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143화
“흥, 우리가 그런 것에 신경 쓸 거 같으냐!”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은데?’
외침과 달리 태현 일행 쪽은 오지도 않는 습격자들!
[모험가가 하늘성 안에서 사망했습니다!]
[하늘성에 생명력이 바쳐집니다!]
‘!’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퀘스트가 달성되고 있다!
태현처럼 고대 제국에 인맥이 있지도 않고, 기계공학 스킬도 없는 이들은 퀘스트 메시지 자체를 못 보고 있었다.
그러나 태현에게는 보였다.
싸우면 싸울수록 채워지는 하늘성의 생명력이!
‘이거 생각보다 쉽게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김태현 선수님. 앞이 안 보여요.”
“응. 저건 굳이 안 봐도 된단다.”
태현은 친절하게 쑤닝 조카의 눈을 가렸다.
저런 추한 싸움 볼 필요 없어!
쿠르릉-
태현은 아까 발견한 숨겨진 통로의 입구를 열었다.
“크아악! <상급 마법 차단>!”
“<검성의 비기>!”
“죽어라, 이 자식들아!”
“어디서 하늘섬에 기어 들어와서!”
태현 일행이 통로로 유유히 들어가는데도, 길드 동맹과 습격자들 모두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만큼 치열한 전투!
“우리 먼저 간다?”
태현은 예의상 한 마디 던져봤다. 물론 당연히 대답은 안 돌아왔다.
“흠. 말도 했겠다, 들어가자.”
“위치도 아니까 나중에 오고 싶으면 올 수 있겠죠?”
“그렇지.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만 있으면 통로 문도 다시 열 수 있고.”
“…….”
“…….”
태현과 이다비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나머지 일행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사실상 못 들어오는 거 아니냐?
* * *
-침입자 놈이 어디 뻔뻔하게…!
“잠깐! 우리는 저 밖에서 싸우고 있는 침입자들과 다르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매우 높은 명성을…]
[고대 제국…]
[칭호…]
[……]
[……]
[설득에 성공합니다!]
[<고대 제국 이탈자> 기사들이 공격을 일시적으로 멈춥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태현의 화술 스킬, 명성, 칭호, 깬 업적 등등은 이제 반신의 경지에 오른 상태였다.
철천지원수도 태현이 ‘잠깐!’ 하면 멈칫하고 말 한 번 들어보는 수준!
그리고 태현 상대로 한 번 멈춘다는 건 매우 안일한 짓이었다.
그 잠깐의 사이로 태현은 온갖 짓을 할 수 있는 플레이어였으니까.
-멋대로 하늘성에 침범한 놈이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멋대로 침범하다니. 나 참. 난 정당한 자격으로 들어온 거다.”
-헛소리하지 마라! 네놈이 저 밑 왕국의 왕이라는 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제국을 멋대로 쪼개서 나눠 가진 배신자들 주제에!
[카르바노그가 <고대 제국 이탈자>들은 세상에 불만이 많은 종자들이라고 말합니다!]
‘네가 말 안 해줘도 알고 있어.’
<고대 제국 이탈자>들은 적이 많았다.
일단 하늘섬의 주민들(고대 제국의 후예인)도 싫어했다. 영주들을 쫓아내고 배신했으니까.
그리고 저 밑의 중앙 대륙 사람들도 싫어했다. 고대 제국을 제멋대로 갈라 먹고 있었으니까.
사실상 좋아하는 이들이 없다!
하지만 태현은 다른 핑계가 있었다.
“아니. 난 아탈리 왕국의 왕으로서 여기 온 게 아니다. 내가 여기 온 건… <고대 제국의 죄수들>에게 부탁을 받아서다.”
-!
고대 제국의 죄수들!
고대 제국이 멸망한 뒤, 사실상 지금 판온에서 찾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고대 제국 생존자들이었다.
문제는 좀 맛이 가 있었다는 점이었지만….
‘어차피 이 근처에 없는데 이름 좀 팔아먹을 수 있지.’
[카르바노그가 아주 좋은 방식이라고 감탄합니다.]
고대 제국의 죄수들한테 시달린 걸 생각하면 이 정도 이름 파는 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물론 죄수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술렁술렁-
태현이 고대 제국 죄수들에 대해 말하자, 이탈자들은 술렁거리며 자기들끼리 이야기에 들어갔다.
-정말 생존자들이 남아 있었단 말인가? 아직까지 남아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키메라가 되었으면 살아남았을 수도 있지.
-그런데 죄수 놈들도 거기 있지 않았나?
-지금 상황에 죄수 신분이 그렇게 중요한가? 중요한 건 제국 사람이지. 게다가 거기에는 귀한 신분을 가지신 분들도 많았어.
-앗. 그러고 보니 황자님께서도 거기 계시지 않았나?
‘…….’
태현은 ‘죄수들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그 황자 죽었어’라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상상은 자유니까!
태현이 보기에 <고대 제국 이탈자>들하고 <고대 제국의 죄수들>은 별로 사이가 안 좋을 것 같았다.
서로 만나면 ‘아니 뭐 저딴 새끼들이 제국 후예를 자처한담?’ 하면서 내가 최고라고 싸울 것 같은데….
‘안 만나는 게 서로에게 가장 좋겠지만.’
[<고대 제국 이탈자>들이 당신의 말을 받아들입니다!]
[<고대 제국 이탈자>들이 당신의 접근을 일시적으로 허락합니다!]
[<고대 제국 이탈자>들이 공격을 하지 않습니다.]
[친밀도가 아주 조금…]
[……]
[<고대 제국의 버려진 하늘성>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시설을…]
[……]
결국 <고대 제국 이탈자>들은 고민하다가 태현의 입장을 허락해 줬다.
그 깐깐하던 태도를 생각해 보면 대단한 업적!
태현은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그런데 이 하늘성을 어떻게 부활시키는지 알고 있나?”
-흥. 제국이 멸망한 뒤로 이 하늘성도 같이 죽었다. 제국의 적통이 끊겼는데 하늘성이 어떻게 다시 부활하겠나.
-이래서 밑의 땅 놈들은….
“…….”
태현은 뭔 소리를 하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이 자식들 기계공학 스킬이 전혀 없군!’
생각해 보니 기사들 같은데, 기사들이 기계공학이나 대장장이 기술 관련 스킬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러니 망가진 하늘성 안에 들어와서도 딱히 수리할 방법을 모르고 이러고 있지!
“부활시킬 방법이 있다는 건 모르나?”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만약 부활시키면?”
-부활시키면 우리가 네 하인이 되….
-잠깐. 뭔가 이상하다.
-왜?
-저자는 아키서스의 전인이잖나. 너는 아키서스 교단 사람하고는 내기를 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잊었나?
-앗. 그랬지!
고대 제국 이탈자들은 옛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원칙을 아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아키서스 교단 사람들하고는 내기하지 말아라!
‘쯧. 아쉽군.’
[카르바노그가 교단 이름 바꿔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합니다.]
* * *
“어때?”
“…죄송합니다.”
“아니야. 어쩔 수 없지.”
이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녀의 앞에는 대장장이 랭커, 해머맨이 있었다.
해머맨을 부른 이유는 하나.
-아다만티움을 모았는데, 갑옷을 만들어 볼 생각이 있어?
바로 아다만티움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
대장장이 입장에서는 골드 한 푼 안 줘도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기회였다.
아다만티움 장비를 만든다는 건 그만큼 대단한 기회였으니까.
각종 스킬에 경험치에 보상에…!
그래서 해머맨은 자신 있게 말했다.
-나 말고 누가 만들겠습니까? 김태현이 했다면 저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다만티움이 없어서 하지 못했지만, 맡겨만 주십시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아니, 아다만티움 갑옷은 만들어졌다.
성능도 확실히 좋았다.
하지만….
[화력이 약해 아다만티움을 완전히 녹이지 못합니다!]
[제작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
[……]
태초의 불 대장간도, 제작을 도와줄 드워프 장인 NPC도 없는 해머맨은 아무리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태현보다 높아도 페널티를 더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태현은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낮아도 각종 행운과 아키서스 권능까지 있었으니….
결국 만들어진 아다만티움 갑옷은 평범하게 좋은 수준이었지, 다른 원석들을 섞어 만든 갑옷보다 훨씬 좋지는 않았다.
이렇다면 시도할 이유가 없는 수준!
해머맨이 돌아가자, 길드원들이 의견을 꺼냈다.
“역시 지금 대장간으로는 안 됩니다. 더 좋은 대장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자이언 산맥 지하에 드워프 왕국들이 몇 개 있습니다. 고대 거인도 잡았으니 이들을 뚫어보겠습니다.”
“드워프들을 설득할 수 있겠어?”
“드워프들이 외부인들에 대해 매우 까다롭긴 하지만, 지금 꾸준히 시도하고 있습니다. 친밀도를 조금만 더 올리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대장장이 랭커를 바꿔보는 건 어때?”
“스티븐이나 쿤트도 실패했습니다. 딱히 다른 대장장이라고 하더라도 힘들 겁니다.”
“제너럴갓태현을 불러볼까?”
“그 대장장이는 이름이 너무 불길하지 않냐?”
“이름이 어떠냐. 잘 만들기만 하면 그만이지.”
“걔는 왠지 모르게 아다만티움 들고 튈 거 같으니까 미뤄두자. 어쨌든 대장간, 드워프들의 도움. 이 두 가지가 필요한 건 확실해 보여.”
이세연뿐만이 아니었다.
대형 게임단들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다.
-아다만티움을 구했는데 만들지 못한다니 그게 말이 돼?!
-죄, 죄송합니다.
비싼 돈 들여가면서 장비를 새로 맞추려고 하는 중!
그러나 아직도 벽을 넘은 사람들은 없었다.
새삼스럽게 김태현의 능력에 대해 감탄하게 될 뿐!
‘이 자식은 전투 직업인 놈이 대체 뭔 수로 아다만티움을 이렇게 잘 다룬 거래?’
* * *
-만약 이 하늘성이 부활한다면 확실하게 보답하겠다.
“쳇.”
-방금 쳇이라고…?
“아냐.”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금도 좋은 기회긴 했다.
왜냐하면 부활시키는 동안 태현이 할 일이 별로 없었으니까!
그냥 남들 싸우는 동안 기다리면 날로 보상을 먹는 것이다.
‘그나저나 여기는 하늘섬의 마을과 비교하면 정말 삭막하군.’
공장 같은 내부 구조 때문인지, 그나마 있는 시설들도 다 삭막하게 느껴졌다.
[<고대 제국 기사 훈련소>를 발견했습니다!]
[……]
[……]
[영지에 <고대 제국 기사 훈련소>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고대 제국 기사는 기사들 중에서도 특출난 자들로, 어떤 전투에서도 밀리지 않고 충성을 바치는 이들입니다!]
[……]
‘오오.’
태현은 감탄했다.
그래도 마을과 달리 좋은 점이 있구나!
‘제작비용이… 오오….’
제작비용은 다른 의미로 감탄스러웠다.
이런 미친놈들!
이렇게 비싼 건물을 짓고 다니니까 망하지!
“여기 장비는 레벨이 좀 높으니까 사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하긴 여기 또 누가 올 것 같지도 않으니. 독점하기 좋겠네.”
이다비는 고대 제국 이탈자들이 파는 장비를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이런 식으로 희귀한 장비들은 비싼 돈을 붙여서 팔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런 하늘성은 들어오기도 쉽지 않을 테니….
* * *
“크아아악!”
“헉, 허억. 다시는 길드 동맹을 얕보지 마라!”
“분… 분하다…!”
길드 동맹은 그 매서운 공격을 버텨내고 적을 전멸시켰다.
과연 길드 동맹이다!
랭커들은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쑤닝도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내 조카 어디 갔냐???”
“…….”
모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김태현이 우리를 죽이려고 납치해 갔다!!”
“김태현 이 자식아! 이거 범죄야! 범죄라고!”
랭커들은 패닉에 빠져 울부짖었다.
아무리 우리가 싫어도 그렇지 이런 비열한 짓거리를!!
“뭔 소리 하는 거냐?”
마침 그때 태현 일행이 통로에서 나왔다. 갑작스럽게 벽에서 튀어나오는 모습에 쑤닝은 깜짝 놀랐다.
“거, 거기서 뭐하는 거냐?”
“네 조카 다치면 안 되니까 숨어 있었지.”
“아니 그게….”
넌 왜 안 싸우냐고 따지려고 했는데, 저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었다.
태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잘 막아냈군. 더 싸울 생각 있나?”
“뭔 미친 소리야?!”
방금 공격 막아냈는데 더 싸우라니 저걸 말이라고 하냐!
“아니, 내 말은 꼭 지금 바로 싸우라는 게 아니라 새 적들이 나타나면….”
쾅!
“길드 동맹 놈들 죽어라!”
“…바로 이런 상황을 말한 건데 오해는 하지 마라. 내가 부른 거 아니니까.”
새로 나타난 습격자들의 모습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이를 갈았다.
이거 진짜 함정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