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170화 (1,169/1,826)

§ 나는 될놈이다 1170화

그러나 태현 일행은 당당했다.

“아 거 계획 꾸미다 보면 좀 변경될 수도 있는 거지 왜 이렇게 투덜대?”

“너희들은 케인보다 부정적이다. 그래서는 못 써!”

“…….”

최상윤한테 훈계까지 받자 랭커들은 울컥했다.

이 자식들이 남의 장비 내구도 알기를 뭘로 알고…!

[변장이 완성되었습니다!]

[매우 높은 행운으로 추가 보너스를…]

[최고급 화술 스킬로 인해 보너스를…]

[변장 스킬로 보너스를…]

[……]

[……]

최고급 화술 스킬을 찍은 데다가, 태현이 갖고 있는 각종 칭호들까지.

태현은 변장의 왕이나 다름없었다.

완성도를 본 길드원들은 경악했다.

“저 자식 직업이 화가냐?”

“화가도 이 정도는 아닐걸요.”

“미친놈이 변장을 왜 이렇게 잘 해?”

“오스턴 왕국 돌아다니면서 익힌 스킬 같은데….”

“…….”

한창 길드 동맹 지역 돌아다니면서 스킬 레벨 올린 것 같은 수상함!

하지만 감정과는 별개로, 태현의 변장이 완벽하기는 했다.

쿠오오오-

[이데르고 교단의 역병 대전사로 변장하는 데 성공합니다!]

[당신은 이데르고 교단의 수많은 적들을 쓰러뜨린 사납고 비열하고 더러운 자입니다.]

[당신의 명성은 이데르고 교단의 서쪽 끝부터 동쪽 끝까지 알려져 있으며, 모든 역병 전사들은 당신을 닮고 싶어 합니다!]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역병 대전사의 등장에 이데르고 교단의 전사들이 모두 기뻐합니다!]

[당신이 나타나면 이데르고 교단의 사기가 오를 것입니다!]

[……]

[……]

[……]

‘아니….’

-…….

[…….]

태현은 황당해했다.

그냥 소소하게 NPC로 변장하려고 했는데 이게 뭔 미친 설정이야!?

[그러게 변장 좀 적당히 했어야 했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냐?’

태현만 그런 게 아니었다.

다른 일행들도 각각 이데르고 교단의 굵직한 네임드로 변장!

[이데르고 교단의 역병 돌연변이로 변장하는 데 성공합니다!]

[키메라는 이데르고 님의 축복을 한 몸에 받은 위대한 존재입니다! 모두가 당신을 부러워…]

“…….”

* * *

[역병 요새에 입장했습니다!]

[가장 사악한 역병 전사들과 괴수들이 지키고 있는 곳에서는 숨도 조심해서 쉬어야 합니다! 주의하십시오!]

-아니! 역병 대전사님!!

-역병 대전사님! 돌아오셨군요!!

[이데르고 교단의 사기가 오릅니다!]

[역병 지수가 오릅니다!]

“…그래! 내가 돌아왔다!”

태현은 이 기세에 올라타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와아아! 역병 대전사님!

-역병 대전사! 역병 대전사!

순식간에 사방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함성!

그 함성에 포로로 위장하고 있던 길드원들은 얼이 빠졌다.

대체 뭐냐??

대체 뭐하는 놈이냐 이놈은??

-엇. 저놈들은 누굽니까?

“역병 지대에 갇힌 놈들을 내가 잡아왔다. 이데르고 님에게 바칠 제물로 쓸 생각이다!”

-우아아아! 제물! 제물!!

-놈들을 묶어서 이데르고 님에게 바치자! 놈들의 피를 오염시키자!

-역병 연못에 담그자!

“…….”

듣고 있던 길드원들은 갑자기 오싹해졌다.

‘…김태현 이 자식 진짜 바치려는 건 아니겠지?’

연기를 위해서라면 그들도 담그고 남을 인간!

“제물을 바칠 때에는 거기에 걸맞은 장소가 필요하지. 저 역병 탑에서 이놈들을 바치겠다!”

-대전사님. 진정해 주십시오! 저 탑은 안 됩니다. 지금 이데르고 님의 신수 님께서 주무시고 계시단 말입니다!

역병 요새의 가장 중요한 건물이자 역병 지대를 유지하고 있는 역병 탑!

역병 지대를 무너뜨리고 탈출하기 위해서는 탑에 다가가야 했다.

그러나 역병 전사들은 쉽게 길을 내주지 않았다. 아무리 태현이 역병 대전사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양보하지 않았다.

“여기 신수들이 많은데 저 탑에 있는 신수는 뭐가 다르다는 거지?”

-쉿! 역병 대전사님. 말씀을 조심해 주십시오! 저 탑에 계신 신수 님은 다른 신수들과 다릅니다! 이데르고 님의 총애를 받고 있는 신수란 말입니다!

수많은 괴수들 중에서도 이데르고에게 선택받은 신수!

이른바 용용이나 흑흑이 같은 신수가 분명했다.

-…별로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만….

-나, 나는 좋다고 생각한다… 골드 드래곤 종족이 속긴 했지만… 나는 만족한다….

두 드래곤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택받았다는 게 영광스럽게 들렸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은 것!

“그러냐? 그러면 그 신수 님께서는 언제 깨어나시지?”

-지금 역병 지수가 올라가길 기다리고 계십니다. 곧 역병 지대의 힘이 더욱더 커지고 제물들이 많아지면 깨어나 현실로 우리를 인도해 주실 겁니다!

신수가 깨어나면 역병 지대에서 대륙으로!

안 그래도 괴수 군단을 부리면서 날뛰고 있는데 소름 돋는 소리였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가 더욱더 가서 죽여야겠다!”

-예?

“아니. 제물들을 죽여야겠다고! 신수 님이 깨어나지 못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

태현은 옆에 있는 케인을 붙잡고서 말했다.

“봐라! 이 돌연변이를! 이데르고 님의 축복을 한 몸에 받은 위대한 존재다! 오는 길에 이놈을 보았다.”

-오오… 오오오!

[이데르고 교단의 역병 전사들이 키메라를 보고 감탄합니다!]

“비켜라! 내가 신수 님 앞에서 제물을 바치는 것으로 신수 님을 깨우겠다!”

-대전사! 대전사!

-대전사! 대전사!

[역병 교단 전사들이 미친 듯이 열광합니다!]

[역병 교단 대전사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아키서스의 화신이기 때문에 전직이 자동으로 실패…]

[……]

[……]

편을 갈아탈 수 있다는 메시지창이 나왔다가 사라졌다.

태현은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신수가 있다면 깨기 전에 잡아야 해!

* * *

“김태현. 네가 니팅거스도 상대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건 안다.”

“?”

태현은 뭔 소리를 하냐는 듯이 맥필과 리우쑹을 쳐다보았다.

자신감이 넘쳤나?

‘그때 잡을까 말까 엄청 망설였던 것 같은데….’

랭커들 안에 있는 태현의 이미지는 뭔가 좀 많이 왜곡되어 있었다.

아침에는 드래곤을 쓰러뜨리고 점심에는 악마 공작을 쓰러뜨리는 이미지!

“하지만 이데르고의 신수는 조심해야 한다고! 솔직히 이 인원으로 잡을 만한 게 아닌 거 같아!”

“에이, 맥필 님. 김태현이 아무 생각 없이 지금 가고 있겠습니까? 당연히 계획이 있겠죠.”

“넌 왜 김태현 편을 들어? 미쳤냐?”

“아니요. 잘 생각해 보십쇼. 김태현이 이데르고 신수를 잡으면 저희도 경험치를 좀 나눠 받을 거 아닙니까.”

“!”

맥필은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그… 그러네?

걱정 많던 랭커들도 입을 다물게 할 만큼 커다란 보상!

맥필은 갈등했다.

말려야 하나?

아니면 김태현을 믿고 따라가야 하나?

“김태현이 이제까지 실패하는 거 보셨습니까? 김태현만 믿으면 솔직히 확실하잖아요.”

“하지만 진짜 역병 지대에서 이데르고 신수랑 이 인원으로, 거기에 역병 요새 안에서 싸우는 건데….”

랭커로서 경험과 이성이 자꾸 발목을 붙잡았다.

일단 역병 요새 안이었고, 그 안에 살벌한 전사들과 괴수들이 우글거렸다.

이 안에서 탑 안으로 들어가 신수를 잡는다고?

까딱하면 다 죽는다!

아니, 김태현은 몰래 빠져나간다 하더라도 그들은 확실히 죽을 것 같….

‘그렇지만 잡으면 진짜 대박이긴 한데…!’

리우쑹이 맥필을 보며 말했다.

“맥필. 김태현을 믿어라.”

“…어제까지는 김태현 욕만 하던 놈이 이제 와서 그래 봤자 어이없거든?”

“내, 내가 언제… 김태현! 욕 안 했어! 안 했어!”

태현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 하기는 개뿔. 서로 신나게 해댔겠지.”

“…….”

“…….”

“그리고 신수는 확실하게 잡을 방법이 있다. 걱정하지 마라.”

“!”

자신감 넘치는 태현의 말.

그 말에 맥필, 리우쑹 모두 깜짝 놀랐다.

김태현이 저렇게 말하다니!

방법도 근거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럴듯했다.

이것이 품격!

‘자고 있으면 잡기 쉽지.’

신수가 자고 있으면 그냥 붙어서 살아 움직이는 폭탄 써버린 다음 터뜨릴 생각이었다.

분명 레벨도 높을 테니 살아 움직이는 폭탄 쓰기에는 최적의 상대였다.

게다가 날아가면 요새와 탑도 한 번에 박살 낼 수 있다!

‘잘만 풀리면 레벨 업하고 바로 역병 지대를 탈출할 수 있다.’

-크르릉….

-크륵, 크륵.

주변에서 수많은 괴수들이 지나가면서 태현 일행에게 시선을 던졌다.

파이토스 교단 거북이나 다른 괴수들은 진땀을 뻘뻘 흘렸다.

여기서 싸움 벌어지면 그대로 아작난다!

“그런데 태현 님. 탑 다 왔는데 신수는 안에 있나요?”

“문이 안 보이는데?”

“…?”

[카르바노그가 앞을 보라고 외칩니다!!]

“!”

그제야 태현은 깨달았다.

탑에 문이 없는 게 아니라, 탑의 외벽을 빈틈 하나 보이지 않게 신수가 칭칭 휘감고 있다는 것을!

탑의 벽이라고 생각했던 게 전부 다 신수의 몸통이었던 것이다.

거대한 뱀!

‘저 정도면 드래곤보다 더 큰 수준 아닌가?!’

저 높은 탑의 꼭대기까지 칭칭 감고서 자고 있다니.

[이데르고의 신수, 역병의 흰 뱀을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독에 대한 저항력이 영구적으로…]

[……]

[……]

더 가까이 다가가자, 놈의 숨소리가 들렸다.

쉿쉿거리는 숨소리!

꿀꺽-

랭커들은 <역병의 흰 뱀>이 얼마나 강력한 몬스터인지 감을 잡은 모양이었다.

역병 지대 안에서 각종 버프를 받고 있으니, 레벨 1000을 넘겨도 놀랍지 않을 수준!

게다가 역병 뿌리는 걸 보면 아무리 회피력이 높은 태현이라도 훅 갈 수 있는 상대.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요새 밖으로 튀고 싶었다.

그러나 태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위험하다고 겁먹고 주저하는 건 더 멍청한 짓.

확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최대한 빠르게 행동해야 했다.

-신의 예지, 살아 움직이는 폭탄!

태현은 성큼성큼 걸어간 다음 신의 예지로 최적의 길을 찾았다.

그리고 바로 뱀 위에 손을 올리고 스킬을 사용했다.

[<살아 움직이는 폭탄>을 사용합니다!]

[대상의 강함에 따라 폭탄의 강함이 달라집니다.]

1초, 2초, 3초.

스킬을 쓰는데 걸리는 시간이 마치 몇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뒤에 있던 사람들도 숨을 쉬지 못하고 초조하게 쳐다보았다.

‘제발… 제발….’

‘깨어나지 마라!’

‘김태현 저 자식은 긴장도 안 하나?!’

뒤에서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태현이 더 무서웠다.

상대가 눈만 뜨면 바로 잡아먹힐 텐데!

팟!

그 순간, 거대한 주황색 눈동자가 떠지더니 태현과 마주쳤다.

[이데르고의 신수, 역병의 흰 뱀이 깨어났습니다!]

“…….”

아무리 태현이라도 식은땀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깜빡.

깜빡.

뱀은 아직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는지 눈만 끔뻑였다.

게다가 눈앞에 있는 놈들은 아무리 봐도 역병 교단의 전사 같아 보이는 이들!

바로 공격하진 않았다.

[<살아 움직이는 폭탄>이 완성되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터뜨릴 경우…]

-캬아아아아아아악!

뭔가 이상함을 깨달은 신수가 살벌한 소리를 냈다.

감히 날 터뜨리려고 하다니!

이데르고에게 사랑받는 신수인 나를?!

그러나 태현이 한 발 더 빨랐다.

“터져라!”

그리고 폭발이 시작되었다.

역병 탑에서 시작되어서 역병 요새를 완전히 날려 버리는 거대한 폭발이었다.

* * *

-행운 부여, 아키서스의 기도,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아키서스의 축복, 아키서스의 주사위! 아키서스의 상급 비전 방어, 아키서스의 상급 마법 흡수, 아키서스의 상급 광역 결계…!

태현은 정말 오랜만에, 갖고 있는 스킬들을 필사적으로 연사했다.

갖고 있는 방어, 회피 스킬 총동원!

그 정도로 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상황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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