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164화 (1,163/1,826)

§ 나는 될놈이다 1164화

그러나 사디크 교단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보다 역사도 짧고 오랫동안 망해 있던 놈들이 아주 기가 살았구나! 어디 계속 그럴 수 있나 보겠다! 너희들의 냄새나는 신이 언제까지 너희를 지켜줄 수 있나 보자!”

-역사가 짧다니! 우리가 어째서 짧다는 거냐!

“사디크 님이 기세등등하게 돌아다니실 때 이데르고는 명함도 못 내밀었다!”

“저기. 싸우는 건 좋은데 일단 괴수 설득할 방법을….”

태현이 말리려고 했지만 불이 붙은 사디크 교단 NPC들은 멈추지 않았다.

안 그래도 교단 망해서 서러운데 이데르고 교단 같은 놈들한테 무시까지 당하다니!

“네놈들이 정말로 이데르고에게 자신감이 있다면 내려와라! 저 괴수가 어느 신을 고르나 대결해 보자!”

-하. 못할 줄 아느냐! 어디 한번 해보자!

[사디크 교단 상급 사제가 이데르고 교단 상급 사육사에게 대결을 신청합니다!]

[<괴수가 어느 신을 모실지 결정하는 대결>입니다!]

[대결에서 승리하는 교단은 신성과 명성이 오릅니다!]

[……]

[……]

이데르고 교단 사육사는 풀쩍 뛰어내리더니 사디크 교단 사제 앞에 섰다.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물론 저 괴수가 정말로 사디크 교단에서 훔쳐온 마수 알에서 나온 놈이라고 하더라도….

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이데르고 교단의 마법으로 사육된 놈이었다.

당연히 이데르고 님을 쫓아오리라!

“사디크 님의 힘이여! 타올라라!”

화르르륵!

사디크 사제도 만만치 않았다.

저 괴수가 오랫동안 오염 당했어도 분명 사디크 교단에서 태어난 괴수였다.

이 사디크 님의 불꽃에 휩싸인다면 오염된 정신이 돌아오리라!

“…….”

멍하니 구경하고 있던 태현은 퍼뜩 정신이 들었다.

지금 내가 뭐하고 있지?

-아키서스의 상급 마법 해제, 아키서스의 상급 마법 흡수,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 치명타 폭발!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태현은 갑옷에 있던 스킬로 상대의 마법 방어를 날려 버린 다음 가까이 붙어 공격을 퍼부었다.

순식간에 검광이 번뜩이더니 치명타가 폭발!

-크아아아아아악!

[이데르고 교단 상급 사육사가 쓰러집니다!]

[대결이 취소됩니다!]

사육사는 레벨에 비해 전투력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괴수를 다루는 스킬이 뛰어난 거지 전투력이 높지는 않다!

그런 적이 태현한테 근접으로 제대로 걸려서 버틸 리 없었다.

사육사는 그대로 녹아내렸다.

-비… 비겁하다! 사디크 교단 놈들! 이게 뭐하는 짓이냐!

[비겁한 행동으로 사디크 교단의 명성이 떨어집니다!]

[사디크 교단의 악명이 올라갑니다!]

“우, 우리가 한 거 아니다!”

사디크 교단 사제들도 당황했다. 그리고 태현을 보며 외쳤다.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무슨 짓을 하냐니… 상대가 알아서 괴수 위에서 내려왔으면 잡아야지?”

“…….”

맞는 말은 맞는 말!

상대가 괴수 위에서 내려왔으면 바로 잡아야지 그걸 왜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맞는 말이야. 상대가 내려왔으면 잡아야지.”

“그걸 왜 기다리고 있으려고 했지?”

당황한 사디크 사제가 말했다.

“하지만 저희 교단도 명예가….”

“너희 악신 교단이잖아.”

“…….”

그, 그렇긴 한데…!

그렇긴 한데!

사디크 사제들은 할 말을 잃었다.

악신 교단이긴 해도 원래 교단 사이에서 통하는 국룰이 있기 마련이었다.

저런 대결 같은 건 악신 교단이어도 보통 정정당당하게 하기 마련인데!

“괴수가 주인을 잃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내버려 두고 뒤에 있는 이데르고 교단 놈들부터 먼저 밟아버려! 역병 연못을 찾아서 불태워버려라!”

“예!!!!”

태현이 거대 괴수의 발을 묶어버리자, 신이 난 플레이어들은 돌격했다.

[<이데르고 교단의 지하 군영지>를 클리어했습니다!]

[<이데르고 교단의 역병 연못>을 파괴했습니다. 이데르고 교단의 힘이 줄어듭니다.]

[역병 수치가 줄어듭니다. 이데르고 교단의 힘을 상징하는 이 역병 수치는 대륙이 혼란스러워질수록 강해집니다!]

* * *

“제카스. 꼭 아탈리 왕국에서 돌아다녀야 하냐?”

“내 말에 따르기로 하지 않았냐?”

“그거야 그렇지만. 영 찜찜하잖아.”

탐험가 랭커, 제카스!

판온 1 때부터 유명했던 플레이어였고, 판온 2에서도 어느 정도 잘나가던 탐험가 플레이어였다.

그러나 제카스는 어느 순간부터 생방송을 확 줄이고 자기 위치도 공개하지 않게 되었다.

바로 태현 때문이었다.

“김태현 놈 만나기라도 하면….”

“조용히 해라.”

태현이 판온 1의 그 미친 대장장이였다는 걸 초기에 깨달은 제카스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태현을 짓밟으려고 했다.

판온 1 때의 원한은 절대 잊을 수가 없는 것!

처음에는 좋았다.

태현에게 원한을 가진 랭커들은 제카스 혼자가 아니었으니까.

-뭐? 그 미친 대장장이 놈이 판온 2도 하고 있었다고?

-이름 불러!

-이 자식이 뻔뻔하게…!

판온 1 때 태현에게 당했던 랭커들도 줄을 서서 제카스를 도우려고 들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제카스는 점점 불리해졌다.

-사실 김태현도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었지.

-뭐 각자 사정이 있어서 부딪힌 건데 그렇게까지 서로 싫어할 건….

-내가 3번 넘게 죽어서 김태현 피하는 건 아니고. 흠흠. 그냥 그렇다는 거지.

태현에게 안 좋았던 여론이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던 것!

태현에게 덤볐던 랭커 놈들은 박살 나고 꺾여나가는데, 태현은 점점 대형 퀘스트로 명성을 쌓아가니 여론이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대회 우승에, 왕국 경영까지 겹치자 태현의 인기는 확고한 수준이 됐다.

거의 콘크리트 수준!

판온 1 때 혼자 돌아다니던 놈이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변화였다.

그쯤 되자 오히려 태현을 공격하거나 암살하려는 랭커들이 불리해졌다.

-김태현을 공격한다고? 너 길드 동맹한테 돈 받았지?

-와. 길드 동맹 놈들 실력으로 안 되니까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네.

-김태현을 공격한다니. 판온 1에서 당한 원한이 있어서 그렇다고? 판온 1 때 원한을 왜 지금까지 갖고 와요? 잊어요 좀!

└아니 판온 1 때 원한 좀 갖고 있을 수도 있지… 진짜 좋은 제안했다가 까인 건데….

-??

-김태현 공격하려는 놈들은 다 욕심 많은 길드 놈들임. 자기네들은 세금 많이 걷는데 김태현은 안 걷으니까 자기들이 욕먹는다 이거지.

-맞네. 이거 맞네.

-하여간 진짜 돈에 미친 놈들이라니까.

└김태현은 그냥 미친놈이라고!

└└이 자식 잡으러 갈 사람?

└└└나 갈 수 있다.

요즘 골짜기 근처에서 태현 노리고 대기하다가는 다른 플레이어들한테 먼저 맞아 죽었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개인 방송으로 태현을 노리고 있다는 것만 나와도, 어디서 듣고 찾아왔는지 온갖 부류의 놈들이 찾아와서 방해를 해댔다.

대부분은 레벨 낮은 놈들이었지만 몇몇은 진짜 레벨 높은 놈들이라 오싹할 정도!

게다가 레벨 낮은 놈들도 폭탄 같은 아이템 들고 오면 상당히 귀찮았다.

-너는 판온의 유일한 빛이자 희망, 소금이신 김태현 님을 공격하려고 한 죄를 저질렀다! 너를 죽이고 아키서스 교단 공적치 포인트를 받겠다!

-아니 뭔 미친… 야! 김태현이 판온 1 때 폭파시키고 다닌 던전이 몇 개인지 알아?! 그놈은 테러리스트지!

-어차피 너희들이 점령하고 있던 던전이었잖아!

-그건 그렇지만 크아악!

그건 제카스도 마찬가지였다.

태현을 노리던 게 알려지자 제카스도 이제 개인 방송을 하기 조심스러워졌다.

방송 하는 순간 암살자들이 찾아온다!

시도 때도 없이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암살자들은 어마어마한 공포였다.

‘김태현 놈은 대체 이런 걸 어떻게 견뎌내고 했던 거지?’

새삼스럽게 김태현이 무시무시하다는 게 느껴졌다.

보통 플레이어라면 접을 상황인데도 꿋꿋하게 다 박살 내고 판온을 하는 미친놈!

그나마 제카스를 도와주던 게 길드 동맹이었는데, 최근에는 길드 동맹과의 관계도 끊겼다.

-쑤닝. 뭐하는 거냐? 김태현과 싸울 생각을 안 하고….

-아니. 나도 입장이 있다고. 길드를 운영해야지 김태현하고 싸우기만 해서는 쓰나? 미다스 길드 말고도 적들이 많은데.

-무슨 소리를…! 김태현만 노리는 공략조 다섯 개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지 않나!

태현의 회피력이 워낙 무시무시해서 제카스는 아예 생각을 바꿨다.

태현을 카운터 칠 수 있는 스킬만 익힌 플레이어들을 어마어마하게 모아 숫자로 몰아붙인다!

저주+궁술 위주로 모은 다음 몇 천, 몇 만 발을 쏘아대면 아무리 태현이라도 위험하리라.

데미지 1이 나와도 상관없었다. 제카스는 숟가락으로 때려서 잡을 생각이었다.

-그건 저번에 한 번 실패했잖아.

-그건 준비가 덜된 데다가 지휘가 엉성해서 그랬던 거지!

-야. 말 조심해라!

-그거 실패했다고 그만둘 거냐? 규모를 키워! 그 방법은 분명히 맞다. 김태현을 공략하려면 그렇게 밀어붙여야 해!

-이런 미친 자식 같으니… 그거 모으는 데도 얼마가 들었는지 아냐? 규모를 더 키우라고? 돈은 네가 대주고? 투자자들이 잘도 ‘아 예 그렇게 하시죠!’라고 하겠다!

제카스의 아이디어와는 별개로, 그런 공략조를 만드는 건 어마어마한 돈이 들었다.

각종 저주 마법서를 플레이어들 숫자만큼 구해야 하고, 그 플레이어들에게 궁술과 저주 마법을 익히게 해야 하고, 또 다른 스킬로 시간 낭비하면 안 되니까 계속 퍼주면서 지원해 줘야 하고, 경험치도 몰아줘야 하고….

게다가 이 공략조는 평소에는 쓸모가 없었다.

태현처럼 특이하게 회피력 높은 적을 상대할 때 아니면 어디에 쓰겠는가?

공격력은 약하고 명중률만 높은 특이한 공략조인데.

-길마라고 자랑하더니 그 정도 권한도 없냐? 허수아비였군.

-뭐… 뭐? 너 말 조심해라. 너랑 나랑 같은 위치인 줄 아냐? 여기서 꺼져!

길드 동맹과도 관계가 끊기자 제카스가 꼬실 수 있는 놈은 별로 많지 않았다.

도동수 같은 놈 정도 말고는….

“너도 아쉬운 게 있어서 온 걸 텐데?”

“난 딱히 김태현하고 지금 싸울 생각은 없다고.”

못 본 사이 도동수는 기가 팍 죽어 있었다.

예전에는 태현을 진지하게 엿먹이려고 했지만, 게임 내외적으로 엄청나게 공격을 받은 도동수였다.

오죽하면 국내 게임단에서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해외 게임단으로 갔을까!

그리고 지금 판온 캐릭터도 태현을 이기기 힘들었다.

도동수는 <그림자 춤꾼>이라는 근접 회피형 딜러인데, 태현과 컨셉이 거의 비슷했던 것이다.

컨셉이 비슷하면 실력과 레벨이 높은 사람이 이기게 마련.

“김태현 놈 레벨이 나보다 한참 높을 거야. 삼백은 넘을걸.”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뭔 반응이 그리 뜨뜻미지근해?”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크르르륵….

[이데르고 역병 암살자들을 발견했습니다!]

[이데르고 역병 암살자는 교단에서 키우는 강력한 병기로서, 가장 지독한 역병의 근원지에서 만들어집니다!]

“이데르고 교단 놈들을 찾아다니던 거였냐?!”

“그래. 이데르고 교단에 대해 좀 조사한 게 있거든.”

제카스는 탐험가 플레이어.

탐험가 직업의 무기는 바로 그 정보였다.

수많은 퀘스트와 수집으로 모은 정보!

“이데르고 교단에 들어가서 놈들을 이용할 생각이다.”

“야! 지금 이데르고 교단이 대륙을 망가뜨리고 있는데?!”

“네가 언제부터 이미지 신경 썼다고?”

“…….”

도동수는 순간 제카스를 공격할 뻔했다.

이 자식이 아픈 곳을…!

* * *

-꾸오에오오오오!

“이 괴수… 꼭 데리고 가야 하냐?”

던전을 클리어한 태현 일행은 혼자 남은 거대 괴수를 둘러싼 채 구경하고 있었다.

역병 연못도 파괴했다, 이제 나가면 되는데….

괴수 한 마리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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