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140화
-김태현이 떠났어!
-봐라, 내가 뭐라고 그랬냐! 김태현도 이제 눈치를 본다니까!
-그렇게 자신 있으시면 직접 나가서 말하시지 왜 뒤에 숨으셔서….
* * *
하지만 모든 플레이어들이 태현처럼 살기를 풍겨내는 건 아니었다.
쑤닝이 오기 전 먼저 하늘섬에 도착한 몇몇 길드 동맹 플레이어들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
왠지 모르게 적대적인 분위기!
플레이어들이 수군거리면서 쳐다보는 게 영 찜찜했던 것이다.
“왜 저러는 거지?”
“우리가 너무 눈에 띄나?”
“우리 장비가 멋지긴 한데….”
“아니. 그런 눈빛이 아닌 거 같아!”
아무리 봐도 좋은 눈빛이 아니었다. ‘저걸 때려 말어?’ 하는 수상쩍은 눈빛이었다.
탁-
플레이어 한 명이 앞에 서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노려보며 물었다.
“우리가 누군지 알고 이러냐?”
“길드 동맹 길드원이잖아?”
“…알고도 이런단 말이지?”
“흥. 하늘섬에서도 척살령 해보게? 여긴 중앙 대륙이 아니야, 이 자식들아!”
“건방지게 감히… 다른 놈들 도움 없어도 너 같은 놈은 이길 수 있어!”
분노한 길드원은 무기를 뽑았다. 상대도 무기를 뽑았다.
그리고 옆에 있던 수십 명의 플레이어들도.
“??????”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기겁했다.
아, 아니….
저놈하고 1:1 하는 거 아니었어?
“이게 뭔 상ㅎ….”
“밟아!”
수십 명이 동시에 덤벼들면 파티 플레이고 뭐고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하는 건 초일류 랭커들이나 가능한 일!
길드 동맹 파티는 방어고 뭐고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밟혀버렸다.
“악! 억! 이 자식들! 너희 이러고도 무사할 것! 으악! 진짜 죽는다!”
그리고 이런 일은 한 곳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하늘섬에 도착한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계속 공격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운 좋게 공격을 피한 몇몇 사람들도 있었지만, 길드 동맹인 걸 티 내는 사람들은 확실하게 당했다.
-이 자식들이 뭘 잘못 먹었나?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떤 놈들이 덤빈 건지 확인해 봤어? 척살령을 내려야지!
-지금 보니까 길드 하나가 한 짓이 아닌데. 이곳저곳 다 섞여 있어.
-뭐? 미다스 길드 놈들이 사주했나?
-김태현이 의뢰했을지도….
-아니. 둘 다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냥 평소의 원한 아닙니까?
중앙 대륙에서 갑질을 했으니, 비교적 만만한 하늘섬에서 찔려도 이상할 게 없었다.
게다가 길드 동맹 길드원들만 공격당하는 게 아니라는 게 곧 알려졌다.
미다스 길드 길드원들도 기습을 당하기 시작한 것!
-…진짜 평소의 원한 같은데….
-허. 신기하군. 난 무조건 김태현이 한 줄 알았는데.
-나도.
간부들은 수군거렸다.
솔직히 김태현일 줄 알았는데!
어쨌든 김태현이 아니라니 다행이었고,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늘섬이라고 간이 배 밖에 나온 모양인데, 어떻게든 찾아서 본때를 보여 줘야지.
-맞는 말이다. 다는 못하더라도 한 놈 정도는 본보기로 조져줘야 다른 놈들이 겁을 먹어.
-지들이 김태현인 줄 아는 놈들한테는 제대로 된 맛을 보여줘야 해!
길드 동맹 간부들은 예전의 쓰라린 기억을 떠올렸다.
태현한테 길드 동맹이 당하자, 웬 같잖은 놈들이 지들이 김태현인 줄 알고 깝치던 그때를!
솔직히 김태현은 인정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 정도 실력이 있다면 분하고 억울해도 납득은 갔다.
근데 김태현의 발끝도 못 따라가는 놈들이 ‘길드 동맹 퇴물 다 됐네’ 하면서 까부는 건 진짜….
진짜 혈압 올리는 일!
이런 일을 미리 막기 위해서는 제대로 힘을 보여줘야 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저는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척살조 모을까?
랭커들도 타겟이 김태현이 아니라는 걸 듣자 매우 의욕적이었다.
상대가 김태현만 아니면 언제나 용감무쌍한 길드 동맹 랭커들!
-지금 누구부터 조질지 정하지 못했으니까 좀 기다려.
-하늘섬에 간 길드원들은 어떻게 할까요? 계속 공격받으면 좀 위험할 거 같은데.
-공지 때리고 알아서 조심하라고 그래. 하늘섬 안 가도 상관없잖아? 레벨업 할 곳이 거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오스턴 왕국에 몬스터들 많아 죽겠는데 여기서 몬스터나 잡으라고 그래.
안 그래도 <몬스터 웨이브> 때문에 점점 더 몬스터들이 불어나고 있는 오스턴 왕국!
태현이 전면전을 벌인 아탈리 왕국과 달리, 오스턴 왕국의 곳곳에는 아직도 몬스터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길드 동맹에서는 경험치 파밍이 되는 곳만 나서서 사냥하고 나머지는 내버려 둔 것이다.
사실 미친놈처럼 사냥에 나선 태현이 이상한 거였지, 다들 길드 동맹과 비슷하게 굴었다.
-맞다. 쑤닝 님 하늘성 가시는데 제대로 호위해라. 쑤닝 님은 몰라도 조카분 다치면 진짜 큰일 난다.
-쑤닝 님은 몰라도?
-…쑤, 쑤닝 님도 물론 지켜야지.
* * *
“와. 삼촌. 너무 좋아!”
쑤닝은 조카의 반응에 안심했다.
입만 열면 ‘김태현 보러 가자’고 하길래, 최근 가장 핫한 지역인 하늘섬으로 조카를 데리고 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특이한 제안을 한 놈들이 있었지?’
탐험가 파티 중에서 그럭저럭 유명한 놈들이 ‘하늘성을 열기 위해 쑤닝 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었다.
물론 쑤닝도 태현 못지않게 저런 스팸 메시지를 많이 받는 사람이었다.
-제가 재봉사 랭커인데 저한테 투자 좀 해주시면 제가 몇 배로… 이게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한테만 보이는 천옷인데….
-♚파워 워☆리어♚가입시….
-제가 이런 사람인데 저를 간부로 영입하시면 길드 동맹의 세력을 두 배로 키워드리겠….
-♚♚파워 워☆☆리어♚가입시….
-길드 동맹 던전 공유 좀 해주시면 수익을 돌려드리….
-♚♚♚파워 워☆☆☆리어♚가입시….
-아, 이 파워 워리어 새끼들은 대체 어떻게 자꾸 메시지를 보내는 거야!?
남의 길드원들 상대로 당당하게 이적을 광고하는 파워 워리어!
정말 길드계의 곰팡이 같은 존재였다.
어쨌든 이런 쓸데없는 제안을 많이 받는 쑤닝이었기에, 저런 제안에도 시큰둥했다.
그를 움직이려면 좀 더 달콤한 제안을 갖고 와야 한다!
구체적으로 와서 무릎 꿇고 머리를 박는다는지….
하지만 이 조카를 보니, 하늘성을 보여주는 것도 좋아 보였다.
만약 열리기라도 한다면 조카가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와! 삼촌! 내 친구들 중 이런 곳을 본 건 아무도 없을 거야!
‘한 번 가볼까.’
“삼촌. 그런데 김태현 선수는 언제 보러 갈 거야?”
“…조카야! 저기 하늘성 있는데 궁금하지 않니? 한 번 보러가지 않을래?”
“와! 신나! 그런데 김태현 선수는 언제 보러….”
“애들아! 하늘성 가자!”
“예! 길마님!”
길드 동맹 랭커들은 재빨리 대답했다.
-그런데 우리 레벨에 애 돌보는 건 좀 아니지 않냐?
-길마님 면전에서 그 소리 해보던가.
-저 조카가 설마 잘못 건드리면 우리 전부 죽는다는 걔야?
-걔니까 방패 들고 주변이나 잘 봐. 요즘 길드 동맹 습격하는 미친놈들 있다더라.
-그것도 그냥 길드원들 이야기지 우릴 습격하는 미친놈들이 있을 리가….
“죽어라!!”
“진짜 있잖아?!”
기겁한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곧바로 움직였다.
아무리 간이 배 밖에 나와도 그렇지 길마를 호위하는 랭커들을 공격해?
“어디서 감히 길드 동맹을 공격해?! 우리가 누군지 알고!”
“김태현한테 발린 퇴물 자식들이 뭐래!”
“…….”
“…….”
랭커들은 단체로 침묵했다.
덤비는 놈은 솔직히 별로 강하진 않았지만, 놈의 말은 가슴 깊이 상처를 남긴 것이다.
이 자식이…!!
“짓밟아버려!”
“다시는 판온을 못하게 해주겠다!”
“크악! 컥! 길드 동맹 놈들! 김태현은 못 이기니까 여기서 화풀이를!”
“이 자식이 아직도 입이 살아서!”
습격했다가 역으로 얻어맞는 플레이어를 본 조카가 당황해서 물었다.
“삼촌. 김태현한테 발린 퇴물 자식들이 뭐야?”
“…….”
* * *
“흠. 하늘섬은 유난히 싸움이 잦은 거 같은 기분이 들어.”
“좀 무법지대긴 해. PK 관련 페널티가 덜한가?”
“아니.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이렇게 많이 싸우지?”
태현 일행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보며 걸어갔다.
딱히 영지전 상황이 아닌데도, 플레이어들이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상황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대부분 미다스나 길드 동맹 길드원들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우리 공격 안 하는 거 보니 우리랑은 상관 없는 거 같다.”
“아마 길드 동맹 놈들이 원한 많이 사서 그런 거 아닐까?”
“착하게 살길 잘했습니다.”
일행은 흐뭇해하며 하늘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태현 일행이 오자 탐험가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어… 어???”
“저, 저거 김태현 아니냐?”
“김태현 사칭일 수도 있어! 확인해 봐!”
태현이 유명해지고 나서부터 부쩍 늘어난, 김태현 따라하고 다니는 놈!
태현의 장비 겉모습을 비슷하게 따라하는 플레이어들은 수두룩했다. 이미 유행 수준이었다.
“아냐. 저기 팔 여섯 개 달린 놈 있잖아.”
“아. 그러네.”
하지만 진짜는 팔 여섯 개 달린 케인을 데리고 다닌다는 점에서 차이가 났다.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오리지널!
“김, 김, 김, 김태현 선수. 이렇게 뵙게 되어 정말로 영광입니다!”
“대륙 왕국 왕관으로 하늘섬의 공중성들을 열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재밌어서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태현의 칭찬에 탐험가 플레이어들은 얼굴을 붉혔다.
김태현이 칭찬했어!
우리를!!
“감… 감사합니다! 저도 제가 생각하고서 좋은 아이디어라고….”
“쟤는 생각만 하고 하자고 말을 꺼낸 건 제가….”
“이 두 놈들보다 제가 종합한 게 더 크지 않았나 싶….”
순식간에 팀워크를 갖다 버리고 추한 싸움을 벌이는 탐험가들의 모습에, 태현 일행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죄, 죄송합니다. 크흠.”
그걸 눈치챘는지 탐험가들도 급히 정신을 차렸다.
“여기 아키서스 관련 아이템들을 모아 왔는데, 김태현 선수한테는 별로 쓸모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아닙니다. 이런 게 많이 필요하거든요.”
태현의 대답에 탐험가는 눈물이 핑 도는 걸 느꼈다.
이렇게 친절하다니!
김태현이 판온 1에서 인성 안 좋았다고 한 동료 놈을 한 대 치고 싶을 정도였다.
저런 아이템이 김태현한테 뭐 그리 필요하겠는가.
하지만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저렇게 말해주는 선량함!
보통 랭커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착한 마음이었다.
‘와. 정말 아키서스 교단 관련으로 많이도 모았군. 책에 문서에 양피지인가? 뭔 놈의 교단이 기록이 하나도 없어서 퀘스트도 다 직접 뛰어 가면서 얻어야 하는지….’
물론 받은 태현은 횡재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날로 먹는 경우도 드문 것이다.
‘아키서스 교단도 요즘 좀 잘 풀리는 기분이 들어.’
[카르바노그가 아키서스 교단이 잘 풀린다니까 왠지 모르게 불길하다고…]
‘…….’
우르르-
태현이 아이템을 받아 넣는 사이, 뒤에서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나타났다.
방금까지 싸웠는지 무기를 들고 씩씩대며 온 플레이어들은….
당연히 쑤닝과 그 호위들이었다.
“???”
태현 일행은 의외의 얼굴에 놀라서 쳐다보았다.
쟤네가 여기 왜 왔지?
물론 태현 일행이 아무리 놀랐어도 쑤닝과 호위들이 놀란 것만큼 놀라지는 않았다.
그러는 너희는 여기 왜 있냐?!?
“앗, 삼촌! 김태현 선수! 김태현 선수야!”
“아니야. 저 사람은 김태현 선수가 아니야. 비슷한 사람일 거야.”
“김태현 선수 맞는걸! 옆에 팔 여섯 개 있는 사람 있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