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181화
[<무작위 미술> 길드의 화가들이 <아키서스의 노예>를 사용해 그림에 도전합니다!]
[아키서스의 노예는 아키서스의 사랑을 받는 존재입니다. 그림에 아키서스의 축복이 깃듭니다!]
“뭐?”
[?]
태현과 카르바노그 모두 깜짝 놀랐다.
그… 그랬나?
[<무작위 미술> 길드의 화가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도울 경우…]
[……]
[……]
베스고 백작에게 했던 것처럼, 여기의 화가들한테도 똑같은 퀘스트창이 떴다.
미술 스킬 낮은 플레이어가 미술 스킬 높은 NPC를 돕는 기현상!
오로지 아키서스 교단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음. 그래도 내 교단이니 최대한 도와줘야지.’
태현은 아키서스의 권능 스킬을 준비했다.
축복, 신성 영역, 주사위로 이어지는 아키서스 권능 콤보 스킬!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예?”
“아니… 교황님. 풋. 예술을 뭘 아신다고….”
[카르바노그가 저 저 싸가지 없는 새끼들 보라고 화를 냅니다!]
화가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키서스를 믿지만 그렇다고 붓 한 번 안 잡아본 사람이 위대한 미술을 도와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교황님. 예술은….”
‘이 자식들도 딱히 예술적인 것 같지는 않은데.’
태현은 근처에 걸린 그림들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난해한 그림들!
[<형언할 수 없는 아키서스의 그림자> 그림을 보았습니다. 공포 스탯이 일시적으로 오릅니다.]
[정신 계열 마법에 저항력이…]
[……]
[……]
게다가 효과들도 특이하고 이상한 것들만 걸려서, 왜 인기 없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러니까 플레이어들이 굳이 이 미술을 안 배우지!
‘애초에 무작위 미술이라는 게….’
한마디로 그냥 물감 쫙쫙 뿌리는 거 아냐?
“후. 건방진 놈들 같으니. 아키서스의 힘을 보여주마.”
태현은 진지하게 말했다.
이 풋내기들한테 아키서스의 진정한 힘을 보여줘야 할 시간!
파아아앗!
태현이 권능 스킬들을 연속으로 사용하자, 화가들은 눈을 크게 떴다.
이….
이 치밀어 오르는 행운은 뭐지?
“지금이다! 그려라!”
“앗!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화가들은 허둥지둥 움직였다. 물감에 푹 담가진 케인이 캔버스 위를 어지럽게 오가며 그림을 그렸다.
“좀 더 빠르게! 속도 올려!”
태현은 신의 예지 스킬이 보여주는 길에 따라 화가들을 재촉했다.
촥촥촥촥-
그러자 놀랍게도 그림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거대한 악마가 대륙을 위협하는 형태의 그림이었다.
“???”
[???]
도운 태현과 카르바노그가 더 놀라워했다.
아니….
케인 들고 흔들기만 했는데 어떻게 이런 그림이 나오지??
사기 아냐?
[화가들을 도와 성공적으로 작품을 완성시켰습니다!]
[이 작품은 화가들의 능력으로는 만들 수 없는, 아키서스의 위대한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작품입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칭호: <고대 무작위 미술 부활자>를…]
[숨겨진 스킬을 발견했습니다!]
[<무작위 미술> 스킬에 숨겨진 진짜 힘을 발견했습니다!]
<고대 무작위 미술-아키서스 교단 퀘스트>
아키서스 교단의 예언자들은 <고대 무작위 미술> 스킬로 미래를 엿보곤 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우연에서 나오는 그림이야말로 아키서스의 뜻!
<무작위 미술> 길드의 화가들은 제대로 된 스킬을 잊어버리고 한동안 방황했지만, 진정한 아키서스의 화신을 만남으로서 스킬을 깨닫게 되었다.
이들이 깨달은 <고대 무작위 미술>을 더욱더 갈고 닦게 만들어 <아키서스 교단 예언 사제>로 전직하게 만들어라!
보상: ?, ???, ?????
<무작위 미술>이 쓰레기 스킬이 아니라, 사실 <고대 무작위 미술>이라는 강력한 스킬의 이전 스킬이라는 메시지에 태현은 당황했다.
솔직히 여기 있는 놈들 그냥 다 펠마스 같은 인생 패배자 놈들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고대로부터 내려져 오던 전통을 지키고 있던 대단한 놈들이었잖아?’
아무것도 없어서 플레이어들도 ‘화염 미술이나 냉기 미술이 낫지 않나?’ 하던 <무작위 미술> 길드에 이런 비밀이?
그러나 퀘스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로 다음 퀘스트가 나타난 것이다.
[경험치를…]
[신성 스탯이…]
[<화신의 성장>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화신의 성장-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아키서스 교단 예언 사제들의 힘은 놀랍다. 그들의 힘은 다른 교단의 사제들도 두려워할 정도였다.
‘어? 진짜?’
태현은 놀랐다.
아키서스 교단이 다른 교단의 두려움을 자주 샀던 건 알고 있었지만, 음모나 협잡질이 아니라 순수한 능력으로 두려움을 사다니.
그만큼 예언이 정확하고 강력했다는 뜻인가?
[카르바노그가 지금 기억이 났는데, 예언이 틀리거나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불러내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합니다.]
‘…퀘스트창이나 마저 보자.’
그 강력한 예언의 힘은 사라지고 잊혀진 아키서스 교단의 권능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언 사제들의 도움을 받아 숨겨진 신전의 위치를 찾아내라!
보상: ?, ???, ?????
“아… 아니!”
“우리가 이런 작품을!”
“<악마 공작이 위협하는 대륙>이라니! 우리가 작품을 만들어냈어! 쓰레기가 아니라!”
“그런데 악마 공작이 왜 대륙을 위협하지?”
“글쎄. 심심하면 대륙으로 쳐들어오는 놈들 아냐?”
“어쨌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봐라! 우리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작품을 완성시켰어!”
[이제까지 작품 하나 없이 화가라고 했던 거냐고 카르바노그가 당황…]
그건 화가가 아니라 자칭 화가 아냐?
그러나 화가들은 스스로 해낸 업적에 취해 날뛰었다.
“교황님! 교황님 덕분입니다! 아키서스 님께서 교황님을 이쪽으로 보내주신 겁니다!”
“아키서스 님을 찬양하라!”
“데메르 교단으로 갈아타려다가 안 받아줘서 그냥 믿길 잘 했어!”
“…….”
태현은 이들의 말에서 정겨움을 느꼈다.
아, 이놈들 참 아키서스답구나!
다른 교단이었다면 ‘이런 불경한 놈들!’이라며 펄펄 뛰었을 테지만 태현은 전혀 놀라거나 실망하지 않았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까.
[카르바노그가 이런 작자들 데리고 교단 꾸려가는 화신의 힘이 놀랍다고 말합니다.]
카르바노그는 태현의 인내심에 새삼 감탄했다.
화신에게는 여러 재주가 있었지만, 사실 가장 뛰어난 재주는 인내심이 아닐까?
“들어라. 화가들아.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무엇이든지 말씀하십시오!”
“<고대 무작위 미술> 스킬을 사용해서, 아키서스의 숨겨진 신전을 찾아야 한다. 찾을 수 있겠지?”
화가들은 씩 웃었다.
그들은 더 이상 <무작위 미술> 길드의 골칫덩이들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찾고 있던 스킬의 진짜 모습을 찾은 위대한 화가!
그게 바로 그들이었다.
“교황님. 교황님 인생의 최고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최고는 모르겠고 최악은 아키서스 화신으로 강제 전직했….”
“저희는 바로 지금입니다. 앉아 계십시오! 저희가 교황님의 은혜에 보답해드리겠습니다!”
화가들은 갑자기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당당하게 말했다.
아까까지는 구질구질하고 초라해 보이던 이들이 보이는 분위기에, 케인마저 움찔했다.
“자. 노예야. 이리 와라!”
“…뭐 이 자식들아?!”
“아, 아니. 왜 화를 내고 그래?”
“난 이름만 노예지 교단 내에서는 지위가 높다고!”
“앗. 그런 겁니까?”
화가들은 케인의 말에 당황해서 고개를 숙였다. 케인은 거기에 또 만족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자. 그러면 노예님. 이리 오십시오.”
“물감통에 들어가 주십시오.”
“…….”
말만 공손해졌지 하는 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 * *
[<고대 무작위 미술>을 사용했습니다!]
[행운이 낮…]
[아키서스의 힘이 덜 깃들…]
[……]
[<사디크 교단의 부활> 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
“…사디크 교단은 예전에 망했고 교단 뿌리째 박살 나서 새로 부활할 리가 없는데.”
“…다, 다시 하겠습니다!”
[<고대 무작위 미술>을 사용했습니다!]
[<다미아노 2세의 치세> 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
다미아노 2세.
예전에 죽은 아탈리 왕국의 왕이었다.
이쯤 되자 태현의 얼굴이 슬슬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거… 진짜 더럽게 부정확하다!’
[카르바노그가 화신이 도와주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고 조언합니다.]
‘그래. 그럴 것 같다.’
태현이 아까처럼 권능 스킬들을 퍼부어야지 간신히 제대로 된 게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수준!
왜 망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리 예언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쿨타임 아까워 죽겠군. 좀 기다려봐라. …다 됐군. 간다. 제대로 그려내야 한다?”
“믿어주십시오!”
“이건 실패처럼 보이지만 사실 깊은 의미를 담….”
“닥치고. 자. 스킬 쓴다!”
[<고대 무작위 미술>을 사용했습니다!]
[<고대 무작위 미술>을 사용했습니다!]
[<고대 무작위 미술>을 사용했습니다!]
태현은 질보다 양으로 가기로 했다.
일단 닥치는 대로 그린 다음에 거기서 옥석을 가려내자!
[<오스턴 왕국의 몰락>이 완성되었습니다.]
[<지하 신전의 경계>가 완성되었습니다.]
[<죽은 용의 부활>이 완성되었습니다.]
“음….”
태현은 고민에 잠겼다.
아니, 의외로 고민할 건 없었다.
이 중에 신전스러운 건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이 <지하 신전의 경계>가 쓸 만하군.”
“후후. 역시 교황님. 보는 눈이 있으십니다.”
“미술의 재능이….”
[카르바노그가 저것들을 믿느니 그냥 토끼풀 점을 치자고 말합니다.]
태현은 <지하 신전의 경계> 그림을 확인했다.
꽤나 주변이 자세히 그려진 것이, 충분히 따라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도가 추가됩니다.]
[……]
‘오.’
지도 정보가 추가될 정도!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태현은 나머지 두 개의 그림도 확인했다.
“오스턴 왕국의 몰락은 뭐… 가능성 없어 보이고.”
길드 동맹이나 미다스 길드.
태현에게는 맨날 당하고 다니는 길드였지만, 이들은 판온에서 손꼽히는 초대형 길드였다.
그 저력을 생각해 보면 아무리 에랑스 왕국에서 공격을 하고 새로 생긴 길드 연합군이 공격을 한다고 하더라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으리라.
“그리고 죽은 용의 부활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것 같은데.”
죽은 용이라니.
드래곤 슬레이어 칭호 딴 태현에게는 매우 오싹한 말이었다.
“…흑흑아. 혹시 몰라서 묻는데, 이 그림의 용. 블랙 드래곤 같지는 않지? 그치?”
갑자기 학카리아스가 생각난 태현!
판온에서 드래곤 잡은 놈은 태현밖에 없었으니 찔릴 수밖에 없었다.
-주인님. 색을 보니 블랙 드래곤 같습니다만?
-흑흑이여. 이건 애초에 흑백 그림이다.
-앗. 아앗.
-주인이여. 보아하니 이건… 레드 드래곤 같다.
-어떻게 알아본 거냐?!
-밑에 <레드 드래곤>이라고 쓰여 있잖나.
-…….
두 드래곤의 한심한 대화를 듣고 있던 태현은 고민에 잠겼다.
내가 레드 드래곤 잡은 적 있었나?
‘없었지? 니팅거스도 안 잡았고. 후. 안 잡길 잘했군. 안 그래도 적 많아 죽겠는데 새로 늘릴 뻔했네. 카르바노그. 혹시 아키서스가 레드 드래곤 부족에게도 사기 치진 않았지?’
[자기가 알기로는 그런 거 없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카르바노그의 말에 태현은 어느 정도 안심했다.
그래.
예언은 불확실하니까 이것들도 틀릴 가능성이 높겠지!
“교황님. 혹시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상대로 <고대 무작위 미술>을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스킬을 훈련해서 레벨을 올리려는 건가? 기특한 생각도 하는군. 그래. 스킬 레벨이 올라가면 정확도도 올라가겠지.”
“…아, 아니. 돈 받으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