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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162화 (1,161/1,826)

§ 나는 될놈이다 1162화

“저런. 그 성냥 내가 사주지.”

“감사합… 아니.”

사디크 사제들은 울먹이다가 멈칫했다.

태현이 앞에 있었던 것이다.

“왜? 성냥 팔기 싫어?”

“성냥이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성냥보다 지금 사디크를 믿게 해야 하는데 교황님께서 사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성냥도 지금 전도하려고 출혈 장사 하는 거였다.

팔 때마다 손해 보는 장사!

“교황님! 사람들이 사디크를 강제로 믿게 해주세요!”

“나한테 그런 능력이 어디 있어?”

“할당량을 내려주세요! 강제로 숫자를 채우게!”

[카르바노그가 사디크 교단의 무시무시한 계획에 경악합니다! 과연 악신 교단이라고 말합니다!]

‘그 악신 교단이 지금 아키서스 교단 휘하에 있긴 하지만… 뭐….’

깊게 생각하면 안 되는 문제!

“할당량은 안 되지. 플레이어들이 싫어할 거라고.”

“원래 모험가 놈들은 좀 투덜거려도 괜찮습니다! 무시하고 하셔야 합니다!”

과연 사디크 교단 NPC들답게 플레이어들의 불만은 가볍게 무시했다.

악신 교단 하려면 이 정도 뻔뻔함은 있어야 하는 법!

“안 돼.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야지. 지금 교단에 다른 신들의 교단도 있는데 사디크만 편애해 줄 수는 없어.”

[카르바노그가 동의합니다!]

카르바노그는 사디크 사제들에게 따끔하게 훈계했다.

카르바노그도 지금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있는데 어디서 치사하게!

‘그나저나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한 플레이어들 중에 카르바노그 너를 믿는 사람들이 좀 있어?’

[가끔 토끼 좋아하는 농부 직업 플레이어들이 온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그… 그래.’

아키서스 교단에서도 굳이 카르바노그를 찍으려고 하다니 참 어지간히 특이한 사람이군!

태현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말로 꺼내진 않았다. 카르바노그가 화낼 테니까.

“그러면 퀘스트 허가를 해주십시오!”

“…어떤 퀘스트지?”

“모험가들에게 사디크의 힘을 알려줄 수 있는 퀘스트입니다!”

“그거 혹시 강제로 끌고 온 다음 사디크 믿을 때까지 부려먹는 그런 퀘스트냐?”

“헉. 어떻게?”

“당연히 안 된다.”

사디크 교단이 하는 생각들은 보통 태현도 해본 생각들!

당연히 안 됐다. 할 거면 태현이 먼저 했지….

“흑흑흑! 다 금지시키면 저희는 무슨 방법으로 사디크 님을 전도하란 말입니까!”

[카르바노그가 그냥 멀쩡하게 다른 교단들처럼 전도를 하라고…]

카르바노그가 어이없어했지만 사디크 NPC들은 진심이었다.

악신 교단 출신답게 정상적인 방법은 모르는 것!

태현은 자애롭게 손을 내밀었다.

“좋은 방법이 있다.”

“?”

“플레이어들은 백 가지 말로 설득하는 것보다 한 가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걸 좋아하지.”

“아키서스 교단 사제들이 <고블린 만능 제작기>에서 황금 상자를 뽑는 퍼포먼스처럼 말입니까?”

“…그런 짓도 했었냐?”

태현도 몰랐던 짓!

NPC들이 어떻게 플레이어들을 끌여들였나 했더니….

“어쨌든 그렇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거지. 마침 너희들에게 기회가 있다.”

“?”

“대륙에 사악한 놈들이 나타났다.”

태현의 말에 사디크 사제들은 어리둥절했다.

사악한 놈들이라니?

아키서스 교단을 말하는 건가?

“사악하고 교활한 놈들.”

더더욱 아키서스인데?

“사악하고 교활하고 역병과 포식을 다루는 놈들 있잖나.”

“아아! 이데르고 교단이군요!”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시지!”

“처음부터 말했는데 너희들은 뭘 생각한 거냐?”

태현의 말에 사디크 사제들은 재빨리 대답했다.

“처음부터 이데르고 교단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물론입니다! 이데르고 교단 말고는 생각할 수 없지요!”

“…뭐 어쨌든 준비해라. 이데르고 교단을 공격해야 하니까.”

[아키서스 교단 내 사디크 교단 NPC들을 동원합니다!]

[NPC들이 줄어들어 한동안 사디크 교단 관련 활동이 줄어듭니다!]

[사디크 교단을 믿는 플레이어들이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골짜기에 있던 사제들과 성기사들이 나서면 당연히 사디크 교단의 일을 맡아 처리하는 NPC도 줄어들었다.

사디크 교단 플레이어들에게는 손해!

…였지만 태현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뭐 별 상관 없겠지.’

[카르바노그가 그런 모험가들은 있지도 않을 거라고 말합니다.]

* * *

[<사디크의 화염 공작새>를 발견했습니다!]

“오…?”

사디크 교단 사제들이 끌고 나온 공작새의 모습에 태현은 감탄하다가 의아해했다.

“그런데 너무 작지 않나?”

사디크 교단도 꽤나 강력한 마수를 부리던 교단이었다.

거대한 불의 마수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괴수들을 부리던 교단!

그런 놈들은 다 어디 가고 저런 새들을 부리지?

“…저희가 교단이 망하고 신성력도 확 줄어들어서….”

“…성기사단장님도 죽고 대주교님도 죽고….”

“…갖고 있던 성물들도 사라지고 해서….”

“…내가 미안하다.”

태현은 사과했다.

다 자기가 한 일들!

대륙의 교단들도 세력의 영향을 받았다.

잘나가는 교단들은 더 강력한 신성력, 더 많은 NPC, 성물로 온갖 퀘스트들을 할 수 있었지만….

망해가는 교단들은 신성력도 없고 NPC도 줄어들고 성물도 없어서 뭘 할 수가 없었다.

사디크 교단도 바로 지금 같은 상황!

“그래도 이 <사디크의 화염 공작새>는 나름 강력한 놈입니다.”

“그래그래.”

태현은 자리에 모인 사디크 사제들과 성기사들을 쳐다보았다.

애들이 좀 다른 교단에 비해 때깔이 별로긴 하지만, 그래도 근본은 어디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데르고 교단을 상대할 때는 능력을 보여주리라!

[카르바노그가 다 패놓고 그런 기대 하는 건 좀 너무한 것 아니냐고…]

“이번 이데르고 교단 퀘스트에서 너희들의 능력을 보여줘라!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기대하고 있다.”

“알고 있습니다!”

“반드시 사디크 교단으로 끌어들이겠습니다!!”

사디크 NPC들의 외침에 주변을 지나가던 플레이어들이 수군거렸다.

“사디크 교단이면 저번에 그 난리친 놈들 아냐?”

“그러게. 망한 줄 알았는데.”

“아냐. 아키서스 교단 가입하면 사디크 교단 쪽으로 갈 수도 있어.”

“뭐? 그런 짓을 왜 해?”

“화염 특화라는데.”

“화염 마탑은 골짜기에도 있잖아.”

골짜기에서 가장 비싼 건물 중 하나인, <아키서스 화염학파 마탑>!

에랑스 왕국의 마탑과 달리 다양한 아키서스식 효과가 있는 화염 마법을 다루는 마탑이었다.

물론 가끔은 쓰는 사람도 태울 때가 있긴 하지만….

일단 마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화력 아니겠는가?

일단 화끈하기만 하면 다른 수많은 단점들은 대충 커버가 된다!

실제로 정수혁이 다른 마법사 랭커에 비해 불리한 레벨과 스탯, 스킬을 갖고서도 활약할 수 있는 건 아키서스 마법 덕분이었다.

운빨… 아니, 예측불가하다는 건 강력한 장점이니까.

“그럼 화염 마탑 들어가서 화염학파 마법 배우는 게 낫지 않나?”

“그러게? 마탑이 사디크보단 낫지.”

“하긴 그것도….”

“아닙니다! 아닙니다! 사디크의 화염은 그런 화염 마법과는 다르단 말입니다!”

“마법 스킬 안 배우고 신성 스킬로 화염 쓸 수 있단 말입니다!”

사디크 사제들이 애처롭게 외쳐댔지만 플레이어들은 듣지 않았다.

한 번 잡힌 선입견은 무섭다!

“자. 너희들의 능력으로 저놈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다.”

“크윽…!”

[화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설득에 성공합니다!]

[사디크 교단 NPC들이 <분노의 화염> 가호를 받습니다!]

[……]

[……]

사디크 교단은 의욕으로 활활 타올랐다.

아니, 실제로 타오르고 있었다.

“벌써 불을 붙이면 어떡해? 꺼!”

“예….”

사제들은 시무룩해져서 화염을 껐다.

* * *

꾸에에에엑!

이데르고 교단의 괴수들은 아키서스 교단의 돌연변이 못지 않게 독특한 모습을 갖고 있었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온몸에서 역병과 독을 뿜어낸다는 점!

거대한 코뿔소처럼 생긴 괴수 군단이 천천히 전진하자 근처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전부 자리를 피했다.

“원거리 공격으로 잡아야 하나?”

“원거리로만 상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데….”

“독 데미지가 너무 성가셔. 힐을 한다고 해도….”

이데르고 토벌 퀘스트를 받은 파티들이 덤벼들었지만, 그들도 제대로 싸우지는 못했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규모가 너무 거대했던 것!

[<사디크의 화염 공작새>가 <역병 추적>을 사용합니다!]

[<사디크의 화염 공작새>가 <역병 정화>를 사용합니다!]

[<사디크의 화염 공작새>가 이데르고 교단의 진영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태현 일행이 도착했다.

가루다 교단 전사들과 고대 제국 이탈자들, 그리고 아키서스 포병대까지.

규모는 적었지만 강력함은 만만치 않았다.

“오.”

태현은 감탄했다.

지하에 숨어 있는 이데르고 교단의 입구를 정확히 찾아낸 것이다.

과연 사디크 교단!

오래 싸운 만큼, 이데르고 교단을 카운터치는 스킬이 아예 있었던 것이다.

‘개똥도 약에 쓸 때가 있긴 한 법이군.’

[…표현을 좀 더 부드럽게 해달라고 카르바노그가…]

콰직!

[<이데르고 교단의 지하 군영지>에 입장합니다!]

[던전에 처음으로 입장…]

[명성이…]

[……]

[……]

지하에 만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넓이!

지하라는 점만 빼면 거의 평야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평야에 더럽고 녹슨 갑옷을 입은 전사들이 가득했다.

‘아니. 아탈리 왕국이 치안이 안 좋은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만큼 만들었지?’

[카르바노그가 이데르고의 성물을 사용한 게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갖고 있던 성물들을 총동원해서 전력을 만들어낸 것!

이데르고 교단도 작정하고 일어선 것이다.

…그 계시가 역병 지대나 악마들 때문이긴 했지만…!

‘아탈리 왕국이 이 정도면 다른 놈들은 진짜 물량이 장난 아니겠는걸.’

잠깐 다른 생각을 했던 태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아탈리 왕국에 있는 놈들부터 처리한 다음 생각을 해야 했다.

“수혁아. 준비되면 시작하자.”

아키서스 포병대는 재빨리 대포들을 앞에 놓고 준비에 들어갔다.

이런 대규모 전투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게 화력!

“들어갑니다! <아키서스 화염의 회랑>!”

정수혁이 화염 마법을 날리자 추가 효과로 마법이 따라붙고, 동시에 뒤에 있던 포병대들이 대공격을 개시했다.

콰콰콰콰콰콰쾅!

태현이 한 푼 두 푼 모아서 만든 대포들이 대활약!

드워프들은 신나서 연신 우리에 갇힌 악마들의 에너지를 뽑아서 대포를 다시 장전했고, 거인들은 소형 대포를 어깨에 들고 쏘아댔다.

키메라들도 지지 않으려는 듯이 <아키서스의 간이 박격포>를 이곳저곳에 두고 갈겨댔다.

“무슨 불꽃놀이 같다.”

“그러게 말입니다.”

콰쾅! 콰콰콰쾅! 콰콰콰콰쾅!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최고급 전술 스킬로 추가 데미지가…]

[사디크 교단 사제들이 사디크의 화염을 걸었습니다! 불이 더욱더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힙니다!]

[……]

[……]

선공은 확실히 제대로 들어간 셈이었다.

이데르고 교단 전사들과 성기사들은 정신없이 흩어지며 ‘어떤 놈이냐?!’, ‘저주가 있을 것이다!’를 외쳐댔다.

이윽고 포격이 멈추고 쿨타임이 돌자, 남은 이데르고 교단 전력들이 이를 갈고 이쪽을 노려보았다.

“생각보다 많이 남았는데.”

“이데르고 교단 놈들은 하나같이 다 끈질기고 방어력이 높은 놈들입니다. 이런 놈들을 상대로는….”

“폭딜을 넣어야 한다 이거지?”

“아니, 사디크 님의 화염이….”

사디크 교단 사제는 그렇게 말했지만 태현은 흘려 넘겼다.

“가자! 고대 제국 이탈자들! 가루다 전사들! 너희들이 밥값을 할 때다!”

-와아아아아아!

살아남은 이데르고 교단 전사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거기에 맞서 태현 일행들이 돌격했다.

[<이데르고의 역병>이…]

[<신성 권능>으로 저항에 성공합니다!]

[……]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태현 일행이 숫자는 적었지만 훨씬 정예였다.

마치 랭커 전사들이 네크로맨서가 부리는 군대를 쪼개고 들어가듯이, 태현 일행도 이데르고 교단 전사들을 닥치는 대로 녹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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