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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145화 (1,144/1,826)

§ 나는 될놈이다 1145화

언제나 지원해 주는 파티원들을 데리고 안전하게 사냥하는 랭커들과, 매번 혼자서 불리한 상황에 몸을 던지는 태현.

레벨이 같고 직업이 같았더라도 그들은 태현처럼 하지 못했을 것이다.

“너희는 왜 이렇게 못하냐?”

“…….”

격의 차이를 느끼고 전율하던 길드 동맹 랭커들은 태현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못… 못 한다고??

우리가????

플레이어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인 ‘너 왜 이렇게 못하냐’!

그런 말을 랭커들이 들었으니 충격은 몇 배일 수밖에 없었다.

“우, 우리가 못 한다고? 다시 말해봐!”

“너희 못하는데.”

“…이… 이….”

다른 놈이었으면 ‘어디 한번 너는 잘하나 보자!’ 하고 깃발 꽂았을 텐데, 상대가 태현이니 그런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깃발 꽂았다가는 내 머리통에 칼이 꽂힐 테니까!

옆에서 케인이 실실 웃었다. 매번 사냥할 때마다 받았던 구박을 다른 놈들이 받으니 매우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너희 맨날 파티 사냥만 하지 말고 솔플도 좀 하고 그래라. 애들이 졸렬하게 솔플을 안 하니까 다 비실비실해 가지고 컨트롤이 너무 약하네.”

“…….”

쑤닝은 매우 복잡미묘한 기분으로 태현의 말을 듣고 있었다.

길마로서 남이 저런 소리를 하니까 열이 받는데….

김태현이 저런 소리를 하니까 ‘아 진짜인가? 우리 랭커들이 좀 약한가?’ 하고 솔깃해하게 됐다.

세계 최고 플레이어의 말은 솔직히 가볍게 넘기기 힘든 것이다.

“삼촌. 삼촌 친구들이 졸렬해? 졸렬이 뭐야?”

“…아무것도 아니란다!”

“치. 맨날 아무것도 아니래.”

옆에서 케인이 신나서 설명해줬다.

“졸렬하다는 건 겁이 많고 치사하게 군다는 거란다!”

“그럴 리가 없어요! 삼촌이 얼마나 용감한데요!”

“…….”

“…….”

“그만 쳐다봐 개자식들아!”

쑤닝은 사납게 일갈했다.

허세 좀 떨 수 있지 꼭 그렇게 쳐다보면서 무안을 줘야 하냐!

* * *

“그런데 이 틈을 타서 빠져나가야 하는 거 아니냐?”

“굳이? 괜히 나가면 원거리로 두들겨 맞기나 하겠지.”

물론 아키서스의 권능들을 쓰면 일시적으로 반쯤 무적 상태가 되어 포위망을 뚫고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만 되면 아래로 도주 가능!

…하지만 태현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권능 아까워.’

[카르바노그가 잘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길드 동맹 놈들 구해주려고 권능까지 쓰는 건 솔직히 좀 아까웠다.

다른 방법도 많은데….

그리고 한 가지 더.

‘잘만 하면 이번에 하늘성을 띄울 수 있을 거 같단 말이지.’

<하늘성의 제물-고대 제국 하늘성 퀘스트>

고대 제국 관련 지식과 뛰어난 기계공학 스킬을 가진 당신은 버려진 하늘성을 어떻게 부활시킬 수 있을지 파악했다.

하늘성 같은 거대한 요새를 하늘에 띄우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힘이 필요한 법.

고대 제국은 수많은 생명들의 희생으로 하늘성을 굴렸다.

하늘성 안에서 제물을 바친다면 그 생명력이 하늘성을 깨울 것이다!

-현재 바쳐진 생명력:

(7,100/10,000)

안에서 일어난 혈투 때문에 순식간에 차오른 생명력!

공격 몇 번만 더 막아내면 하늘성이 알아서 떠오를 것 같았다.

[폭탄을 설치합니다…]

[즉석에서 함정을…]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

[……]

[……]

“하지만 놈들이 정신을 차리면 다시 몰려들 거 아니냐.”

“그러게 평소에 좀 착하게 살았어야지. 얼마나 패악질을 부렸으면 저렇게 안 물러서냐?”

“…….”

“걱정 마라. 입구에서 막히다 보면 기세가 꺾일 테니까.”

‘그리고 하늘성도 떠오를 거고.’

“이런 함정으로 막을 정도로 적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니….”

콰콰콰콰콰콰쾅!

콰콰쾅! 콰쾅!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하늘성의 입구가 부서집니다!]

[……]

[……]

“…….”

그 단단하던 하늘성 입구 통로가 아예 통째로 무너져내리는 걸 본 쑤닝은 경악했다.

저 저 미친놈…!

대체 폭탄을 얼마나 설치한 거야?!

“흠. 좀 과했나? 뭐 내 건물 아니니까.”

“맞아요. 입구는 좀 부서져도 괜찮죠.”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쑤닝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 * *

몇 번의 공세가 더 있었지만 태현은 효과적으로 방어했다. 모인 플레이어들은 주춤했다.

공격 실패한 것도 그렇지만 저기 태현이 있다는 소문이 주변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진짜 김태현이라고?”

“폭탄 저렇게 쓰는 플레이어가 몇 명이나 있겠어.”

“김태현이 왜 길드 동맹하고 같이 있지?”

“같이 손잡고 하늘섬 공략한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어?”

“그러고 보니 저번에 아탈리 왕국 도로를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짓지 않았었나? 저것도 비슷한 거 아냐?”

“비슷하다니?”

“김태현이 시킨 거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길드원들 빌리는 거 하고 길마 직접 끌고 오는 거랑 같냐? 쑤닝이 미치지 않고서야 김태현이 시킨다고 그걸 해?”

“그야 모르는 일이지. 김태현이면 충분히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이윽고 소문은 이상하게 퍼져서 돌기 시작했다.

-길드 동맹 길마가 김태현한테 약점 잡혀서 끌려다닌다고?

-길드 동맹이 드디어 망할 때가 됐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길마가 김태현한테….

-길드 동맹 잘나가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니었나?

-아니지. 망하기 직전에 김태현한테 무릎 꿇고 빈 게 분명해.

└뭔 개소리냐! 길드 동맹은 김태현하고 싸워서 이겼다!

└└네 다음 길드 동맹

└└└그걸 이겼다고 할 수 있나?

이윽고 쑤닝에게도 연락이 들어왔다.

-길마님! 길마님이 김태현 부하 노릇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아니라고 밝혀주세요!

-어떻게 된 겁니까!

-뭔 개소리를 하는 거냐! 우연히 만난 거다!

-우연히 만났는데 왜 같이 싸우시는 겁니까?

-쑤닝 님. 이건 차라리 잘 됐습니다.

-?

투자자 쪽에서 보낸 간부가 입을 열자 쑤닝은 긴장했다.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의혹도 해명할 겸 방송 켜시고 중계하시죠. 부하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밝힌 다음에 김태현과 같이 플레이하는 걸 올리면 파급효과가 어마어마할 겁니다. 투자자분들도….

-닥쳐!

쑤닝은 간부를 차단해 버렸다.

지금 이 하늘성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얼마나 필사적인데, 이 자식들이 지금…!

쿠르르릉-

“?”

성이 진동하는 것 같은 소리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움찔했다.

“방금 성이 울리지 않았냐?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아, 아니요. 제대로 들으신 것 맞습니다. 저도 들었습니다.”

[필요한 생명력이 전부 채워졌습니다!]

[고대 제국 하늘성이 다시 한번 가동합니다!]

쿠우우우웅-

거무튀튀하게 녹슬어 있던 하늘성이 갑자기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빛을 뿜자, 밖에 모여 있던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하늘성이 움직인다!!!”

“길드 동맹 놈들 뭐한 거지?”

“멍청하긴! 김태현이 하늘성 하나 더 확보하려고 여기 온 게 분명해!”

“그러면 길드 동맹은?”

“김태현이 부려먹은 거라니까. 길드 동맹 놈들이 숫자 많고 써먹기 좋잖아.”

“뜬다! 떴어!”

간신히 버티고만 있던 하늘성이 날아가기 시작하자 플레이어들은 모두 홀린 듯이 쳐다보았다.

저게 움직이긴 하는구나!

“근데 좀 비틀거리는 거 같지 않냐?”

“아직 추진력을 얻지 못해선가?”

“아니… 진짜 이상한데??”

* * *

[하늘성이 움직입니다!]

[오랫동안 녹슬어 있던 하늘성의 비행장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합니다. 이동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하늘성의 동력원을 조종할 마법사들이 없습니다. 이동에 페널티를…]

[……]

[……]

[생명력이 빠르게 소진됩니다. 계속 가동하기 위해서는 제물을 더 바쳐야 합니다.]

“!”

가동은 시켰는데….

영 상태가 이상했다. 태현은 메시지창을 보고 깨달았다.

‘고물이군 이건!’

악마 공작이 갖고 있던 하늘성이야 유지 보수가 꾸준히 됐다지만, 여기 있는 성들은 대다수가 다 고장 난 성인 것이다.

생명력 불어넣어서 가동시킨다고 해도 제대로 움직인다는 보장이 없다!

‘무엇보다 계속 움직이려면 제물을 바쳐야 한다는 점이 무서운데.’

악마 공작도 저렇게 성을 돌리지는 않았는데!

[카르바노그가 고대 제국 놈들이 좀 과격하긴 했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된 일이냐!

“말한 대로 성을 부활시켰다.”

-그, 그런가? 대단하군 정말!

[<고대 제국 이탈자> 사이에서 평판이 오릅니다.]

[<고대 제국 이탈자>들의 친밀도가 조금 오릅…]

고대 제국 이탈자들의 눈빛이 조금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아래 땅에서 온 이방인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재주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빙빙 돌고 못 나가지?

“하늘성이 좀 낡아서 제멋대로 도나 본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글쎄?”

-???

“난 부활시킨다고 했지 조종한다고 하지는 않았는데. 조종은 성 주인인 너희들이 해야 하지 않냐?”

-아, 아니. 우리는 조종하는 법을 모른다.

“뭐? 아니, 그래 놓고서 성의 주인이라고 한 거냐? 이런 뻔뻔한 놈들 같으니!”

태현은 적반하장 식으로 화냈다.

이런 상황에서는 목소리 작은 놈이 책임을 뒤집어쓰게 마련!

“나는 부활시키겠다고 했는데 그동안 조종하는 방법 하나 찾지 못했다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이런 무능한 놈들 같으니! 너희들이 그러고도 제국 후계자냐!”

-아, 아니… 우리는 정말로 네가 이 성을 띄울 줄은 몰랐다.

-맞다. 그리고 조종하는 방법은 예전에 다 잊혀졌단 말이다.

기사들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들도 정말로 성이 뜰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알았다고 하더라도 모르는 방법을 찾아내지는 못했으리라.

“내가 이런 놈들을 만나려고 여기까지 왔다니… 나 참. 됐다. 고대 제국 죄수들에게는 내가 말해야겠군.”

-아니다! 진정해라.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겠다.

“이 성을 조종하겠다고?”

-아니. 그런 거 말고 다른….

-우리의 전투력을 보여주겠다.

[카르바노그가 저 이탈자들을 속이는 건 좋은데, 지금 하늘성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으면 한다고 말합니다.]

태현은 무심코 밖을 확인했다. 확실히 하늘성이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음. 애들아. 일단 권능부터 써야겠다. <아키서스의 축복>!”

태현의 권능 스킬이 사용되자 일행에게 행운이 공유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하늘성이 땅에 추락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아까 폭발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다란 소리가 터지고, 흙먼지가 자욱하게 퍼져나갔다.

“…….”

-…….

성이 반쯤 땅에 틀어박히고, 안에 있던 사람들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알겠다! 네게 임시로 성주 자리를 맡기겠다. 네가 가진 제국의 지식을 인정하고, 네가 제국의 후예가 될 자격이 조금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인정하겠다.

“…??”

[<고대 제국 이탈자>들이 당신에게 임시로 성주 자리를 맡깁니다!]

[<완전히 박살 나서 추락한 하늘성>의 임시 성주가 되었습니다!]

[……]

[……]

[……]

-지시를 내려 봐라! 우리는 따라 줄 테니까!

“아니 난 너희하고 그런 깊은 관계가 될 생각이 없는데.”

태현은 떨떠름했다.

태현이 원한 건 <고대 제국 이탈자>들과 나름 친하게 지내면서, 그 사이 하늘성들 안에 숨겨진 비밀과 각종 스킬들을 얻어내는 것이었다.

하늘성을 부활시키는 것도 그 친밀도 작업 중 하나!

그러나 하늘섬에 추락한 성을 다스리며 이탈자들을 이끄는 건 전혀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 자식들 성가실 거 같은데.’

하늘섬 주민들하고도 사이 안 좋고, 성격은 꼬장꼬장하고….

여러모로 문제만 일으킬 것 같은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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