-저주받을 아키서스 놈! 대륙의 영웅답게 이 장소를 잘도 찾아냈구나! 하지만 우리를 만만하게 보지 마라! 이데르고 님의 힘은 끝이 없다! 네놈이 우리 모두를 쓰러뜨린다 하더라도 크악!

[<화신의 성장>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화신의 성장-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아키서스의 옛 신전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할 공간에는 웬 사악한 놈들의 신전만이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적들을 쓸어버리자. 영문은 그 다음에 알아도 되니까!

이데르고 교단은 사악한 교단이니, 다른 교단의 지원을 요청해 토벌을 요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보상: ?, ???

‘…퀘스트가 너무 방향성이 다른데.’

퀘스트 갱신은 좋았지만,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퀘스트에서는 ‘이거 어려운 퀘스트니까 다른 교단하고 힘을 합해서 같이 깨세요’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태현은 지금 일행만으로 돌파하고 있었다.

솔직히 태현은 레벨 200 넘긴 플레이어치고는 너무 강했다. 퀘스트가 하라는 대로 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잘못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태현이 불안해하는 건 다른 방향이었다.

퀘스트는 뭔가, ‘선한 교단끼리 힘을 합해서 사악한 이들을 물리쳐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태현은….

몇몇 교단과는 이미 사이가 나쁜 데다가 다른 교단이 ‘우리 같이 대륙의 위기를 막기 위해 열심히 하지 않을래?’ 하면 ‘대륙 위기지 아키서스 교단 위기냐? 지금 아키서스 교단이 더 위험해!’ 하면서 대부분 거절해 왔던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니었나??

다른 교단이랑 친목질 좀 하면서 해달라는 거 해줬어야 했나?

[카르바노그가 원래 아키서스 교단은 별로 친구 없었다고 위로합니다.]

-이데르고의 그림자!

[이데르고 교단 역병 암살자가 습격해 옵니다!]

“케인. 무조건 막아라! 뒤로 넘기지 마!”

태현은 닥치는 대로 썰어버리면서 케인에게 지시했다.

암살자 같은 놈들이 뒤로 넘어가 이다비나 유지수, 정수혁을 노리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파졌다.

‘태현이 녀석. 예전과 달리 케인에게 역할을 꽤 많이 분담시키고 있군!’

최상윤은 케인 옆에서 튀는 몬스터들을 잡으며 생각했다.

원래라면 케인이 부담되지 않도록 주변 몬스터들을 다 쓸어버리고 갔을 태현이었지만 이제 그러지 않았다.

케인도 이 정도 몬스터들은 혼자 끌어 모으고 탱킹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사냥이 아니라 다음 리그를 위해서기도 했다.

상대 팀이 계속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테니까.

“흐읍! <노예의 쇠사슬>! <아키서스의 사나운 도발>!”

연속되는 스킬과 함께 이데르고 교단 암살자들이 케인에게 빨려들 듯이 모였다.

케인은 여섯 개의 팔로 방패와 무기를 휘두르며 맞섰다.

이제는 능숙해진 다중팔컨트롤!

이데르고 교단 암살자들은 방패벽을 뚫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백점이다, 케인!”

최상윤이 신이 나서 암살자들의 뒤를 찔렀다. 탱커가 발을 묶어주면 딜러로서는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태현과 비슷한 타입의 딜러가 최상윤이었다.

물론 명성은 하늘과 땅 수준으로 차이가 났지만, 최상윤은 교과서 수준으로 안정적인 딜러였다. 이런 상황에서 보조 역할은 확실하게 해냈다.

“이야. 너 움직임 많이 좋아졌다? 뭐야. 감독님한테 뭐 배웠냐?”

사베트는 유난히 케인에게만 말을 많이 걸었다.

다른 팀원들은 새 감독의 애정에 질투…하지 않았다.

팀 KL 팀원들이 그런 거에 흔들릴 정도 멘탈은 아닌 것!

-케인 저거 얼마나 고칠 게 많으면….

-저는 그냥 마법만 쓰면 되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저 같은 직업을 하셨으면 편했을 텐데….

일행의 칭찬에 케인은 살짝 거만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배운 게 있지.”

“뭔데?”

“생각하고 움직이는 거.”

“…….”

“…??”

“그러면 이제까지 생각 안 하고 움직였다는 거…?”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 그, 내가 어떨 때 먼저 움직여야 하고 어떨 때 생각해야 하는지 분석하고 그랬다고!”

짧게 말하니까 이상하게 들렸다. 케인은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 * *

뒤에서 따라오는 동안 태현은 혼자서 신전 복도의 적들을 갈아버렸다.

번쩍이는 대만불강검이 폭발하고 사디크의 화염이 주변에서 넘실거리며 이데르고 교단의 NPC들을 태웠다.

상성 그 자체!

이런 좁은 공간에서 태현을 막을 방법이 없는 이데르고 교단은 죽을 맛이었다. 저주를 날려도 태현은 대부분 피하거나, 몇 방 정도는 그냥 몸으로 견뎌냈다.

-피해! 저 미친놈을 피해!

-후퇴해라!

“아키서스의 신전으로 돌려내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여기는 우리 이데르고 님의… 크악!

“이데르고 놈들은 하여간 뻔뻔해서…! 남의 신수를 도둑질 할 때부터 알아봤다 내가!”

태현은 신전을 싹 치우고 정화시키면 아키서스의 신전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카르바노그가 신전이 돌아오는 게 아니라 그냥 신전을 뺏는 것 같…]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