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159화 (1,158/1,826)

§ 나는 될놈이다 1159화

“잠깐! 잠깐 정지!!”

불을 지르려고 하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나왔다.

그러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깜짝 놀랐다.

“으아아악!”

“누군가 숨어 있었어!”

“잠깐! 우리는 수상한 사람….”

“수상한 사람이랜다!”

“뭐? 저기에 수상한 놈들이 숨어 있었다고???”

“뭐?? 악마한테 사주 받은 수상한 놈들이 함정을 파려고 숨어 있었다고?”

“그놈들이 레비아탄도 소환했어? 죽여!”

“아니야! 아니야! 제발 우리 말 좀 들어줘!!”

길드원들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외쳤다.

“우리가 악마의 하수인인 네 말을 왜 믿어야 해!”

“듣지 마! 들으면 사기 칠 거야!”

“골, 골드 줄게! 골드!”

“…….”

“…….”

잠깐 침묵이 흘렀다.

“흠흠. 어디 한번 들어보기는 해볼까.”

그 수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정신을 차리니까 오히려 무섭다!

‘이 자식들 이렇게 멀쩡하게 들을 수 있으면서…!’

길드원들은 이를 갈며 해명에 나섰다.

* * *

“그러니까 호위를 하러 왔다고?”

“예….”

“뭐 그런 걸 숨어서 하고 그러냐.”

‘너 때문이잖아!’

‘네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그랬겠냐!’

길드원들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이제까지 보이면 폭탄 실험 재료로 쓴 놈이 누군데…!

“가까이서 호위해 주는 걸 허락하지.”

“어엇… 그게 정말이십니까?”

“물론. 아니, 애초에 너희들이 안 버리고 갔으면 이런 문제도 안 생겼잖아?”

하늘섬에서 자기들 무섭다고 조카 두고 호다닥 도망친 탓에 이 모든 일이 생긴 것 아닌가!

“버리고 갔다는 게 뭐에요?”

“아. 저 친구들이….”

“으아아! 으아아아! 으아아아아!”

길드원들은 황급히 설명을 막았다.

쑤닝 조카가 알게 되면 그들 목은 확실히 날아간다!

“저 친구들이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지. 호위만 할 건 아니지? 레비아탄 사냥할 때 도움도 되어주겠지?”

“예….”

길드원들은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젯밤 꿈자리가 안 좋더니….

“아,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

“저번에 쑤닝 님이 빚을 졌잖습니까. 그걸 대가로 이 레이드에 써먹는 건….”

-너 미쳤냐?! 그걸 말해주면 어떡해!

-야. 우리만 당하는 게 억울하지도 않냐?

-…똑똑한데??

물귀신 작전!

이런 좋은 기회를 혼자 독점하기 싫었던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재빨리 행동에 나섰다.

“에이. 그건 나중에 써먹어야지.”

“아니! 레비아탄은 정말로 강한 놈입니다! 저희가 분석해 봤는데….”

“너희가 나보다 판온 잘 하냐?”

“…….”

“너희가 나보다 분석 잘 해?”

“…….”

치사하고 더럽다!

태현의 말에 랭커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길드 동맹 지원까지는 필요 없어. 있는 걸로 해결 볼 생각이다.”

“태현 님. 수색 다 했는데, 아무래도 악마들은 안 보여요.”

“어쩔 수 없군. 이대로 시작해 볼까.”

태현은 손짓했다. 그러자 익숙한 얼굴들이 나타났다.

“히익!!”

“저 또라이들이 왜 여기 있어?!”

길드 동맹 랭커들은 그 얼굴에 기겁해서 뒷걸음질 쳤다.

유명한 얼굴들!

바로 <악마의 대장간>에서 뛰고 있는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었다.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맞아. 쟤네들이 얼마나 착한데.”

케인과 최상윤이 정색했다.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예전에는 판온 전체에 역병 폭탄을 뿌리고 다녔긴 했지만 또라이들이라고 하는 건 너무하잖아!

“아… 아니 뭔 심심하면 자폭하는 놈들인데….”

“착하다니. 어느 세상에서 착하다는 거지?”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부들부들 떠는 이유가 있었다.

미다스 길드와 거대한 영지전을 벌이면서, 폭탄 아이템에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게 그들이었던 것이다.

길드 동맹도 영지전을 위해 기계공학 대장장이들한테 폭탄을 샀다.

미다스 길드도 영지전을 위해 폭탄을 샀다.

마법사들의 고위 마법과 달리, 쿨타임 없이 골드로 때울 수 있는 강력한 공격 수단!

그러다 보니 길드 동맹과 미다스 길드는 폭탄에 이골이 날 대로 난 상태였다.

“태현 님. 말씀하신 대로 갖고 왔습니다!”

“고맙다.”

대화를 들은 길드원은 경악했다.

저 상자들이 설마 다…?

“저, 저거 설마…!”

[어마어마한 폭탄을 쌓아 놓았습니다! 취급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폭탄들을 함부로 다뤄도 폭발하지 않…]

[폭탄들이 추가…]

[……]

꼭 태현이 직접 만들지 않아도 됐다. 이제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만든 폭탄들도 상당히 강력했다.

그들이 만든 걸 갖고 와달라고 하자 대장장이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드디어 저희가 보답할…!

-저희의 능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제까지 보지도 못했던 참신한 폭탄을 새로이…!

-아니. 그냥 기존 무난한 폭탄들 갖고 와줄래?

“그런데 태현 님. 이렇게 많이 모아봤자 다 날릴 수도 없지 않나요?”

“아. 가루다 전사들 시킬 생각이야.”

그랬다.

날아다니는 폭탄 바구니!

태현은 가루다 전사들을 본 순간부터 ‘와 너희들은 날개가 있으니 폭탄을 들고 날기 좋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기동성도 좋으니 요리조리 잘 피해가며 폭탄 떨구고 올 수 있겠다!

“…!”

“그런 발상이…!”

“케인이 팔 여섯 개니까 폭탄을 좀 더 많이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해봤는데…!”

그러나 가루다 전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게 뭡니까? 이런 시시한 무기 가지고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교황님. 사악하고 비열하고 더럽다고 해서 많이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런 장난감 같은 무기라니. 전사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됩니다.

[가루다 전사들의 평판이…]

[……]

“아니 이런 날개 달린 모기 새끼들이?”

“야! 폭탄 한 방 맞고도 어디 그런 소리 할 수 있는지 보자!”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울컥했다.

기계공학 스킬, 특히 폭탄을 무시하는 놈들은 용서할 수 없다!

“진정해라. 내가 이번 공격을 지휘하니, 내 명령에 따라야 한다. 토를 다는 건 용납하지 않겠다.”

-알겠습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님이니 듣는 겁니다.

싸가지 없게 툴툴대는 가루다 전사들을 본 <고대 제국 이탈자> 기사들은 매우 억울해했다.

-아니 교황님! 저런 놈들을 내버려 둘 겁니까?

-저희는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패셔놓고…!

“내가 언제 그랬니? 남들 들으면 오해할 소리 하지 마라.”

-패셨잖습니까!

“하지 말라고.”

-앗. 네.

준비를 끝낸 태현은 용용이 위에 올라탔다. 태현 본인도 같이 공격을 개시할 생각이었다.

“공격 개시! 내가 명령하면 동시에 떨어뜨린다!”

화아아아악!

곳곳에서 가루다 전사들이 날아오르자 장관이었다.

사방을 화려하게 날아다니며 레비아탄에게 접근하는 가루다 전사들!

“셋, 둘, 하나!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태현은 타이밍을 맞춰 권능 스킬을 사용했다.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이 펼쳐집니다!]

파아아앗!

레비아탄이 워낙 거대했기에 다 덮지도 못했지만,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다.

노리는 건 폭탄 버프!

신성 영역에서 터지는 폭탄들은 몇 배로 강력한 데다가 추가 데미지까지 들어간다!

안 그래도 아키서스 교단 사제들이 버프를 걸었는데, 거기에 추가로 신성 영역 버프까지 들어가자 폭탄은 어마어마한 효과를 냈다.

꽈꽈꽈꽝!

[치명타가 터졌…]

[치명타가 터졌…]

[……]

레비아탄 위에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걸 보며, 육지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입을 쩍 벌렸다.

아니 저게 대체 뭔…?

* * *

-아키서스 놈… 아키서스 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그래. 아키서스 놈은 용서할 수 없지. 암.

아다드는 교활한 표정으로 푸르네우스의 귀에 속삭였다.

아다드도 아키서스와 엮여 많은 피해를 봤지만, 빙결공 푸르네우스만큼은 아니었다.

살다 살다 성 하나를 통째로 먹튀 당한 악마 공작이 어디 있겠는가!

길고 긴 마계의 역사.

거기에서도 또 아키서스한테 아키서스당한 악마들의 역사.

그 역사 중에서도 푸르네우스는 유난히 눈에 띄는 케이스였다.

일종의 새 전설을 갱신한 셈!

물론 푸르네우스는 그런 갱신을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복수하기 위해 이를 갈았다.

-놈을 찾아 죽이지 않으면 네 이름은 마계에서 영원한 웃음거리가 될 거다.

-닥쳐라! 알고 있다. 그러는 네놈의 수하들은 왜 가는 족족 아키서스한테 당하는 거냐?

아다드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안 그래도 오른팔 같던 수하들이 아키서스에게 아키서스당한 게 떠오른 것이다.

‘성이나 뺏긴 멍청한 놈이… 어디 두고 보자. 네놈은 아키서스를 쫓기 위한 사냥개일 뿐이다.’

원래라면 약해 빠진 악마는 그냥 짓밟아야 했다.

푸르네우스 같은 악마 공작이라면 더더욱!

그러나 아다드는 참았다.

푸르네우스보다 아키서스가 더 위협적인 상대였으니까.

어떻게든 둘을 싸움 붙이고야 말겠다!

-이번에 그 괴물 레비아탄이 대륙으로 내려갔으니, 분명히 기회가 생길 것이다. 레비아탄 놈이 약속하지 않았나.

-그 괴물 놈의 약속을 어떻게 믿고!

그랬다.

이 악마 공작 둘은 레비아탄에게 찾아가, 대륙으로 가달라고 설득한 것이다.

-위대한 괴물 레비아탄이여! 대륙으로 간다면 악마 천 마리를 제물로 바치겠다!

-뿌오오오….

-만 마리?

-뿌오오오….

-아니 십만 마리는 좀… 양심이….

-뿌오오.

-…바치면 되지 않나! 여기 이 자와 나눠서 바치겠다.

레비아탄은 대화가 안 통하는 괴물이었다.

악마 공작들도 제대로 된 대가를 내놓지 않으면 꼬드기기 힘들었다.

-저 괴물이 정말로 대륙으로 갈 수 있나?

-다른 악마들과 달리 저 놈은 앉아서 힘만 쌓았으니, 대륙으로 가는 문을 열 정도의 힘은 당연히 있을 거다. 걱정 마라.

-걱정하는 게 아니다. 친한 척 굴지 마라.

푸르네우스는 아다드의 손을 쳐냈다.

레비아탄이 주변을 뒤흔들고 마계의 기운으로 오염시킨다면, 푸르네우스가 직접 문을 열고 대륙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직접 간다!

푸르네우스는 결심했다.

악마가 대륙으로 내려가는 게 커다란 손해를 보는 일이라고 해도, 반드시 가서 아키서스 놈의 목을 졸라버리겠다고.

‘내 성… 내 성을 되찾고야 말겠다, 아키서스 놈! 그건 내 성이란 말이다!’

* * *

콰르릉-

폭발이 지나가고 나서, 태현은 아래를 확인했다.

[레비아탄의 첫 번째 가죽이 회복됩니다!]

[마계 심해의 괴물, 레비아탄은 수십 개의 살아 움직이는 가죽 갑옷을 덮고 있는 괴물입니다. 이 가죽들을 파괴하기 전에는 놈에게 데미지를 줄 수 없습니다!]

‘으윽.’

얇은 슬라임을 수십 겹 입고 있는 셈!

단단한 걸 떠나서 징그러울 정도의 맷집과 방어력이었다.

이 정도로 무장한 몬스터면 태현의 폭딜도 막혔다.

-최….

“?”

고민하고 있는 태현의 주변에, 가루다 전사들이 날아왔다.

‘이런. 효과 없다고 화내나?’

-최고입니다!!

-이런… 이런 화끈한 무기가 있다니!!!

[가루다 전사들이 매우 만족해합니다!]

[평판이 오릅니다!]

[친밀도가…]

[가루다 전사들 사이에 폭탄을 유행시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아주 조금 오릅니다!]

“…….”

레비아탄은 멀쩡했지만, 가루다 전사들은 상관하지 않고 환호했다.

이야!

폭탄 손맛 죽인다!!

-더 주십시오, 교황님!

-몇 번 더 터뜨려보겠습니다!!

“아니… 잠깐. 지금 방법을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우우우! 우우우!

-폭탄! 폭탄! 폭탄! 폭탄!

“…….”

괜히 데려왔나?

태현은 가루다 전사들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잘 싸울 줄 알고 데려왔는데 왜 이렇게 하는 짓이 케인 같단 말인가.

-뿌오오오오!

“!”

그렇게 떠드는 사이, 폭격을 맞은 레비아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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