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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141화 (1,140/1,826)

§ 나는 될놈이다 1141화

처음 보는 꼬마가 자기를 가리키며 손가락질하자 케인은 의아해했다.

쟤는 대체 누구지?

“헉…! 그렇군. 길드 동맹 놈들!”

“?”

“실력으로 안 되니까 비겁하게 어린애를 데리고 와서 방패로 쓰다니…!”

“…….”

“…….”

케인의 외침에 길드 동맹 랭커들은 황당해했다.

케인 이 자식 우리를 그렇게 보고 있었냐?

“저 자식이 지금 뚫린 입이라고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흥. 내가 못 할 소리 했냐! 평소에 온갖 치사한 짓거리란 짓거리는 다 해 놓고!”

“그러는 너희는 정정당당했냐!”

“숫자로 밀어붙이는 놈들보단 훨씬 낫지. 척살령 때려서 게임 접게 만드는 놈이 뭘 뻔뻔하게!”

듣고 있던 쑤닝의 조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삼촌. 척살령이 뭐야?”

“…잘, 잘못 들은 거란다. 그런 거 없어!”

꼬마가 쑤닝을 삼촌이라고 부르자 케인은 더 의아해했다.

삼촌이라니?

설마…?

“헉!! 그렇군! 길드 동맹 놈들!”

“???”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를 납치해서 방패로 쓰려고 했지만, 남들이 보면 의심할 테니 삼촌이라고 부르게 시킨 거군! 진짜 더럽고 치사하고 비열한 자식들이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짓을!”

“진짜 조카다!!”

“…뭐? 진짜 조카라고?”

케인은 멈칫했다.

진짜 조카라니.

그렇다면 그 말의 숨겨진 뜻은….

케인이 혼란에 빠지자 태현이 옆에서 조용히 말해줬다.

“케인. 하는 거 보니까 진짜 조카 맞는 것 같은데.”

“어… 어, 조카를 왜 데리고 다녀? 저 자식 그런 캐릭터 아니잖아! 이 자식 이미지 만들려고 어디서 헛수작을! 너 그래 봤자 이미 늦었어!”

발끈!

쑤닝은 케인의 폭언에 울컥했다.

태현이면 모를까, 케인 같은 놈한테 저딴 소리를 듣고서 분노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길드 동맹 랭커들도 다 분노하고 있었다.

‘김태현이면 모를까 케인 저놈이 뭐 저렇게 주둥이를….’

‘그러는 너는 이미지 좋냐 이 자식아?’

“어디서 사장한테 집안일 시키는 걸로 인성 논란 터진 놈이… 너 같은 자식은 시즌 끝나면 트레이드 1순위야!”

“맞아! 맞아!”

랭커들이 케인을 욕하자 케인은 당황했다. 케인은 뒤를 보며 물었다.

“나, 나 트레이드 시킬 거 아니지?”

“안 해.”

“아니래잖아! 이 자식들아!”

다시 기세가 오른 케인은 랭커들을 타박했다. 랭커들은 속으로 욕했다.

‘아오, 저 인맥으로 먹고 사는 놈 같으니!’

둘의 추한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태현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길드 동맹이 왜 여기 있지? 싸우자는 건가?”

케인의 말은 우습게 넘기던 길드 동맹 랭커들이, 태현의 말에는 움찔했다.

“무… 무슨 소리야. 김태현. 우리는 과거를 잊고 화해한 사이잖아?”

“맞, 맞아. 리그에서 팀 KL도 응원하고 있는데 무슨 섭섭한 소리를.”

랭커들이 그렇게 말했지만 태현 일행은 조금도 믿지 않았다.

저주를 하면 했지 응원은 개뿔!

“너희들이 응원하는지 안 하는지는 별 관심 없고, 여기 온 이유나 말해라. 5초 안에 말 안하면 함정 파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간주하겠다.”

태현은 냉정하게 말했다.

길드 동맹은 이런 싸가지 없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보통 이런 갑질을 하는 건 길드 동맹 입장!

그런데 자기들이 그걸 그대로 돌려 받으니 매우 억울하고 서러웠다.

“아니 우리가 지나가다 만날 수도 있지 뭐 이런….”

“5, 4.”

“야! 우연히 만난 거라니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너한테 함정을 팔 거라는 생각을 버려!”

“3, 2.”

태현은 길드 동맹이 뭐라고 짖든 간에 숫자를 셌다. 1까지 되자 태현은 바로 무기부터 꺼내 들었다.

“!!!!”

길드 동맹 랭커들은 오싹했다.

태현의 가공할 만한 전투력도 전투력이지만, 여기 길드 동맹 랭커 정예 열몇 명이 있는데도 다짜고짜 싸울 준비를 하는 저 모습이 더 무서웠다.

자신감!

어떤 랭커들도 갖지 못하는 패기 넘치는 자신감이 태현에게는 있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적들에게는 공포로 와닿았다.

아무리 자신들이 유리한 상황이더라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탐험가 놈들이 불렀다고! 우린 너하고 만나고 싶지 않았어!”

“!”

태현은 그 말에 탐험가 파티를 쳐다보았다. 탐험가 파티는 호다닥 달려서 하늘섬 밖으로 다이빙하려고 하고 있었다.

“저 자식들 잡아!!”

길드 동맹 랭커들은 분노해서 외쳤다.

감히 이 자식들이 우리를 암살 시도해!?

* * *

다행히 오해는 곧 풀렸다.

탐험가 파티는 엉엉 울며 말했다.

-흑흑… 진짜 두 분 중 한 분도 안 올 줄 알았단 말이에요….

-두 분이 올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 못했어요 흑흑.

탐험가 파티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솔직히 김태현하고 쑤닝한테 컨택 넣었는데 둘 다 답장 올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정말 우연의 일치였던 것이다.

“흠… 탐험가 파티하고 쑤닝 놈이 짜고서 함정을 파고 있는 걸지도….”

태현의 중얼거림을 들은 길드 동맹 랭커들이 펄쩍 뛰었다.

“뭔 미친 망상을?!”

“우리가 그런 정교한 함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냐!? 그딴 짓은 너나 하는 거야!”

“하긴 그건 너무 간 거 같군.”

태현이 납득한 것 같자 랭커들은 안심했다.

별생각 없이 왔다가 피를 볼 뻔한 것이다.

“김… 김태현 선수님! 사인해 주세요! 팬이에요!”

“어, 그래. 음… 그런데 네가… 저 쑤닝 조카라고?”

태현은 쑤닝 조카를 보며 물었다. 꼬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혹시 나하고 쑤닝이 어떤 사이인지 모르니?”

“친한 사이 아닌가요?”

“…….”

“…….”

“…….”

순간 싸늘한 분위기가 자리를 맴돌았다.

태현 일행도, 길드 동맹 랭커들도,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야…!

이런 뻔뻔한….

“삼촌. 친하다면서?”

“…친해. 친하지.”

쑤닝은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조카한테 ‘사실 우리는 김태현과 판온 초기부터 싸워 왔었단다 하하 김태현의 가장 큰 적수가 우리였지’라고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우리 친해!

“뭔 개소ㄹ….”

“이렇게 친하지! 암!”

쑤닝은 재빨리 태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태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물었다.

“뭐하냐? 뒤지고 싶냐?”

“제발 내 사정 좀 봐줘라!”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냐?”

“…조카가 보고 있잖아!”

“애한테는 미안하게 됐군. 삼촌이 개처럼 맞는 걸 보여주게 되다니.”

“…내가 이제까지 너한테 퍼준 게 있지 않냐? 인간적으로 한 번만 봐주면 안 되냐?!”

쑤닝은 정말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까지 꺼냈다.

자존심 강한 쑤닝에게, 길드 동맹의 패배와 분열은 절대 입에 담지 않는 말이었다.

그것까지 꺼낼 정도라니.

그렇게까지 말을 꺼내자 태현도 살짝 마음이 약해졌다.

하긴 길드 동맹에게서 진짜 많이 뜯긴 했어!

나중에 신전 벽에 ‘길드 동맹의 기부로 만들어졌음’ 정도는 써줘야 할 정도로 많이 뜯지 않았던가.

“알겠다. 그래. 적당히 친하다고 해주지.”

태현은 쑤닝 조카를 보며 친절하게 말해줬다.

“우리가 좀 친하지.”

“와! 사인해 주세요!”

“그래그래. 자. 혹시 너희 삼촌이 판온에서 뭐하는지 알고 있니?”

“삼촌은 판온에서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고 정의를 지키고 있대요!”

“…….”

태현 일행은 미친놈 보듯이 쑤닝을 쳐다보았다.

아니 이런 양심 없는 새끼가?

“하지만 저는 김태현 선수님이 더 좋아요! 김태현 선수님도 정의의 편이니까요!”

“어, 음, 그건 아닌 것 같지만 뭐 어쨌든 그렇다고 치자.”

태현은 원하는 대로 사인을 해주고 꼬마가 입고 있는 장비에도 사인을 해줬다. 꼬마는 기뻐 죽으려고 했다.

“다 됐으면 슬슬 하늘성 올라가볼까? …쑤닝. 네 조카 안 데리고 가냐?”

“조, 조카야. 거긴 위험하단다. 이쪽으로 오렴.”

구체적으로 우리 목숨도 위험해!

쑤닝은 조카를 랭커들 사이에 두려고 했다. 그래야 무슨 일이 터졌을 때에도 안전할 것 아닌가.

그러나 조카는 태현에게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여기 옆에서 구경하면 안 될까요? 정말 말 잘 들을게요!”

“난 별 상관 없는데.”

‘내가 상관있어 개자식아!’

조카가 실수로 로그아웃당하면 태현이야 ‘어? 죽었네’ 하겠지만 쑤닝과 랭커들은 지옥문이 열리는 것이다.

-빨리 옆으로 보내! 설득해서!

-뭐래.

쑤닝이 필사적으로 수신호를 보냈지만 태현은 무시했다.

애초에 아쉬운 건 길드 동맹이지 그들이 아니었다.

“자. 조심하고. 맞다. 케인 위에 타볼래?”

“네?! 네?!?! 그래도 돼요 진짜?!”

“그래. 자. 케인 위에 앉아보렴. 팔이 여섯 개란다. 신기하지?”

“와! 와!!”

태현은 기본적으로 어린애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어른들과 달리 어린애들은 보통 적대하고 경계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다비. 토왕이 좀 보여줘. 얘가 신기해하겠다.”

“네. 여기. 만져볼래?”

“감… 감사합니다! 저, 이거 선물로 드릴게요!”

“아니야. 뭘 그런 걸 가지고.”

이다비는 꼬마가 내미는 선물을 훈훈하게 미소 지으며 거절했다.

꼬마가 갖고 있는 아이템이 뭐 그리 대단하겠는가.

토왕이 한 번 만지게 하는 걸로 그런 걸 받으면….

[<열두 개의 보석으로 장식된 찬란한 왕국의 목걸이>를 발견했습니다!]

[경험치가…]

[감정 스킬…]

[……]

[……]

“…!!!”

“이다비. 그거 받으면 안 되는 거 알지?”

“하, 하지만… 하지만요…!”

이다비는 속으로 울면서 목걸이를 돌려줬다. 저 목걸이 하나가 파워 워리어 길드 1년 치 예산쯤 되어 보였다.

뭔 놈의 목걸이를 저렇게 비싸게 만든 거지!?

“야. 호위해라.”

“…우리는 길드 동맹 명령만을 듣지 네 명령을 듣는 게 아니다 김태현.”

“우리가 이러는 건 순수하게 자유 의지야! 알겠냐!”

길드 동맹 랭커들은 당당하고 꼿꼿하게 말하며 태현 주변을 빙 둘러쌌다.

입과 행동이 정반대!

당당하게 비굴한 그 모습에 케인이 감탄했다.

‘나도 앞으로 개길 때에는 저렇게 개겨야지.’

* * *

[<잊혀지고 녹슨 제국 하늘성>이 정당한 방문자의 접근을 환영합니다!]

[<잊혀지고 녹슨 제국 하늘성>의 문이 열립니다!]

[하늘성이 개방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

[……]

[……]

[……]

끼이이이익-

무슨 수를 써도 열리지 않던 녹슨 문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열리자, 탐험가 파티는 깜짝 놀랐다.

정말 열리다니!

“우… 우리 예상이 맞았어!”

“그러게 김태현이 답이라고 했었잖냐 내가!”

“…크흠. 크흠.”

길드 동맹 길드원 중 한 명이 헛기침을 했다.

너희 한 가지 가능성을 잊고 있지 않니?

“아… 예. 뭐 길드 동맹 덕분일 수도 있고요….”

“이놈이 왜 이렇게 시건방져?!”

“시건방지긴 무슨! 솔직히 김태현 때문에 열린 거지 그쪽 때문은 아닌 거 같다고!”

그들이 추한 싸움을 하는 사이, 태현 일행은 바로 안으로 들어섰다.

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컴컴했다. 플레이어들은 바로 마법과 아이템을 사용해서 주변을 비췄다.

“공장 같네요.”

“그러게. 기계공학 관련된 아이템 좀 있으면 좋겠군.”

“폭탄 설계도 같은 거 좋겠네요.”

“그거 괜찮지.”

“…….”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매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 그 폭탄 어디다 쓰려고 그러는 거니?

“흠… 저 앞부터는 노골적으로 수상한데.”

공장처럼 보이는 통로를 지나자 커다란 문이 나타났다. 열리는 순간 뭔가 나올 법한 문이었다.

이런 걸 여는 건 케인이나, 죽어도 덜 아쉬운 놈들을 시키는 법.

“자. 길드 동맹. 앞으로. 빨리빨리 열어라.”

“…….”

분명 길드원들 사이에서 ‘뒤져’란 중얼거림이 들려온 것 같았지만 태현은 무시했다.

이다비는 그 모습에 감탄했다.

살다 살다 길드 동맹 랭커들을 부려먹게 될 줄이야!

‘아. 생각해 보니 이미 저기 중앙 대륙 건설에서 길드원들을 부려먹고 있었네요.’

생각해 보니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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