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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156화 (1,155/1,826)

§ 나는 될놈이다 1156화

“광역기 준비해!”

태현은 정수혁에게 외쳤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광역기를 잘 쓸 수 있는 건 정수혁이었다.

“마법 난사하겠습니다!”

“그래. 나도 폭탄 쓴다.”

“야! 이거 방심하려고 함정 파는 거 아냐?”

케인이 당황해서 물었다.

1초마다 순식간에 늘어나는 분신들과 언데드들.

하나하나는 약했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두려운 건 여기에 이세연이나 유성 게임단 플레이어가 숨어 있다가 공격을 하는 상황!

“아니. 이세연은 그런 자잘한 짓을 하… 할 만한 사람이긴 한데 어쨌든 지금은 아니야!”

“한다는 거야 안 한다는 거야!?”

더 헷갈리는 말!

“숨어서 기습을 할 거였으면 좀 더 적극적으로 덤벼왔겠지. 그리고 걱정하지 마! 기습 좀 몇 대 맞는다고 하더라도 너희들은 바로 안 죽어!”

태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마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이세연이 노리는 것 중 하나리라.

‘누군가 숨어서 기습한다고 생각하면 움직임이 당연히 느려질 테지. 하지만 이세연. 난 속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덤빈다고 하더라도, 태현 일행은 버틸 수 있었다.

아다만티움 갑옷부터 시작해서 공격 당하는 순간 태현이 권능을 걸면 수십 초 정도 안에 잡는 건 불가능.

그 정도만 버티면 그 사이 태현이 돌아와서 덤빈 놈을 아작낼 수 있었다.

지금 태현 팀은 기습으로 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쓸어버려!”

콰콰콰콰콰쾅!

[폭발이…]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

[……]

-사디크의 화염 룬!

태현은 사디크의 권능까지 사용해서 불을 질렀다. 원래라면 언령 마법까지 쓸까 싶었지만 MP는 가능하면 아끼고 싶었다.

이세연 보는 순간 폭딜 넣어서 잡으려면 MP는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화르르륵!

[사디크의 화염이 언데드에게 추가 데미지를…]

[……]

[……]

사디크의 화염이 닿자 언데드들은 그대로 녹아버렸다.

신성+화염!

거기에 정수혁과 이다비가 마법 난사를 해대자 언데드들은 사방팔방으로 사라져 나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은 언데드들이 더 많았다.

게다가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미치겠군. 이세연! 경기 시간 내내 이러고 있을 거냐?! 나와!”

-대답하지 마.

-…….

-…….

유성 게임단 선수들은 매우 미묘하고 겸연쩍은 표정으로 언데드들 사이를 숨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위장 잘 해. 이상하게 티 나면 들킬 수도 있으니까.

-언니만 안 잡히면 어차피 게임 무승부 아닌가요?

-그렇지. 그래도 위장은 계속 하는 게 좋아. 상대가 겁을 먹고 멈칫할 수 있으니까.

-지금 미쳐 날뛰는 거 보니까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김태현은 이세연이 함정 파지 않았다는 걸 확신하는지 정말 사납게 날뛰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꾀어내는 수준이었다.

-너무 빈틈이 대놓고 보이는데 때리면 안 되나요? 아무리 김태현이라도 저렇게 스킬 팍팍 써대가면서 MP 바닥난 상태면 뭘 할 수가 없잖아요.

-저거에 속지 마. 저거 일부러 유인하는 거야. 덤비면 그 즉시 MP 회복시키고 반격할 거야.

“이세연! 나오라니까! 질까 봐 겁먹었어?!”

-…….

이세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부족한 상황에서 선택한 전략이긴 해도 분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크으으으으으으으으읏….’

“이세연! 안 나오면 내가 이긴 걸로 친다!”

외쳤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태현은 더 이상 도발해 봤자 별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단단히 각오했군.’

태현이 놀려도, 시청자들이 졸렬하다고 욕하더라도 어떻게든 패배하지 않겠다는 각오!

역시 이세연다웠다.

‘하지만 이세연. 이렇게 버티더라도 2경기나 3경기에서 점령 맵 걸리면 이 모든 게 별 의미가 없을 텐데.’

만약 그렇게 되면 이세연은 욕은 욕대로 먹고 패배는 패배대로 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되는 것이다.

‘난 내 운을 믿어. 분명히 뽑힐 거야!’

이세연은 믿었다. 아니, 믿는 수밖에 없었기에 믿었다.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그게 최선의 수라면 거기에 건다!

…그러나 2경기는 점령 맵이었다.

* * *

1경기가 무승부로 끝나자, 해설자들도 말을 아낄 정도였다.

그만큼 당황스럽고 충격적인 경기였던 것이다.

-어… 어….

-정말… 독특한 경기였습니다.

-유성 게임단의 전략이… 참신하고… 대단하긴 했습니다. 아직 다음 경기가 남았지만 한 판을 무승부로 따냈다는 게 대단한 거 아닙니까.

해설자들은 비난을 삼갔다.

해설자의 입장에서 섣불리 선수들을 비난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팬들은 달랐다.

-미쳤냐 유성 게임단???

-이게 뭔 개짓거리야???!

-내가 이번 경기를 얼마나 기대한 줄 알아!

-이게 프로가 보여줄 경기냐! 너희가 그러고도 프로냐!

-내가 어렸을 때 3연벙 이후로 가장 눈을 씻고 싶은 경기였다!

1경기 이후로 뜨겁게 타오르는 반응!

심지어 유성 게임단 팬들도 이렇게까지 해서 무승부 따내야 하냐고 반응할 정도였다.

경기 시간 내내 싸우지 않고 숨어 다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심한 전략이었다.

게다가 2경기에서 바로 패배, 3경기에서 또 패배하는 바람에 그런 전략을 쓴 보람도 없이 유성 게임단은 1패를 떠안았다.

잃은 것만 많고 얻은 건 하나도 없었던 경기!

“김태현 선수. 오늘 경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끝나자마자 기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해설자들과 달리 기자들의 눈은 초롱초롱했다.

‘욕해줘! 유성 게임단을 욕해줘!’

‘이것도 프로냐고 욕해줘! 우리 조회수를 올려줘!’

너무 그럴듯한 먹잇감!

유성 게임단이 지금 욕먹고 있는 건 기자들도 알고 있었다.

이제 여기서 태현이 확언만 해주면 화룡점정!

“오늘 경기요? 유성 게임단 잘하던데요.”

“예? 아니, 1경기 때 전술은 좀 프로로서 아닌 전술 아니었습니까?”

“그럼 선수 자폭시키는 전술은 됩니까? 쓸 수 있는 건 다 써야지. 규칙으로 허용된 건 다 해도 됩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지는 게 멍청한 거죠.”

기자들의 표정이 멍해졌다.

태현이 따끔하게 유성 게임단을 욕해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그, 그래도 경기가 루즈해지는….”

“그러면 5인 탱커 쓰는 팀은 왜 내버려 뒀답니까? 그게 싫었으면 규칙부터 따로 잡았어야죠.”

“그래도 프로인데….”

“프로면 이기거나 최소한 이기려고 노력은 해야죠. 게다가 1경기는 무승부 따냈잖습니까? 그것도 못하는 팀이 얼마나 많은데. 그럼 그 팀들 다 프로 이하라는 겁니까? 와. 기자님. 말이 좀 심하시네.”

“아니 제가 언제 그랬….”

“게임을 하다 보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거지 게임 좀 졌다고 그렇게 프로 이하 취급을 하시다니….”

“아니 제가 언제…?!”

“하긴, 누가 봐도 준비 덜 된 날빌 갖고 왔다가 지면 그건 좀 부끄러운 일이긴 하죠. 그런 팀들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자님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무리 베이징 파이터즈가 싫다고 하더라도….”

“저 그런 말 안 했어요! 저 그런 말 안 했어요!!”

기자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당황해서 외쳤다.

몇몇 베이징 파이터즈 팬 기자들은 아예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말을 안 했는데도 왠지 그런 말을 한 것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그 틈을 타 태현은 여유롭게 자리를 빠져나갔다.

‘큰일 날 뻔했네 진짜.’

여유로워 보였지만 솔직히 속은 아직 식은땀이 나고 있었다.

이세연이 설마 이렇게 양심 없는 전략을 들고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전승 우승에 크게 목을 매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모든 기록에는 가치가 있었다.

기록을 딸 수 있다면 따겠다!

거기에 오점을 남길 이유가 없었다.

* * *

“와. 살벌한데….”

[<가루다 임시 전진요새>를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땅 위에 둥둥 떠 있는 작은 요새!

그 근처로 날개 단 전사들 수십, 수백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정지! 뭐하는 놈들이냐!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다! 너희의 요청을 받고 왔다.”

-앗! 어쩐지 거칠고 사나워 보이더니 역시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었군!

[악명이 높습니다!]

[가루다 전사의 친밀도가 오릅니다!]

[……]

-들어와라. 저 팔 여섯 개 달린 놈은 특히 강해 보이는군.

-가루다 전사들 중에서도 팔이 여러 개 달린 놈은 없는데.

“…….”

케인은 매우 복잡한 표정으로 들어갔다.

그런 걸로 부러워하지 마 이것들아!

[<가루다 전사 만인장>, 도르쿠스를 만납니다!]

[명성이…]

[……]

[……]

-왔는가! 사납고 비열하고 더러운 아키서스 교단의 수장,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여!

“…….”

[카르바노그가 칭찬이라고 말합니다.]

가루다 족 사이의 칭찬!

사납고 비열하고 더럽고 등등이 다 칭찬으로 쓰였다.

“그쪽도 케인답군.”

-케인? 케인이 무엇이지?

“여기 있는 팔 여섯 개 달린 전사. 우리 중에서 가장 용맹한 전사지.”

-오오!

[도르쿠스가 만족합니다!]

[친밀도가…]

-여기 온 건 우리 가루다 왕국에 들어와 싸우고 싶어서겠지. 원래라면 가장 밑에서 네 능력을 입증해야겠지만….

[명성이 매우 높습니다!]

[악명이…]

[……]

[……]

[……]

-사납고 비열하고 더러운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에게 그런 시험은 필요 없을 터! 가루다 전사들을 줄 테니, 어디 한번 그대의 능력을 증명해 보여라!

<능력의 증명-가루다 왕국 퀘스트>

사납고 비열하고 더러운 가루다 왕국의 전사들은 언제나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찾아 헤맨다.

더 강하고 거대한 적을 쓰러뜨리는 것이야말로 전사의 능력!

당신은 사납고 비열하고 더러운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자 영웅으로서 그 능력을 단단히 인정받은 상태다.

하지만 그 능력을 확실하게 증명하려면 제대로 된 사냥감이 필요하다.

가루다 전사들을 이끌고 마땅한 적을 물리쳐라!

강한 적을 쓰러뜨릴수록 더 높은 지위가 주어지리라!

-명성 스탯에 따라 가루다 전사들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악명 스탯에 따라….

-칭호….

보상: ?, ???, ?????.

새로운 세력에 들어가면, 언제나 밑바닥에서 자신을 증명해 보여야 했다.

각종 잡다한 퀘스트부터 시작해서 차곡차곡 쌓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었으니….

바로 이런 경우!

태현은 이제까지 쌓은 명성, 악명, 업적이 너무 대단했다.

시작부터 바로 가루다 전사들을 동원 가능한 위치!

[카르바노그가 누구를 잡을 거냐고 묻습니다.]

명성, 악명, 칭호 등등 만큼 가루다 전사를 동원할 수 있다는 건 좋았지만, 그만한 상대를 골라야 했다.

‘으음. 오스턴 왕국…은 가봤자 랭커 애들 레벨이 300도 안 넘어서 애매하겠군.’

드래곤?

…은 자살행위였고.

‘하늘섬에 있는 적당한 보스 몬스터나 찾아볼까. 레벨 500 넘는… 없으면 중앙 대륙으로 내려가서 잡아도 될 것 같고.’

* * *

아탈리 왕국의 동쪽 바다.

우르크와도 맞닿아 있는 이 바다는 초보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안쪽 내해는 잔잔하고 평온한 곳이라 레벨 낮은 초보자들도 쉽게 놀 수 있는 것이다.

“비켜! 우리 자리야.”

“자리라니 여기 그런 거 없어요!”

“지금부터는 있어. 비켜! 그물 설치하는 데 방해되니까!”

그러나 이제 이 주변도 경쟁이 치열해졌다.

대형 길드들이 우르크 지역의 빈 땅에 자리를 잡으면서 이 주변도 얼씬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라면 그냥 물러났을 테지만, 이 근처에서 노는 사람들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아?”

“네가 누군데? 뭐 랭커라도 되냐?”

“파워 워리어 길드원이다! 감히 아탈리 왕국 앞에서 이런 짓을 해도 무사한지 두고 보자고!”

“…!!!”

길드원들은 깜짝 놀랐다.

파… 파워 워리어?

“아, 아니. 잠깐만. 파워 워리어 소속인 건 몰랐어!”

“야. 쫄 게 없어서 파워 워리어한테 쫄아?”

“쫄아야지 멍청아! 예전 파워 워리어인 줄 알아?”

길드원들끼리 다투는 사이, 뒤의 바다에서 음산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쿠오오오오오-

[마계의 문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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