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154화 (1,153/1,826)

§ 나는 될놈이다 1154화

[미안하면 기도나 해달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알겠다.’

태현은 이다비한테 말했다.

“이다비. 당근 있니?”

“에랑스 왕국 당근, 오스턴 왕국 당근, 아탈리 왕국 당근, 골짜기 특제 당근, 마계 당근 등이 있는데 뭐가 필요하세요?”

“…….”

[마계 당근이 좋겠다고 카르바노그가 군침을 흘립니다.]

“마, 마계 당근.”

세상은 넓고 이상한 놈들은 많았다.

마계에 가서 굳이 농사를 짓는 간 큰 농부 플레이어들!

‘왠지 모르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일 거 같아.’

기행하면 파워 워리어, 파워 워리어하면 기행이었다.

태현은 마계 당근을 놓고 진심 어린 기도를 했다.

파아아아앗!

[카르바노그의 잊혀진 신전을 발견했습니다!]

[대륙에서는 이미 완전히 사라진 카르바노그 교단이지만, 하늘섬에 남아 있는 신전이 있었습니다. 위대한 발견을 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모든 토끼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이미 토끼들의 친밀도가 최대치…]

[더 이상 오르지 않습니다!]

와!

정말 유용하겠는걸?

[카르바노그의 힘이 아주 아주 조금 늘어납니다.]

[하늘섬에 카르바노그의 천사가 나타날 확률이 생깁니다.]

<하늘섬의 천사들-교단 퀘스트>

마계의 악마들과 천계의 천사들은 특별한 방법이 없으면 대륙으로 넘어오지 못한다.

그러나 하늘섬은 다르다.

제대로 된 기도와 신앙심이 있다면, 천사들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곳.

그런 하늘섬에 천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안 될 일이다.

신성한 기도로 천사를 불러오게 하자!

보상: ?, ???, 신성의 나팔

“!”

태현은 놀랐다.

기도를 하다 보면 일정 확률로 천사가 나올 수 있다니.

그러면….

[카르바노그는 아키서스 전투천사들은 좀 무섭다고 말합니다.]

‘걔네들은 나도 무섭긴 해.’

천사보다는 솔직히 다른 종족에 더 가까운 비주얼!

‘그러고 보니 카르바노그, 네 천사는 어떻게 생겼어?’

[토끼처럼 생겼다고 합니다. 아주 귀엽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

그건 또 그거대로 약할 것 같은데….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날아다니는 토끼라니. 솔직히 별로 강할 것 같지는 않았다.

[대륙에 있는 신전과 달리, 여기 신전은 기도하면 직접적으로 천계에 닿는 게 분명하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위험한 곳이군.’

사디크 교단이 여기 있었으면 사디크 천사들이 뒷목 잡았겠다!

‘아. 설마 그래서 신전들이 폐쇄당한 건가?’

천사가 말이 좋아서 천사였지, 아키서스 전투천사만 봐도 답이 나왔다.

천사가 꼭 선한 건 아니다!

하늘섬 주민들 입장에서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천사들이나 가루다 왕국이나 <고대 제국 이탈자>나 별 차이가 없게 느껴졌을 것이다.

당장 파이토스 교단 천사들만 해도, 자기네 교단 성기사들처럼 ‘파이토스 님을 믿지 않으면 망치가 벌할 것이다!’ 하면서 돌아다닐 수 있었으니….

[확실히 파이토스 교단은 그럴 법하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파이토스 교단 1주일 금ㅈ… 아니, 영원히 금지당할 만한 일을 한 게 분명했다.

‘아키서스 교단도? 하긴….’

[아키서스 교단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냥 금지당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파이토스 교단 금지, 다른 교단도 금지→어? 아키서스 교단 남았네?→아키서스 교단이 가장 위험하니까 미리 금지하자!

매우 논리적이었다.

‘…정말 부정할 수가 없는데….’

그것과 별개로 퀘스트 보상은 조금 솔깃했다.

<신성의 나팔> 아이템이 뭔지는 정확히 몰라도, 소환 관련 아이템일 것이다.

그렇다면 천사 소환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키서스 전투 천사는 그 겉모습과 별개로 능력 하나는 확실한 이들.

부를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꼭 얻고 싶었다.

‘다른 교단 신전은 다 폐쇄당했지만 카르바노그 신전은 남아 있다. 어느 천사든 상관없으니, 카르바노그가 내 곁에 있는 게 행운이긴 해.’

하늘섬 주민들도 신경 안 쓰는 카르바노그가 있던 게 행운!

다른 신이면 모를까 카르바노그 천사는 와도 별로 신경 안 쓸 게 분명했다.

게다가 지금 가루다 왕국의 습격 때문에 혼란스러웠으니….

* * *

“어그로를 너무 많이 끌었어.”

최상윤이 입을 열었다.

방금 일행은 세 차례 싸움을 연속으로 하고 있었다.

가루다 전사들의 습격!

[가루다 왕국 내에서 당신의 악명이…]

[아키서스의 권능을 사용했습니다! 가루다 왕국 내에 아키서스 교단의 소문이 퍼집니다!]

[아키서스 관련으로 추가 악명이…]

[추가 공포가…]

[명성이 매우 높습니다!]

[……]

[가루다 왕국 내에 당신의 이름이 순식간에 퍼집니다!]

높은 명성, 악명, 아키서스 교단의 삼박자→위험 인물!

다른 플레이어들과 달리 태현은 몇 번 싸우면 상대에게 어그로를 팍팍 끌었다.

남들은 가루다 일반 전사를 상대할 때 태현 일행은 가루다 상급 전사 특수 암살단을 상대하고 있는 상황!

그러다 보니 전투가 길어지고 격렬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그로 줄어들 때까지 마을에서 쉬자. 더 돌아다니다가는 정말 집중으로 얻어 맞겠어.”

“그래. 그러는 게 낫겠다.”

태현도 드물게 동의했다.

원래라면 ‘뭐? 레벨 높은 애들이 계속 나온다고? 그러면 감사해해야지!’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랐다.

필드에 가루다 전사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쳐낼수록 계속 몰려드는지라 시간만 더 낭비되는 상황!

그럴 바에는 잠깐 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앗. 그러면 하고 싶은 거 해도 되냐?”

“미쳤니? 당연히 마을에서 나오는 퀘스트 해야지. 친밀도 올려라.”

“…….”

좀 쉬려다가 구박을 들은 케인은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태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마을에서 머무르는 동안 각종 퀘스트로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기본!

“기왕 올릴 거면 도시가 좋겠어요.”

“하긴 그것도 그래.”

[<하늘 폭포의 도시>를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

[……]

[현재 도시의 주인은 <프리즘> 길드입니다.]

[세금을…]

[……]

“와. 세금을 어떻게 이렇게 많이 뜯죠?!”

이다비는 경악했다.

대형 길드들 볼 때마다 놀라운 삥뜯기 능력!

파워 워리어는 저런 짓 하면 바로 길드탈퇴할 텐데!

사실 파워 워리어도 저래도 되긴 했다. 하지만 이다비는 초심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사람.

‘응 꼬우면 접어 너 없어도 길드에 사람 많아’가 아니라 ‘안 돼 꼬와도 접지 마 너 없으면 길드 망해’가 파워 워리어의 규칙!

“배짱이지. 이 도시가 그만큼 가치가 있으니까.”

도시의 힘은 그 도시가 가진 시설들과 특권으로 나왔다.

마탑, 대장간, 각종 특별 건물들….

이런 건물들을 이용하고 싶다면 억울하더라도 세금 내고 들어와야 한다!

<하늘 폭포의 도시>가 가진 장점은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거꾸로 솟구치는 폭포!

그 주변에 펼쳐진 각종 예술품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버프를 줬다.

[자연이 만든 거대한 장관, <하늘 폭포>를 목격했습니다!]

[영구적으로 지혜 스탯이…]

[<하늘 폭포의 축복> 버프가…]

[……]

[……]

“<아키서스의 예술관> 같네요.”

“거기랑은 다르지만….”

골짜기에 있는 <아키서스의 예술관>은 온갖 예술품들로 가득한, 골짜기의 버프 장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예술품들은 태현이 판온 곳곳에서 약탈해 온 물건들!

저 자연과는 좀 많이 달랐다.

“제작 직업들이 많군.”

“아무래도 버프가 세니까. 세금 냈으니 본전도 뽑아야 할 테고.”

거대한 폭포 근처로 플레이어들 수백 명이 모여 왔다 갔다 거리는 게 장관이었다.

“여기도 아키서스 신전은 없었습니까?”

“들어오자마자 물어봤는데 폐쇄된 지 오래더라.”

“큭….”

일행들은 괴로워했다.

가는 곳마다 다 폐쇄됐다니!

“자. 각자 흩어져서 일반 퀘스트 하자. 자기들이 잘 하는 게 다르니까.”

“네!”

태현은 올라운더, 최상윤은 검술 관련, 이다비는 상인 관련, 유지수는 궁수 관련, 정수혁은 마법 관련, 케인은 잡일 관련….

“?”

“왜?”

“어, 아니. 나… 나도 방패술 잘 하는데. 방패 길드 가서 도와주면….”

태현은 고개를 젓고 진지하게 말했다.

“케인. 넌… 방패보다 잡일을 더 잘해.”

“…….”

“방패 길드 가서 방패술 관련 스킬 퀘스트 받아봤자 너는 일반적인 결과를 낼 거야. 하지만 건축가 길드 가서 건축 관련 퀘스트를 받으면? 넌 어마어마하게 성공할 수 있다.”

같은 퀘스트도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잘 깨냐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기 마련.

이런 일반 퀘스트들은 특히 그랬다.

그리고 케인은 인간 불도저나 마찬가지!

“넌 할 수 있다. 알겠지?”

“어, 어. 어.”

듣다 보니 뭔가 자기 칭찬하는 것 같아서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뭔가 칭찬 같으니 맡겠는데….

“자! 모두 움직여!”

태현 일행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태현도 괜찮은 퀘스트가 있나 찾기 위해 <신의 예지>를 준비했다.

“…여기서 뭐하십니까?”

“으헛, 깜짝이야!”

…익숙한 얼굴을 만나기 전까지는!

폭포 앞에서, 초보자 세트를 입고 앉아 있는 유 회장을 본 태현은 어이없어했다.

“왜 그런 걸 입고 계십니까?”

“…이제 나도 꽤 유명해져서, 비싼 장비 입고 있으면 온갖 놈들이 달라붙는단 말이지.”

“아….”

태현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판온 초보였던 유 회장이 이렇게 성장하다니!

물론 그 미소가 유 회장에게는 매우 기분 나쁘게 보였다.

“왜 그렇게 실없게 웃나?”

“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태현은 유 회장 옆에 앉았다. 유 회장이 여기 먼저 와 있었다는 걸 알았으니 뭔가 좀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그래서 좋은 퀘스트라도 받으셨습니까?”

“뭐냐, 도시에서 퀘스트 찾고 있었냐?”

유 회장은 의외라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태현은 기본적으로 전설 직업에, 전설 퀘스트 위주로 깨는 사람.

이런 도시에서 일반 퀘스트 찾아 헤맬 정도로 시간이 널널하지는 않았다.

“저도 마을에서 친밀도 작업 할 때가 있는 법이죠.”

“마을도 많으면서 무슨… 그리고 나, 퀘스트 받아서 하는 거 아니다. 여기 폭포가 그렇게 명소라서 하는 거다.”

“흠. <아키서스의 축복>.”

파아아앗!

눈부신 신성의 빛이 유 회장을 감싸고, 순식간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어마어마한 행운으로 인해 낚싯대가…]

[<날개 달린 찬란한 폭포 물고기>를 발견했습니다!]

[자동 추적에 들어갑니다!]

[유도 미끼가 물고기를…]

파파파파파팟!

순식간에 낚싯대에 희귀한 물고기들이 촤르르륵 와서 박혔다.

주변에 있던 낚시꾼들이 경악했다.

“세, 세상에! 저게 뭐야!?”

“아니 대체 무슨 낚싯대를 쓴 겁니까? 비법 좀 알려주세요!”

“선생님! 선생님! 저한테 한 번만 가르침을….”

유 회장은 태현을 노려보았다.

이런 얄미운 놈 같으니…!

* * *

“알겠느냐? 낚시는 꼭 결과를 보겠다는 마음보다는 그 과정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유 회장은 일장연설을 했지만, 태현은 유 회장의 낚싯대를 유난히 쳐다보았다.

‘흠. 결과에 매우 집착하고 계시군.’

낚시꾼은 낚시하는 과정을 즐긴다지만, 유 회장은 동시에 게이머였다.

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아까 얻으신 물고기들은 그래서 풀어주셨습니까?”

“…어쨌든 남의 낚시를 그렇게 방해해서는 안 되는 법. 이해했으면 됐다.”

“<아키서스의 축복> 받으셨으니 저도 뭐 좀 물어보겠습니다.”

“…….”

유 회장은 태현에게 감탄했다.

이런 뻔뻔하고 낯짝 두꺼운 놈 같으니…!

예전에도 그러긴 했지만, 지금 태현은 좀 달라졌다.

유 회장은 깨달았다. 팀 KL을 운영하면서 태현이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는 것을.

…물론 좀 이상한 걸 많이 배운 것 같았지만….

“난 이 도시에 대해 잘 모른다니까?”

“어르신. 예전에 낚시광인 어르신이었을 때면 제가 그 말을 믿었을 텐데… 지금은 아니잖습니까. 여기는 뭐하러 오신 겁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