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153화 (1,152/1,826)

§ 나는 될놈이다 1153화

언데드 주교 펠마른!

그렇다면 성기사단장은 대체 어떤 종족일까?

확실한 건 뭐가 나와도 놀랍지 않다는 점이었다.

[카르바노그가 이쯤 되면 슬슬 악마를 예상해 본다고 말합니다.]

‘…야!’

정도가 있지!

아무리 그래도 악마들 중에서는 아키서스 신도가 없을 거라고 태현은 믿었다.

“고대 제국 이탈자들. 아키서스 교단 신전을 찾아야겠다. 하늘섬에 남은 신전이 있나?”

-아니 왜 그런 흉악한 물건을?

“…내가 아키서스 교단 교황이니까?”

-힉! 죄송합니다! 잊고 있었습니다!

맞다 보니 자연스레 잊고 있었던 사실!

아, 저 인간 교단 교황이었지?!

[고대 제국 이탈자들이 깨닫고 겁에 질립니다!]

[고대 제국 이탈자들의 공포가 올라갑…]

[화술 스킬이…]

‘이 자식들은 그러면 날 뭘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하늘섬에 올라와서 자기들 공격하는 깡패로 생각하고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은데….

[하늘섬 지도가 추가됩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신전으로 추측되는 위치가 추가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신전을 찾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

하늘성 안에 있던 지도들은 상당히 오래전의 지도들.

지금과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지도 정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새로 지도를 만든다, 지도를 찾아보겠다 하면서 이곳저곳을 뒤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교황님. 지금 가루다 놈들이 쳐들어와서 하늘섬이 난리가 난 상태입니다만.

“그 정도는 알아서 처리하면서 움직일 수 있지 않나?”

태현도 지금 하늘섬이 난리라는 건 알고 있었다.

사방팔방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고, 게시판에서는 <도움! 도움!> 같은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으니까.

운 나쁘게 집중공격을 당한 대형 길드는 도움 요청을 해댔고, 운 좋게 공격을 피한 대형 길드는 못 본 척 웅크렸다.

각자도생!

하지만 그건 잃을 게 많은 대형 길드들 이야기였고, 태현은 딱히 잃을 게 없었다.

하늘성….

‘…은 딱히 아쉽지가 않은데.’

솔직히 저 고물딱지 뺏겨도 별로 타격도 없다!

찾아낼 것도 대충 찾아냈고….

[카르바노그가 안에 폭탄이나 잔뜩 설치하자고 합니다.]

‘무르군. 카르바노그. 이미 끝냈다.’

도서관 확인 후에는 곳곳에 폭탄 함정을 설치해놨다.

꼭 지켜야 하지는 않지만, 어디든 점령하면 폭탄부터 설치하는 게 태현의 습관이었다.

돌다리도 폭탄 설치하고 건너가자!

-하늘섬이 난리가 났으니 저희가 더 약탈해도….

“닥치고 아키서스 교단이나 찾자.”

태현은 <고대 제국 이탈자>들을 입 다물게 만들었다.

솔직히 <고대 제국 이탈자>가 아니라 <고대 제국 약탈자>라고 봐도 좋을 놈들!

* * *

“스미스. 네가 나서야 한다니까.”

“맞는 말이다. 스미스. 네가 필요해.”

“하지만 저는….”

전설 직업 <고대 제국의 백기사>를 가진, 최상위 랭커 스미스!

태현이나 이세연의 화제성에 비하면 명성이 덜한 감이 있었지만, 그도 꾸준히 실력을 유지하고 있는 랭커였다.

조용한 강자!

“이번에 레벨 300을 돌파했다면서?”

“예.”

“언제 공개할 생각인데?”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이세연에 이은, 두 번째 레벨 300 돌파 랭커!

이세연과 달리 스미스는 마계에서 우직하게 몰이사냥으로 남은 레벨을 올렸다.

정말 스미스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은 레벨 업 방식!

태현과 이세연의 방식은 사실 일반적이지 않았다.

전설 등급 퀘스트를 쫓거나 고대 거인을 잡거나….

이건 언제나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고, 실패하면 타격도 컸다.

대신 보상이 막대하고 무엇보다 화제성이 높았다.

태현이 왜 판온 플레이어들 중 가장 인기가 높겠는가.

남들이 똑같이 몰이사냥하는 동안 판온 곳곳을 누비며 전설 퀘스트란 전설 퀘스트는 다 깼기 때문!

그러나 스미스는 다른 둘이 그런다고 흔들리지 않았다.

우직하게 잡고, 잡고 또 잡았다.

태현과 방향은 다르지만 스미스도 끈기와 우직함 하나는 못지않은 플레이어였던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뉴욕 라이온즈에서도 네가 빨리 다시 나서주길 원하고 있어. 다음 시즌에는 무조건 나서야 할 거 아냐.”

비싼 돈을 주고 영입했지만, 스미스는 잘 싸우던 도중 이탈했다.

-저는 아직 투기장 리그에 준비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좀 더 준비하겠습니다.

선수풀이 널널한 뉴욕 라이온즈니 기다려줬지, 다른 게임단이었으면 당장 재촉했을 것이다.

“다음 시즌에는 출전할 겁니다.”

“그래! 그걸 알면 더더욱 나서야지.”

“리그 선수와 이건 다릅니다만….”

“다 똑같아! 그리고 이건 너한테도 필요한 거야. 최상위권 랭커들은 다 어마어마한 지원을 받고 있어. 이세연? 제국 있지. 김태현? 왕국 있지. 게다가 잘나가는 랭커들 모두 영지 끼고 있다고. 이제 영지가 없으면 경쟁에서 밀려.”

스미스를 찾아온 길마의 말은 사실이었다.

남들은 영지에서 재료 찾고 제작 돌리고 NPC 도움받아서 빠르게 원하는 걸 얻을 때, 영지 없는 사람들은 뒤처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우린 네 밑으로 들어갈 각오가 되어 있어! 제발 우릴 이끌어다오!”

“우리가 싫은 건 아니지? 그치?”

“그건 아닌데… 제가 남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아냐! 네가 김태현이나 이세연 같은 놈들보다는 훨씬 낫지!”

“쑤닝보다 몇 배는 낫고!”

“스미스 선수. <뉴욕 라이온즈>에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재촉!

그랬다.

하늘섬에 올라간 대형 길드 길마들이 찾아온 것이다.

-야, 영지 경영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길드 동맹 놈들이 왜 합쳤는지 알겠다!

-근데 김태현은 혼자서 했….

-닥쳐! 조용히 해.

-길마님 말이 맞습니다. 솔직히 저희 길드가 작은 게 아닌데, 지금도 벅찹니다. 힘을 합치지 않고서야….

하늘섬에서 영지 경영의 매운맛을 본 대형 길드들은 깨달았다.

이건 정말 길드 하나로 하기 힘든 일이다!

평화로울 때는 상관없었지만, 이런 퀘스트 한 번 터지니 대형 길드고 뭐고 없었다.

필요성을 느낀 길마들은 모여서 연합에 대해 품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길드가 가장 오래됐으니 우리 길드 이름으로 해야 하지 않나?

-미친놈 아냐? 오래됐으면 접어야지, 우리 길드원 숫자가 가장 많으니까 우리 길드로….

-개소리하고 있네. 그러면 파워 워리어가 일등이지. 랭커 숫자로 해!

-가장 레벨 높은 랭커가 있는 길드로 해야…!

인간은 언제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길드 동맹이 그랬던 것처럼, 연합하러 모인 길마들은 오지게 싸워댔다.

그러나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그들이 매우 아쉽고 절박하다는 점이었다.

안 그랬다면 진작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했을 텐데, 서로 아쉬우니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댔다.

그 결과 그럴듯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다루기 쉬운 놈을 불러다가 길마로 앉히자!

-…!

-그런 놈이 있나?

-기왕 간판으로 쓸 거면 유명하고 이미지 좋은 랭커가 좋겠다. 화제성이 있어야지. 외부 투자도 생각해야 하니까.

-실력도 있고 우리가 조종하기 좋아야지.

-성격도 중요해. 김태현 같이 싸가지 없는 새끼면 안 된다고.

-…스미스 어때?

-스미스 좋다…! 진짜 좋은데?

길마들은 자기들이 떠올린 아이디어에 전율했다.

완벽하다!

길마들은 그 즉시 <뉴욕 라이온즈>와 스미스에게 접촉했고….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스미스! 스미스! 스미스!”

“스미스! 스미스! 스미스!”

“야. 뭐해? 빨리 스미스 칭찬해.”

“스미스! 스미스!”

남들의 기대에 약한 스미스를 몰아붙이는 길마들!

길마들에, 뉴욕 라이온즈 간부에, 온갖 사람들이 기대해 오자 스미스도 마음을 굳혔다.

“…알겠습니다.”

“오오…! 그러면 해주는 건가?”

“제가 길마를 맡아야 한다면… 대신 여러분들도 제 명령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물론이지!”

“암!”

“하하! 믿으라고! 길마 명령인데 안 들을 리가 있나!”

길마들은 즉답했지만 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뭐 스미스야 착하니까 적당히 둘러대도 모르겠지.’

‘지금 당장에 무슨 말을 못 하겠어?’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한 번 맡아보겠습니다.”

“오오… 오오오!”

“길드 이름만 정하면 되겠네! 내가 지어왔는데, <백기사이즈킹> 어때?”

“…<화이트 나이트>로 하죠.”

“그게 좋겠네!”

“그게 좋겠군!”

“아니 <백기사이즈킹>이 더 좋….”

* * *

[가루다 전사들을 쓰러뜨렸습니다!]

[가루다 왕국에서 당신의 악명이…]

[가루다 왕국에서 적개심이…]

[하늘섬의 주민들이 당신의 선행에 감동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감… 감사합니다! 전사님!

하늘섬 주민들은 태현을 보고 뛸 듯이 기뻐했다.

날뛰던 가루다 전사들을 나타나서 쓸어버린 태현 일행!

-아니 뭐 저런 놈들을 구해줘야 합니까.

-그냥 죽게 내버려 두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뒤에서 고대 제국 이탈자들이 구시렁댔지만 태현은 무시했다.

너희들은 짖어라!

나는 퀘스트 한다!

“이 근처에 아키서스 신전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혹시 어디 있는지 아나?”

-아키서스 신전 말입니까?

늙은 촌장이 나오더니 깜짝 놀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키서스 신전은 너무 위험하다는 말이 많아서, 아주 예전에 폐쇄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아니 뭔…?”

신전이 뭐가 위험해!

그러나 따져봤자 촌장이 알 리 없었다.

촌장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대쯤에 결정된 일이라는데 어쩌겠는가.

“파이토스 교단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교단이니 신전 있으면 문 닫는 게 좋겠군.”

괜히 억울해진 태현은 물귀신 작전으로 들어갔다.

아키서스 혼자 당할 수는 없다!

-파이토스 교단도 예전에 폐쇄가 되었습니다만.

“오.”

태현은 만족했다. 파이토스 교단도 폐쇄당했다니.

아주 좋은걸?

태현은 문득 의아해져서 물었다.

“그러면 여기 신전이 있나?”

보아하니 메이저한 교단 신전들은 대충 다 위험하다고 폐쇄를 시킨 느낌이었다.

그리고 태현의 예측은 맞았다.

“신전을 다 닫았다고?”

-예. 예전에 위험하다고 닫았습니다만… 정확한 이유까지는 저희도 잘….

[카르바노그가 뭔가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저기 카르바노그의 신전이 있다고 말합니다.]

‘뭐?!’

태현은 깜짝 놀랐다.

토끼 신, 카르바노그는 잊혀진 신이었다. 그것도 아키서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키서스는 교단이 사라진 거지, 아키서스를 믿는 사람들은 꽤 남아 있었다.

좀 다 이상한 놈들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에 비해 카르바노그는 신도고 교단이고 아예 다 하나도 없는 마이너 신!

오죽하면 토끼들밖에 못 부리겠는가.

[카르바노그가 좀 심한 거 아니냐고 서운해합니다.]

‘앗. 미안.’

말이 너무 심했다!

태현은 사과했다. 카르바노그가 태현을 많이 도와주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 신전이 어디라고?’

[저 앞에…]

태현은 고개를 들었다. 작은 토끼 조각상과, 그 토끼가 들어가 있는 토끼집 조각상이 있었다.

작고 귀여운 게 초보 조각사가 만들어서 시험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이게 신전이라고?’

[카르바노그가 신전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

태현은 갑자기 매우 미안해졌다.

카르바노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