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158화 (1,157/1,826)

§ 나는 될놈이다 1158화

“레비아탄은 광역기를 펑펑 뿌려대는 놈이잖아!”

“그렇긴 한데 어련히 알아서 잘 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저희가 뭐 낄 수도 없고 말입니다.”

자기들 조카 아니라고 여유 팍팍 부리는 간부들!

쑤닝은 언제 한 번 이놈들을 싹 갈아버려야 하나 고민했다.

“…내가 책임을 묻게 되면 너희들 이름도 꼭 넣어주마.”

“아, 아니. 왜 그러십니까. 그렇게 받아들이지 마시죠.”

“랭커들을 보내서 호위하게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라.”

전투를 앞두고 랭커들을 빼는 건 부담이 됐지만, 지금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니었다.

조카가 로그아웃당하면 여기 있는 사람들 몇 명은 현실 로그아웃당할 수도 있다!

* * *

니팅거스 레이드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으며 공개됐다.

처음에는 ‘그냥 게임 영상 잘라서 붙인 거 아냐? 그게 뭐가 재밌겠어?’ 같은 반응을 보이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반응은 공개되자 쑥 사라졌다.

압도적인 박진감!

예전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생한 현장감에, 온갖 화려한 마법들과 몬스터들이 나오는 영상은 어지간한 영화보다 더 강렬한 충격을 주었다.

무엇보다 강력한 건 스토리였다.

아무리 영상미가 좋아도 스토리가 약하다면 의미가 없는 법.

영화는 판온에 목숨을 건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어떤 플레이어들인지 자연스럽게 설명했다.

판온 1 때부터 이어져 오는 몇몇 유명 플레이어들의 일화는 보는 사람들을 감탄하고 웃게 만들었다.

거기에 판온 리그가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한참 진행 중인 상태!

리그의 유명 선수들이 니팅거스 레이드에 얼굴을 내밀었기에, 한쪽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쪽에도 관심을 보였다.

-월 조회수 1위 기록!

-압도적인 반응! ‘고작 게임 다큐멘터리다’라고 말한 사람들의 예상을 꺾어 놓다!

-판온, 개인 방송이나 예능이 아닌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가능성을 입증해 보여….

조마조마하게 반응을 기다리던 제작 팀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나은 반응!

제작비를 지원해 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나은 반응에 깜짝 놀랐다.

-이 정도로 많이 볼 줄은 몰랐는데….

-바로 다음 작품 촬영에 들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

수십, 수백 편의 영화와 드라마들이 올라오는데 그 사이에서 ‘다큐멘터리’ 타이틀 달고 1위를 찍어버리는 괴력!

아무리 판온이 인기고, 김태현이 그중에서도 탑을 달리는 스타 선수라지만, 이 정도 반응까지는 정말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시나리오 몇 개 더 제출하지 않았습니까?

-예. 미뤄둔 상태지만….

-다시 한번 검토해 봅시다. 이 정도 인기라면 바로 들어가도 모자랄 것 같은데… 아. 이 <길드 동맹>과 관련된 건 어떻습니까? 보니까 중국 쪽에서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판온에 대해 잘 모르는 간부 한 명이 기획서만 보고 입을 열었다.

<길드 동맹>이 뭔지는 잘 몰랐지만 설명만 보면 되게 그럴듯했던 것이다.

-판온 최고 규모의 길드.

-판온에서 손꼽히는 랭커들 수십 명이 넘게 이 길드 소속임.

-중국에서 최고 인기 길드 중 하나.

-각종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음.

-<길드 동맹>이 있는 오스턴 왕국은 판온에서 가장 많은 대형 퀘스트가 일어난 지역 중 하나.

-<길드 동맹>이 관련된 이벤트들은 언제나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음.

기획서를 쓴 놈이 누군지는 몰라도, 양심과 영혼을 팔아먹은 수준!

그러나 판온을 잘 모르는 사람은 이걸 보고 ‘오 대단한데?’ 하고 속을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으니까!

-어… 그건 좀 과장이 있는 것 같은데….

-걔네는 중국 쪽에서 봐주긴 하겠지만 그 외에서는 인기가 바닥일 겁니다. 다른 것부터 우선시하는 게 낫겠습니다.

그래도 다행이 판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자리에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별로다!

-그렇습니까? 그러면 <파워 워리어>란 길드는 어떻습니까? 이 길드도 되게 입지전적인데…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최고 길드 중 하나가 되었다고….

-…잠깐만요. 이거 기획서 쓴 새끼 누구야?

-이건 기획서 쓴 놈을 조져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놈인진 몰라도 회사를 말아먹으려는 놈이 분명하다!

판온에 대해 잘 아는 간부들은 방금 기획서를 쓴 놈에게 시말서를 쓰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가장 확실한 건 리그입니다. 리그 관련해서 하나 괜찮은 게 나올 것 같습니다만….

-확실히 지금 판온 리그만 한 게임 리그가 없죠.

판온 리그는 이제 곧 첫 시즌이 끝났다.

첫 시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시즌!

어마어마한 시청자 숫자에, 광고를 넣으려고 달려드는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1부 리그에 안 넣어주면 우리는 안 들어간다 흥’ 하던 대형 게임단들도 ‘2부 리그라도 좋으니 제발 넣어주십쇼’ 하고 들어올 정도의 인기.

판온 경기 사이에 넣는 광고를 위해 기업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했는지, 다른 스포츠 광고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하지만 리그는 이미 판온 측에서 공식 방송을 진행하고 있잖습니까? 공식 방송뿐만 아니라 정말 별의별 걸 다 하고 있던데….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판온 리그가 인기를 끄니 방송도 다양해졌다.

경기 한 번 하고 나면 분석 방송 하고, 예측 방송 하고, 선수들 인터뷰 방송 하고, 게임단 감독들 나와서 떠들게 하고….

-경기 말고 팀을 다루는 거죠. 게임단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관심 있는 팬들이라면 안 볼 수가 없을 겁니다.

-그거 좋은 것 같군. 그러면 역시 팀 KL인가?

-팀 KL이 가장 좋지 않겠습니까? 너무 드라마틱해서….

다른 대형 게임단들도 인기는 대단했지만, 팀 KL만큼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등에 업고 있지는 않았다.

선수들끼리 모여서 만든 소형 게임단이 다른 게임단들을 박살 내고 리그 1위로 뛰고 있다니!

1부 리그에서 뛰는 게임단들은 모두 다 대형 게임단들이었다.

막대한 자본, 오래된 역사, 거대한 조직, 이 모든 걸 다 갖고 있는 그들!

그런 게임단들 상대로 선수들만의 피지컬로 이기고 있는 팀 KL은 하나의 신화였다.

-팀 KL도 이번 대흥행에 만족하고 있을 테니, 새 촬영에 바로 응할 겁니다.

-팀 홍보도 되는데 당연하지요.

-한 번 접촉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팀 KL의 대답은 냉정했다.

-NO.

-?!?!?!

-아니 왜?!

-뭔가… 뭔가 오해가 있었나? 우리의 조건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건가? 뭐가 불만인지 물어보게!

팀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빈센트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그게….

-그게? 뭐지? 우리 쪽 영상에 무슨 불만이라도 있었던 건가? 다큐에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 제작진이 무례를 저질렀나?

-설마 스트리밍 사이트가 영화 제작까지 나서는 상황에 불만이 있었던 거 아닙니까?

-아니… 그게….

-뭐길래! 속 시원히 말을 해보시오!

-선수들 허파에 바람 들어가서 경기 집중 못한다고… 죄송합니다.

-…….

-허파에 바람 들어간다는 게 뭔 소립니까?

-한, 한국 속담인가?

* * *

“으음. 확실히 터가 안 좋아.”

급히 돌아온 태현은 신음했다.

멀리서도 보이는 거대한 괴수 몬스터의 덩치!

[카르바노그가 질려 합니다!]

레비아탄은 정말 그 이름값을 하는 괴수 몬스터였다.

한 번 몸을 바다에서 뒤척일 때마다 무슨 수평선이 흔들리는 기분이 들 정도!

“지금 플레이어들은 다 빠졌나?”

“늦게 있다가 빨려 들어간 사람들 말고는 다 육지 위로 올라갔어요. 빨려 들어가면 아예 다른 던전으로 이동하나 봐요.”

“안에서 찌르려면 입에서 버텨야 하나?”

태현은 게시판 영상을 확인했다. 가장 가까이 있던 탓에 던전으로 끌려 들어간 사람들이 그새 방송을 올리고 있었다.

-여기는 고래 뱃속입니다! 여러분! 저희를 구해주십시오! 여러분! 저희를….

-비키라고 했잖아! 여기 안쪽은 우리 길드 영역이야!

-길드는 무슨… 여기서 뭐 어쩔 건데? 너희 길드가 여기까지 오지도 못할 거면서 뭐!

-으아악! 악마다! 악마 나타났다!

던전 안은 혼돈 그 자체였다.

레비아탄의 배 속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고 넓었고, 안은 레비아탄이 삼킨 온갖 것들이 튀어나왔다.

시커멓게 흐르는 바닷물에서 어떤 게 나와도 놀랍지 않은 상황!

마계의 악마는 기본이고 온갖 특이 몬스터들도 심심하면 튀어나오니, 상대하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이 자식 대체 뭘 삼키고 다닌 거야?

-가고일이다! 가고일!

-샌드 웜이 왜 바닷속에서 나와?!

가장 위험한 건 배가 공격 받는 사태!

미친듯이 빠르게 휘몰아치는 레비아탄의 배 안에서 배까지 무너지면 정말 끝장이었다.

플레이어들은 필사적으로 올라갈 섬이나 새로운 배를 찾아 헤맸다.

-여기 섬 있다! 어? 섬이 왜 움직이지?

-섬이 아니라 몬스터야! 조심해!!

“와. 레벨업 하기 좋겠군.”

“…….”

“…….”

태현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아니 방금 이 상황을 보고 그런 소리가 나와?

“왜? 레벨업하기 좋잖아.”

“그… 그렇지. 드래곤 레어도 레벨업하기 좋은 곳이긴 하지.”

“죽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온갖 몬스터들이 나오는 데다가 1초마다 지형이 바뀌니, 실력 하나는 제대로 키울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한 건 태현뿐이었고 나머지는 ‘와 뭐 저런 던전이 있냐?’ 하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공격은 언제 시작하냐?”

“글쎄….”

태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간단하게 준비했지만 든든한 구성이었다.

몬스터들 처리하느라 돌아다니던 아키서스 포병대부터 시작해서, 성격은 좀 또라이 같지만 전투력은 확실한 <고대 제국 이탈자>.

게다가 날아다니면서 싸울 수 있는 가루다 왕국 전사들까지.

하지만 태현은 방심하지 않았다.

‘애초에 저런 놈이 바로 나온 게 수상해.’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악마 공작이 한 짓이라면, 그냥 저런 괴수를 달랑 내보냈을 것 같지 않았다.

어딘가에 다른 준비가 있다면?

‘레비아탄 레이드 시작하면 뒤통수를 칠지도….’

“혹시 모르니까 주변을 수색할까요?”

“그래. 일단 그러고 하는 게 낫겠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부터 시작해서 주변에 있는 플레이어들도 많겠다, 태현은 싹 수색을 시켰다.

악마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어… 어? 뭐야? 왜 안 싸워?”

“들킨 거 아닙니까??”

길드 동맹에서 나온 비밀호위들은 당황했다.

레비아탄 레이드하려고 모인 놈들이 공격은 안 하고 주변 수색을 시작한 것이다.

“피해! 들키면 안 돼. 은신 시간 남았지?”

“안 걸립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비밀호위답게 은신 스킬 높은 이들로만 구성된 파티!

쑤닝 조카만 아니었어도 여기서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랭커들은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길마 잘못 만나서 이 고생이냐!’

‘젠장.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다음부터는 길드 가입할 때 생각 좀 더 해보고 해야겠어.’

“파티장님?”

“왜?”

“…계속 이쪽으로 오는데 뭐 잘못된 거 아닙니까?”

“뭔 소리야? 저런 놈들이 어떻게 우리 은신을 찾아??”

랭커는 발끈했다.

이제까지 그가 올린 은신 스킬의 레벨이 있는데, 어디 저런 놈들의 수색에 걸린단 말인가.

“아니 그런데 이쪽으로 오는 것 같….”

“저기 아키서스 교단 NPC들 아닙니까? 사제 같은데?”

앞에서 사제 NPC가 마법을 쓰는 모습에 파티원들은 긴장했다.

설마 저걸로 뚫리진 않겠지?

-음. 여기도 한 번 불을 질러보는 게 좋겠군요.

-알겠습니다, 사제님!

“…뭔 불?”

“설, 설마 저놈들…???”

플레이어들이 주섬주섬 폭탄을 꺼내고, 아키서스 교단 사제가 거기에 버프를 걸어주는 모습에 길드원들은 기겁했다.

저, 저, 저 미친놈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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