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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172화 (1,171/1,826)

§ 나는 될놈이다 1172화

그러나 그런 제랄드의 사악한 결심과는 별개로 요새 자체는 매우 멀쩡했다.

제랄드는 바보가 아니었다.

들키게 하면 제랄드가 보복을 당한다!

뛰어난 복수란, 쉽게 들키지 않고 아주 은밀하게 숨겨져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확 찌를 수 있어야 했다.

* * *

“살아 돌아왔어! 살아 돌아왔다고!”

“진짜 설마 했는데, 왜 김태현인지 알 거 같다!”

맥필과 리우쑹이 머리를 회전시키고 있는 동안 밑의 길드원들은 별생각 없이 기뻐했다.

정말 기쁘다!

역병 지대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것도 기뻤지만 무엇보다 태현이 뱀과 요새를 사냥하면서 경험치를 좀 나눠 받은 것이다.

태현과는 비교도 안 됐지만 그들에게는 어마어마한 경험치.

태현 팬들이 ‘김태현은 무조건 믿으면 된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갑자기 확 와닿았다.

김태현에게 갖고 있던 온갖 원한이 싹 녹아 사라질 정도로 달콤한 보상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몇 번만 더 하면 아예 길드를 갈아타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

“맥필 님! 보상 보십시오! 보상 확인했습니까? 레벨 몇 오르셨습니까?”

“폭발할 때 김태현이 아, 우리를 버렸구나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김태현이 진짜 좀 착해지긴 했나 봐요!”

“길드에서 좀 과장한 감이 있어, 그치?”

태현에게 직접 당한 쑤닝과 다른 랭커들이 들으면 뒷목 잡을 소리를 태연하게 하는 길드원들.

그러나 사실 이게 보통이었다.

자기 레벨, 자기 직업이 우선이지 쑤닝과 랭커들이 판온 1부터 당했던 굴욕을 챙겨줄 이유가 없는 것!

길드 동맹과 미다스 길드원들이 서로 사이좋게 칭찬하는 동안 두 랭커는 생각을 정리했다.

“달려!! 달려 들어가!”

“예? 예??”

“달리라고! 설명은 나중에 한다!”

“어, 어….”

맥필보다 리우쑹이 한 술 더 떴다.

“저 자식들 공격해!”

“네!?”

“공격해! 내가 책임진다!”

리우쑹은 말과 함께 얼음을 닥치는 대로 날리기 시작했다.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갑작스러운 기습에 깜짝 놀랐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흥. 어디서 요새를 점령하려고!”

“원래 우리 요새였어!”

“그렇게 따지면 오스턴 왕국도 원래 너희 왕국은 아니지!”

“해보자는 거냐?”

“당연히 해보자는 거지!”

그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태현은 감탄했다.

“와, 저 자식들 이데르고 교단 안 보이니까 바로 싸우는 거 봐.”

“어떻게 할까요?”

“우리는 뱀 시체만 챙겨서 빠지자. 쟤네 싸우는 거 껴서 뭐해. 요새를 먹든 말든.”

팍!

리우쑹이 날린 얼음 마법의 파편이 튀어 이다비 앞에 박혔다.

“…….”

“…….”

태현이 싸늘하게 말했다.

“리우쑹. 한 번만 마법 이쪽으로 튀면 네가 게임 접을 때까지 조져 버린다.”

“…아, 아니! 아니야! 노린 거 아니야! 진짜 노린 거 아니야! 그냥 스플 튄 거라고!”

“김태현! 저 리우쑹 놈이 널 노린 게 분명하다! 저놈이 얼마나 널 싫어하는데!”

맥필은 신이 나서 외쳤다.

어떻게든 김태현을 끌어들이고 싶다!

태현은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꾸어엉.

“아. 너희들이 있었구나.”

괴수들이 태현에게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다.

우리를 풀어줘!

<진정한 자비심-조련술 퀘스트>

조련술은 단순히 몬스터를 지배하고 부리는 것이 아닌, 몬스터의 마음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에 있다.

당신은 수많은 괴수들을 조련해 부리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데르고에게 붙잡혀 강제로 싸워야 했던 괴수들은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괴수들을 풀어준다면 조련술에 있어서 새로운 성장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상: ?, ???, ????

<사디크의 독한 마음-사디크의 화염 조련술 퀘스트>

어떤 이들은 조련술이 몬스터의 마음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위대한 사디크가 보기에 그건 헛소리다.

조련술이라는 것은 화염 목걸이를 괴수의 목에 걸고 힘으로 말을 듣게 하는 것!

건방지게 구는 괴수들에게 누가 주인인지 알려주어라!

보상: ?, ???, ????

“…….”

상반된 퀘스트가 동시에!

태현은 고민하지 않았다. 사실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기도 했다.

“풀어주겠다.”

퀘스트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단 사디크 퀘스트 말 들어서 좋을 게 없다!

태현이 보기에, 판온에서 사디크만큼 재수 옴 붙은 교단도 드물었다.

그런 교단 퀘스트 깨서 좋을 게 없었다.

‘저런 식으로 사니까 친구들이 없지.’

[카르바노그가 그런 슬픈 말은 하지 말자고 말합니다.]

-꾸어어엉!

괴수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해했다.

[명성이 오릅니다!]

[괴수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자비심을 보여줬습니다. 조련술 스킬이 오릅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괴수들과 연관이 있는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

[……]

차례차례 풀려가는 괴수들!

마지막은 <파이토스의 성스러운 거북이>였다.

거북이는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빨리 풀어줘 인간아!

“넌 안 돼.”

-…!??!

옆에서 보고 있던 흑흑이와 용용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암!

파이토스 교단 신수면 좀 더 고생해도 괜찮지!

-꾸어엉!!

[최고급 화술 스킬…]

[조련술…]

[……]

[<파이토스의 성스러운 거북이>가 하는 말을 알아듣습니다!]

[왜 자기만 안 풀어주냐고 하고 있습니다!]

[카르바노그가 어차피 자기가 해석해 줄 텐데 뭐하러 그러냐고 의아해합니다.]

“거북아. 내가 널 안 풀어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

“네가 파이토스 교단이라서 그래.”

-…….

그게 뭔 개소리야!

그러나 흑흑이나 용용이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암!

파이토스 교단이라면 그럴 만하지!

-거북이여. 파이토스와 계약할 때 어떻게 계약했나?

바닷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거대 거북이 일족.

그들은 파이토스에게 ‘파이토스의 이름으로 싸워주겠다’고 약속하고 계약했다.

답을 들은 용용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거북이여. 너는 속은 거다.

-?!?

방금 대화에서 대체 어떤 부분이?!

-속은 게 맞지. 음음.

흑흑이도 동의했다.

골드 드래곤과 블랙 드래곤은 몬스터들 중에서도 최상위에 꼽히는 몬스터.

그런 존재들이 ‘속았다’고 하자 거북이는 당황했다.

-꾸엉(속았다니)?

-뭐에 속았냐고? 그야 파이토스와 계약을 했다는 점에서 속은 것 아니겠나.

-맞는 말이야. 파이토스와 계약을 했을 때부터 이미 속은 거지.

-?????

순진무구한 거북이에게 두 닳고 닳은 드래곤의 말은 너무 어려웠다.

-잘 생각해 봐라. 거북이여. 파이토스와 계약하고 나서 어떤 점이 좋았나?

-꾸어엉(신성력이…)

-그 신성력은 아무나 준다! 모든 신이든 계약하면 다 주는 거란 말이다!

-이제는 신도 좀 생각해서 계약해 봐야 할 때가 왔지.

태현이 딱히 시키지도 않았는데, 두 드래곤은 파이토스의 거북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진심 가득한 설득!

그래서 그런지 그 말에는 더욱 설득력이 넘쳤다.

태현은 살짝 감동했다.

두 드래곤이 그래도 많이 배웠구나!

-꾸어엉(하지만 파이토스와 계약을 했…)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그걸 고지식하게 믿고 있나? 파이토스는 버리고 갈아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지금 파이토스와 계약한 걸 깨면 계약 위반이 되겠지만, 계약한 상태로 다른 교단과 놀면 되지 않겠어? 크헷헷.

용용이는 진지하고 엄격하게, 흑흑이는 비열하고 교활하게.

두 드래곤은 파이토스의 거북이를 어르고 달랬다.

그러는 사이 사이그 요새에서는 점점 싸움이 커지고 있었다.

“지원 불러! 지원!”

“지금 이데르고 교단 때문에 전부 다 비상 걸렸는데요?”

“어차피 역병 지대 클리어해서 당장은 급한 불 껐어! 지금 눈앞의 놈들부터 밟을 생각 해야지! 요새 뺏기면 골치 아파진다!”

“요새로 들어가! 몇 대 맞더라도 요새 내성으로 들어가서 점령해! 100% 될 때까지 버티면 우리 요새 된다!”

아수라장!

제대로 준비하고 일어난 싸움이 아니라, 역병 지대에서 나오자마자 급히 터진 싸움이라 서로 전략이고 뭐고 없었다.

마법사가 근접 공격을 하고 전사가 원거리 공격을 하는 어지러운 상황!

그리고 그때, 멀리서 강을 따라 몇 척의 배가 나타났다.

“지원군인가?!”

“우리 길드 맞지? 우리 길드라고 해줘!”

그러나 아니었다.

배 위에 걸린 깃발은 에랑스 왕국 깃발이었다.

척척척-

[<에랑스 왕국 8 기사단>이 도착했습니다!]

-들어라! 비열한 찬탈자들아!

“?”

태현은 멈칫했다.

설마 날 말하는 건가?

다행히 아니었다.

-이 대륙의 모든 혼란과 역병이 일어나고 악마들이 들끓는 이유는 바로 너희 같은 자격 없는 자들이 왕관을 쓰고 있어서다!

“…!!!”

-이에 위대하신 폐하께서 너희 같은 찬탈자들을 쓸어내고 다시 명예를 대륙에 갖고 오길 명하셨다! 항복하고 물러선다면 죽이지 않겠다!

[<에랑스 왕국>이 오스턴 왕국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현재 <오스턴 왕국>을 점령하고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은 주의하십시오! 에랑스 왕국에게 공격받을 수 있습니다.]

[에랑스 왕국 전사들이…]

[……]

[……]

[……]

이데르고 교단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터지는 선전포고!

태현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선전포고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태현 님. 여기 팝콘이요.”

“고마워, 이다비!”

와작와작!

태현 일행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사이그 요새 삼파전도 재밌고, 두 드래곤과 거북이 이야기도 재밌고….

뭐부터 챙겨봐야 하는 거지?!

<에랑스 왕국 만세!-에랑스 왕국 퀘스트>

에랑스 왕국의 왕자들은 언제나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어했다.

마계에서 잘 하면 됐겠지만 그럴 수 있는 자들이었다면 진작 증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왕자는 왕자!

에랑스 국왕은 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왕자들은 대륙에서 악명 높은 왕국을 토벌해 대륙의 혼란을 끝내려 한다!

이 위대한 전쟁에 참가한다면 커다란 보상이 있으리라!

보상: ?, ???, ????

전체 퀘스트까지 발생!

‘와. 착하게 산 보람이 있군.’

태현이 개개인들한테는 삥을 뜯었어도 영지는 정말 착하게 굴렸다.

그 덕을 지금 보고 있다!

영지 민심에 치안 상태 하나는 확실하니, 에랑스 왕국 같은 곳에서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에 비해 오스턴 왕국은 세금에 폭정에 불만에….

딱 봐도 악의 왕국!

“으아아악! 에랑스 왕국 미친 놈들아! 이데르고 교단 놈들이나 잡아!”

-역병쟁이 놈들보다 너희가 더 위험하고 비열한 놈들이다. 영지에 악마나 키우는 놈들!

반박하기 힘든 말!

엄밀히 따지자면 키운 건 아니었지만….

* * *

-역병 지대 클리어! 이데르고 교단 약화!!

└????????

└아니 뭐 벌써 깼다고???

└야 아직 모이지도 않았는데? 뭘로 깬 거야??

역병 지대가 클리어됐다는 소식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황당했다.

역병 요새 정보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깼다니!

-깨면 좋은 거 아님? 이데르고 군단들 바로 후퇴하던데.

-좋긴 좋은데 이해가 안 되잖아! 뭘 어떻게 깬 거야? 역병 요새 그림 봤잖아!

-김태현 파티가 길드 동맹하고 미다스 길드 데리고 공략했다던데.

-진짜? 와, 역시 김태현이다.

-김태현만 한 게 아니라 길드 동맹이 그만큼 활약을….

-역시 김태현이네.

-역시 김태현이지.

-…미다스도 활약을….

-김태현이 어떻게 깼을까?

-곧 올라오지 않을까?

-진짜 모르겠는데. 이걸 어떻게 깼지? 김태현이 전설 퀘스트 깬 게 한두 개가 아니라지만 이건 진짜 좀….

-니들이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역병 지대 들어가봐서 아는데 장난 아니었다고! 솔직히 마계보다 난이도 높았다.

-야. 에랑스 왕국이 전쟁 걸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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