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160화
태현은 긴장했다.
레비아탄 정도 되는 몬스터라면 어떻게 대응할까?
[레비아탄이 움직입니다!]
[레비아탄이 안에 있는 것을 뿜어냅니다!]
“?”
뿜어낸다니?
[카르바노그가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레비아탄은 몸을 뒤틀더니 시커먼 아가리에서 수많은 것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레비아탄의 몸 안에 갇혀 있던 수많은 것들!
“!!!”
“저런 미친놈이?!”
[레비아탄이 움직일수록 주변에 퍼진 마계의 기운이 강해집니다!]
[마계의 문이 열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태현은 메시지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레비아탄 자체는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덤비지 않아서 내심 안심하고 있었는데, 저 메시지창대로라면 안심할 수가 없었다.
이 주변이 마계 비슷한 곳으로 변해버린다는 것 아닌가!
[카르바노그가 여기를 오스턴 왕국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오스턴 왕국이 그 정도는 아니거든.’
태현은 괜히 죄책감이 들어서 반박했다.
남부에 역병 지대가 생기고 곳곳에는 처리 못 한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북쪽에는 무법도시도 있긴 하지만 오스턴 왕국이 마계는 아니지!
“섬이… 섬이 생긴다…!”
항구에서 보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경악했다.
레비아탄이 쏟아내는 것들이 모이자 바다 위에 뒤죽박죽으로 생긴 쓰레기 섬이 생겨났다.
그 위에는 처음 보는 온갖 몬스터들이 사납게 날뛰었다.
[<마계의 쓰레기섬>이 생겨납니다!]
[마계 기운이 주변을…]
“안 되겠다, 놈을 움직이게 해야겠다! 가루다 전사들, 따라와라!”
태현의 말에 가루다 전사들은 곧바로 뒤를 쫓았다.
-폭탄 더 주십니까?
“조용히 해라. 용용이! 아래로!”
용용이는 아래로 풀쩍 뛰어들었다.
-신성한 용의 가호!
눈부신 황금빛이 용용이를 감쌌다.
다른 적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레비아탄이 고개를 돌렸다.
꿀꺽-
-…주인이여. 지금 저놈 군침 삼킨 건가?
“기분 탓이겠지. 무시하고 들어가!”
[무시하고 들어가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용용이는 매우 찜찜해했다.
지금 저 괴물 놈 자기 보고 군침 흘린 것 같은데….
쉬이이이익!
어쨌든 용용이는 빠르게 날아들었다. 그 순간 레비아탄이 입을 벌렸다.
“잘 됐다!”
-뭐가 잘 됐다는 건가 주인이여!?
설마 헌 신수 버리고 새 신수를…?!
“안으로 들어가! 치고 빠진다!”
태현이 노리는 건 처음부터 레비아탄의 입속이었다.
보아하니 레비아탄의 겉가죽은 잡으라고 만들어 놓은 수준이 아니었다.
저거 때리다가는 게임 끝나겠다!
‘안을 노린다.’
모든 보스 몬스터는 약점이 있었다.
태현이 보기에 레비아탄의 약점은 입 안쪽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빨려 들어가면 그대로 끝이라고 생각해서 겁을 내고 있었지만….
‘먹히기 전에 치고 나오면 그만이지.’
[카르바노그가 정말 괜찮냐고 걱정합니다!]
쐐애애애애액!
“용용아, 더 빨리! 느리면 끝장난다!”
-알고 있다! 주인이여!
용용이도 태현이 뭘 하려는지 깨달은 모양이었다.
-신속의 바람! 용의 눈! 용족의 가호….
닥치는 대로 속도 증가를 걸어대며 질주하는 용용이!
[레비아탄이 진미에 기뻐합니다!]
“…!”
먹이가 자기 입으로 들어오려고 하자 레비아탄은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그러나 그 먹이는 평범한 먹이가 아니었다.
독을 품은 아키서스의 화신!
화르르르륵-
-주인이여! 등에서 섬뜩한 기운이 느껴진다!
“나도 안다.”
[마검, <황제 살해자>를 착용했습니다!!!]
[미친 짓을 저질렀습니다!]
[악명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오릅니다!]
[<신성 권능>으로 저항하는 데 실패합니다!]
[스킬 <황제 살해자의 독>이 발동됩니다! 마검이 당신의 체력을 갉아먹습니다!]
[스킬 <황제 살해자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근처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저주가 퍼집니다!]
[……]
[……]
마검 <황제 살해자>에서 섬뜩하고 요사스러운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살아 있는 불꽃 같았다.
-주인이여! 주인이여!!
“알고 있다니까!”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태현은 점점 더 가속하는 용용이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드래곤 위에서 균형을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민첩이 오릅니다!]
[……]
이제까지 이렇게 빨리 달린 적이 없었을 정도!
용용이도 그만큼 레비아탄에게 겁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마검 <황제 살해자>가 적의 총 HP의 8%를 앗아갑니다!!!]
뒤이어 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손맛!
태현은 제대로 들어갔다고 깨달았다.
-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용용아! 틀어! 틀어!”
이제 용용이는 대답도 하지 않고 날아갔다. 태현은 재빨리 <황제 살해자>를 집어넣었다. 잠깐 썼는데 섬뜩할 정도로 HP가 깎여 있었다.
‘미친 고블린 놈들 뭐 이딴 무기를…!’
[레비아탄이 주변의 모든 걸 빨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주의하십…]
-우어어어어!
태현은 용용이가 이렇게 울부짖는 건 처음 보았다.
* * *
[칭호, <레비아탄의 아가리에서 살아나온 자>를 얻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가루다 전사들은 태현이 빠져나오는 걸 보며 함성을 터뜨렸다.
설마 저 안에 들어가서 공격을 하고 빠져나오다니!
-가루다 전사로서의 자격이 흘러넘치신다!
-핏줄에 가루다 핏줄이 있어!
-사납고 더럽고 비열하시다!!
“…??”
“쟤네 왜 김태현을 욕하냐?”
대기하고 있던 길드 동맹 랭커들은 의아해했다.
혹시 우리처럼 잡혀온 놈들인가?
-우리도 가자!
-놈의 아가리를 노려라!
가루다 전사 중 몇몇은 태현의 행동에 자극받았는지 재빨리 날아들었다.
그리고 레비아탄에게 빨려 들어갔다.
“…….”
-주인이여! 두 번은 무리다!
용용이의 말에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공격은 레비아탄이 방심하고 있어서 가능했던 일.
레비아탄이 경계하고 있다면 무리였다.
“놈이 다시 방심하게 한 다음 때려야 하는데….”
“그 전에 회복하지 않을까요?”
“으음.”
태현은 빠르게 고민했다. 수십 가지 방법이 머릿속에서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 레비아탄에게 실질적으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건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서 황제 살해자로 공격하고 빠져나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놈을 두들겨 패고 성가시게 만들어서 혼란시켜야 하는데….
‘솔직히 잡는 것보다는 놈을 이쪽에서 이탈시키는 걸 우선시해야 해.’
마검 <황제 살해자>를 쓰다가 태현이 먼저 죽으면 그만큼 웃긴 일도 없을 것이다.
-뿌오오오오오!
[레비아탄이 움직입니다!]
“…?”
[겁을 먹은 게 분명하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나와서 배부르게 많이 먹었으니 레비아탄은 여기서 오래 싸울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웬 수상쩍은 놈이 들고 있는 검에 맞으니 온몸에 힘이 쭉 빠지고 뒤틀리는 것이 매우 꺼림칙했던 것이다.
괴물다운 본능!
콰아아아아아아아-
레비아탄 근처가 시꺼멓게 물들더니 다시 한번 거대한 차원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왔을 때처럼 마계로 도망칠 준비를 하는 레비아탄!
‘…잘 된 건가?’
그러나 언제나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메시지창이 급격하게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마계의 문이 열립니다!]
[마계와의 연결이 가까워집니다!]
[마계의 온갖 악마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상급 이하의 악마들이 아키서스의 소문을 듣고 접근을 피합니다!]
“…….”
[…….]
몇몇 악마들을 막는 효과는 있었지만, 아키서스를 잡고 싶어 환장한 악마는 그런 거에 굴하지 않았다.
온다!
태현은 직감했다.
‘악마 공작이 온다!’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왔다. 마계의 괴물이란 놈이 갑자기 여기서 날뛰고 있을 때부터.
파아아아아아앗!
거대한 빛과 함께 하늘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역병과 포식의 사악한 신, 이데르고를 믿는 교단의 전사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마계의 괴물, 레비아탄이 그들의 신이 부리는 신수라고 생각합니다!]
[레비아탄을 신성한 징조로, 그들이 일어납니다!]
“??????”
[??????]
-???????
태현, 카르바노그, 용용이 모두 이 뜬금없는 등장에 당황했다.
…너희는 누구냐?!
[이데르고 교단은 예전에 사라진 악신 교단이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대륙에 사라진 악신 교단이 한두 개가 아닌데 왜 갑자기 저놈들만 튀어나오는데?!’
[…대륙의 상황이 영 개판인 데다가 역병도 자주 돌아서 그런 거 아니냐고 카르바노그가 묻습니다.]
그 순간 태현은 오스턴 왕국 남부 역병 지대가 떠올랐다.
아앗…!
역병과 포식을 가치로 놓고 있는 이데르고 교단이 보기에는 ‘와! 신의 계시인가 봐!’라고 생각하기에는 충분했다.
생각해 보니 대륙이 좀 많이 개판이긴 했어…!
“이 사악한 아키서스와 그의 종자 놈들! 감히 이데르고 님의 신수, 레비아탄을 공격하다니!”
-뿌오?
레비아탄은 마계로 가려다가 뭔 소리냐는 듯이 눈을 끔뻑거렸다.
마계 심해에서 오랫동안 잘 먹고 잘 살았지만 이데르고라는 신은 알지도 못했다.
뭔 신수?
“레비아탄 님! 저희가 왔습니다. 이데르고 님의 이름으로 저들을 끝내버리십시오!”
-뿌오오오오오오.
[레비아탄이 차원문을 열고 마계의 심해 속으로 사라집니다!]
[마계 심해의 괴물, 레비아탄을 퇴치했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레벨 198!
메시지창을 본 태현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정말 레벨 200이 코앞이었다.
처음에는 게임 접을 때까지 절대 못 찍을 줄 알았는데…!
그러는 사이 나머지 일행들은 수군거리고 있었다.
“우리도 이제 슬슬 300을 진지하게 노려봐야 할 것 같다.”
“맞습니다. 다른 랭커들도 이제 300을 노리고 진지하게 계획을 짜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300을 못 찍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어.”
“맞아요. 원래 이런 최고 레벨은 누군가 한 명이 깨면 금세 따라붙는다고요.”
“…….”
태현은 못 들은 척했다.
앞 단위가 하나 차이 나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태현은 즐거웠지만, 이데르고 교단의 광신자들은 매우 충격을 받았다.
신수가 사라지다니!
“이… 이 흉악한 아키서스 놈! 이데르고 님의 신수를 감히 쫓아내?!?!”
“그냥 배불러서 사라진 거 아닌가?”
“용서할 수 없다, 이놈! 네놈의 왕국에 저주를 내리겠다!”
<역병의 계절-이데르고 교단 퀘스트>
멸망한 악신 교단, 이데르고 교단은 대륙의 혼란을 먹이로 삼아 힘을 기르고 부활을 앞에 두었다.
레비아탄을 신호로 그들이 일어났으니, 대륙의 모든 이들은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보상: ?, ???, ???
<역병 군주의 처치-이데르고 교단 토벌 퀘스트>
이데르고 교단의 대주교는….
<역병 기사단의…>
……
대륙 단위 퀘스트가 연달아 우르르 터지는 상황!
다른 곳은 몬스터 웨이브도 아직 덜 끝났을 텐데….
‘중앙 대륙 진짜 큰일인데….’
[카르바노그가 고대 제국 망하던 시절 생각난다고 말합니다.]
“…!!”
태현은 오랜만에 소름이 돋았다.
이거 진짜 그렇게까지 가는 거 아냐?
[카르바노그가 화신이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응원합니다.]
‘고마워. 카르바노그.’
[옛날 아키서스 교황보다 지금의 화신이 몇 배는 더 지독하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당근 1주 압수다.’
[?!?!]
이데르고 교단이 이 자리에 얼마나 끌고 왔는지는 몰라도, 태현도 호락호락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레비아탄이야 워낙 규격 외의 괴물이라 그렇지 교단 NPC들 정도면 태현도 싸울 만했다.
‘교단 일반 성기사들이면 레벨 높아봤자 레벨 400에서 500 정도겠지. 가루다 전사들과 고대 제국 이탈자들만 해도 충분히….’
공기가 점점 살벌해지는 바로 그 순간, 마계의 차원문을 타고 악마 공작이 나타났다.
[마계의 빙결공, 푸르네우스가 정령 군대를 이끌고 중앙 대륙에 나타났습니다!!]
[모두들 조심하십시오!!]
“…….”
“…….”
태현과 이데르고 교단 모두 떨떠름한 표정으로 악마 공작을 쳐다보았다.
분위기 파악 좀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