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144화
그러나 아무리 봐도 이건 김태현하고 연결시키기가 힘들었다.
하긴 뭐 이제까지 일들은 김태현과 연결시키기 쉬웠냐마는….
“지원 불러! 이거 뭔가 이상하다!”
한 번도 아니라 계속해서 습격이 이어지자 쑤닝은 이상함을 느꼈다.
이건 그냥 원한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길드 동맹을 공격하는 시도다!
“마계에 나간 파티들 다 불러와! 전면전이다. 이 자식들이 감히 길드 동맹을 얕봐?”
“알겠습니다!”
길드 일 때문에 빼놨던 파티들을 동원할 정도로 쑤닝은 압박감을 느꼈다.
상대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 * *
“할 만하다! 길드원들 더 불러와!”
“길드원들만 데리고 올 필요 없어! 하늘섬에 공지 뿌려! 길드 동맹 밟을 기회 있다고 하면 너도나도 달려올걸?”
길드 동맹의 약점.
그건 바로 원한 쌓은 놈이 너무 많다는 것!
꼭 길드 소속이 아니더라도, ‘야 길드 동맹 팰 기회 있는데 같이 갈래?’ 하면 올 사람들이 넘쳤다.
첫 습격은 실패했지만 그건 오히려 자신감을 붙이는 결과가 됐다.
길드 동맹이 막아내긴 했지만 랭커 몇 명이 잡힌 것이다!
“김태현 있다고 말할까요?”
“넌 정신 나갔냐? 그건 빼고 불러!”
한 번 불이 붙은 기세는 무서웠다.
길드 동맹 랭커들은 하늘성 앞으로 새까맣게 몰려드는 플레이어들을 보고 경악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길드 동맹 입장에서는 정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
옆에서 태현이 중얼거렸다.
“업보군.”
“업보가 뭐에요?”
“하하. 업보란 건 너희 삼촌이 한….”
“조용히 하지 못해?!”
쑤닝이 기겁해서 태현의 입을 막으려 들었다.
조카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흠. 내가 추측해 보자면… 평소에 너한테 원한 많던 놈들이 많았는데, 하늘섬에 태연하게 올라오니 열이 받았던 거 아닐까? 중앙 대륙이야 네가 오스턴 왕국 안에 있으면 건드릴 방법이 없다지만 하늘섬은 아니잖냐. 게다가 숫자도 이렇게 적은데.”
“…!!”
태현은 거의 정확하게 맞추고 있었다. 쑤닝은 태현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평소에 ‘흥 같잖은 놈들이 모여봤자 같잖지’라고 말하던 쑤닝이었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단합해서 모이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모인다는 건 말이 안 되는데….”
“원래 사람들이 계기 한 번 생기면 모이게 마련이지.”
“잠깐. 너 이 자식 왜 이렇게 남 일처럼 이야기하냐?”
“남의 일이니까?”
“뭐? 너도 여기 있잖아!”
“하하. 쑤닝.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태현은 쑤닝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하고 나는 이미지가 다르지.”
“…….”
“넌 세금 많이 걷고 난 안 걷고, 넌 다른 길드 놈들이 영지에 들어오면 공격하고 난 안 했고, 뭐 더 말해줘?”
“삼촌 세금이 뭐에요?”
“아무것도 아니란다!”
쑤닝은 급히 조카의 귀를 막은 다음 눈을 부라렸다. 물론 태현에게는 조금의 영향도 없었다.
“그러면 우리는 안에서 이 하늘성 탐사 좀 더 하고 있을 테니까 잘 해봐라. 참. 조카는 내가 지켜줄 테니까 고마워해라.”
“…….”
부들부들!
쑤닝은 이를 갈며 말했다.
“고… 맙다.”
“하하 뭘 이런 걸 가지고.”
* * *
“성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해! 들어오면 골치 아파진다!”
길드 동맹 파티는 재빨리 대응에 들어갔다.
아래에서 지원이 오기 전까지 저 성난 플레이어들의 파도를 버텨야 한다!
가장 좋은 건 성문 입구에서 버티는 것이었다. 길목이 좁아서 적은 숫자로 버티기 좋았다.
-천혜의 함성! 대지의 울림! 철혈의 방패!
랭커들 중 탱커들이 앞에 바짝 붙고 나머지들은 뒤에서 딜을 넣었다.
플레이어들 위로 쏟아지는 스킬들!
그러나 한 번 기세를 탄 플레이어들은 멈추지 않았다.
“저기 쑤닝 놈이다!”
“숫자가 적어! 몇십도 안 돼!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
“맞아! 이번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저 자식들을 밟겠어!”
절반은 길드에서 보낸 플레이어들이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순수하게 자기 뜻으로 모인 플레이어들이었다.
말 그대로 길드 동맹의 업보!
이제까지 해왔던 일들을 갚겠다는 의지로 뭉친 플레이어들은 공격 몇 번에 물러서지 않았다.
게다가 공격대 사이에도 랭커는 있었다. 정신없이 날아오는 공격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이런 물량 공세로 당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매번 하기만 했지 당하는 입장이 되니 정말 정신이 없었다.
사방에서 공격이 날아오고, 레벨 낮은 놈들 공격 사이에 랭커들 공격이 섞여 들어오고, 한 대 잘못 맞아서 멈칫하면 순식간에 수십 대가 넘게 들어오고….
일대다로 싸우는 전투는 정말 눈이 돌아갈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김태현 이 자식은 이런 걸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내심 ‘나도 김태현처럼 일대다 전투 하고도 남지’ 하던 길드 동맹 랭커들은 그 생각이 산산이 부서지는 걸 느꼈다.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지옥의 화염 파ㄷ….
-마법 방해의 저주!
-마법 방해의 단검!
-충격의 검!
“옆에 뚫렸다! 옆에 뚫렸어! 마법사 지켜! 마법사 지켜!”
탱커들이 뒤로 밀리고 플레이어들이 열린 성문 사이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길드 동맹은 패닉에 빠져서 외쳤다.
“후퇴! 후퇴! 안쪽 통로로 빠져!”
“지원 언제 옵니까?!”
“지금 와도 바로는 못 들어와! 저기 밖에 쫙 포위됐는데!”
“탈출 스크롤 씁시다!”
“이렇게 적들이 많은데 제대로 작동할 거 같냐? 방해 때문에 실패해! 뚫고 나가서 쓰든가 해야 해!”
“김태현한테 도와달라고 합시다!”
“…….”
“…….”
시끄럽게 떠들던 길드 동맹은 갑자기 침묵했다.
…김태현한테 도와달라고 하자고?
“그건 좀….”
“지금 당장 부탁할 곳이 김태현말고 더 있습니까?! 길마님! 김태현한테 도와달라고 해야 합니다! 여기서 인원 더 줄어들면 진짜 위험해요! 저딴 놈들한테 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길드원의 말에 쑤닝은 고뇌하기 시작했다.
분명 하늘성에 올 때만 해도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일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내가 너무 안일했다!’
길드 동맹에 이를 갈고 있을 놈들이 많다는 걸 예상했어야 했는데….
그걸 모르고 이렇게 나왔다가 이런 상황에 처하다니!
“김태현 놈이 도와줄 리가 없잖아?”
“제대로 대가만 약속하면 도와줄 거다. 그놈이 얼마나 욕심 많은 놈인 줄 알잖아!”
“…알겠다. 내가 협상해 보겠다.”
쑤닝은 씹듯이 내뱉었다. 마음은 안 내켰지만, 지금 여기서 협상하겠다는 말을 안 하면 랭커들이 진짜 배신할지도 몰랐다.
* * *
[하늘성의 벽면에 있는 기계공학 부품을 뜯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아주 조금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아주 조금 오릅니다.]
[고대 제국의 숨겨진 기계공학 스킬을 얻는 데에 실패합니다!]
“아아아아….”
“아쉽다!”
일행은 옆에서 탄식했다.
지금 태현은 하늘성의 벽을 뜯어가며 제작 스킬을 올려가고 있었다.
게다가 고대 제국의 하늘성에는 특수한 효과가 있었다.
[고대 제국의 하늘성에는 비밀스러운 기술이 잔뜩 숨어 있습니다!]
[해체할 경우 아주 낮은 확률로 새로운 제작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
“!”
부품 좀 뜯어가려다가 이런 메시지창을 본 태현은 열심히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제작법 나와라!
그러던 도중 길드 동맹 길드원 한 명이 달려왔다.
“김태현! 협상하자!”
“뭐? 뭔 협상?”
태현은 의아해했다.
“아, 설마 탈출시켜달라고?”
“…응.”
“하하. 살다 살다 길드 동맹이 이런 부탁도 하고… 재밌네.”
태현의 말에 길드원은 긴장했다.
김태현 상대로 협상하는 건, 길드 기둥뿌리를 잘못 뽑힐 수도 있는 일이었다.
“골… 골드로 주겠다.”
“음?”
“영지는 절대 안 된다. 우리도 사정이 있다고. 골드로 지급….”
“영지는 생각도 안 했는데.”
“아, 그래?”
길드원은 안심했다. 태현 같은 도둑놈이라면 무조건 ‘영지 내놔라!’ 할 줄 알았던 것이다.
“너희 마계 공략 파티들 있지?”
“어? 어….”
길드 동맹의 랭커들은 지금 두 곳에 나뉘어 있었다.
하나는 미다스 길드와의 국경에.
다른 하나는 마계에.
그만큼 마계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레벨이 너무 높아서 위험하긴 하지만….
당연히 마계에 간 파티들은 그만큼 정예였다.
“나중에 걔네들을 좀 빌리고 싶은데.”
“…빌, 빌려서 어떻게 하려고? 케인처럼 폭탄으로 쓰려고?!”
“이 자식이….”
케인이 울컥했다.
내가 활약한 수많은 일들은 다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폭탄만 떠올리냐?!
“아니. 마계 공략하는데 쓸 건데.”
“아아…! 우리 길드 동맹의 연륜과 경험을 배우고 싶은 거구나!”
길드원은 자기가 좋은 대로 해석했다.
김태현은 마계 초기에 하늘성 먹튀라는 거대한 업적을 달성한 뒤로 마계를 공략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마계에 관한 정보는 길드 동맹이 훨씬 더 많다!
당연히 이런 정보는 길드 동맹에서도 쉽게 공개하지 않는 정보.
새로 마계를 공략하려고 한다면 길드 동맹의 도움을 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우리 길드 동맹만큼 마계 공략에 철저하고 정보 관리가 잘 되는 곳도 없지.”
-태현 님. 쟤네 정보가 지금 다 새고 있다는 걸 모르나 봐요.
-이다비. 불쌍하니까 행복하게 내버려두자.
물론 태현은 앨콧을 포함한 첩자들에게 매번 뭐하는지 전해 듣고 있었지만, 길드 동맹은 그 사실을 몰랐다.
길드원은 곧바로 보고하고, 쑤닝은 즉시 OK를 했다.
-그 정도라면 엄청나게 선방이지! 빨리 도우라고 해!
-예!
“길마님도 OK하셨다!”
“흠. 근데 너희는… 아니다. 됐다.”
“?”
“아냐. 가서 도와줄게.”
태현은 생각했다.
얘네들은 내가 마계 공략 파티들 빌려서 어디다 쓰려는지 물어보지도 않나??
* * *
“모두 엎드려라.”
“?”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현의 손에서 폭탄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툭-
콰콰콰콰콰콰쾅!
한동안 폭탄 쓸 일이 없었던 태현은 묵혀놨던 폭탄들을 신나게 통로로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사실, 보스 몬스터 상대보다 이런 플레이어들 상대로 더 위력적인 게 폭탄이었다.
태현이 상대하는 보스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레벨이 500부터 시작하고 1000 넘어가는 놈들도 있었지만….
플레이어들은 기껏 해봤자 300을 못 넘으니까!
[하늘성 안에서 폭탄을 터뜨렸습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폭발의 효과가 더욱 더 커집니다! 중첩됩니다!]
“미, 미친?! 뭐야?!”
“세상의 종말인가?!”
잘나가다가 갑자기 앞이 폭발로 막혀버리자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한두 번이면 그냥 방패 들고 밀어붙이겠는데 무슨 놈의 폭발이 쿨타임 하나 없이 계속해서 터지고 터지고 또 터졌다.
발걸음이 묶이자 이번에는 태현이 전진했다.
전진하면서 폭탄 투척, 투척, 투척!
폭발이 다가오자 플레이어들은 당황해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피해! 일단 피해!”
“밖으로 나가요! 이거 무너지겠어요!”
순식간에 플레이어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텅-
그렇게 치열했던 통로가 갑자기 텅 비어버리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눈을 깜박였다.
그들이 어떻게 해도 밀어붙이지 못했던 습격자들을, 태현은 혼자서 산책하듯이 몰아내버린 것이다.
길드 동맹 랭커들은 언제나 태현과 그들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런 걸 보면 본능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바로 격의 차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