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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138화 (1,137/1,826)

§ 나는 될놈이다 1138화

길드원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쑤닝을 보고 있었다.

쑤닝 옆에… 처음 보는 꼬마 플레이어가 있었던 것이다.

“누구냐??”

“몰라. 쑤닝 님 자식 있었어?”

“저번에 배우한테 대시했다가 까였다는 말은 들어봤는데.”

“쉿. 뒤지고 싶냐.”

웬 꼬마 여자아이 하나를 데리고 다니는데, 쑤닝은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쩔쩔맸다.

“삼촌. 저 저기 올라가 보고 싶어요.”

“그, 그러렴.”

“삼촌. 이 조각상 진짜 살아 있는 거 같아요.”

“아니란다. 그건 그냥 조각상이에요.”

“삼촌. 이거 맛있어요. 더 만들어주세요.”

“그, 그거 랭커들 주려고 만들어 놓은….”

“먹으면 안 되나요?”

“…돼요….”

길드원들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쑤닝이 ‘눈 안 깔면 죽여 버린다’고 쳐다본 것이다.

“쟤가 누군데요? 길마님 조카입니까?”

“그런 것 같은데.”

쑤닝은 한숨을 푹 쉬더니 간부들을 불렀다.

“다들 알겠지만, 형님께서 딸을 맡기셨다. 애가 슬슬 머리가 굵어지니 판온을 하고 싶어하더군.”

“헉, 쑤닝 님 형님께서는….”

“그래. 태자당 쪽 간부시지.”

중국에서 이름 높은 파벌 간부!

그 말에 누군가 중얼거렸다.

“아니, 그런 사람 동생이 왜 게임이나 하고 있는 거야?”

“어떤 새끼야?!?”

“…….”

“…….”

쑤닝이 벌컥 화를 내자 모두 모르는 척했다.

“어쨌든 그 조카가… 판온을 워낙 하고 싶어 하는데, 내가… 믿음직스러우니 형님께서 내게 맡기신 거지.”

“…….”

“…….”

간부들은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처음에는 쑤닝 조카인 줄 알고 별 생각 없었는데, 알고 보니까 무시무시한 신분인 것이다.

게다가 어린아이!

만약 판온에서 PK라도 당한다면…?

-엉엉… 아빠, 판온에서 나쁜 사람들이 저 공격했어요! 삼촌이 못 막아줬어요! 삼촌 친구들도 못 막아줬어요!

-…그 친구들 이름이 뭐였니? 말해보렴 우리 공주님.

…이렇게 될 것 아닌가!

진짜 등골이 오싹했다. 게임이 아니라 실제 목숨이 걸려 있는 수준이었다.

‘야. 이거 큰일 아니냐?’

‘저거 담당 맡으면….’

간부들은 모두 시선을 피했다. 랭커들도 급히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귓속말 차단을 누르고 있었다.

저거 맡으면 제명에 못 죽겠다!

“…걱정 마라. 내 조카는 내가 데리고 다닐 테니까.”

“오오…! 쑤닝 님! 믿고 있었습니다!”

“역시 우리의 길마님!”

“당 간부의 따님이 이렇게 있으니 참 든든합니다! 공주님이라고 불러드리겠습니다!”

“…….”

쑤닝은 가끔 이 길드 간부 새끼들이 김태현보다 더 얄미울 때가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속이 보이는 놈들이 있을까!

“…길드 랭커 놈들 순번 정해서 호위 붙여라. 이거 빼먹으려는 놈들 내가 직접 이름 형님한테 말한다.”

“…….”

중국인 랭커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협박!

쑤닝이야 자기 몸 지킬 실력이 충분했지만, 레벨도 얼마 안 되고 컨트롤은 전혀 없는 쑤닝 조카 지키려면 랭커들이 붙어 있어야 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길드원들도 붙여! 랭커만 시키지 말고. 수십 명 정도는 있어야겠지.”

“삼촌. 삼촌.”

“왜 그러니, 우리 조카?”

쑤닝은 찡그렸던 얼굴을 활짝 펴고 조카를 쳐다보았다.

얼굴 찡그리면 조카가 우니까!

“나 김태현 선수 보고 싶어.”

“…응?”

“김태현 선수. 경기에서 막 나쁜 아저씨들 패는 선수 있잖아.”

“…….”

그건 나쁜 아저씨들이 아니라 삼촌이 응원하는 팀 선수들이란다…!

물론 그렇게 말한다고 조카가 그걸 알아들을 리 없었다.

해설들이 ‘김태현 선수 대단해요! 다음 선수는 몇 초 만에 죽일까요! 10초? 20초? 아니, 그냥 죽였습니다! 3초컷! 3초커어어어엇!’이러니까 어린아이들이 그걸 듣고 팬이 되는 거 아냐!

쑤닝은 속으로 해설들을 욕했다.

아무리 잘나가도 그렇지 중국인이라면 중국팀을 응원해야 할 것 아닌가!

“김태현 선수 보고 싶은데 못 봐?”

“어, 조카야. 김태현 선수는 우리 길드원이 아니에요.”

“하지만 삼촌이 판온 최고라며?”

“?”

“???”

“??????”

간부들이 당황했다.

아니 길마님?

판온 최고 길드는 맞는데 길마님이 판온 최고는 아니죠?

‘양심이 없으신가?’

‘지금 이세연이 레벨 300 찍고 랭커들이 다 고대 거인 잡아보겠다고 날뛰는데 뭔 배짱으로….’

“조, 조카야. 내가 언제 그랬니! 판온 최고 길드라고 그랬지!”

“최고 길드인데 왜 김태현 선수는 없어?”

“…….”

자리에 있던 어른들은 묵직한 공격에 명치를 얻어 맞고 침묵했다.

그… 그러게?

“왜 없어? 아빠한테 구해와달라고 하면 안 돼?”

“형한테 아무리 부탁해도 절대 안 되는 게 있단다 조카야…!”

김태현이 미치지 않고서야 길드 동맹 오겠냐!

“히잉. 그러면 만나는 것도 무리야?”

다행히 조카는 안 된다고 해서 무조건 떼를 쓰는 꼬마는 아니었다.

“김태현 선수가 워낙 바쁜 선수다보니까….”

“하지만 내 친구는 직접 영지 가서 만났다는데? 아빠랑 같이 손 잡고 골짜기? 그런 곳에 가서 만나고 왔대.”

“…….”

쑤닝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다른 간부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아오 이 빌어먹을 부모들…!

자식들이 만나고 싶다고 해서 다 오냐오냐 들어주지 말라고!

우리가 힘들어진다고!!

“그, 그건 정말 운이 좋았던 거고… 김태현 선수는 골짜기에 없을 때도 많거든….”

“힝… 어? 지금 골짜기에 있대! 친구가 말해줬어! 삼촌! 가자!”

“…….”

아오 이 빌어먹을 꼬마들…!

뭔 놈의 정보가 이렇게 빨라!

* * *

땅, 땅, 땅-

[<살짝 불안정하지만 매우 빠른 고속 비행선>을 완성했습니다!]

[당신에게는 너무 쉬운 작업이었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아주 조금 오릅니다!]

“쯧.”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별거 아닙니다. 그렇게 감사할 수준의 아이템도 아니고요.”

태현은 지금 시장을 파괴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광장에 자리잡고 <기계공학 아이템 만들어드립니다>를 하고 있었다.

덕분에 근처에 있던 제작 직업들은 전멸!

아니, 제작 직업들도 나서서 줄을 서고 있었다. 솔직히 그들도 태현의 아이템이라면 받고 싶었던 것이다.

보통 영광이 아니다!

-소형 비행선 같은 걸 받을 수 있을까요? 제 친구들하고 같이 재료 모아왔는데….

-미쳤냐! 지금 태현 님한테 뭘 시키는 거냐!

-양심 없냐? 작고 가벼운 거나 시켜! 뭔 비행선이야! 사람 잡겠다!

뒤에서 바로 욕이 날아왔지만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10분.”

“?”

“10분이면 만듭니다. 재료 내놓으세요.”

“…!!”

옆에서 보고 있던 제작 직업들은 자기 일도 아닌데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아니….

너무 멋지잖아?!

‘나, 나도 저런 대사 해보고 싶은데….’

‘10분 말했다가 못 만들면 뭔 개쪽을 당하려고?’

‘…그건 그래.’

그리고 태현은 정말로 해냈다.

10분 안에!

‘확실히 난이도 높게 만들면 조금 더 오르긴 하는데….’

같은 아이템도 더 빠르고 힘들게 만들면 스킬 경험치를 더 받았다.

하지만 지금 태현은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을 올리고 있는 중.

아무리 각종 보너스를 쓸어 넣어도 한계가 있었다.

역시 대장장이 기술이든 기계공학이든 더 위로 올라가기에는 새롭고 강력하고 어려운 걸 만들어야 했다.

‘만만한 게 폭탄인데 말이야.’

대장장이 기술에 비해 기계공학이 편한 점은 폭탄이 있다는 점이었다.

더 크고 더 강한 폭탄만 만들면 되긴 한다!

‘만드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현실적으로 지금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손을 놀렸다. 사람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만드는 태현의 컨트롤에 경악했다.

흔히들 말하는, ‘김태현은 컨트롤이 좋다’은 보통 전투를 말하는 거였다.

상대의 동작을 읽고, 예측하고, 자기가 먼저 움직여서 막고, 스킬로 카운터를 치고, 하는 이 모든 싸움들!

이런 것에 능한 걸 보통 ‘컨트롤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 직업에서도 컨트롤은 있는 법.

그 컨트롤을 바로 태현이 보여주고 있었다.

판온 1에서 대장장이로 보냈던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컨트롤!

“세… 세상에….”

“저거 그냥 망치로 때리는 거 아냐? 보고 치는 거 맞아?”

“안 보고 치면 저렇게 나오겠냐!”

몇 시간이 넘는데도 태현은 끈기 있게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해치웠다.

그 길던 줄이 먼저 사라지기 시작할 정도!

“후. 다 됐다.”

“존… 존경합니다!”

“여기 마실 음료 갖고 왔습니다!”

“좀 쉬었다 하세요!”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제작 직업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

태현은 의아해했지만 일단 감사히 받았다.

왜 이런담?

* * *

“태현 님. 이런 제안이 왔는데요.”

“?”

쑤닝은 길드 동맹 공식 접촉 창구가 있었지만 태현은 그런 거 없었다.

덕분에 탐험가들은 파워 워리어로 찾아갔다.

-저, 김태현 선수한테 보낼 메시지가 있어서 왔는데요.

-아. 저기에 줄 서세요.

-…??

수백 명이 넘게 우글거리는 공터!

수백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제각각 뭔가 하나씩 붙잡고 하고 있었다.

-저, 저게 뭐하는 건가요?

-하도 뭐 보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제 길드에서도 조건을 만들었어요. 글자당 잡퀘 하나. 몇 글자 메시지 보내실 거예요?

-…….

탐험가들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걸 느꼈다.

아니 세상에 뭔 이런….

-그, 그러니까 그게 대충… 아니. 꼭 잡퀘로 해야 합니까? 골드는 안 됩니까??

-아. 물론 골드도 내야 합니다. 잡퀘를 하는 건 기본 조건이고요, 이제 잡퀘 내고 나면 저기서 골드 많이 낸 사람들부터 먼저 보내줍니다.

-…….

-이,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너무고 뭐고 매일매일 몇천 명이 와서 김태현 선수한테 뭐 보내겠다고 하는데 저희가 어떡합니까? 저희도 걸러내야죠. 지금 이 줄 안 보여요?

파워 워리어 길드원이 줄을 가리켰다.

한쪽에는 텅텅 비었고 다른 한쪽은 꽉 차 있었다.

-이쪽은 길드 신규 가입자가 서는 줄이고 저쪽이 메시지 보내는 줄이라고요. 나 참. 가입이나 할 것이지.

-…가입하면 더 빨리 보낼 수 있습니까?

-야, 미쳤냐?! 진짜 가입하게?

-너 저기 줄 안 보이냐? 저기 줄 보면 우리 게임 접을 때까지 메시지 안 갈 수도 있어.

탐험가들의 말에 길드원들은 화색이 되었다.

-가입하시겠어요? 이야. 잘 됐네요! 저희가 신규 가입자한테는 강철검도 주는데….

-그거 레벨 높아서 필요 없습니다.

-…….

어쨌든 탐험가 파티 중 한 명이 희생한 덕분에, 그들은 눈물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아.

물론 길드 가입해도 잡퀘는 해야 했다.

파워 워리어는 공정한 길드니까!

“아키서스 교단 관련 역사서나 그런 걸 줄 테니 와서 문 열어봐줄 수 있냐고? 흠….”

탐험가들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고대 제국 관련이니 확실히 이런 폐허성들에 그런 조건이 있을 법했다.

게다가 아키서스 교단 관련 역사서와 퀘스트 단서 모아놓은 걸 준다는 것 역시 솔깃했다.

이런 걸 한 번에 받으면 얼마나 편하겠는가.

“너무 제안이 후해서 당황스러운데?”

“그러게요. 솔직히 함정이 좀 의심되긴 해요.”

성심성의껏 태현에게 메시지를 보낸 탐험가 파티는 그 성실함 때문에 함정으로 오해받고 있었다.

함정… 아니라고…!

‘폐허성에서 쓸 만한 거 찾고, 하늘섬 지역에서 아키서스 교단 관련 권능 하나 얻어내면 좋겠군. 이상한 키메라 죄수들이나 유령들 말고….’

태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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