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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169화 (1,168/1,826)

§ 나는 될놈이다 1169화

아무 근거 없는 예상이었지만 의외로 잘 맞아떨어졌다.

[<파이토스의 성스러운 거북이>가 <파이토스의 단단해지기>를 사용합니다!]

[<파이토스의 위대한 방패>를…]

[<파이토스의 신성 강화>를…]

[……]

[……]

[방어력이 500% 이상 증가했습니다! 파이토스의 추가 효과로…]

“윽.”

보고 있던 태현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와 효과 징그러운 거 봐!

딜러 입장에서 저런 종류의 방어 스킬 떡칠은 소름이 돋았다.

저걸 다 뚫고 잡아야 하는 게 딜러인 것이다.

“파이토스 교단 굉장한데?”

“와, 파이토스 교단이 역시 탄탄해.”

몰려 있던 길드원들도 수군거리면서 감탄했다.

사디크 교단 사제들은 그 모습에 발끈했다.

“저 괴수를 누가 데리고 왔는데!”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놈들!”

공은 사디크 교단이 세웠는데 칭찬은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은 파이토스 교단이 듣다니.

사디크 교단은 질투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아니, 진짜 불타고 있었다.

“왜 저래 저놈들?”

“이해해. 사디크잖아. 이상한 게 보통이지.”

“하긴 사디크 놈들이니까….”

붙잡혀 있는 길드원들은 벌써 사디크 교단에 반쯤 적응한 상태였다.

사디크=이상한 놈들!

“그나저나….”

“김태현 이놈….”

“진짜….”

“미친놈 같지 않습니까?”

“…뭔 개소리야?!”

“입 조심해! 멍청한 자식아!”

길드원들은 화들짝 놀라 눈치 없는 놈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이 자식이 우리를 같이 죽이려고!

“저기 김태현 일행들 옆에 있는데 김태현 욕을 해? 너 이 자식 미다스 길드 스파이지?? 우리 같이 죽이려고 이러는 거지!”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냥 생각이 나온 건데…!”

눈치 없는 플레이어는 새파랗게 질렸다.

자기가 얼마나 위험한 짓을 한 지 깨달은 것이다.

옆에서 미다스 길드원들이 유심히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꼬투리 잡으면 김태현한테 일러야지!

…이런 감정이 매우 잘 느껴졌다.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소곤거리며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어쨌든 김태현 저 괴수 군단 봤냐?”

“미ㅊ… 아니, 정말 대단합니다.”

“그래. 뭔 네크로맨서 보는 줄 알았다.”

길드원들이 감탄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태현이 즉석에서 만든 괴수 군단이 생각보다 너무 그럴듯했던 것이다.

처음에 김태현이 ‘사디크 교단의 힘을 빌려 괴수한테 조련 스킬 써보겠다’고 했을 때 길드원들은 태현이 미친 줄 알았다.

-야. 김태현이 테이머 관련 직업 갖고 있었냐?

-아니요…?

-드래곤 펫들 데리고 다니는 건 소환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근데 뭔 배짱으로 괴수를 조련하겠다는 거야?

-몰래 스킬 키워 놓은 거 아닌가요?

-야. 김태현이 지금 주력으로 키우고 있는 게 검술, 기계공학, 대장장이 기술이잖아.

-거기에 마법도 써요. 자주는 안 써도 마법 최소 고급은 찍었을걸요.

판온의 미스터리 중 하나!

김태현은 대체 주력 스킬을 몇 개나 갖고 있는 걸까?

한두 개 열심히 키우기도 힘든데 서너 개 넘게 쓰는 태현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온갖 추측을 내놓곤 했다.

이런 추측은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는 적이 드물었다.

태현의 직업은 추측한다고 추측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그래도 조련술 스킬은 없을 걸요.

-…그러면 진짜 뭐냐?

-있는 거 아니에요?

-야. 김태현이 주력 스킬이….

-근데 김태현이잖아요.

-…….

-…….

‘김태현이잖아요’라는 말에 모두 침묵했다.

그… 그건 그래!

…그리고 태현은 괴수들을 조련하는 데에 성공했다.

설마 설마 했는데 테이밍 관련 스킬도 갖고 있는 게 확정!

“김태현이 밖에 나가서도 괴수 군단을 본격적으로 부리기 시작하면….”

“네크로맨서만큼 끔찍하겠는데요….”

흔히들 네크로맨서가 혼자서도 군단이라고 하지만, 그건 사실 다른 직업들도 가능했다.

대표적으로 저런 몬스터 조련사 같은 직업들!

네크로맨서처럼 어마어마한 숫자는 아니더라도, 한 마리 한 마리 육중하게 불러내는 괴수 군단은 어떻게 보면 언데드 군단보다 무서웠다.

콰콰콰콰콰쾅!

치열하게 싸우는 괴수들을 보자 길드원들은 갑자기 무서워졌다.

…다음 타겟이 우리는 아니겠지?

* * *

‘조련술 스킬이 생각보다 괜찮은데?’

괴수들을 조종하면서 태현은 의외로 재미를 느꼈다.

자기가 직접 뛰어들어서 검을 휘두르지는 못하지만, 뒤에서 각종 지원을 해주면서 싸우는 재미!

-아키서스의 축복! 아키서스의 주사위! 폭군의 지휘!

-크어어어! 크어으어어!

“파이토스의 거북이! 앞으로 돌진해서 공격을 받아내라! 뒤로 물러서면 아키서스형이다!”

-끄엉!

쿠우웅-

[<역병 거대 호랑이>가 덤벼듭니다!]

[<야성의 폭발>을 사용…]

[<파이토스의 성스러운 거북이>가 버텨냅니다!]

‘내가 생각이 짧았군.’

태현은 이제까지 검술, 기계공학, 대장장이 기술, 화술(이건 의도하지 않았지만) 스킬 정도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었다.

아무리 태현이라도 그 이상 스킬을 늘리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사디크 교단 퀘스트를 깨고, 사디크의 조련술 권능을 한 번에 받자 생각이 달라졌다.

아!

교단 권능 스킬을 잘만 흡수하면 이제까지 못 익혔던 직업 스킬도 한 번에 날로 먹을 수 있겠구나!

‘어디 재봉술 잘 할 것 같은 교단 없나? 재봉술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카르바노그가 살다 살다 이런 화신은 처음 본다고 경악합니다!]

콰직! 콰릉! 쿠쾅쾅!

짧지만 치열했던 전투가 끝났다.

[괴수들을 부려서 전투에서 승리했습니다! <사디크의 화염 조련술> 스킬이 오릅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

‘됐다!’

태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승리도 승리였지만 무엇보다 역병 지대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컸다.

역병 지수도 오르지 않고, 디버프도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역병 지대 클리어의 활로를 찾았다!’

* * *

“역병 지대를 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하나입니다.”

파이토스 교단의 주교는 플레이어들에게 말했다.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합니다!”

데메르 교단의 주교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역병 지대를 깨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바로 단결!”

“이데르고 교단은 오만한 탓에 수많은 모험가들을 이 역병 지대에 가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신이 만든 곳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믿으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모험가들이 힘을 모은다면 이 역병 지대의 힘이 아무리 강해도 막을 수 없습니다!”

“모두 힘을 모아 역병 지대의 중심을 공격해야 합니다! 다른 모험가들을 불러 모아주십시오!”

역병 지대에 끌려 온 수많은 플레이어들과 NPC.

이들 중에는 당연히 이데르고 교단을 상대한 적이 있는 교단 NPC도 있었다.

그들은 역병 지대가 어떤 곳인지 잘 알았다.

중앙에 있는, 이데르고의 역병 요새를 부수지 않으면 계속해서 역병 괴수들이 늘어나는 사악한 신성 영역!

이 요새를 공략하는 방법은 하나였다.

최대한 싸우지 않고, 가능한 모든 모험가들을 모아서, 한 번에 들이닥친다!

역병 지수를 늘리지 않고 놈들의 공격을 묵묵히 받아내며 덤벼들어야 하는 것이다.

“여러분! 깃발 아래 모이십시오!”

“신성한 빛으로 이데르고 교단을 몰아냅시다!”

* * *

“그런데 사디크 교단 너희는 이데르고 놈들하고 싸웠다면서 왜 역병 지대 공략법은 하나도 모르냐?”

“…….”

“…….”

“좀 더 불을 크게 질러볼까요?”

사디크 교단 주교의 말에 길드원들이 수군거렸다.

-야. 사디크 교단 진짜 안 되겠다.

-길드 놈들 저기로 들어가지 못하게 경고 날려라. 차라리 아키서스 교단에는 들어가도 저기는 들어가지 마.

점점 더 강화되는 주의경고!

그럴 만했다.

안 그래도 역병 지수 올라갈까 봐 조심하고 있는데 이 근처에 불을 전부 질러버리라니….

태현의 눈빛도 차가워졌다. 그러자 사디크 교단 NPC들은 급히 변명했다.

“역병 지대에 관한 지식은 사디크 교단에 적혀 있지 않아서….”

“하지만 사디크 님의 힘은 화염이니 일단 태우고 보지 않았을까요? 이 주변을 전부 다 태워버리면 역병 지대도 깨지지 않을까….”

“…….”

태현은 사디크 교단 놈들의 말은 무시하기로 했다.

소형 괴수 17마리.

중형 괴수 8마리.

대형 괴수 2마리.

‘흠. 숫자 더 늘리고 싶긴 한데 이데르고 괴수 놈들이 계속 덤벼오는군.’

잡아서 조련하는 것도 한 마리씩이지 더 많이 덤비면 태현도 힘들었다.

[역병 지대의 힘이 강해지면서 중심으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역병 지대의 핵심, 역병 요새가 드러납니다!]

[역병 요새는 역병 지대의 모든 힘이 뭉친 곳으로, 가장 사악한 역병 전사들과 괴수들이 지키고 있는 곳입니다.]

[이 역병 요새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모든 영웅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역병 지대에 있는 모든 이들의 힘을 모으십시오!]

파아앗!

태현 일행의 앞에 역병 요새의 환상이 나타났다.

거대한 성벽 위에 역병 전사들이 녹색 숨을 내뿜으며 노려보고 있었고, 그 안에는 아키서스 돌연변이를 닮은 괴상한 괴수들이 우글거리고 날아다녔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거대한 탑이 있었다.

역병 탑!

이 역병 지대를 유지하고 있는 강력한 힘이었다.

“헉!”

환상이 끝나자 길드원은 경악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장난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 상태로는 공략 무리다!

“김태현. 사람 더 모아야겠는데.”

“역병 지대로 끌려오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계속 나오고 있으니까 우리가 불러 볼게.”

“후후. 우리에게 고마워해라.”

길드원들은 어깨를 으쓱했다.

길드 동맹, 미다스 길드.

둘 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판온 최상위에 속하는 길드였다.

사람들 모으기에는 충분한 힘!

그 모습에 이다비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냥 태현 님 이름 걸고 모아도 되는데요?”

“…….”

“…….”

길드원들은 풀이 죽어서 고개를 숙였다.

그건 그래…!

“아니. 사람 더 모을 필요 없다.”

“???”

길드원들은 의아해했다.

사람을 더 모을 필요 없다니.

무슨 소리지?

“앗. 알겠다!”

케인은 무릎을 쳤다.

“뭔데?”

“여기 있는 놈들을 전부 다 폭탄으로 바꿔서 하나씩 안으로 들여보내 요새를 무너뜨리려는 거지!”

길드원들은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매우 그럴듯해!!

그러나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닌데.”

“아, 아니지? 휴….”

“믿고 있었다구!”

“쟤네들 하나씩 터뜨려봤자 화력도 안 나오지. 괴수들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저 요새가 생각보다 강해 보여. 저 탑이 그냥 무너질 것 같지도 않고.”

“…….”

그냥 ‘그건 비인간적이라 안 돼’라고 하면 안 되냐?

“하지만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

“변장하자. 애들아.”

* * *

[역병이 섞인 흙을 장비 위에 바르기 시작합니다! 장비의 내구도가 하락합니다!]

[역병 포자를 얼굴에…]

[독이…]

[……]

[……]

“이렇게까지 해야 해?!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아니. 게임하면서 왜 이렇게 편한 것만 찾아? 너희 랭커 맞냐?”

‘게임을 편하게 해야지 왜 힘들게 하려고 하는데!’

길드원들은 속으로 울부짖었다.

편하고 정석적인 길만 걸어온 그들에게 태현의 방법은 괴롭기 그지없었다.

역병 교단 NPC로 변장!

“어차피 괴수 옆에 붙어서 숨어서 가긴 하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변장은 해야 해.”

태현은 일행을 세심하게 변장시켰다. 태현의 행운 덕분에 추가 보너스는 물론이고 장비 내구도도 하락하지 않았다.

“으음. 그에 비해 얘네는 좀…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같은데.”

“최선을 다했다….”

“아니. 그래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지.”

“태현 님. 포로로 잡아왔다는 설정은 어떨까요?”

“그거 좋다. 현실적이네.”

“그러면 우리는 왜 변장을 한 거냐?”

장비 내구도까지 하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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