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171화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
[너무나도 강력한 폭발이 사방을 뒤흔듭니다!]
[회피에 성공…]
[회피에 성공…]
[<역병의 흰 뱀>에서 이데르고의 저주가 흘러나옵니다! 신성 권능으로 저항하는 데 성공합니다!]
[회피에 성공…]
[폭파된 역병 요새에서 이데르고의 역병 폭풍이 솟구쳐 나옵니다! 아다만티움의 힘이 저항하는 데 성공…]
[회피에 성공…]
[역병 지대의 응축된 정수가 당신을 녹이려 합니다!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의 힘이 정수를 바꿔버립니다!]
[회피에 성공…]
레벨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회피력만 믿고 버티다가는 목 날아가는 상황이 자주 찾아왔다.
지금도 그랬다.
<역병의 흰 뱀>은 워낙 강력한 몬스터라 한 번 폭파시키면 물리 공격뿐만 아니라 각종 마법 효과를 갖고 있는 것!
[카르바노그가 쓸데없이 강력한 폭탄이라고 투덜거립니다!]
태현과 같이 정신없이 휘말리는 카르바노그가 투덜거렸다.
정말 미친 듯이 강력하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역병의 흰 뱀>이 폭파되면서 역병 요새와 역병 탑을 깔끔하게 날려 버렸고….
거기 안에 있던 역병이 같이 미쳐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역병의 흰 뱀>+<역병 요새>+<역병 탑>의 삼중고!
콰르르르르-
‘너무 성급했나?’
앞이 보이지도 않는 거대한 폭발의 연속.
주변은 온통 녹색 불빛으로 가득했다.
태현은 괜찮았다.
회피력뿐만 아니라 각종 버티는 스킬들이 있었으니까.
게다가 추가 목숨까지 있었다. 하나 정도는 써도 됐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
여기서 죽기라도 하면….
‘길드 동맹이나 미다스 놈들은 죽든 말든 알 바 아닌데 나머지는 안 돼!’
특히 팀 KL 선수들은 안 됐다.
이제 남은 경기는 한 경기.
리그 우승은 확정했지만 태현은 기록을 노리고 있었다.
전승 우승!
첫 시즌에 남길 기념비적인 기록이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걸 기대하고 있었다.
“이다비! 살아 있어?”
“살아 있어요!”
“케인! 죽었냐?”
“왜 나한테는 죽었냐고 먼저 물어봐?!”
역병 요새를 완전히 날려 버리는 폭발.
그 안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버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시간으로서는 몇 분도 안 넘겼겠지만 체감상으로는 몇십 년 수준!
그리고 폭발이 끝났다.
[역병 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이데르고의 역병 지대는 수많은 시간 동안 역병이 모여 만들어진 강력한 신성 영역으로서, 역병 탑은 그 중심이었습니다.]
[이 역병 탑을 파괴한 것은 위대한 업적입니다!]
[이데르고의 역병 지대가 파괴됩니다!]
[역병 지대에 갇힌 많은 영웅들이 해방됩니다!]
[……]
[……]
[……]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한 번에 3업!
역병 요새와 역병 탑이 얼마나 살벌한 곳이었는지 짐작 가게 해주는 레벨업이었다.
이데르고 교단이 오랫동안 사라져 있다가도 갑자기 군단 여럿을 끌고 나타날 수 있는 기반이 바로 이 역병 지대였던 것이다.
이데르고 교단이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아 올린 성지!
…를 방금 태현이 날려 버리긴 했지만 뭐….
[명성이 오릅니다!]
[이데르고 교단과의 친밀도가 최악으로 고정됩니다!]
[당신은 이제 이데르고 교단의 영원한 적입니다!]
[이데르고 교단의 모든 이들이 당신의 목숨을 노릴 것입니다!]
[……]
‘흠. 명성 이제 슬슬 30만 노려봐도 되겠는데….’
남들 명성 10만도 못 찍고 있을 때 혼자 20만 후반을 달려가고 있는 태현!
레벨이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카르바노그가 이데르고의 원한은 신경 안 쓰냐고 묻습니다.]
‘뭐 나한테 원한 가진 놈들이 신부터 악마까지 한둘이 아닌데 이제 와서 새삼… 별로 놀랍지도 않다.’
태현은 이제 담담했다.
판온의 모든 놈들이 자기를 싫어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멘탈!
어떻게 보면 가장 커다란 장점 중 하나였다.
‘레벨 200 넘겼으니 그걸로 만족해야지.’
이름 : 김태현
레벨 : 202
직업 : 아키서스의 화신
HP : 199,305
MP : 150,055
힘 : 1,200
민첩 : 1,215
체력 : 1,330
지혜 : 1,350
행운 : 7,890
보너스 스탯 : 0
‘보면 볼수록 참 스탯 하나는 좋은데….’
동레벨의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수준의 스탯!
그러나 레벨은 여전히 200을 간신히 넘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태현은 만족했다.
‘솔직히 200도 못 찍고 게임 끝날 줄 알았다.’
200이 오긴 오는구나!
[레벨 200을 달성했습니다.]
[신규 퀘스트, <화신의 성장>이 시작됩니다!]
<화신의 성장-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레벨 200은 모험가로서 한 사람 몫을 하게 되었다는 증명이나 마찬가지다.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그러면 난 이제까지 반 사람 몫이었다는 거니?
…당신은 이제 아키서스의 화신으로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한다.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나아가 아키서스의 권능을 찾아내고 숨겨진 신전을 부활시켜라!
보상: ?, ???
레벨 200 관련된 말은 찜찜했지만 퀘스트는 좋은 퀘스트였다.
한동안 나오지 않았던 아키서스 교단 퀘스트!
‘생각해 보니 내 레벨이 너무 낮아서 안 나왔던 건가?’
가능성 있었다.
남들은 레벨 300 찍으면서 퀘스트 받는데 태현은 200도 못 찍었으니 직업 퀘스트가 안 나왔어도 이상할 게 없….
[카르바노그가 그런 거 없이도 화신은 알아서 권능 찾고 신전 찾고 사람 찾지 않았냐고 위로합니다.]
‘…남들 편하게 하는데 나만 고생한 건 별로 위로가 안 된다 카르바노그.’
* * *
[대륙으로 돌아옵니다!]
역병 탑이 무너지자 역병 지대 안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다 자기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역병 요새 안에 있던 이들만 빼고!
콰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먼지가 피어올랐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태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다들 모여라! 여기 어딘지 확인부터 한다!”
“여기 사이그 요새에요, 태현 님!”
“!”
사이그 요새.
미다스 길드과 길드 동맹의 경계에 있는 요새 중 하나였다.
게다가 그 밑으로는 에랑스 왕국 국경도 닿아 있어서 실질적으로 따지자면 세 개의 세력이 맞붙은 곳!
“왜 이곳으로 왔지?”
“콜록, 콜록… 여기는 우리가 싸우던 곳이야!”
랭커, 맥필이 기침을 해대며 말했다.
뭔 놈의 폭발이 그리 길고 강력한지, 죽는 줄 알았다.
사이그 요새에도 이데르고 괴수 군단이 찾아와서 날뛰고 있었고, 맥필과 리우쑹은 어떻게든 상대하기 위해 싸우다가 역병 지대로 끌려간 것이다.
[역병 지대가 파괴되었습니다! 대륙 전체에 퍼져 있는 이데르고 교단의 세력이 약화됩니다!]
[이데르고 교단이 <역병 지대 파멸> 디버프를 받습니다!]
[……]
[……]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이데르고의 신수를 폭파시킨 건 대단한 업적이었다.
이제 어지간해서는 오르지 않는 태현의 기계공학 스킬을 올려줄 정도!
‘요새 밖에 있던 놈들은 다 무사히 돌아갔나? 그러면 포병대나 다른 부하들도 아탈리 왕국으로 돌아갔겠군.’
태현은 빠르게 상황 파악을 끝냈다.
요새 밖에 있던 이들이 무사히 돌아갔으면 태현 일행도 몸만 빼면 될 것 같았다.
쿠우우우웅-
“???”
“뭐야?”
하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지더니, 사이그 요새 위에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역병의 흰 뱀>이 이데르고의 부활로 다시 살아납니다!]
[<역병의 흰 뱀>이 폭발로 인해 회복하지 못합니다!]
[<역병의 흰 뱀>이 이데르고의 부활로 다시 살아납니다!]
[<역병의 흰 뱀>이 폭발로 인해 회복하지 못합니다!]
“???”
역병 지대에서 죽었어야 할 신수가 대륙에까지 같이 나오자, 자리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모두 경악했다.
지금 무슨 상황인 거지?
[권능으로 부활했는데 폭발 데미지가 너무 높아서 회복 못한 것 같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그랬다.
태현 일행이 최대한 버프 걸고 버티고 있는 동안, <역병의 흰 뱀>도 권능으로 부활을 시도했던 것이다.
그러나 폭발이 너무 강했다.
부활하다가 죽고 부활하다가 죽고….
그 결과 시체만 덜렁 대륙으로 나온 것!
“…저건 내가 가진다?”
태현은 길드원들을 보며 물었다.
다른 건 몰라도 신수 정도 되면 재료도 보통이 아닐 것이다.
가죽이나 이빨뿐만이 아니라 고기도….
[카르바노그가 저 고기 먹어도 되냐며 의아해합니다.]
‘음. 확실히 그건 좀 찜찜하군.’
태현의 말에 두 랭커는 대답이 없었다.
<역병의 흰 뱀>에 욕심이 나서 궁리를 하고 있었….
지 않았다.
그들의 눈은 태현이 아니라 요새에 박혀 있었다.
[사이그 요새 성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사이그 요새 내성 성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사이그 요새 수비병들이 도망칩니다!]
[……]
[……]
[사이그 요새의 상태가 <주인 없음>으로 바뀝니다!]
“…!”
“!!”
이데르고 교단이 날뛰는 바람에, 요새 안에 있던 길드원들까지 나와서 싸우는 중이었다.
최전선이나 마찬가지라 다른 플레이어들은 전부 다른 곳으로 발을 뺀 상황!
그런 상황에서 NPC들까지 도망가자 요새의 주인이 사라졌다.
맥필과 리우쑹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둘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내가 먼저 점령해야 해!!
사이그 요새는 평소라면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요새였다.
건축가로 유명한 랭커, 제랄드가 지은 요새였던 것이다.
* * *
-제랄드. 여기는 미다스 놈들도 자주 오고 에랑스 왕국도 올 수 있고 무엇보다 김태현도 올 수 있으니 이 모든 놈들을 다 막을 수 있어야 한다.
-…그냥 아예 날아다니는 하늘성을 만들어달라고 하지 그러쇼?
-오. 하늘성이 되나?
-역시 제랄드…!
-…나는 돌아간다.
-제랄드. 오해하지 마라. 우리가 당연히 모든 걸 바라지는 않아.
-그렇지? 휴. 다행이군.
-김태현만 막을 수 있게 만들어.
-…나 진짜 돌아간다.
-아니! 그 정도는 해줘야지!
-끙. 최선을 다해서 만들긴 하겠는데… 뭐… 그래서 가격은?
-이 정도면 어때? 넉넉하지?
-…양심이 없냐?!
보통 요새 가격으로 퉁치려는 길드 동맹의 수작에 제랄드는 기가 막혔다.
김태산은 우르크 지역에 요새 설치해달라면서 기본으로 따블, 따따블을 부르는데 더 돈 많은 길드 동맹 놈들은 어떻게 더 후려치냐!
-아니, 우리도 요즘 상황이 좋지 않아. 제랄드. 이해 좀 해줘.
-맞아. 그리고 이런 요새를 또 언제 지어보겠어? 이런 건 짓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잖아. 건축가니까 짓는 거 즐거울 거 아냐?
-즐겁기도 하고 경험치도 얻고, 사실 이런 건 공짜로 해도 할 만한 일이지. 안 그래?
-…….
제랄드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새끼들…!
건축가 랭커들 사이에 있는 블랙리스트 맨 위에 이름을 올려 버리겠어!
-이 돈 갖고는 못 해.
-제랄드. 크흠. 이런 말을 하면 안 되겠지만… 이대로 돌아가면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할지도 모르겠어.
-맞아. 제랄드. 조심해야지.
이제 협박까지 하는 길드 동맹!
제랄드는 다시 한번 결심했다.
‘조져 버린다 이 자식들!’
건축가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열정페이로 부려먹으려는 이 자식들을 조져 버리리라!
-하나로는 안 돼.
-뭐?
-요새 하나 짓는 걸로는 나도 수지가 안 맞아. 최소한 열 개 이상. 그래야 나도 경험치 노리고 하지.
-오오! 역시 제랄드! 그렇게 나와야지!
-제랄드! 제랄드! 제랄드!
‘요새를 아주 개판으로 만들어주마!’
제작 직업이 한을 품으면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난다는 걸, 길드 동맹은 아직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